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217화 (1,215/1,239)

1217화

40. 대단원 (1)

‘이게 이렇게 된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오크들의 예언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분명 있었지만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한국 회사가 글로벌 회사가 되는 건 힘든 일이다. 지금 당장 서울에서 물건 파는 것도 힘든데, 다른 나라에서 물건을 파는 것은 더욱 어렵다.

마신이 테라를 노리는 건 이와 같았다.

가능하지만 번거로운 일이고,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그런 리스크를 짊어지고 선택하기에는 마신은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세력이었다. 이미 성공한 세력인데, 위험한 길을 택하지는 않을 터다.

그랬는데, 기어코 기어들어 왔다.

‘그것도 최고의 순간에 도착했다.’

드낙은 눈앞의 돌덩어리 같은 마수와 마주하고 있었다. 바로 파동으로 이동해서 놈을 흰색 가루로 만들었다.

하지만 부족했다.

드낙의 파동 공격술이 지닌 가장 큰 단점은 ‘공격 범위’였다.

세파리아스가 7m짜리 전투 육신을 보유하고, 그에 맞는 긴 검을 가지게 되면서 영향무력의 사거리를 높였지만, 드낙은 그런 편법을 쓸 수 없었다.

몸이 크다고 해서 파동 공격술의 공격 범위가 커지는 건 아니다.

구멍이 뻥 뚫린 운석 마수는 그대로 테라의 표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단 그놈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이곳에 차원 이동에 성공한 운석 마수 모두가 테라를 향해서 자살테러를 감행했다.

“제기랄.”

드낙이 욕지거리를 날렸다.

‘이건 나 혼자서 막을 수 없다.’

가장 작은 것의 길이만 해도 10m는 되었다. 2~3층 집 수준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높이였다. 거기에 표면 또한 이상했다.

‘대기권 타격을 전제로 만든 마수다.’

창조했다고 볼 수 있다.

악마조차도 권속 악마를 창조하는데, 마신이라고 마수를 창조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공기저항을 받고, 마찰력에 의해서 몸이 타올랐음에도 소실되는 부분이 없었다. 끔찍하리만치 단단했다.

큰 놈은 수백m에 달하는 놈이었다.

그것은 가히 수천에 달했으며 1분 뒤에는 만에 달했다. 끝도 없이 토해졌다.

드낙은 최대한 파동으로 이동하며 놈들을 파동 세계로 진입시켜서 원자단위로 분해했다. 흰색 가루가 우주 공간에 흩날렸지만 그렇게 구멍이 뻥뻥 뚫린 채로 우직하게 테라로 향했다.

바다로 향하는 놈은 한 놈도 없었다. 모두 대륙만 노렸다.

드낙의 표정이 악귀처럼 변했다.

‘이대로는 경제가 주저앉는다!’

드낙의 몸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실로 절박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자신이 가꾼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배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이 순간, 자신의 실력을 초월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동 세계로 마수를 데려가고, 다시 나와서 다른 운석 마수를 파동 세계로 들어가고, 다시 나온다.

드낙은 그 행동 속에서 조급함을 느꼈다.

‘더 빠르게.’

더 신속하게.

드낙은 그 행위의 반복 속에서 빠르게 익숙해져 갔다.

어느 순간, 드낙은 자기 몸을 구분할 수 없게 됐다. 아니, 육신이 사라진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의 몸이 안개처럼 퍼져나간다.

옅어지면서 넓어졌다.

그의 파동 공격술이 더 넓은 반경을 커버하게 됐다.

빠른 속력으로 운석 마수가 흰색 가루로 변해 갔다.

대기권에 돌입하며 시뻘건 화염에 불타며 연소되는 운석 마수가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단 한 명의 초월자가 수만, 수십만에 달하는 운석 마수를 홀로 막기 시작했다.

‘부족하다…….’

드낙은 눈물이 왈칵 나는 기분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육신이 옅어지고, 넓어진 탓이다.

그 몸은 실로 괴이했다. 반투명했으며, 몸이 프레스에 찍힌 것처럼 얇았다. 파동 세계로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몸이었다.

