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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202화 (1,200/1,239)

1202화

* * *

드낙은 자신과 같은 현대인이 이 세계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예비군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일단 다양한 예비군의 형태를 살피도록 명령했다.

동시에 드낙 또한 여러 가지 예비군 시스템을 살폈다. 당연하게도 그중에는 둔전(屯田) 또한 생각됐다.

‘병사지만 사실은 농사를 짓는 거야.’

장병들이 이를 봤다면 드낙을 찢어 죽이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성들의 항문을 빠는 육군은 입을 다물 터였다.

실제로도 그들은 병사지만 노예 노릇을 하지 않는가? 그건 고쳐져야 할 문제였다.

‘둔전제는 기존의 병사들을 농사짓게 만드는 건데, 이건 썩 효율이 높지는 않아.’

조조가 들었다면 바로 반박했겠지만, 드낙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테라와 태양 차원 모두 식량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병사들이 둔전을 해서 얻는 소득이 적은 셈이다. 이미 다른 쟁쟁한 식량 생산 지점과 경쟁을 해야 했다. 어려운 일이었다.

‘차라리 공익처럼 산업을 담당하도록 만들어?’

드낙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자꾸 딴 길로 새네. 이건 병사를 생산성 있게 만드는 거잖아.’

그게 예비군일 리가 없었다.

짝! 짝! 짝!

싸대기를 세 번 때린 드낙은 정신을 차리고 예비군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하기가 싫어졌다.

‘내가 왜 생각을 해야 해?’

남들이 해줄 텐데 굳이 자신이 할 필요가 없었다.

‘해줘.’

드낙은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 들었다. 순식간에 게임 속 세계로 빠져들어 갔다.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최대한 빨리 광인터넷 기술을 상용화시켜야 하는데.’

사람끼리 해야 특히 더 재밌게 마련이다.

시간은 바르게 흘렀고, 예비군에 대한 첫 회의가 열렸다.

그사이에 드낙이 한 것이라곤 게임 몇 개를 클리어한 것이 전부였다. 디지털 세상을 구했지만, 그 누구도 이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현실은 그만큼 혹독했다.

다만 지금까지 이룩한 업적이 많았기에 드낙에게 대놓고 뭐라 하는 이들은 없었다. 세파리아스만 눈총을 줬지만, 눈치 따위로 드낙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드낙은 수많은 모욕을 받으며 현대인의 삶을 살아왔기에 눈치로 무너질 정도가 아니다.

“자~ 시작하자~!”

드낙이 크게 외치자 화상 채널이 켜졌다. 다만 이미 모두 이야기가 된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드높였다.

‘담합이군!’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배자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편하기도 했다.

편한 길로 간다면 발전은 있을 수 없었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여기에 있는 이들 모두 전쟁의 시대를 겪은 자들이며, 엘리트였다. 철인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이 궁리해서 내놓은 답변이다.

“새로운 기관을 설립한다.”

세파리아스가 단언했다.

“모든 세력이 등록될 것이며, 테라의 외적 침공을 대비하는 연합 예비군이다.”

연합 예비군(Union Reserve forces).

듣기만 해도 제대로 된 단체명은 아닌 것 같았다.

‘뉴스에서 UN이 하는 꼴을 봤지.’

중국 자본에 헬렐레해서는 어찌나 그렇게 돈맛을 잘 아는지, 역시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당장 평범한 사람이라도 로또에 환장하는 것과 같았다. 우리 모두 은근히 권력을 탐하게 마련이다.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드낙은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예비군은 몇 명이나 하려고?”

“예비군을 둘로 나눌 생각이다. 그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상근 예비군(Full-time Reserve forces).

비상근 예비군(Part-time Reserve forces).

이렇게 둘로 구분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풀 타임과 파트 타임이라…….”

‘아메리칸 식이군.’

한글로 하면 미국식이란 소리다.

“비상근 예비군은 주말 전사(Weekend warrior)로 가장 훈련도가 낮은 이들이다. 그들은 말 그대로 주말에 나와서 1박 2일 동안 훈련을 진행한다.”

4주에 8일이다. 1년을 주기로 생각한다면 52주. 104일의 훈련 기간을 지니게 된다.

‘상당히 많은 기간이다.’

“주말을 반납할까?”

