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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80화 (1,178/1,239)

1180화

* * *

“뀌이이이이익!!”

보어리안이 좌우를 살피다가 콧김을 내뿜으며 도약했다. 기사 중에서도 가장 작은놈을 노렸다. 신제국의 기사였다.

신제국에서는 덩치가 작아도 능히 검술에 재능이 있다면 이제는 기사가 될 수 있었다.

세파리아스의 기사에 대한 요구 조건이 낮아진 건 아니다. 마법과 전신 갑주와 과학이 발달한 덕분이었다. 자원이 많은 것도 한몫했다.

젊은 기사는 평민 출신이었으며, 혈통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키가 큰 것도 아니며 체중이 육중하지도 않았다.

그런 상대를 꿰뚫어 본 보어리안의 시선은 야수의 발톱처럼 날카로웠다. 가장 약한 부위를 노리려 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유독 자기만 노리는 것을 젊은 기사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 같은 인간이었다. 그런 불합리함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기사가 됐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롱소드에서 뻗어 나왔다. 그 화염은 보어리안을 덮쳤지만 보어리안은 불에 타오르면서도 거침없이 공세를 이어나갔다.

보어리안의 얼굴이 화염에 불타자,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으나, 흉포함이 더해져 그것은 흉악한 괴성으로 변질됐다.

뗀석기가 기사를 먼저 노렸다. 기사는 롱소드에서 뻗어나가는 불길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뗀석기를 팔로 막았다.

이미 보어리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상대가 뭘 하려는지.

첫수에 뗀석기를 투척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뗀석기를 손쉽게 팔로 쳐냈다. 전신 갑주에 충격이 스며들었지만 전신 갑주는 능히 완벽하게 흡수해 냈다.

보어리안을 죽이기 위한 전신 갑주였고, 보어리안을 불태우기 위한 롱소드였다.

그 순간, 도약하며 떨어지던 보어리안의 밑에서 네 발로 달리는 보어리안이 기사를 노렸다.

“죽어라!”

기사는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를 내뱉었다.

머리가 마법 불꽃에 의해서 타오르는 보어리안은 굴라의 이름을 외쳤다. 검은 가죽이 화상의 고통을 틀어막았다.

눈을 뜬 보어리안이 정확하게 추락하며 기사의 머리통을 노리며 돌도끼를 내려쳤다. 이와 동시에 아래에서 내달리는 보어리안은 그대로 머리를 들이밀며 코뿔소처럼 돌진했다.

“뀌이이이이이읶!!”

멧돼지 소리가 절로 퍼져나갔다.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아무리 강철의 갑주를 입었다고 해도 기사의 체중은 보어리안에 미치지 못했다. 넘어지면 그걸로 끝. 짓밟힐 뿐이었다.

기사가 양쪽 무릎을 모두 굽혔다.

롱소드는 위를 향해 추켜올려졌다.

행동은 빨랐다. 기사는 곧바로 굽혔던 뒤쪽 발을 뒤로 더욱 뻗으며 한 걸음 나아갔다.

그 한 걸음만으로도 서로가 원하는 그림이 어긋났다.

지금까지 기사들은 지연전을 펼쳤는데, 이 기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동시에 추켜올려져 있던 롱소드가 앞으로 나아감과 동시에 내려쳐졌다.

샥!

보어리안의 발목 힘줄을 갈랐다. 하지만 피가 살짝 터지는 게 고작이었다.

베어냄과 동시에 롱소드를 앞으로 강하게 뻗었다.

돌진하는 보어리안의 머리통과 롱소드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푸―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기사가 주르륵 밀려났다.

도약했던 보어리안은 무언가 하려고 했지만 한쪽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결국 추락했다.

보어리안은 평상시와는 다르게 착지하자마자 넘어지고야 말았다.

“뀌익!”

그런 놈에게 병사들이 창을 내찔렀다. 그에 보어리안이 주르륵 밀려났다.

기사는 발로 보어리안의 머리를 짓밟고, 롱소드를 좌우 위아래로 힘을 주며 몸도 같이 움직이며 흔들어 빼냈다.

기사는 다시 뒤로 물러났다.

조용히. 깔끔하게.

피가 뚝뚝 흘렀지만 불타오르는 롱소드 때문에 검은 연기가 되어서 기화됐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발목 힘줄이 잘린 보어리안에게 쏟아졌다.

“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보어리안에게서 굴라의 은총이 사라지고,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마구 뒤엉키며 바닥을 구르다가 죽어갔다.

병사들과 기사의 기지로 전선은 유지됐다. 한 번 발휘할 수 있는 돌격력이 틀어박혔을 때, 이미 보어리안들의 패배는 기정사실이 되었음에도 보어리안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이러니 주피터가 패배했지.’

드낙은 보어리안이 컴퓨터 게임의 병사들처럼 여겨졌다.

누구는 패주하는데, 누구는 패주를 하지 않는다. 끝까지.

그렇다면 싸움의 승패는 쉽게 결정될 수밖에 없다.

야만적인,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인간 사회는 보어리안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몽골과 상대하는 중국 사람들처럼 도망칠 수밖에 없다.

‘저지선이 한 번에 붕괴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림이 그려졌다.

‘우린 기사 전력이 든든하다.’

그 덕에 보어리안은 억지로 비집고 들어오려다가 역공을 당해서 목이 날아가기 일쑤였다.

‘무리하지 않으면 저지선을 못 뚫으니 답답하겠지.’

