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3화
데스 스타의 고리는 세 종류.
하나는 헤일로 고리. 방어 마법을 때려 박는 구리로 만들어진 고리가 될 것이다. 그 길이와 너비는 엄청난 규모였다.
코퍼 만티코어를 통해서 구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채택했다. 내구력은 낮았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둘은 메인 고리.
그곳에서는 농사를 지을 생각이며, 온실 형태로 만들 생각이다. 중력 마법이 스며들 수 있도록 흙 단층 아래 구리 단층을 만들어 관리해야 했다.
계획은 구리지만, 철이 사용될지도 몰랐다. 혹은 플라스틱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여겨졌다.
메인 고리에 접근하는 운석 따위는 데스 스타가 마법 포격을 통해서 요격하면 될 일이었다.
‘고사머 고리.’
그곳에는 무조건 특별한 것을 집어넣을 생각을 했다.
‘관광용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지만, 그건 오버다.’
무리해서 우주로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돈 때문에 마력 자원을 쓸데없이 소모하는 건 아쉬운 일이다.
‘돈은 부족하지 않으니까.’
경제는 여전히 활황이며,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으며, 식량 또한 끝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테라의 식량 시장은 소위 상품성이 없다고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 같은 것도 없다.
못생겼든 잘생겼든 똑같이 무게를 통해서 판매하는 식이다.
자연스러운 건 그런 것이다.
오히려 잘생긴 식물만 있다면 어색했을 것이다.
숲은 무질서하게 보이게 마련이고, 사람이 꾸민 정원은 깔끔하게 마련이다.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테라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테라에서 보면 반짝반짝 빛이 나게끔 하고 싶기도 하다.’
허나 그마저도 어렵다.
달의 지름이 3,474.8km 정도다. 반면 데스 스타는 160km이며 테라의 공전 궤도에 있다고 해도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달보다 한참 작을 수밖에 없었다.
테라에 사는 이들이 데스 스타를 보고 기분이 좋다고 외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런 특별한 용도로 고리를 만드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
‘유지비는 들겠지만, 상위 권속 악마를 탄생시킨다.’
그 상위 권속 악마는 ‘레우치터 카피 데몬’이다.
직관적인 이름이다.
‘원시 주술로 태어나는 레우치터는 고대종이지.’
그런 위험한 것을 사용하는 건 꺼림칙한 일이다.
당장 드낙이 소유한 레우치터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평범하지 않아서였다.
‘이놈을 벤치마킹한다.’
유기물을 먹어야 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당연히 ‘그림자 은폐’였다.
‘데스 스타는 크다.’
지름만 160km로 예정되어 있다. 서울특별시 4~5개가 들어갈 정도다. 이런 거대한 표적을 숨기는 건 중요한 일이다.
고사머 고리는 그림자 은폐를 통해서 데스 스타를 은폐하는 용도로 쓰이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덮으려면 정말 엄청난 소모가 일어나겠지만, 평상시에는 덮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동면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 * *
그렇게 해서 데스 스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제작은 이름 모를 야지에서 이루어졌으며, 건축까지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테라에 속한 모든 세력이 동시에 참여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중에는 일찍 결혼해서 벌써 애가 둘인 아니발 불파겐(Anibal Bulpagen)이 건축가로서 뒤늦게 참가하기도 했다. 올해로 나이가 23살이었다.
“잘 지냈냐?”
“예, 불러줘서 고~맙습니다.”
“네가 건축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잘한 것 같네.”
드낙의 그 말에 아니발이 크게 웃었다.
드낙의 자식은 벌써 3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하나하나 관심을 주기에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자주 모여서 근황 토크를 나눈다.
이곳에 오게 된 것도 모두 그 덕분이었다.
“열심히 해라. 데스 스타의 구조에 대해서 특히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드낙의 경박한 단어에 아니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재빨리 내렸다.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되어서였다.
“데스 스타를 저에게 맡기려고 하십니까?”
“너에게 모든 걸 맡기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일부는 맡길 생각이다. 데스 스타에 믿을 만한 건축가 한 명은 있어야지.”