드낙이 근본적인 의문을 내뱉었다. 세상 살아가다 보면 주말에 쉬기 위해서 평일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주말을 반납한다?

‘애가 셋이면 몰라.’

그 정도로 열심히 일할 남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비상근 예비군은 신 황제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주말 전사입니다. 그들은 전쟁 상황에서나 차출되어 전쟁터로 향하게 됩니다. 그전에는 생업에 종사하면서 주말마다 훈련을 받는 것이지요.”

“104일은 많아도 너무 많은데.”

드낙은 그게 제대로 지켜질 것 같지 않았다. 52주 주기로 매일 같이 성실하게 일만 하다가는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다.

“돈으로 해결할 생각인가? 그건 더더욱 아니겠지?”

급여가 좋다고 볼 수도 없었다. 비상근 예비군 따위에게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도 그런 짓은 안 한다.

“아닙니다. 최대 104일이 가능하고, 실제로는 그보다 적게 운용할 생각입니다. 의무적으로 50일은 받아야 하고, 그 이상은 병사와 연합 예비군의 상황에 따라서 집행할 예정입니다.”

말 그대로 아르바이트 군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1년에 50일 이상이면 정말 많이 훈련하는 것이다.

‘충분하다.’

드낙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한국인 출신이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동시에 드낙 님께서 추진하셨던 내정 정책인 ‘자격증’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자격증 시스템을 여기에 도입한다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예. 1년에 1번 갱신해야 하며, 그때마다 성적과 데이터가 상세하게 기록됩니다. 이를 통해서 병사의 전투력 수준을 보다 면밀하게 살필 수 있고, 전투력에 따라 병사들의 등급을 나누어서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둔 등급은?”

“병장, 상병, 일병, 이등병의 4등급입니다.”

“급여의 차이도 있겠네.”

“예.”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이를 통해서 인력을 싸게 굴릴 수 있고, 고평가 인력은 비싸게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격증 시스템은 다양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자격증을 얻는 데 드는 비용은 하루 훈련하는 것처럼 확실하게 비용을 내줄 생각입니다.”

택시비만 내어주고 끝낼 생각은 없었다.

‘우리나라 예비군들도 혹하겠는걸?’

드낙이 사단장 같은 생각을 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일당으로 지급할 것이며, 병장 계급의 비상근 예비군은 하루에 20닢. 상병은 15닢. 일병은 5닢. 이등병은 2닢을 받게 됩니다.”

이등병은 그냥 짐승 대접이다.

“50일 기준으로 각각 계급별로 은화 10닢, 7.5닢, 2.5닢, 1닢을 소모하게 될 겁니다.”

100일을 꽉꽉 채운다면 그 두 배는 가져가게 될 터였다.

“일병이나 이등병 계급의 병사들은 기를 쓰고 상병이나 병장이 되고 싶어 하겠어.”

“그게 바로 저희가 의도한 바입니다. 최대한 빨리 훈련에 열의를 보이게 하여 자격증 취득을 도와서 숙련된 병사가 되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돈을 더 버는 길이 있는데 안 한다? 그건 그냥 생각이 없는 거고, 주말 전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없는 놈이다.

이등병으로 남아도 싼값에 저급 인력을 구매하는 방법이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비상근 예비군을 통해서 최대한 많은 병사를 육성하여 경험을 축적시키면서 테라를 언제든지 수호할 수 있는 예비군으로 삼는 것이 저희의 비상근 예비군 창설의 목적이며, 시민을 징집할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젊은이들이 돈을 벌기 위한 좋은 수단이기도 했다.

“그들은 연애하기 바쁘지만, 주머니가 얇기도 합니다.”

그들을 가로챌 수 있다. 주말에는 돈을 벌고, 평일에는 적게 일하며 자기들만의 라이프를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했다. 또 모든 주말을 헌납하는 것도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군사훈련을 받은 지성 종족을 배출하는 데에는 비상근 예비군 시스템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비상근 예비군은 10년 만기제대가 가능하며, 10년 만기 제대했을 시, 60세 때 연금 또한 지급해 줄 생각입니다.”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화로 따지면 약 30만 원 정도인가.’

세월을 좀 바치기는 해도 나쁘지 않은 연금이었다. 특히 돈을 내지 않아도 받을 수 있다는 것에서 플러스 요인이다. 다른 연금과 조합한다면 노후가 제법 편안할 터였다.

