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214화 (1,212/1,239)

1214화

* * *

세파리아스는 엉망이 된 이차원을 갈라 그 변화를 죽였다.

이차원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마법사와 주술사들이 이미 공간을 점유하고, 초월의 힘을 전개하여 막대한 힘으로 우직하게 공간을 안정화시켰다.

그 덕에 보어리안의 군대가 이차원의 다리를 건넜다.

도중에 다리가 끊겨있기도 했는데, 이때는 가져온 자재를 통해서 연결했다. 철을 엮어 만든 쇠사슬을 반대편에 연결하고, 쇠사슬 그물을 펼쳐서 덮었다. 그곳으로 걸어가면 그만이었다. 체중을 생각해서 제법 촘촘하게 만들었다.

보어리안은 신장이 인간의 두 배에 달하며, 키가 3m에 닿는 정신 나간 야만 종족이었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가 그들을 힘으로 복속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본래는 다 쳐죽일 생각을 했지만, 보어리안은 공존을 택했고, 그 덕에 세파리아스는 그들의 목을 치지 못했다.

인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테라’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들을 살렸다.

보어리안들의 목숨은 그 자체로 경제에 도움이 되었으며, 이들은 대부분이 목축업에 종사하며 테라의 건사료를 거침없이 빨아들였다.

그들이 생산한 고기는 다시 테라로 향했다.

이 과정 자체가 막대한 경제 효과를 만들어냈다.

‘차원 문.’

빠르게 움직인 세파리아스는 준비성도 철저했고, 최대한 빨리 반대편 차원 문에 당도할 수 있었다.

곧바로 그곳을 통해서 테라에 당도했다.

치직!

강한 스파크가 일어났다. 차원과 이차원을 연결하고 있는 차원 문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세파리아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주변이 시끄러웠다. 소란스러웠으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거대한 전투 육신이 사위를 훑었다. 그의 전투 육신은 무려 7m에 달했으며 테라에도 하나. 태양 식민지에도 하나가 있었다.

지금의 전투 육신은 태양 식민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거대한 육신은 걸어 다니는 질량 병기였다. 하지만 넓은 표면적은 표적이 되기 쉬웠다.

하늘에서 브레스가 쏟아져 내려왔다.

상공에서 쏟아지는 브레스는 이상하리만치 빨랐고, 단번에 세파리아스를 덮쳤다.

서걱―!

베어지는 소리가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었다. 권속 악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염과 녹아내리는 용암 같은 액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상을 베어내며 ‘없었던 것’처럼 되어버렸다.

“우와아아아!!”

건물에 숨어있는 병사들. 그들을 지휘하며, 가구를 골목에 배치해서 시가전을 준비하던 기사들. 군막에서 전황을 살피며 하늘에 나는 용들을 노려보던 지휘관.

그들 모두 자신도 모르게, 말 그대로 본능처럼. 고함을 내질렀다.

그 함성은 모두에게 들렸다.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다. 함께 하나를 보고, 함께 함성을 내질렀다.

하나 됨.

그건 팔뚝에 절로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와!”

“와아!”

“와아아!”

더욱 커진 함성이 번져나갔다.

“크롸롸!”

그 모습에 붉은 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소리를 내며 주변을 선회했다.

용의 인자를 담아서 만든 권속 악마, 붉은 용이 내뿜는 숨결만으로도 능히 함락시킬 수 있어 보였다.

붉은 용의 포효에는 자신감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그 수만 해도 500을 넘어간다. 이렇게 많은 수의 붉은 용이 이만큼 모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기세가 대단했다.

“전정해라.”

“크르르…….”

그런 붉은 용이라는 거대한 질량 병기를 다루는 것이 그들, 데몬 나이트였다.

‘접근하면 안 되겠다.’

전신을 악마의 피부로 가리며, 갑옷처럼 입은 붉은 갑주에 숨어있는 ‘데몬 나이트’의 눈이 놀랍도록 커져 있었다.

멀리 있었기에 자신이 쏜 브레스가 어찌 되는지,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 수 있었다.

‘괴물 같은 놈이 있다.’

그건 초월자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악마라고 볼 수는 없었다. 거대한 육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으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정신체가 보이지 않아서다.

보통 신(神)은 정신체를 내뿜는 게 보통이다. 그게 멋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지성 종족에게 공포를 일으킬 수 있었다.

