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192화 (1,190/1,239)

1192화

* * *

그날부터 변종 삼위 악마들은 공부를 시작했다.

수많은 것을 탐독했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도 스스럼없이 했다.

일단은 공을 세우는 것보다 해결책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시험이다. 너희도 알다시피, 여기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지 못한다면 드낙 님께서는 새로운 지도자를 만드실 것이다.”

권속 악마를 통솔하는 새로운 권속 악마를 탄생시킬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윈터헬의 권력은 분산된다. 대한민국의 권력을 삼등분하는 국가 체계가 네 개가 된다면 당연히 권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예산 또한 분산될 것이다.

윈터헬이 당장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구도만 바뀌는 탓이다.

이를 생각한다면 세 명이 머리를 맞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드낙이 직접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100번 잘해 봤자 1번 잘못하면 끝이다.’

드낙으로부터 권력이 내려오기 때문에 지금 잘하는 것이 중요했다.

“물약과 관련된 권속 악마는 어때?”

“그게 하급 권속 악마로 되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여러 가지로 나누면 되겠지.”

재료 하나를 토해내는 하급 권속 악마를 여럿 두는 것이다.

“여럿 두는 것부터 이미 잘못되었어. 번거로우니까. 그리고 그렇게 한다고 한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해.”

그 말을 게페락스가 받았다.

“악마 세계는 이차원에 자리를 잡는다고 하셨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없다면 만들어야지. 우주라는 곳에서 행성 자원을 가져와서 자리 잡게 하면 될 것 아닌가.”

미친 소리였지만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무조건 맨땅에서 시작하라는 법은 없다.”

“드낙 님이시라면 가능할 것도 하다.”

운석 따위를 이차원에 여럿을 둔다면, 그곳을 기반으로 삼을 수 있었다.

‘가장 쉬운 일이다.’

드낙이 일을 해야겠지만, 그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럼 운석을 제1 계획으로 삼겠다.”

반론은 없었다.

운석을 통해서 식물을 생장시키고, 이를 통해서 하급 권속 악마를 유지하는 계획은 금방 자리 잡았다.

가장 계획서를 만들기 쉬운 계획이 바로 운석 계획이다.

쿵!

그다음에 또 머리를 맞댔다. 이번에는 게페락스가 의견을 냈다.

“빅데몬 프로젝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미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만큼 쉬운 길도 없었다.

“크아아앙!”

흰여우 세린이 괴물 같은 시늉을 했다.

“아직도 그 짐승 같은 놈들에게 미련이 있는 거야?”

“질량은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게페락스가 세린의 말에 적극 반론을 제기했다.

흰여우 세린과 그녀의 권속 악마들은 물약을 통해서 내정으로나 전투에서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열등감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빅데몬을 통해서 유지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빅데몬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악마 세계도 확장할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하자는 거네.”

손바닥 뒤집기다.

포식자라고 할 수 있는 빅데몬이 오히려 악마 세계의 가장 밑바닥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배설물부터, 각질 따위를 크게 생산하고 이를 먹는 하급 권속 악마를 통해서 악마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오히려 드낙도 좋아할 것 같았다.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있는 것을 이용했지만, 오히려 재활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점 요소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빅데몬 제2 계획 또한 쉽게 계획서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마지막은 그래도 뭔가 창조적인 걸 생각해야겠지.”

“드낙 님께서 가지고 계신 권능인 태양 축적의 권능을 사용함이 어떤가?”

황금 5t의 구체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를 말하자 다른 두 명이 그럴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양 빛을 끝없이 내뿜는 권능 아닌가.”

“황금 5t의 구조물이 있어야 하지만 능히 가능한 일이지.”

개인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한 차원의 지배자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결국 식물인가.”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태양을 먹는 식물 제3 계획이 자리 잡았다. 다만 그래도 창조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궁리에 궁리하다가 그들은 생명의 근원인 ‘물’을 생각해냈다.

“이차원은 온도가 낮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원 다리 곳곳에는 거대한 석상과 횃불이 타오르고 있으며, 동상에서는 열기를 내뿜는다.

우주 환경은 아니었지만, 이차원도 충분히 열악한 환경이다.

