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화
36. 30년 (4)
데스 스타 공장의 개수는 바로 시작됐다. 드낙이 조급하게 굴어서다.
제대로 된 계획은 없지만 일단 주먹구구식으로 지성 종족들의 노동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적자원이 투입된 곳은 창고 정리와 추가 창고 건설, 창고 개조, 도로 확장이었다.
‘데스 스타와는 다르지.’
가장 다른 점은 건설 방식이었다.
데스 스타는 1층을 만들면 부유석을 통해서 이륙시켜 우주 공간으로 보내 층과 층끼리 결합시켰다.
데스 스타의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공간이동을 하지 않았다.
‘마력으로 감당이 안 됐지.’
데스 스타 건조는 테라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한정된 자원이 투입됐다. 모든 세력이 참가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역량’이 투입된 건 아니었다.
테라는 전에 없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태양 차원 식민지가 가장 대표적인 대형 프로젝트였다. 비단 신제국만 거기서 재미를 보고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세력이 그곳에서 군대를 운영하며 실전 경험치를 축적시키고 있었다.
무리해서라도 멀리 파병을 보내야 하는 이유는 ‘실전 경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교적인 이득도 있다. 함께 싸우면서 사이가 돈독해지기도 한다.
한국은 3천 년 적국인 중국과 항상 대항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일본에서 한국을 도왔다면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지금처럼 안 좋지는 않았을 터다.
항상 싸워서 문제다.
진짜 적은 중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어쨌든, 그런 이유 때문에 데스 스타는 많은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 충분한 인력이 투입되었지만, 무지막지한 덩치를 지닌 데스 스타를 공간이동 시킬 마력 자원을 가지지는 못했다.
대신 부유 마법을 새긴 구조물을 통해서 우주 공간으로 띄우는 방식을 채택했다. 반영구적인 방법이었다.
그 덕에 공터는 굉장히 넓었다. 한층 한 층, 한땀 한땀 만들었던 곳이다. 지금은 잡초와 갈대가 무성했다.
지하수를 끌어들여서 산업에 사용했는데, 그 수도관이 관리되지 않아서 터져서 물웅덩이가 되어있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다시 관리해야 했다.
100평짜리 마당을 가지게 된다면 땅을 매일 관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한 계절만 놔둬도 잡초가 마당을 덮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시멘트나 돌 사이에서 자라나는 놈이 무릎까지 오는 걸 보면 자연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알게 될 것이다.
노는 땅을 싸게 사려는 부동산 초보들 또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
‘그래도 엄한 땅에서 하는 것보다는 쉽게 공장을 재가동시킬 수 있다.’
이미 한 번 사용했었던 곳이기에 어느 정도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었다.
“악마의 요람은 우주 낙원을 본떠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지나친 욕심이었다.
데스 스타를 만들면서 그게 얼마나 허황된 것임을 드낙은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
데스 스타를 두 개째 만들지 않는 것만 봐도 테라가 데스 스타에 얼마나 많은 돈과 자원을 쏟아부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몰랐을 땐 그냥 할 수 있지.’
하지만 알고 나서는 그냥 못하는 법이다.
드낙의 말에 기술자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에는 마법에 조예가 있는 이도 있었고, 그냥 마법사인 이도 있었다.
그들 또한 데스 스타가 얼마나 돈을 많이 집어먹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추정만 금화 1억 닢이 넘어간다. 그마저도 금화로는 충당을 못 해서 어음이나 계약서 따위를 많이 썼다. 상식적으로 금화 1억 닢을 보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레버리지를 끼지 않고 현금으로 집을 산다는 소리처럼 그건 허황된 소리였다. 경제를 똥으로 배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대 사회는 레버리지를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현대인과 그렇지 못한 현대인의 차이는 30년 뒤에 벌어진다.
우리는 항해를 해야 하고, 항해를 준비할 때 최대한 많은 것을 가져가야 한다. 그중에 레버리지는 준비물 중의 하나였다. 알면 좋고, 모르면 안 좋다.
