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화
철조망에 다닥다닥 붙은 소아귀들은 매미들이 짝짓기를 위해서 나무 위로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탯줄 없는 아기의 붉은 피부를 가진 소아귀를 본 존은 나올 것처럼 속이 안 좋아졌다.
“우읍.”
그건 인간에 대한 모욕이다.
벽이나 문을 세 번 두드리며 삼위일체를 욕보이는 망령과 다를 바가 없는 끔찍한 모독 행위였다.
헛구역질하는 존을 다른 작업자가 끌고 갔다.
“도망쳐야 합니다!”
“오래 버틸 것 같지 않아! 전류가 사라질 것처럼 보여!”
철조망의 전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그만큼 많은 소아귀가 철조망에 들러붙었다.
새까맣게 탄 소아귀는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혹은 철조망에 끼인 채로 축 늘어졌다.
시체를 타고 기어 올라간 소아귀들을 철조망이 반겼다. 우둘투둘 튀어나와 있는 철조망의 가시가 소아귀의 몸에 파고들어 갔다.
살이 찢기고, 살점이 뜯겨 나갔다.
“응애! 응애애애애!”
소아귀가 눈을 질끈 감으며 아기 소리를 흉내를 냈다.
듣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고, 피부에 소름이 다닥다닥 돋아났다.
“으으! 으으으!”
작업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벌목소에 마련된 집으로 들이닥쳤다. 휴게소 같은 곳이었다.
“사장님! 사장님!”
그 말에도 존은 넋이 나가 있었다. 대단히 심약했다.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벌목소를 구매한 것치고는 약한 면모였다.
철썩! 철썩!
뺨을 후려치며 존의 이름을 외치자 그제야 존의 정신이 돌아왔다.
“숨을 곳이 필요합니다. 없습니까?”
“…숨을 곳… 숨을 곳…….”
“없습니까!”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여기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 그깟 돈이 뭐라고…….”
“X발.”
그가 욕지거리를 날리며 존을 강하게 밀었다. 존이 벽에 부딪혔다. 이내 그 품에서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 존이 사진을 허겁지겁 주웠다.
아내와 자신 그리고 딸의 사진이 박힌 단출한 사진이다. 그가 사진을 집어넣더니 이내 살아있는 눈을 했다.
남자란 그런 동물이다.
“먹을 것을 최대한 많이 챙겨!”
존 또한 배낭을 꺼내서 닥치는 대로 필요한 물건들을 담았다.
그들은 벌목이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뭇가지로 땅을 푹푹 쑤시면서 땅이 무너진 곳을 찾았다.
“여기다!”
본래라면 나무뿌리가 든든하게 땅을 붙잡아뒀어야 했겠지만, 벌목을 진행하면서 나무가 썩고, 나무뿌리는 더는 흙을 강하게 붙잡아두지 못했다.
그 덕에 비가 오면서 토사물이 크게 휩쓸려 나가고, 그 자리를 나뭇가지가 대체하여 빈공간이 제법 큰 곳을 발견했다.
“나뭇가지를 최대한 모아와. 그리고 한 명씩 들어가.”
너도나도 짐을 그 안으로 집어넣었다. 한 명이 미리 들어가 짐을 받아 들었다. 너도나도 안으로 들어갔다.
“공간이 충분해?”
“조금 비좁습니다.”
“지금이라도 꺼낼 수 있는 건 꺼내.”
“예!”
존의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침착했다. 무엇이 겁쟁이인 그를 이렇게 냉정하게 만들었는지 몰랐지만,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사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응애! 응애!”
아기의 울음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안에서 끄집어낸 돌이나 흙 따위, 나뭇가지나 낙엽을 대충 받아 들고, 존이 마지막으로 들어가면서 나뭇가지를 강하게 잡아 당겼다.
제법 큰 것이 존과 함께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구멍을 틀어막았다.
잔가지가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방으로 여기를 막고, 흙으로 가방 냄새를 감춰.”
“예. 사장님.”
너도나도 힘을 보탰다. 그러고 나서 존이 주변을 둘러봤다.
“숨구멍부터 하나 만들어야겠다.”
한 명이 조심스럽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산 주변이라 한쪽을 파다 보면 분명 밖으로 향하는 구멍을 뚫을 수 있을 터다.
숨구멍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그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여기에 찾아올 수 있을까요?”