“상근 예비군(Full-time Reserve forces)은 아직 조정 중입니다.”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좋다. 일단 비상근 예비군을 시행하고, 또 상근 예비군도 창설되는 것도 널리 퍼뜨려라.”

“예!”

테라에 대대적인 공표가 이루어졌다.

신문과 뉴스. 수많은 이야기꾼까지 돈을 받아먹고 연합 예비군 창설에 대해서 떠들어대었다.

언론이 유도하자 대중들은 금방 연합 예비군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많은 프로파간다도 이루어졌다.

악마들에 대한 강력한 프로파간다는 연일 다루어졌으며, 온갖 악독한 정보가 퍼졌다.

실제로 악마들이 하지 않은 것을 날조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그들은 입이 있었지만, 테라에서 발언할 수 없었다.

나타난다면 그저 죽임을 당할 뿐이다.

“30년 전에는 악마들이 여섯 날 난 아이를 납치하였고 수많은 용감한 이들이 어린아이들에 대한 성욕을 지닌 악마들에게 대항했으나, 힘이 없어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제는 연합 예비군에 청년과 처녀가 나서서…….”

특히 잘 통한 것이 그들을 페도필리아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분개했으며, 연합 예비군에 가입하고 싶어 했다.

“탈락!”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이 가입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테라의 인구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증했다. 반면 연합 예비군에게 할당된 세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 대륙인을 예비군으로 만들 돈이 없었다.

“한국 징병 데이터가 어떻게 되었더라?”

드낙이 자료를 뒤져봤다. 그리고 절로 눈이 좁혀졌다.

‘미필률.’

군필이 아니라 빤스런을 친 놈들을 뜻한다.

40년생 38.5%

50년생 33.8%

60년생 30.5%

70년생 18.3%

40~60년대생은 그야말로 꿀을 빨았다고 할 수 있다. 70년대생부터는 반토막이 났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미필률이었다.

2020년은? 91%였으며, 공익 포함 징병률은 95%에 달한다. 미필은 5%에 불과했다.

‘이게 나라구나.’

웅장했다.

애국심이 가루로 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남자란 남자는 죄다 군사교육을 받는 셈이었다. 전투력이 상당하다고 봐도 좋다.

만약 테라가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악마 침공은 일도 아닐 터다.

‘문제는 결국 예산이지.’

하지만 테라는 최저임금은 챙겨줘야 한다. 드낙이 법 관련해서 이래라저래라 떠들어대며 소시민적 발언을 많이 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비상근 예비군에 들어서는 인구 비율은 10%도 안 됐다.

‘시작이 10%라고 위안을 삼아야 할지, 돈이 없다고 징징대야 할지 모르겠네.’

차근차근 확장될 것이기에 드낙은 크게 불만을 품지 않았다.

비상근 예비군의 첫 기수는 대부분이 10대~20대였다. 그들은 당당하게 주말 전사가 되었으며, 훈련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잘 나가!”

누구보다 먼저 군사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했다. 또한, 이들은 일급을 받자마자 펑펑 써대기 바빴다.

“어, 오빠야. 레스토랑에서 고기 썰러 가자.”

“야! 나와! 오늘은 치킨이다!”

철철 흐르는 젊음을 발산하기 바빴다.

모텔의 수익금이 상상 이상으로 커지기도 했다. 돈은 돌고 돌며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켰다.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드낙이 웃었다.

“이게 창조 경제지.”

‘역시 직접 소비하는 이들에게 돈을 내어주는 것이 옳다.’

드낙은 소비 주도 경제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았다.

젊은 층에 돈이 들어가니 그들은 단 한 푼도 저금하지 않고 미친 듯이 써대고 있었다. 여행도 가야 하고 맛집도 가야 하고, 옷도 유행을 따라가야 했으며 머리 스타일도 관리해야 했다.

수많은 취미도 한몫했다. 다양한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옛날 생각난다.’

드낙은 현대인 시절을 떠올렸다.

자신이 젊었을 적에는 인생이 처참했다.

돈 한 푼 안 주는 인생이기도 했다.

‘안주 없이 소주를 숟가락으로 떠먹으면서 빨리 취하는 법을 배웠었지.’

그때는 그랬다. 누구나 취하고 싶은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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