그러나 그런 드낙의 육신을 관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히, ‘찰나’의 순간에 현실 세계와 파동 세계를 오가면서 운석 마수를 때려잡고 있어서다.

―바빠 보이는구나.

정신 파동이 퍼져나갔다.

그것이 누구의 정신 파동인지 드낙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세파리아스……!’

테라는 끝도 없이 자전하고 있었으며, 테라의 대륙은 행성 크기에 비해서 작은 편이며 바다가 많았다. 이 때문에 운석 마수들은 포물선을 그리며 대륙을 노리고 있었다.

그곳에 7m에 달하는 거대한 육신을 지닌 세파리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전신 갑주는 지상에서 입었던 것과 또 다른 모습이었다.

우주 공간에서 활동하기 위한 전신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 전신 갑주는 테라의 중력을 이기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음과 동시에 산소를 내뿜고 있었다.

아주 고농도의 산소가 뿌려짐과 동시에 그저 공기와도 같은 바람도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세파리아스는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며 마주하는 운석 마수를 수십, 수백, 수천 단위로 쪼갰다. 그 기준은 크냐, 더 크냐, 정말 미치도록 크냐의 차이에 따라서다.

드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기괴한 모습을 본 세파리아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어찌 그런 몸이 되었느냐?

―범인은 천재의 뜻을 모르게 마련이지.

―장난칠 시간이 있더냐?

―네가 와주니까, 잡담을 떠들 수 있을 정도는 되네.

실로 그러했다.

영향무력은 거대한 덩치를 지닌 운석 마수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다만 아예 놀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봐라.

다만 정보를 안 줄 수는 없었다.

세파리아스가 가리킨 곳에 악마 세계가 보였다. 그들은 이동하고 있었다. 거대한 물줄기가 이동하는 것처럼 느릿느릿했지만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곳은 바다였고, 심해다.

―아카타베루를 끝장내지 못했구나. 어리석은 놈. 대악마의 죽음보다 테라의 안위를 살피다니.

세파리아스가 드낙을 나무랐다.

―너는 뭘 했는데?

―지상을 대충 방어하고, 운석이 떨어지길래 올라와 봤다. 나만으로도 충분히 운석을 막을 수 있었다. 너는 아카타베루를 끝장내고 여기에 왔어야 했다.

그 말에는 어폐가 있었다. 세파리아스의 영향 마력은 사거리가 무한하지 않았다. 즉, 개소리였다.

―대악마는 잠시 놔둬라. 바다에 가서 장기전을 준비해도 나중에 처리하면 된다.

―오래 걸릴 것이다.

―네놈 혼자서 이 운석 마수를 어찌 다 처리하냐.

―마수? 그놈들, 마수였나?

―그래.

그들은 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운석을 방어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파리아스는 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기동성이 낮은 세파리아스는 굳이 행성 가까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적의 공격로에 끝없이 다가가야 했다.

실로 전사와 같은 포지션이다.

반면 드낙은 자질구레한 것을 처리했다.

수많은 우주 전함이 두 초월자를 도왔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운석 마수’다. 운석 표면을 아무리 두들겨 봤자 소용이 없었다.

영화 「아마겟돈」처럼 내부에 폭탄을 집어넣어서 격발해야 했다. 그게 불가능하니, 쓸데없이 화력만 소모하는 셈이다.

이에 드낙이 우주 전함에 ‘거의 일시’에 명령을 하달했다.

거리가 아주 먼 우주 전함도 있었는데도 그게 가능했다. 찰나의 순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찰나의 순간에 파동에서 현실 세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었으므로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거의 동일하게 명령이 하달됐다. 그것도 단순한 정신 파동으로 전파됐다.

―도움이 안 된다. 악마 세계를 쫓아라!

대륙과의 전면전을 피해서 바다로 향하는 악마 세계는 1분, 1초가 흐를수록 테라와 융합되고 있었다.

붉은 육신이 푸른 행성을 집어삼키는 꼴이 되고 있다. 융합된 테라는 악마적인 행성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그걸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

운석 마수 때문이다.

운석 마수는 테라 표면에 떨어지기만 해도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그 재앙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운석’이기에 공룡의 대멸종을 연상시켰다.

