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3화
* * *
“오늘은 월요일!”
“개~ 같~다~!”
다 함께 추임새를 넣었다.
“개 같은 월요일!”
월요일의 시작은 항상 월요일을 개새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됐다.
개간하는 범죄자들은 월요일이라면 치를 떨었다. 주말에는 푹 쉬다가 월요일에 나와서 일을 해야 했는데,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엄마도 없는 월! 요! 일! 세상에 왜 있지~!”
패드립을 하는 것은 예사였다.
리듬을 넣거나 노래를 부르듯이 월요일을 욕하는 건 월요일에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와 다를 바가 없었다.
“콜록! 콜록!”
“왜 아침부터 기침하고 지랄이야?”
옆에 작업자가 삽질을 하다 말고 멈춰 서서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이 새끼, 또 꾀부리네?”
생각 자체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배려 따위는 없었다. 되레 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쿨럭! 쿠에에에엑!”
갑자기 토까지 해버리자 그제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심상치 않은데?”
“심상치 않기는, 미친 새끼야! 야! 부축해, 빨리!”
“아, 더러워!”
결코,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범죄자들이다.
생각 자체가 평범한 사람과는 아주 달랐다.
남이 쓰러지면 돕는다. 그게 당연하고,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설계된 것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게 평범한 사람이라면, 범죄자들은 남이 죽어가면 지갑이나 뒤지고 있을 개 잡종 놈들이었다.
그사이에 남자는 정신을 잃으며 앞으로 쓰러져 코가 깨졌다.
결국 병사들에 의해서 들것에 실려 나갔다.
현대 의학을 틈틈이 배운 연금술사가 이를 진단했다.
“흠. 질병 회복 물약과 회복 물약을 주면 되겠어. 외상은… 없군!”
코가 깨졌다면 분명 외상이라고 할 만했지만 연금술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회복 물약으로 능히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이었다.
질병 회복 물약을 마시자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식은땀을 주룩주룩 흘렸는데 금방 좋아졌고, 혈색도 편안해졌다. 또 코가 부러진 것도 회복 물약으로 너끈히 회복했다.
조금 코가 삐뚤긴 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박살이 난 얼굴이었고, 망한 인생이다. 보고서를 받은 세파리아스는 방역을 시행했다.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 비누를 보급하라!”
지금까지는 돈 받고 팔았던 비누를 곳곳에 배치했다.
특히 꽃의 향긋한 향이 강하게 나는 비누는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세탁기 또한 요새 곳곳에 마련됐다. 1인당 한 개씩 배분하지는 못했다. 그저 화장실 근처에 항상 세탁기가 마련됐고, 이를 통해서 위상생태에 더욱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대중목욕탕은 오늘부터 21시간 돌아간다!”
대중목욕탕 혁신 프로토콜을 실시했다. 24시간 돌아가며, 8시간마다 청소를 시작하여 딱 3시간 외에는 목욕탕이 계속 유지됐다.
아프면 물약으로 치료하며 신제국은 무식하게 태양 차원에 알박기를 계속 유지했다.
반대로 보어리안들은 질병에 시달렸다. 그들은 전염병이 돌며 부락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굴라의 힘으로 치유될 수 있었지만 굴라는 도와주지 않았다.
까악! 까악!
까마귀 떼가 시체로 가득한 부락에 잔뜩 있었다.
“불길한 까마귀 놈들.”
“새대가리 같지 않다니까. 저놈들을 보면…….”
이를 쫓아버리며 신제국의 군대는 그들의 시체를 한곳으로 모았다.
“모조리 불태워라!”
혹시 모를 전염병에 자신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고,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 한곳으로 모이게 만든 것도 있었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갔다.
신제국의 태양 차원 해방 전쟁은 ‘굴라’라는 변수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요새 하나를 짓고, 그 주변을 개발하며 동시에 사방으로 뻗어나가서 또 요새를 짓기 시작했다.
그 요새와 직선 거목 요새를 잇는 도로를 만드는 것도 수월했으며, 돈 냄새를 맡고 온 용병들은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사냥을 시작했다.
야생 동물 가죽은 모피로 귀중한 자원이었다.
경제가 활성화되는데, 자신의 패션에 돈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득실거렸다. 가축이 차곡차곡 쌓였고, 이를 차원 다리를 통해서 건너갔다.