적어도 무지(無知)한 불한당 같은 놈이 될 바에는 유식한 놈이 되는 것이 낫다.
드낙은 무지한 놈이었다. 그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그러다가 죽었다.
‘그런 나도 성공했으니, 오히려 지식을 쌓아도 문제인 경우도 있지.’
너무 잘 알면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정말 잘 안다면 중국에 투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이 일 처리 하는 걸 보면 기가 찰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 대국이 되었다.
‘어쨌든 데스 스타를 통해서 많은 걸 알게 됐다.’
그 대가치고는 비쌌다. 그래도 무조건 소비적인 행위만 하는 건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었다.
데스 스타에 들어간 ‘태양 축적의 황금’의 양이 많은 것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방사능 없는 햇빛을 마주할 수 있어서다.
우주 공간 밖의 태양 빛은 그냥 마주하면 죽는다.
“데스 스타를 건조하고 나서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데스 스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테라 행성에 근접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질량이 너무 커서 행성 중력을 거스르는 게 매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데스 스타는 실질적으로 원거리에서 지원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적이 데스 스타를 노리도록 관심을 끌어야 했다. 소위 탱커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데스 스타는 아주 단단했다. 어지간한 타격으로는 꿈쩍도 안 하고, 데스 스타에게 도달하기도 힘들다. 질량 병기와 마법 병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이었다. 행성에 굳이 데스 스타가 내려갈 필요도 없었다.
“단점이지. 단점 아니냐?”
드낙이 거듭 강조하자 그제야 이과 놈들이 알아먹었다.
“단점 맞습니다.”
“맞습니다. 단점.”
너도나도 동조하자 결국 모두 단점이라고 여기게 됐다.
“우주 낙원을 점령한 악마의 요람, 가비노에 비해서는 아주 많이 작을 거다.”
당연한 소리였다.
“어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
“전장 1km. 형태는 배와 비슷하면 되겠지.”
앞으로 나아갈 때 표면적이 적은 형태였다. 우주 환경에서도 쓸모가 있을 터다.
“절대 안 됩니다.”
말도 안 되는 길이었다.
“그럼 500m.”
드낙 또한 말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그제야 제법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
“그 정도라면야.”
항공모함보다 2~3배 정도 크지만 모두 받아들이는 듯했다.
행성 하나를 지배한 것이 ‘테라’이며 그 테라의 지배자가 드낙이다. 들어오는 세수만 해도 능히 감당할 수 있었다. 거기에 태양 식민지에서 들여오는 온갖 자원들도 한몫했다.
토착 지성 종족인 보어리안들의 노동력도 값싸기 그지없었다.
경제 자체가 다르고, 차원으로 서로 나누어져 있는 것도 컸다.
“전장은 내가 정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정해 와.”
“대당 금화를 몇 닢까지 생각하시는지 말씀을 안 하셨습니다.”
“그래, 1년에 한 대씩 뽑으려면 어느 정도여야겠냐?”
“못해도 금화 100만 닢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드낙이 혀를 끌끌 찼다.
“그렇게 조금 써서야 되겠어?!”
“…….”
그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동화 5닢으로 밀가루를 한 포대 살 수 있다. 금화로는 무지막지하게 살 수 있다.
그런 게 100만 닢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돈이었다.
“빚으로 두더라도 1년씩 바짝 건조해야 한다. 그래야 유의미한 결과를 낸다.”
빚잔치를 할 생각을 가졌다.
‘채권 같은 거지.’
채권 발행은 누구나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더는 금화가 없었다. 이제는 있는 놈들에게 채권을 팔아야 한다.
테라는 누구나 돈을 가질 수 있고, 사업할 수 있었다.
공공사업이 많기는 해도 민간사업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개천에서 용 나는 케이스도 많았다.
민간기업이 국가 채권을 구매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위대한 대한민국도 국가부채 천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테라 또한 빚 없이 살아가는 건 여기까지였다.
‘전쟁을 준비하는데 빚 없이 한다는 건 말이 안 돼.’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드낙은 악마의 요람(New)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대에 천만 닢이라면…….”
