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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203화 (1,201/1,239)

1203화

* * *

테라는 아직도 계급사회였다. 물론 정말 계급사회처럼 막장은 아니었다.

계급 위에 법이 있어서 그나마 귀족을 견제하고 있었다. 또한 더는 귀족 계급이 늘어나는 걸 막고, 억제도 하고 있었다.

기존의 귀족들만 귀족을 내세울 수 있었다.

유럽의 국가들이 귀족 가문의 숫자와 기사 가문의 숫자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았다.

‘경’의 칭호를 받는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정말 귀족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존. 이놈아!”

“아~ 또 왜요? 저 연애하고 있는 거 안 보여요?”

밖으로 나가려던 존이 아버지에게 잡혔다.

“생각은 해봤어?”

“아니, 예비군을 어찌 제가 해요? 가게도 봐야 하고, 따로 또 공부도 하고 있잖아요.”

“그래도 해야 해. 너 나이가 이제 스물둘이다. 언제까지 내가 너 용돈 챙겨줘야 하느냐? 이제는 혼자서 독립해야지.”

항상 독립심을 키우며, 집안일을 돕게 하여 노동을 익숙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존은 가게 일을 도우면서 살아갔는데, 이제 다음 스텝을 걷게 될 때가 온 것이다.

“아버지. 그럼 내일 가게 여는데,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그건… 뭐… 내가 알아서 해야겠지. 중요한 건 네가 돈을 벌고 모으는 것이다. 우리 가게가 썩 잘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

존은 그렇게 연합 예비군 소속이 되었다. 정확히는 비상근 예비군이 됐다.

비상근 예비군은 주말에 출근했고, 그때 다양한 훈련을 받으며 자격증을 따야 했다. 수많은 종류의 자격증이 존재했고, 어떤 자격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훈련의 커리큘럼이 바뀌었다.

오전 교육은 공통이고, 오후 교육만 달랐다.

“여러분들은 밖에 나가면 시민이지만, 소집령을 받으면 군인이다! 그 신분의 차이에 따라 본인의 포지션을 잘 생각해 둬야 한다.”

독특한 성질을 지닌 것이 비상근 예비군이었다.

평일에는 ‘지켜줘.’ 주말에는 ‘지켜줄게.’가 되어야 했다.

오전 조회 시간마다 짧고 굵게 정신 교육을 했는데, ‘조회’ 시간을 겸해서 하는 행위였다.

출석도 부르고, 개개인의 격차나 전달사항 혹은 조언을 해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담당 교관의 정신 교육 및 조회가 끝나자 오전 교육부터 시작됐다.

“오늘도 체력단련이다. 체력은 국력이다. 하지만 동시에 너희의 생존율을 높인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다. 꼴찌만 아니면 된다. 꼴찌는 잡아먹히고, 꼴찌가 아닌 놈은 살아남는다. 오직 그것뿐이다! 꼴찌는 잡히고! 꼴찌가 아닌 놈은 살아남는다!”

모두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다.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이유’와 ‘명분’이 중요했다.

사단장이 미관상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막사 앞에 꽃밭을 두라고 한다면 열이면 열, 장병들은 사단장의 내장까지 발라 먹을 정도로 욕을 할 것이다.

사단장의 꽃밭 가꾸기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결핍한 늙다리나 좋아할 법한 짓이었다.

“염병. 오늘 지구력 단련 날이다.”

근력 단련 날은 조금 편하다. 무거운 걸 들면 그만이고, 빨리 끝나기 때문이다. 반면 지구력 단련 날은 죽었다고 봐야 했다.

교관이 똑같은 레퍼토리로 외치는 것을 본 존이 욕지거리를 날렸다.

그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교관은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찬물을 뿌렸다. 물을 맞아 시원해졌지만, 옷에 물이 들어가며 더욱 달리기 힘들어졌다.

시작부터 상의를 벗는 이들도 많았다. 교관들은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터치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달리고 나서는 30분 남짓 꿀잠을 잘 수 있었다. 3분, 아니, 눕자마자 바로 코를 고는 이들이 많았다.

야지에서 그냥 드러누워서 잠을 청했다.

연합 예비군의 주둔지는 테라 곳곳에 자리잡혔고, 이 때문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행스러운 일은 시설 관리를 장병들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대한 대한민국 육군이 들었으면 두 눈알이 튀어나왔을 터다.