바로 앞에 스포츠카가 있으면 거리를 두게 마련이다. 경찰차가 앞에 있는데 불법유턴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지성 종족은 행동을 달리한다.

신도 마찬가지다. 보여주는 것을 통해서 지성 종족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정신체를 치밀하게 관리하는 신은 적다. 그러니, 세파리아스를 신이라고 바로 확신하지 못했다.

애초에 신성력도 뿜어내지 않고 있었기에 그런 놈을 신이라고 믿을 수는 없었다.

변수가 많은 인간이라는 종족에서 태어난 최고의 아웃풋이 세파리아스다. 그는 놀라운 정신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심장이 멈췄음에도 기사를 죽이는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었기에 정신과 관련된 정신체를 치밀하게 운용할 수 있고, 말끔하게 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부웅! 부웅!

거칠게 붉은 용이 고도를 높여 나갔다.

이를 본 세파리아스가 눈을 찌푸렸다.

‘이게 말이 되나?’

황당했다.

“척 봐도 상급 권속 악마가 어찌 여기에만 500기가 넘느냐?”

세파리아스의 목소리는 대단히 컸다. 7m에서 나오는 성량은 압도적이었다.

상식적으로 이만한 화력이 차원 문이 있는 이 요새에 집중된 것이 괴이했다.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으면 그냥 죽는 게 낫다.

‘여기에 이만큼 왔으면 다른 곳은 더 편하다는 거다.’

드낙이 특히 좋아할지도 모른다. 놈은 테라 주변에 ‘그림자 구름’을 퍼뜨려놓아서 압도적인 정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기에 와서 나를 안 도와? 건방진 녀석.’

그때, 외침이 들려왔다.

“차원 문 때문입니다!”

치원 문은 압도적인 마력 자원을 쏟아부으며 유지되고 있다.

그렇기에 세계와 세계가 부딪혔다고 해서 신제국의 황제가 6개월간 기다리다가 태양 식민지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통과한 출입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력 파동 때문에 권속 악마들이 모여든 것입니다.”

신제국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 태양 식민지를 연결하는 차원 다리였다. 이곳은 철옹성이나 다름없었고, 세파리아스가 올 때까지 능히 버텨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500기에 달하는 붉은 용이 숨결을 끝도 없이 뱉어내며 소모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성벽의 위를 막아주던 방어막은 진작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고, 그곳으로 숨결이 침투해서 모든 것을 태우고, 녹이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방어막은 그런 상황에서도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돈의 힘이 만들어 낸 위용이었다.

신제국이 얼마나 차원 문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그 덕에 붉은 용은 가까이 접근하지 못한 채 브레스만 쏘고 있었다. 다만, 침투통로가 몇 곳 존재해서 용감한 데몬 나이트는 그곳으로 저공 비행하며 건물을 부수기도 했다.

그런데 세파리아스가 등장하자마자 붉은 용들은 더욱 고도를 높였다. 데몬 나이트의 명령 때문이었다.

궁수들이 일제사격을 하듯이 숨결을 토해냈는데, 이를 일시에 제거했다.

그건 그들의 경계심을 끌어 올리기에 충분했다.

세파리아스는 전황을 순식간에 훑어냈다.

무너진 성벽은 없었지만, 철판으로 무식하게 임시로 덧대거나 집을 통째로 밀어서 무식하게 틀어막은 부분이 곳곳에 있었다.

그런 곳에는 콘크리트를 부어놓기도 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였지만 장애물과 뒤섞여서 충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사상자가 있다는 뜻이고, 서로 피를 많이 봤단 소리다.

물론 그런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중요한 건 피비린내가 진동한다는 점이다.

‘시체를 못 치울 지경.’

전투가 오래 지속되었단 뜻이다. 그리고 병사들의 체력에 여유가 없다는 소리였다.

시체는 전염병을 일으킨다. 물약을 사용하면 금방이지만 물약 또한 재원이다. 보급품을 미친 듯이 써대는 간부는 없다.

병사의 주적은 간부가 아닌가? 반박 시 미필.

그렇게 아끼는 간부는 당연히 시체를 가만히 볼 리가 없었다. 병사를 닦달해서라도 환경을 개선시킨다.

이순신 장군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적장, 원균이라면 시체를 치우지 않을지도 몰랐지만, 여기에 있는 지휘관들은 하나같이 엘리트다.

그걸 배치한 것도 세파리아스였다.

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좋지 않다.’

문제는 드래곤 나이트들이다. 악마 따위가 저렇게 멋진 걸 운용하다니, 괘씸하기도 괘씸했다.