전투에 대한 재능이 없는 아니발은 일찌감치 예술의 길에 들어섰지만, 그곳에서도 내쳐졌다. 재능이 없어서였다.
운동도, 예술도 무엇도 안 돼서 행정을 준비했지만, 그마저도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말단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재능이고, 위로 올라서면 남에게 피해를 끼치다가 목이 잘리는 재능이었다.
아니발은 이 분야, 저 분야를 떠돌아다녔었다. 그러다가 겨우 정착한 곳이 건축설계였다. 그곳에서 아니발은 그나마 수재 끄트머리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는 실망하지 않았고, 그래도 남들보다는 잘난 실력에 감사하며 근면, 성실하게 건축가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건축설계도 많은 이들이 할 수 없는 일이지.’
경쟁을 통해서 선택받은 이들만 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건축 설계자가 된다면 어떻게 건물을 지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가 그 자리를 꿰차면 다른 사람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 했다.
드낙의 자식들은 하나같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부패한 이들을 드낙이 처단할 때부터 이는 결정된 사안이나 다름없었다. 한량처럼 살고 싶어도 직업은 가지고 있어야 했다.
“뭐라도 해라. 그렇지 않으면 돈을 주지 않겠다.”
그게 드낙이 세운 가훈이었다. 가훈이라기엔 그냥 뺨을 때리는 것 같은 명령이었지만 그들의 자식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
정말 재능이 없는 자식 중 하나는 해안가에서 배를 사들여서 이를 빌려주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왕가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노동 수익과 기본으로 주어지는 왕자로서의 돈을 사용해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드낙은 이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근데, 저 혼자서는 데스 스타를 관리하지 못합니다. 설계도를 모두 확인한 건 아니지만, 장난이 아닙니다.”
아니발 불파겐이 책임지는 걸 두려워했다.
“데스 스타는 복잡하다. 너 혼자서는 데스 스타를 유지할 수 없겠지만 많은 건축가를 곁에 두게 해주마.”
“관리하라는 소리입니까?”
“데스 스타가 남의 손에 들어가서 테라를 노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
아니발은 고심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반마로서의 길이 열릴 것 같았다.
‘영생을 누리는데, 일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드낙의 자식들. 수많은 이들이 노력하는 이유는 괜한 게 아니다.
우상을 위한 제단 하나는 반마를 하나 생산할 수 있었다. 시간과 노력, 바쳐지는 제물의 양에 따라 기간이 달라지지만 반영구적이었다.
그 덕에 많은 이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며 반마의 격에 올라서고 싶어 한다.
신제국만 예외였다. 그들은 세파리아스를 통해서 반신의 격에 올라서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인재는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실력이 있는 이들을 반마나 반신으로 만드는 작업은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열심히 해봐.”
“예!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빠릿빠릿하게 대답했다. 아니발은 아직 반마가 아니다.
* * *
드낙은 아니발에게 맡기고 데스 스타 프로젝트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곳에 아니발이 들어선다.
그는 총책임자는 아니었고, 그보다 연륜이 많은 건축가도 많았다.
아니발은 그들에게서 많은 조언을 받으며 데스 스타의 설계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설계도는 대충 그려져 있었고, 이를 상세하게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어디까지 진행되었나?”
“왕자님. 일단 중심부는 완성되어 있습니다.”
“1층부터가 아니라 중심부부터?”
“타원 형태의 건축물이어서 기존의 건물과는 아주 다릅니다. 저희는 성 두 개를 합친 것처럼 여기고 만들 생각입니다.”
“그럼 양쪽 끝에 지배자의 집무실이 있나?”
“…성에 있는 모든 걸 그대로 옮길 생각은 없습니다. 안전상의 문제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다.”
아니발이 설계도를 훑었다. 대단히 복잡하지는 않았다. 텅텅 빈 곳이 많았다. 다만 핵심적인 곳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장 중심에 있는 곳은 ‘황금 방’이다.
“상당한 크기의 방이다. 여기가 태양 축적의 권능이 쓰이는 곳인가?”