차원 다리를 이용하는 돈은 아주 싸기 때문에 무리가 전혀 없었다.
“이미 정상화가 된 것 같은데?”
“굴라가 문제다.”
순식간에 작은 왕국 정도의 영토를 지니게 되었지만 세파리아스는 전혀 좋아하는 기색이 없었다.
전투? 명예? 보어리안 같은 놈들을 상대로 세파리아스의 기분이 좋아질 리가 없었다.
프로게이머가 브론즈를 양학하면서 낄낄거리는 꼴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진짜가 아닌 가짜들만 자신의 검증 받지 못한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서 약한 실력의 이들을 노리고, 그들의 목구멍에 썩어빠진 송곳니를 박아 넣는다.
“나타나지 않잖아? 이대로 행성을 아무리 먹어 치워도 안 나타날 것 같은데. 그냥 필멸자들의 싸움만 원하는 놈일지도?”
드낙이 웃는 상으로 말했다. 당연히 농담이었고, 세파리아스도 피식 웃으며 답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그 어떤 초월자가 그럴 수 있겠느냐?”
“모르지. 어지간히 멍청한 걸지도. 적어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보어리안이 죽으며 굴라에게 업을 보내고 있잖아?”
“업을 추적하는 건? 불가능한 거냐?”
드낙이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였다. 자신의 업은 느낌이 오지만 남의 업은 느낌이 없었다.
“매우 고차원적인 자원이니까. 다만 확실한 건 보어리안이 죽으면서 생기는 업은 확실하게 굴라에게로 향하고 있다. 그건 내가 보장하지.”
드낙이 확신했다. 그 확신은 사냥꾼의 촉이었다.
증거는 없었지만 세파리아스 또한 드낙의 그런 생각을 수긍하고 있었다.
그게 더 보수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기 위해서는 사람이 보수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가 있었다.
건물을 철거할 때도 안전하게 철거를 해야지, 위험하게, 급하게, 싸게 철거를 하면 안 된다. 인생 또한 그렇고, 전쟁도 그러하다.
* * *
드낙은 테라와 태양 차원을 오가면서 추가적인 변수가 있는지를 살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지하 연합에 합류한 보어리안들을 살폈다. 그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그들의 문화 또한 하나씩 차근차근 머릿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굴라가 숨었지만, 보어리안을 통해서 굴라가 어떤 신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세파리아스는 그런 드낙의 흉심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괜히 여기까지 왜 왔겠어? 굴라의 신격은 내 것이다.’
신격이 있으면 곧바로 신좌에 오를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좋은 신격이어야 한다.
태양 축적의 권능을 지닌 주피터의 신격은 별로라고 생각했다. 악마인 자신도 그런 권능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5t짜리 황금이 있어야 했지만 가능했다.
‘내가 먹기 싫더라도 다른 놈들에게 줄 수 있겠지.’
세파리아스가 뒤늦게 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굴라를 죽이고 그 신격을 가졌다는 것을 통보하면 그만이다. 세파리아스는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
‘내가 먼저 선수를 친다.’
드낙은 빠르게 보어리안들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며 굴라의 흔적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당연하게도, 세파리아스 또한 굴라를 찾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마땅히 방법이 없다. 정신체로 주변을 크게 돌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차 하는 순간에 함정에 걸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무엇보다 굴라가 이상하리만치 침공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페이크를 친다고 봐도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다. 한 차원의 주인이 이렇게까지 조용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주 낙원의 침공 당시 모든 이들이 나선 것을 비교한다면 극과 극을 달리는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의심스러워 쉽게 행동하지 못했다.
‘그건 드낙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세파리아스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직접 하지 못하면 다른 수단을 쓰면 될 일이지. 마탑을 세워라. 초월자를 찾아내겠다.”
거대한 탑을 세우기 시작했다.
마법 건축물에 마법을 부여해서 굴라를 찾아낼 생각을 가졌다. 막대한 마력을 모은다면 능히 행성을 ‘탐색 마법’으로 뒤덮을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요란하게 일을 벌일 생각을 가졌다.
‘드낙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놈은 내가 잘 알아.’
끔찍할 정도로 이득에 밝은 것이 드낙이다. 효율을 못 보면 이에 가시가 돋을 놈이었다.