드낙은 우직하게 이를 밀고 들어갔다.
“진행시켜 봐.”
그렇게 말만 하고 드낙은 사라져 버렸다.
서서히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그의 자식들도 경조사가 많았다.
* * *
악마의 요람 프로젝트에 동원된 이들은 한 달 뒤에 그럴듯한 예산서를 들고 왔다.
“전장 500m는 지켜냈네. 잘했다.”
드낙은 먼저 칭찬부터 했다.
전폭은 180m였다.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전고가 아쉬웠다.
‘높이.’
고작 25m에 불과했다. 전장에 비하면 정말 빈약했다.
“25m로 되겠어?”
“날렵하고 오히려 미관상으로는 좋습니다.”
설계도를 확인했다. 설계도는 여러 장이었고, 복잡했다.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서 여러 가지 레이어로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복잡했다.
완성 도면까지 확인한 드낙은 나쁘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고 25m도 사실 높긴 높지.’
전장만 해도 500m고 전폭은 180m에 이른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타원형에 304m×279m라는 걸 봤을 때 전혀 꿇리지 않는 크기였다. 즉, 어지간한 랜드마크 하나인 셈이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 게 당연했다. 그것도 그냥 건물이 아니다. 말 그대로 우주 전함이다.
“악마의 요람이라고 하지 말고 악마 전함이라고 불러야겠어.”
“저, 근데 너무 악마적인 명칭이 아닙니까?”
“명칭을 달리하라고? 그래도 직관성이 있는데.”
“그러니 더더욱 바꿔야 합니다.”
“악마라는 것을 굳이 내세울 이유가 없습니다.”
“흠.”
드낙이 그럴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대중들의 시선이라는 게 있으니까.’
“우주 전함이라고 바꿀까?”
“예.”
심플했다.
공식 명칭은 우주 전함이 되었지만, 기술자 사이에서는 ‘천만 전함’이라 불렸다.
말 그대로 금화 천만 닢으로 만드는 전함이기 때문이다.
우주 전함에는 지휘관이 1,500명. 병사가 1만3천 500명이 배치될 예정이었다. 의사나 간호사 모두 군의관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온갖 다양한 이들이 군적에 올라가게 됐다. 그들은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건조가 시작되고, 그사이에 드낙은 ‘세계수’를 만들 생각을 했다.
‘당연히 진짜 세계수는 아니지.’
행성의 세계수가 아니라 우주 전함의 세계수다. 그마저도 권속 악마였다.
‘다 성장하면 가비노처럼 되겠지.’
전투력보다는 동력원으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세계수는 유그드라실.’
세계수를 본떠 만드는 권속 악마의 이름은…….
‘뭐로 할까. 고민이네.’
드낙이 우주 전함에 대해서 이것저것 뒤졌다. 그러다가 세파리아스는 우주군을 창설하는 게 아니라, 그냥 육군에 우주 전함을 배속시킨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미친놈 아냐, 이거.’
육군이 잠수함을 가지고 있단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육군이라…….’
육군에 배속된 우주 전함.
육군하면 들어올 때는 우리 자식. 나갈 때는 느그 자식이 아니던가?
‘느그드라실로 하자.’
“세계수의 권속 악마의 이름은 느그드라실(Negdrasil)이다.”
대한민국의 장성과 장교들이 봤다면 이를 갈 것이다.
드낙이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으로 깊게 들어갔다.
‘성장형 권속 악마다.’
허투루 만들 수는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짜서 올려야 한다.
어떻게 성장하고, 어느 구간에서 정체하고, 어떤 지점에서 약한지.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드는 경계의 구분과 그때 가지게 되는 강점과 약점도 있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몰빵이다.’
느그드라실은 완숙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먹고 자는 것밖에 못 하는 권속 악마다. 반면 완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을 마치게 된다면 무지막지한 크기의 우주 전함을 보조하는 권속 악마가 될 터다.
장점과 단점이 확실했다. 그리고 단점은 테라에서 확실하게 보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