“모르지…….”
“쉿.”
그 말에 모두 숨을 참았다.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아귀의 무리가 이곳을 지나가고 있는 듯했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귀에 제법 크게 들려오자 한 명이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이 정도로 조용하게 지낸 적이 없어서 더욱 놀랐다.
눈이 내리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조용히 있었기에 소아귀들은 그들을 찾지 못했다.
다만 모든 탐욕스러운 인간이 존과 인부들처럼 살아남은 건 아니었다.
* * *
소아귀 웨이브에 수많은 탐욕스러운 인간이 죽어갔다.
테라의 경고에도 소용없었다.
그런 경고를 한 지 반년이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랬다.
악마 세계의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소아귀는 모두 테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숫자는 2,500억 마리에 달했다. 행성 절반을 메울 정도였다.
아카타베루는 진심으로 테라를 침공했다. 그는 모든 것을 걸었다. 정말 모든 것이었다.
쾅! 쾅! 쾅!
소아귀의 덩어리가 운석처럼 떨어져 내렸다. 절반이 죽고 절반은 살아남았다.
죽은 소아귀의 시체에서는 쿠이무시노키가 자라나고, 생명체를 씹어먹은 소아귀는 구토를 하며 이끼인 토사부츠를 토해냈다.
그 모든 것은 테라를 악마 환경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다만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테라가 아니었다.
우주 공간. 행성 테라의 중력권 밖에 존재하고 있는 거대한 구조물.
지름만 해도 160km가 넘는 거대한 우주 요새. 데스 스타.
“고리의 공전을 중단합니다.”
“헤일로 고리 움직임을 멈추고 대기 완료. 방어 마법 전개 준비 완료. 동력 90% 유지 중.”
“메인 고리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현재 농업 골렘과 소형 골렘 복귀 명령 이행 중. 프로토콜 완료까지 5분 48초.”
“고사머 고리, 기동 중지. 레우치터 카피 데몬 대기 완료.”
“전(全) 마법 포문 개방.”
데스 스타는 우주 공간에 있었다. 당연히 포문이 항시 개방되어 있지 않다.
그냥 방치해 두면 관리가 어렵고, 자주 갈아줘야 했다. 유지비를 아끼려면 개폐(開閉) 장치가 필수적으로 포문에 설치되어 있어야 했다.
육중한 강철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곧 질량 병기를 비롯해서 마법 공격이 데스 스타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 번 일제사격을 한 데스 스타는 천천히 회전하며 반 회전 했고, 사격하지 않은 포문에서 다시 불이 뿜어졌다.
사격하고 반 회전 하는 광경이 끝없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다만 그 사격의 텀은 상당히 길었다.
우주 액체 미사일. 트라이던트 C4. 길이 10.39m 중량 33,000kg. 사정거리는 7,400km로 적어도 테라 근처에 모두 닿아있다.
데스 스타는 그 거리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아주 손쉬운 일은 아니다.
그건 테라의 대륙이 단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외의 부분은 바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탓에 데스 스타는 1년 내내 테라를 영향권에 둘 수 있었다.
고체연료 3단.
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우주 공간을 날아갔다.
악마 세계는 테라 상공 1m 부근에 있었기에 중력의 영향을 트라이던트 C4도 받았다. 그 탓에 명중률이 소량 감소했지만, 애초에 명중률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모든 곳에 악마가 있었다.
꽝―!
우주에서 대기권에 진입한 트라이던트 C4는 그대로 악마의 몸에 적중했다.
불꽃이 터지면서 사방으로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무지막지한 화약이 집중된 미사일이었다. 그 파괴력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데스 스타가 한 번 일제 사격할 때마다 2만여 개의 미사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위용은 모든 이의 생각을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한 면적을 화염으로 뒤덮었다.
미사일이 타격하는 곳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마법 포격 또한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불의 마법은 없었다. 사거리에 따라서 변동률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얼음 마법이 주류였다.
거대한 얼음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파편을 쏟아냈다. 빙하 얼음 창은 대규모 마법이며,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소아귀는 그냥 찢어발겨지듯이 죽었다.
우주에서 시작된 이 포격은 끝을 모르고 테라의 상공을 뒤덮었다. 다만 악마들은 딱히 거기에 대응하지 않았다.
테라의 질량 병기와 마법 포격은 실로 무서운 일이지만, 악마들은 자연스럽게 방패를 쓰고 있었다.