“얼음층이 되겠지.”

“물이라… 나쁜 생각은 아닌데…….”

애매했다. 그 물도 무한한 것이 아니다.

“반영구적이라고 해도 미리 많이 놔둔다면 상관없지. 막말로 수만km의 얼음은 반영구적이지만 반대로 영구적이라고 할 만하지. 결국 테라를 지키는 악마 세계가 아닌가?”

“흠. 하지만 드낙 님께서는 그런 걸 원하지 않으신데…….”

“마법을 통해서 능히 물을 생산할 수 있지 않나.”

그들은 그대로 이를 올렸다.

그렇게 준비한 계획서는 네 개가 됐다.

* * *

운석 제1 계획

빅데몬 제2 계획

태양 먹는 식물 제3 계획

얼음 제4 계획

드낙은 이 계획서를 모두 꼼꼼하게 훑어봤다. 하지만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운석은… 이걸 나보고 하라고 만들어 놨냐? 테라 차원에서 다시 이차원으로 운석을 가져와야 하는 일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번거로운 일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드낙은 운석을 운반하는 일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냥 하기 싫었다.

“빅데몬 프로젝트는 이러려고 만든 게 아니다. 그리고 큰 놈이라 큰 유지비가 들 수밖에 없다. 불가능한 일이고, 가능하더라도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빅데몬 프로젝트는 악마의 권좌에 앉은 드낙이 연구하는 게 아니라 그의 권속 악마인 포낙서스가 하는 일이었다.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테라의 황금 매장량에는 한계가 있다. 악마 세계에 쓸 건 없다.”

태양 빛을 내뿜는 황금도 마찬가지다. 지성 종족의 전기비를 아끼게 하려고 만든 것이다.

그 위대한 것을 악마 세계 만드는 데 사용할 수는 없었다.

기업은 싸게 해주고, 국민의 뒤통수를 툭툭 때리는 누진세를 받았던 것이 드낙의 현대에서의 삶이었다. 더울 때 에어컨을 틀 수 있는 삶. 그게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

‘얼음이라…….’

드낙은 물을 이차원에 쏟아붓고, 얼음층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들었을 때, 머릿속에 벼락이 치는 줄 알았다.

바로 생각난 것이 ‘목성’이었다. 목성은 태양계의 행성 중 하나다. 그리고 목성 고리가 존재한다.

드낙은 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헤일로 고리.

메인 고리.

고사머 고리.

그렇게 세 개의 고리로 나뉘어 있는 게 목성이었다.

‘신기하다.’

목성의 고리는 그냥 고리 하나로 생각하는 현대인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랐다.

‘고리는 먼지로 이루어져 있다.’

고속력의 먼지는 목성의 표면을 긁으면서 새로운 먼지를 토해내게 만든다.

어찌 되었든 먼지로 이루어진 목성의 고리를 훑은 드낙은 그 먼지들이 바다의 플랑크톤 같다고 생각했다.

“어렵다, 어려워.”

드낙이 고민했다.

악마 세계는 단순한 게 아니다. 단순할 수가 없었다.

‘지구의 생태계처럼 복잡하지 않아도 생태계 같은 것을 구축해야 한다.’

“미생물 쪽으로 접근해 보자.”

“미생물… 말씀입니까?”

“그래. 이건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내 아까 했던 말을 철회해야겠다. 너희 덕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160km에 달하는 인공건축물을 건설할 생각이다.”

그 말을 하며 드낙이 툭 내뱉었다.

“내 악마 세계의 이름은 데스 스타가 될 것이다.”

길이 160km에 달하는 거대한 우주 요새를 만들 생각을 가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차원이 아니라 테라 근처에 세우도록 하겠다.”

“예!”

테라의 방위를 위해서라면 그게 더 적합해 보였다. 이차원에 숨기기보다는 테라의 곁에 머무는 것이 좋아 보였다.

당연하게도 데스 스타는 마법 요새가 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테라의 과학기술로는 만들 수 없어서다.

* * *

그날을 기점으로 테라에 데스 스타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설계도는 드낙이 순식간에 그려냈다.