“예.”
드낙의 태양 축적의 권능은 황금이 최소 5t은 필요하다. 악마였기에 인신처럼 효율적이지 못했다.
“몇t이나 들어갈 생각이지?”
그 규모가 숫자로 적혀져 있었지만, 황금의 덩치는 제대로 ‘계측’되지 못했다.
이에 나이 든 건축가가 진실을 말해 줬다.
“저희는 최소 1만t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금 1만t?”
“그마저도 적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예비 황금 방을 만들어야 하고요.”
“예비 황금 방?”
“설계대로 했음에도 계산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넉넉하게 동력원을 가지자는 것입니다. 전기는 쓰는 사람 마음대로 아닙니까. 물 쓰듯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음…….”
그럴듯한 소리였다. 이에 아니발은 자신의 의견도 내비쳤다.
“데스 스타가 전투에 들어가게 된다면 더욱 전력을 많이 쓰지 않겠는가? 필요 이상의 전력을 확보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대한민국이 약 100t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황금량이었다.
“…근데 그걸 구할 수는 있는 건가?”
“초월자께서 힘을 써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비 황금 방에는 몇t이나 들어가나?”
“똑같은 양이 들어갑니다.”
그걸 예비라고 할 수 있을까? 황당한 논리였지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비난할 이유가 없었다. 전력 부족이 될 바에는 그냥 많은 게 좋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것이 드낙이 추진하는 ‘전기비 하락’ 정책을 갉아먹는 쥐새끼가 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특히 대한민국에 사는 이들은 분명 납득할 것이다. 군 비리를 생계형이라고 으뜸으로 쳐주지 않는가? 데스 스타의 황금 방은 그에 비하면 선녀나 다름없다.
충분히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다.
“포문. 포문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예, 운석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주 낙원의 정보에 의하면 큰 운석은 대단히 커서 궤도를 바꾸는 것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든다고 합니다.”
단순한 방법으로는 우주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지구의 중력이 도와주거나 오존층이 있어야 했는데, 데스 스타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데스 스타 계획서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포문’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간이동 마법은 지랄맞습니다. 질량 무기를 운반하는 데 많은 마력이 듭니다.”
“그렇다고 차원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가 아니면 차원 마법 문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미국의 나사처럼 막대한 돈을 우주에 쏟아붓듯이 해야 했다. 오히려 경제가 많이 커지지 못한 테라로서는 더욱 힘든 일이다.
데스 스타는 분명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 차원 문까지 설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가뜩이나 우주는 자급자족하기 어려운 곳이다.
다양한 ‘생존 주문’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차원 문 유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테라에서 유지를 하면 되겠지만, 그것 또한 힘든 일이다. 차원 문 관리를 하는 것도 귀찮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드워프들의 강철의 탑에서 사용하는 ‘불벼락 망치’는 데스 스타에서도 사용할 법하지 않나?”
“조예가 대단하십니다.”
불벼락 망치. 궤도 타격을 위해 제작한 질량 무기 중 하나였다.
길이는 12m에 달하며 망치 부분의 너비는 55m에 달한다. 중량은 101,000kg이다. 무지막지한 무기였다.
“사실 마법 불꽃과 벼락을 흩뿌리고, 지진을 유도하는 불벼락 망치는 데스 스타의 방위에는 큰 도움이 안 됩니다. 다만 그와 비슷한 것을 새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준비는 하고 있나? 이게 맞춰져야 포문이 알맞게 준비되지 않겠나.”
무엇이 자리 잡을지 모르는 데에 포문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럼 포문이 자리 잡을 곳을 제외하고 당장 필요한 건 뭡니까?”
“마력 보관소입니다. 데스 스타에는 마력을 부여할 수 있는 인재들이 가득 들어찰 겁니다. 그 숫자만큼 마력을 보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에 대한 아이디어 또한 필요했다.
“흠…….”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제는 드낙이 데스 스타의 형태만 말해 주고 그냥 물러난 것에 있었다.
‘망했다. 이걸 언제 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