2,500억에 달하는 소아귀들이 대신 희생하고 있었다. 아카타베루는 오히려 이를 즐겼다.
“크흐흐, 저 비싼 걸 소아귀를 죽이는 데 사용하다니. 어리석고, 어리석도다.”
데스 스타를 비롯한 우주 전함의 포격은 딱히 악마 군대의 진짜 전투력을 제대로 깎아 먹지 못했다.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와우.”
강철의 탑에서 이를 관측한 드워프가 혀를 내둘렀다.
질량 병기를 얼마나 많이 썼으면, 열기가 여기까지 닿고 있었다. 하늘을 집어삼킬 정도로 막대한 질량 병기가 하늘을 수 놓고 있었고, 악마를 박멸하고 있었다. 그것 대부분이 소아귀라는 것은 쉽게 관측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강철 다리! 뭘 그렇게 구경하고 있는 거야! 준비해!”
“간다! 간다! 숑 간다!”
강철 다리가 짧은 팔을 쭉쭉 뻗으며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강철탑은 악마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전혀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자신과 하등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긍지는 설사 그들이 ‘죽음’을 피할 수 없더라도 이 자리를 지키게 했다. 수많은 제국 드워프가 구름을 뚫고 솟아있는 강철의 탑에서 싸움을 준비한 지 오래다.
“자~ 가자!”
탑에서 툭 튀어나온 거대한 망치가 발사됐다.
화르르륵!
불꽃이 거세게 토해지며, 불벼락 망치가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명중률이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지상은 이미 지옥도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붉은 물결이 시작되고 있었다.
길이는 고작 12m에 불과하지만, 너비는 55m에 달하는 망치 형태의 대형 망치는 가히 ‘궤도 타격’이라고 할 만했다. 중량만 해도 십만kg에 달하는 놈이었다.
표면적이 넓기에 공기 저항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량 때문에 빠르게 낙하했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망치의 뒤에서 쏟아져 내렸다.
불과 벼락을 퍼뜨리는 망치는 이내 땅에 떨어졌다. 뒤이어서 불과 벼락이 사정없이 주변에 있는 권속 악마를 깡그리 불태우고, 감전시켰다.
“크아아아악!”
육파괴봉(肉破壞縫)이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누더기를 입은 것 같은 조잡한 피부 거죽이 빠르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곳에서 발생한 매캐한 가스를 거침없이 들이마셨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3초 만에 죽었을 것이다.
생명체는 화상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고, 피부가 타며 발생하는 끔찍한 유독가스는 폐의 기능을 삽시간에 앗아갔으며, 신경을 태우는 고통은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다.
“크아아아아아아!!”
그런데도 누더기 권속 악마는 죽지 않았다. 그저 난동을 피우며 주변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파괴행위를 이어나갔다.
끈질긴 생명력이 누더기 권속 악마, 육파괴봉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 특징 때문에 놈은 정말로 산채로 태워서 죽는다는 걸 경험해야 했다.
하늘에 파괴적인 망치가 떨어져 내리고, 닥치는 대로 불과 벼락을 토해냈다.
연거푸 당하는 권속 악마들은 타락한 죄로 불살라진 폼페이의 시민들처럼 죽어갔다.
불벼락 망치가 하늘에서 계속해서 떨어져 내려왔다.
불벼락 망치의 위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쿠구구구……!
지진이 일어났다.
십만kg에 달하는 망치가 끝도 없이 지면을 두들기니, 지반이 들썩이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지진이 일어나자 악마들이 지하로 쏟아져 들어가거나, 매몰당했다.
그 하늘 위로 레드 스카이가 지나갔다.
레드 스카이는 하급 권속 악마였으며, 화산재를 뿌리는 독수리였다. 테라의 자연환경을 ‘박멸’하여 지성 종족이 장기전을 준비할 수 없게 만들려는 권속 악마였다.
레드 스카이는 적당히 무리를 지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놈들이 한 번 날갯짓을 할 때마다 화산재가 흩뿌려졌다.
화산재는 염분을 머금고 있기에 그 자체로 식물에 좋지 않았다.
레드 스카이의 땀이 말라 있는 화산재였다.
레드 스카이들이 철새처럼 날아가며 화산재를 뿌리는 광경 아래 불벼락 망치에 의해서 엉망이 된 땅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