굴라라는 먹잇감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연기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라. 어차피 보어리안은 전쟁 전투력이 없다.”
식량을 주지 않으면 대규모 전쟁을 치르지도 못하는 것이 보어리안 부락이었다.
이제는 누가 먼저 굴라를 죽이냐의 승부였다.
‘드낙 보고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세파리아스가 주먹을 쥐었다.
‘한번 해보자.’
마탑 외에 곳곳에 작은 보조 탑을 세워서 더욱 빨리 굴라를 찾거나 관심을 자신 쪽으로 불러일으킬 생각이었다.
병균과 전염병으로 보어리안들이 빠르게 죽어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차원 정복에 나설 것이 아니라, 있는 여유를 쥐어짜서 태양 차원을 지배하고 있는 ‘굴라’라는 초월자를 죽여야만 한다.
* * *
크레시미르 둑스 불파겐과 다이앤타 프린스 불파겐은 남쪽으로 내려가는 군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틸 로드였으며, 이번에 전투 강철 인형(Battle steel doll)의 실전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이곳에서 작전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쿵. 쿵. 쿵.
그들의 군대가 지나가는 소리는 지진이 나는 것처럼 너무나도 컸다.
“이런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다. 안 그러냐? 동생아.”
“맞아. 너무 시끄러워. 땅이 울리는 게 15km까지 멀리 울려 퍼지니까.”
어디로 움직이는지 적들에게 아주 잘 들렸다.
강철로 만든 250cm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병사들의 숫자만 해도 20만에 달했다. 그들이 움직이고 있으니, 땅이 크게 울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마력 자원의 보급 문제로 그들의 진격 속도는 매우 더뎠다.
“전투 강철 인형의 단점은 마력 보급 역량을 벗어난 작전 지역에서는 끔찍할 정도로 변수가 많다는 거다.”
“동의해.”
그녀는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강해도, 이동속도가 느리고 주둔하는 시간이 길면 답도 없다.
실제로 보어리안들은 그들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었으며 남쪽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지축을 흔들며, 땅이 크게 들썩이는 강철 군대의 진격은 야만적인 보어리안들이 겁을 먹는 데 만들기 충분했다.
이 때문에 기존의 보어리안과 남쪽에서 내려온 보어리안의 부락이 서로 혈투를 벌이기도 했다. 위에 살던 놈들이 아래로 내려왔으니, 싸울 만했다.
그 덕에 싸우지 않고도 계속 승리하며 영토를 확장시키고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게 크레시미르와 다이앤타였다.
이를 토대로 지질을 연구하고, 광산을 찾거나 평야에 성벽을 쌓아 올려 나중에 개간할 곳을 만드는 등, 다양한 내정 준비를 하며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싸우고 싶다고!”
“와아아아―!”
다이앤타가 있는 힘껏 함성을 내질렀다. 그 외침에 답하는 이들은 그녀를 따르는 스틸 챔피언과 스틸 커맨더들뿐이었다.
“굳이 전투 하지 않아도 전투 강철 군대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강철 인형은 수비에 적합하지, 공격에는 적합하지 않아. 지금 이런…….”
“개척에도 말이지.”
거리 자체가 약점인 셈이다.
마력 자원의 운송은 어려운 일이다. 마력을 매일 회복하는 마력 인재를 데리고 다녀야 했는데, 그들은 고가치 인력이었다. 위험한 전쟁터에 많이 데리고 다니는 건 썩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한계가 명확하다. 좋은 군대는 아니다. 하지만 쓸 만한 군대다.’
공격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기에 오히려 권력자들이 환영할만한 군대가 전투 강철 인형들로 이루어진 군대였다.
전투 강철 인형은 마력으로 구동되기에 마법사들도 함께 그들과 종군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마법 탐지를 위한 아티팩트를 관리했으며 밤이 될 때마다 이를 설치했다.
“근처에 초월의 힘이 감지되었습니다. 상당한 양이며 적들의 본거지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여기서 1km 거리이며 지하입니다.”
마법사가 깔끔하게 보고했다.
“내일 새벽에 바로 그곳으로 가기로 하자.”
다이앤타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여동생아.”
“자꾸자꾸 여동생 거리지 마. 나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라고. 명예직이지만 작위도 있어!”
“…….”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