테라에도 와이번이 있긴 하지만 오크들의 전유물이다. 오크들 또한 혼란 무도의 타투가 없으면 와이번 라이더가 되지 못했다.

귀찮은 붉은 용은 확실하게 소모전을 할 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이 ‘비싼 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차원 문 요새의 방어가 무너질 것 같이 휘청거리는데도 끝장을 내지 않고 고도만 높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놈들은 전문가다.’

그건 이상한 일이다.

세파리아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급 권속 악마에게 시선을 두었다.

소아귀(小兒鬼)다.

즉, 대악마(大惡魔), 아카타베루가 침공했단 뜻이다.

그리고 이는 세파리아스에게 의문점을 낳았다.

‘아카타베루의 권속 악마는 베테랑이 하나 없다.’

몸만 그럴싸하지, 태어난 지 1살. 이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건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전술만 봐도 그게 아니라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고코스트인 상급 권속 악마도 무식하게 돌진하는 것이 아카타베루의 권속 악마 특징이다.

세파리아스는 놈들이 제대로 준비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며 아카타베루 또한 문헌으로 내려오는 모습과는 또 다를 것이라는 의심이 생겼다.

‘영악한 놈들.’

아쉽게도 영향무력은 ‘사거리’가 가장 문제였다. 그리고 반드시 육체가 있어야 했다. 또한 검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건 은근히 힘들다.

거대하고 굵은 검을 쥔 세파리아스가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봤다.

모든 브레스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성 밖으로 향한다.’

약간의 변화를 주면 된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바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당연하다. 상대는 변했고,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전략, 전술은 그 과정과 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세파리아스는 거침없이 성 밖으로 향하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브레스를 영향무력으로 갈라냈다.

다만, 모든 브레스를 갈라내지는 못했다. 데몬 나이트의 명령을 받는 붉은 용들은 세파리아스가 오자 전술을 바꾼 탓이다.

그전까지는 일제사격을 하듯이 뭉쳐 다니며 방어막에 큰 피해를, 짧은 순간에 뱉어냈다면 지금은 난잡하게 퍼져 있었다.

‘소모전의 끝을 봤다고 여기고 큰 구멍을 뚫으려고 했지만 내가 타이밍 좋게 도착했다.’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마력은 방어막에 계속 공급되고 있었고, 그 공급량을 뛰어넘는 피해를 주는 게 붉은 용의 마지막 목표였지만 그게 무산됐다.

‘여유가 생겼다.’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세파리아스는 이 전황에 변화를 줘야 했다. 붉은 용들은 고도를 높이고, 숨결만 쏘고 있으니 변화를 주기 어려웠다.

정신체의 형태로 쫓아서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썩 대단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정신 파괴의 권능’ 또한 아직은 불안정했고 말이다.

세파리아스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권능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서였다.

그 거체가 거침없이 대로를 지나갔다.

대로는 아스팔트 길이다. 그것도 8차선이나 되는 넓은 길이었다.

차원 문 요새는 그만큼이나 발전했기에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태양 식민지에서 가져오는 고기 유통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며, 테라에서 가져가는 옥수수 같은 사료들도 대단한 수준이다.

그 길을 세파리아스의 전투 육신이 내달렸다.

전투 육신은 전신 갑주를 입고 있었으며, 곳곳에서 보호구가 뭉툭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허벅지의 바깥 부분. 근육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걸 수 있는 부분.

굵은 혁대에도 뭉툭하게 튀어나온 사각형의 부착물이 존재했다. 모두 마력을 더 담기 위한 저장소였다.

그곳에서 마력이 들끓었다.

연기처럼 피어오르면서 세파리아스가 입고 있는 전신 갑주의 표면에 들러붙으며 마법진을 그려냈다.

푸른빛은 이내 서서히 사그라들며 눈에 보이는 ‘향’처럼 변해갔다.

그건 괴이했다. 하지만 동시에 주변에 마력 자원을 쏟아냈다.

세파리아스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테라가 사용하는 아티팩트의 위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 푸른 향은 상쾌하기도 했기에 땀 범벅이 된 채 지친 병사를 시원하게 만들기도 했다.

복합적 능력을 지닌 ‘푸른 향’은 테라가 만든 훌륭한 마법이었다.

인신으로서의 공부가 짧은 세파리아스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 ‘푸른 향’ 마법이었다. 마치 권능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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