낮잠을 자고 나서는 바로 밥부터 입에 들어갔다. 고기를 신나게 뜯었다. 건강한 신체를 만들려면 밥이 중요했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교훈이었지만 위대한 대한민국 육군은 그렇지 못했다. 생계형 비리를 저지르기 바빴다. 그들은 항상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인 1닭은 너무 지겨운데.”

“인정~ 여기는 왜 이렇게 닭을 좋아하는 거야? 난 소고기가 좋은데.”

배부른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이 이를 봤다면 뒤로 넘어갔을 터였다. 감히 병사 따위에게 1인 1닭을 허락하다니.

간부와 장병은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나며, 그 계급은 지엄한 것이거늘!

자기 집의 빨래도 하고, 자기 집의 와이프의 명령도 들어야 하는 머슴이 바로 육군 병사들이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연합 예비군의 비상근 예비군은 그야말로 꿀을 빨고 있었다.

훈련만 하면 끝이고, 퇴근까지 존재했다. 또 매일 같이 출근하는 게 아니라 주말에만 훈련하는 병사도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병사 체계였지만, 확실하게 시민들을 무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방법이기도 했다.

존은 그중에서도 아티팩트나 무기를 다루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이건 테라의 제식 병기 중의 하나인 화력 창이다.”

화력 창(Firepower spear).

부채꼴로 압도적인 불꽃을 투사하는 화력 창은 남자의 로망이나 다름없었다.

존은 천군만마를 등에 업은 것처럼 용맹한 병사가 되어서 훈련에 임했다.

화아아아악!

매일 화력 창 훈련이 기대가 될 정도였다. 또 그렇게 흥미를 느낀 만큼 빠르게 숙련되어 갔다.

정확한 사거리를 가늠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화력을 3단계로 조율하여 정확하게 타깃만 노리는 묘기와도 같은 기술을 단번에 익히기도 했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론은 그 누구보다도 빨리 화력 창 자격증 3급, 2급, 1급을 1개월 단위로 후다닥 해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존도 젬병인 것이 있었다.

아니, 사실 모든 병사가 곤욕을 치른 것이 있었다.

그건 그가 신제국에 살아서 그렇기도 했다.

신제국은 총기의 단가를 최대한 낮추기를 원했고, 이 때문에 소총이 아니라 연발 권총을 개발하게 됐다.

그게 글록 17이다. 교전 거리는 고작 15m에 불과하지만, 무려 33발들이 확장 탄창을 사용하는 무식한 놈이었다.

드르륵!

“제기랄!”

분당 1,200발에 달하는 권총은 정말 눈 깜짝하면 다 소비된다. 이런 연발 상태로 최대한 많은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이 ‘권총 자격증’ 시험이었다.

안 그래도 명중률이 높지 않고 그냥 간지만 나는 권총이라 말 그대로 ‘운’을 테스트하는 것과 같았다.

이 때문에 ‘스프레드 기법’이라는 노하우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그냥 흩뿌려서 최대한 변수를 창출하는 일이었다.

그전에는 없는 명중률을 높이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운 위에 올라탄다는 식이다.

비상근 예비군은 종종 공병 훈련도 하기도 했다.

말이 공병 훈련이지 사실상 공공도로나 공공하수도를 보수하는 일을 맡았다. 약간의 전문 지식을 교육받기도 했지만, 그냥 대민지원과 다를 바가 없었다.

테라는 시골도 잘 발전이 되어있어서 대민지원을 나갈 곳이 많았다.

농업 골렘과 목축 골렘 그리고 소형 골렘의 압도적인 생산 덕분에 가능했으며, 지금은 전력을 통해서 전기 농기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농장의 기업화라기보다는 마을의 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마을 자체가 기업이 되어서 대규모로 농업에 종사하기 시작했으며, 목축에도 본격적으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 * *

그 뒤로 반년 뒤에 상근 예비군(Full-time Reserve forces)이 도입되었다.

굉장히 오래 걸렸는데, 테라 차원은 아직 연합 예비군 소속의 비상근 예비군을 정상화시키는 데도 힘에 부쳤기 때문이다.

태양 차원에 유입되는 자원이 워낙 많아서다.