‘마신의 이름이 성현이라는 것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독하다, 독해.’

멀리 있기에 소유하기 힘드니 그냥 파괴하려는 속셈이다.

드낙은 그걸 운석 마수의 특징과 숫자를 통해서 알게 됐다.

가지지 못한다면 부순다.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은 아니다. 오직 지배자란 족속들이 그런 잔혹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왕의 씨를 지키려면 왕은 착해져서는 안 된다. 당연히 왕권에 방해가 되는 이들을 죽여야 다음 왕에 오를 자기 아들이 더 편해진다.

그런 것처럼 이 운석 마수는 새로운 차원 세력을 반기지 않는 마신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에 대항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저,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리가.’

드낙은 거센 반발심이 생겼다. 중립신을 죽인 이력이 있기에 악귀처럼 반발심이 일어났다. 지금은 세파리아스도 함께하고 있다.

드낙은 노도와도 같은 기세로 운석 마수를 처리해 나갔다.

흰색 가루가 우주 공간에 퍼져나갔다. 그 광경 속에서 세파리아스의 육신만이 고고하게 한 공간에 들어차서 지나가는 운석을 조각냈다.

운석 마수가 아무리 단단하다고 한들, 영향무력이 만들어낸 무형의 칼날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산산조각이 난 운서 마수는 대기권의 마찰열을 이기지 못하고 바스러져 갔다.

―흥! 간사한 수를. 하지만 ‘때’라는 건 무시무시하군. 이것 때문에 악마 세계가 방치가 되고 있어.

악마 세계에는 아카타베루가 있었다. 반면 테라의 초월자는 모두 운석 마수를 처리하고 있었다. 작은놈이 떨어져도 피해가 크고, 큰 놈이 떨어지면 더 큰 일이 난다.

그 덕에 아카타베루는 기회를 잡았고, 바다로 악마 세계를 옮기며 테라와의 세계 융합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주 전함이 악마 세계를 두들기고 있었지만 그래 봤자 수천만에 달하는 권속 악마를 죽일 뿐이다.

데스 스타의 경우 운석 마수의 궤도를 흩뜨리고, 이동 거리를 길게 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찰나의 시간만 벌어도 드낙이 운석 마수를 상대하는 데 여유가 생길 정도이니, 데스 스타가 운석 마수를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수만 개의 포대에서 끝없이 마법 포격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운석 마수는 그런 건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식하게 돌격을 시작하고 있었다.

쯔어어어어어억―!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쩍 벌리는 소리.

그건 지금 이 전장에 들어선 이들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섬뜩한 소리였다.

드낙이 주변을 돌아 보였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명확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그건 섬뜩함이다.

등골을 타고 흐르는 무언가가 드낙의 기분을 망쳐놓았다.

―아, 이거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다.

* * *

직경 800km에 달하는 커다란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이내 쩍 벌어지면서 권속 악마를 토해냈다.

그 선두에는 아스모데가 있었다.

아카타베루와 결전을 벌이고 도망친 그녀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40년의 세월을 뚫고 기어코 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참가했다.

‘승리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초월자도, 악마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다.

그 굴레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스모데조차도 때로는 도망을 쳐야 한다.

그녀는 그런 굴레를 벗어던지고 싶었다. 그게 그녀가 여기에 온 까닭이기도 했다.

‘중립신의 유산을 먹고, 껍질을 벗어던진다.’

초월체인 악마라는 굴레조차도 벗어던질지도 모른다. 아니, 그 너머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아스모데는 그마저도 뛰어넘으리라 여기고 있었다.

‘중립신의 유산’은 그 정도로 가치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곳에서 차원 전쟁이 발발할 리가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온 아스모데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내 눈을 좁혔다.

‘크게 승리하지 못했구나, 아카타베루.’

그녀는 우주 공간에 그대로 존재했다. 아카타베루의 악마 세계가 테라와 천박하게 합쳐지고 있었다.

바쁜 건 그쪽이지 이쪽이 아니다.

‘아카타베루가 죽는 모습도 볼만하겠구나.’

그녀가 팔짱을 끼며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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