드워프들을 비롯한 다양한 종족의 건축가들이 한데 모여 그 설계도를 지켜봤다.

“인공 행성처럼 보이도록 구체로 만든다. 운석 따위를 요격할 수 있도록 전방위를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

만화가가 그린 밑그림처럼 조잡했지만, 건축가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함선으로 친다면 포문이 많아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

“정확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포문이 5만 개는 있어야 합니다. 이것도 덩치에 비하면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법 포문 5만 개였다.

‘악마 세계를 단순히 권속 악마의 생태계로만 만들지 않겠다.’

더 발전된 악마 세계를 만들 생각을 하는 게 드낙이었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한다.”

“마력 충전만 가능하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굳이 하급 권속 악마를 둬서 서로 잡아먹게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마력이라는 늠름함 자원이 있습니다.”

“중급, 고급의 권속 악마만 있어도 능히 굴러갈 수 있습니다.”

다른 악마들은 하지 못할 길을 걸어가게 됐다.

“강력한 장갑으로 표면을 둘러야 합니다.”

“테라와 오고 갈 수 있도록 좌표를 공유하고, 공간이동 마법을 통해서 물자를 교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디 물자뿐입니까? 인력도 오고 갈 수 있도록 해야지요.”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렇게 무려 160km에 달하는 지름의 행성 요새 건축이 시작됐다. 드낙의 사비를 털어서 짓게 되었으며, 다양한 세력에서 ‘군사비’ 명목으로 지출됐다.

신제국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들은 타 차원 침략을 통해서 테라를 안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수비만 해서는 안 돼.’

태양 차원의 개발을 생각한다면 공격 또한 필요했다. 이를 위해 배려했다. 태양 식민지의 고기는 결국 테라에서 소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드낙은 그 막대한 고기 유통의 공세가 벌써 기다려졌다.

‘소고기 앞다릿살조차도 프리미엄을 얹어서 팔던 놈들 때문에 항상 나는 고기 없는 미역국을 먹었었지.’

어찌 되었건 데스 스타는 꾸준히 건설됐다.

어마어마한 건축물이었으며 마법 요새였다.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동시에 드낙은 ‘헤일로 고리’, ‘메인 고리’, ‘고사머 고리’라고 이름을 붙인 고리를 우주 공간에 미리 만들어 놓기 시작했다.

목성의 고리를 본뜬 것이다. 다만 그 용도와 구조는 모두 달랐다. 먼지가 아니라 전혀 다른 것으로 구성했다.

헤일로 고리는 ‘구리’로 이루어진 무지막지한 크기의 고리였다. 지름이 160km가 될 데스 스타에게 배치될 고리였다. 그 크기가 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구리로 된 헤일로 고리에는 다양한 방어 마법을 부여한다.’

최후의 방어인 셈이다.

덩치가 큰 데스 스타는 무엇보다 방어력이 좋아야 했다. 그 어떤 무기에도 버틸 수 있어야 하고, 여기에 앞서 수백 가지의 방어 마법을 통해서 상황마다 대처할 수 있어야 했다.

그게 바로 헤일로 고리의 역할이었다.

‘메인 고리.’

메인 고리는 흙으로 된 단층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식물을 기를 것이고, 이를 통해서 데스 스타를 조금 더 신비롭게 만들 생각이었다.

메인 고리는 또한 식물을 살 수 있게 온실 따위를 두를 생각이었다. 내부 관리를 위해서 흙 단층 아래에는 구리로 된 단층을 자리 잡아서 내구력을 든든하게 할 생각도 가졌다.

‘메인 고리는 농사를 짓는 곳이지.’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공간이동 마법으로 가져올 수는 없었다. 자체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

우주 공간에서 태양 빛을 오롯이 받으면 방사능에 큰일이 나기에 메인 고리의 위쪽에는 아주 얇은 황금의 선을 그을 생각이었다.

‘무게는 5,000t.’

태양 빛을 내는 자신의 권능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변명도 있었다.

‘태양 식민지에서도 광산업을 통해서 더 많은 황금을 획득할 수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고사머 고리. 그곳에는 특별한 것을 만들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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