그 자원에는 인적자원도 있었기에 비상근 예비군이 자리를 잡기까지 반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상근 예비군은 시즌제로 운영될 것이며 1년에 120일의 복무 기간을 가지게 된다.

월급은 수준과 근속에 따라서 은화 3닢에서 은화 15닢으로 천차만별이었다.

이들은 빠르게 자리를 잡은 건 아니었다.

기존 모병 된 군인들의 자리에 윤활유를 칠해 주는 역할이었기에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며, 매우 혁신적이라고 여겨졌다.

군대는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지휘관들도 이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상근 예비군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서 많은 혼선을 빚었다.

그 속에서 드낙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데스 스타를 방문한 상태다.

파동으로 이동하여 우주 공간에 홀로 있는 데스 스타를 순시했다.

세 개의 고리는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중력 마법도 사람을 든든하게 붙잡아 뒀다. 산소 또한 바람 마법을 통해서 알아서 잘 생산되었다.

‘이건 과학보다도 대단한 일이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건 아니다. 마력을 통해서 공기를 생산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편의성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식량 또한 구황작물 위주로 보급되고 있었다. 고기의 경우 공간이동 마법을 통해서 충분히 보급 가능했다. 수분을 쫙 뺀 고기라서 먹는 게 힘들었지만, 우주에서는 감지덕지다.

‘욕심이 난다.’

지렁이가 가득 든 단지처럼 욕심이 득실거렸다.

“데스 스타도 완성됐으니, 우주에 조금 더 투자하고 싶은데.”

“이미 과잉 전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생각입니까?”

“태양 차원에서 골드 러시가 시작되지 않았느냐. 태양 축적의 권능을 통해서 얼마든지 우주 공간에 필멸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

반대에도 드낙은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그만큼 우주에 집착하는 까닭은 당연히 테라의 수호를 위해서였다.

‘우주 전함은 못 참지.’

테라 행성 주위를 돌면서 행성 타격을 통해서 적을 멸하고, 우주에 나타난 놈들을 멸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침공 시나리오대로, 테라에 상륙하는 순간부터 테라는 큰 손해를 본다.’

그렇다면 행성 밖으로 밀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테라에 차원 이동이나 항해의 도착지로 설정할 수 없도록 마법적 방벽을 두껍게 만든다. 그러면 적어도 내륙에는 상륙하지 못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우주 전력이 필요했다.

“악마의 요람을 1년에 한 대는 만들도록 하겠다.”

제1 악마의 요람 가비노(Gabino).

가비노는 세파리아스가 가지고 있으며, 현재 테라 차원에 없었다. 오래 전에 태양 차원으로 갔다. 신제국의 역량이 얼마나 많이 태양 차원에 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침공에 진심이지.’

세파리아스는 검이다. 신제국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취약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신제국을 공격하지 않는다.

신제국은 결국 밖으로 향하는 검일 뿐이다. 내부에 칼 부리를 절대 들이대지 않는다.

‘그들의 이데올로기는 인류 해방.’

테라가 인간을 받아들이는 이상, 신제국은 끝없이 팽창할 것이다. 그리고 팽창하면 할수록 더더욱 테라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될 터다.

종국에는 세파리아스 또한 테라에 오지 못하는 날이 많아질 터였다.

‘신제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허나… 1년에 악마의 요람을 만드는 건 초월자께서도 힘든 일이 아닙니까.”

“유그드라실.”

드낙이 항상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세계수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게 바로 드낙의 스마트한 방식이다.

‘세계수가 권속 악마가 아니어야만 한다는 법은 없지.’

성장형 아이템처럼, 악마의 요람을 성장형 요새로 만들 생각이었다.

드낙은 이를 위해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항공모함을 만드는 데도 많은 부지가 필요하다.’

하물며 악마의 요람은 더 대단하다.

‘데스 스타를 만들었던 공장을 재활용한다.’

공장 부지를 개수하여 ‘악마의 요람 생산시설’로 만들 생각을 가졌다.

드낙이 파동으로 변했다.

미립자의 세계를 통해서 순식간에 데스 스타를 건조한 이후로 생산을 중단한 지대에 도착했다.

그곳은 상위국의 북쪽에 위치해 있었다.

‘시작해 볼까.’

드낙이 손을 싹싹 비볐다. 그의 뒤에 공장을 찾아오는 행렬이 끝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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