보어리안이 지쳐가는 것까지 본 드낙은 마법으로 아군을 지키고 회복하는 것을 멈췄다. 이 이상 힘을 소모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그림자로 변해서 보어리안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림자로 이동하여 뒤를 점했다. 순간적이지만 드낙의 모습이 보어리안의 양어깨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거운 느낌이 세포를 통해서 신경계로 전달되기도 전에 드낙의 검에 의해서 보어리안의 목이 잘렸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목이 통째로 잘려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피가 폭발하듯이 쭉 뻗어나가며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고, 이내 줄줄 흘러내렸다.

드낙이 개입하는 걸 본 세파리아스도 보어리안이 충분히 지쳤다는 걸 확인하면서 서서히 공세로 접어들었다.

“새액! 새애애액!”

보어리안들이 거친 숨을 토해냈고, 목이 쉰 것처럼 헐떡거렸다. 몸은 뜨겁고, 목은 바짝 메말라서 목젖을 꼴딱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도망치던 보어리안이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현기증까지 올 지경이었다.

그 뒷모습을 본 병사가 창을 내찔렀다.

“이야아압!”

등에 창이 박히면서 화력 창에서 불꽃이 쏟아져 나왔다. 지연전에서 기사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화염 방사가 지금 모습을 드러냈다.

“뀌에에에에에에!!”

보어리안의 입에서 3옥타브를 넘나드는 화려한 비명이 토해졌다. 그 입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이 비집고 들어오며 새까맣게 탄 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전투는 순식간에 끝을 맺었다.

야만인 상대로 지연전은 언제나 옳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 * *

“빅보어의 돌진력을 무너뜨리는 것도 훌륭했지.”

자화자찬이 쏟아져 나왔다.

부락 하나가 전멸됐다. 더 죽일 수 있었고, 아예 궤멸시킬 수 있었지만, 일부를 살려 보냈다.

그들은 돌아가서 이를 퍼뜨렸고, 부락들의 행군 속도가 느려지더니, 이내 서로 오가며 서로 뭉치기 시작했다.

거대한 전투의 서막이 올랐다.

상대 부락은 다섯 개였으며 2만이 넘는 군세였다.

“너무 적은데? 이거 나눠 먹기 힘들겠어. 뀌이이이익!”

반면 모루를 담당하는 인간의 군세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보어리안들의 시선에서 봤을 때다.

장애물에 숨어있거나, 모습을 감춘 인간 병사는 보어리안에게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간들은 보어리안과는 다르게 오와 열을 이루며 뭉쳐 있었다.

10평에 인간들이 100명이 들어갈 수 있다면, 보어리안은 스무 마리도 있지 않았다.

그 차이 때문에라도 인간의 숫자는 적어 보였다.

“우어어어어어!!”

한 보어리안이 외치자 다른 보어리안도 하나같이 함성을 내질렀다. 빅보어만 해도 열 마리가 넘었다.

스테고사우루스를 연상시키는 뿔로 온몸을 도배한 빅보어가 큰 울음소리를 냈다.

그게 신호탄이 되어 공격을 감행했다.

그 두 눈에는 탐욕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부락 하나가 안 되면 다섯이 뭉치면 그만이다. 그들의 공격에 세파리아스가 작전을 시작했다.

먼저 인간들이 시작부터 호들갑을 떨며 도망치며 진지 안쪽으로 크게 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보어리안은 군침을 질질 흘렸다.

“가즈아아아아!!”

“놈들이 도망친다!”

“싹― 다 죽여라! 예쁜 인간은 내 차지다!!”

이 종족에 대한 성욕을 지닌 무시무시한 보어리안도 있었다. 인간 암컷, 수컷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에 더욱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중심에 자리를 잡자마자 진지 공사에서 비밀리에 설치해 둔 방어 마법이 발동됐다.

그 방어 마법은 인간의 몸에 추가적인 방어 판을 생성시켰다. 짙은 푸른색의 방어 판은 원형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으며, 대단히 굵었다.

하지만 이내 서서히 갑옷에 들러붙으면서 그 모습을 감췄다.

푸른빛이 뻗어나 왔다가, 이내 사그라지는 광경 속에서도 보어리안들은 돌격했다.

그들은 장애물을 넘고, 부수고 흙을 파헤치고 세워둔 가짜 성벽을 무너뜨리며 진격했다.

“귀이이이익!”

2만에 달하는 보어리안과 열 마리의 빅보어가 유효사거리에 들어오자 진지의 후반에 있던 투석기가 불을 뿜었다.

숫자가 많았음에도 포위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우직하게 달려오는 보어리안은 정말 군사적 재능이 없어 보였다.

투거덩! 투거덩!

야만적인 투석기가 불을 뿜었다. 활활 타오르는 돌덩어리가 보어리안들을 두들겨 팼다.

“굴라! 굴라! 굴라!”

보어리안들이 굴라의 이름을 외쳤다. 검은 체액이 그들의 앞으로 쏟아져 나오며 하나가 되더니 쏘아지며 돌덩어리에 접촉하자마자 그물처럼 펴지면서 돌덩이를 잡아당기듯이 수직으로 하락했다.

속도가 빠르게 줄어들며 투석기가 맨땅에 처박혔다.

“병신은 아니네.”

드낙이 웃었다. 좀 방식이 무식하긴 해도 ‘굴라’라고 외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초월적인 행동을 보였다.

다만 모든 돌덩이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그 숫자가 300개가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모두 처리하기에 보어리안은 규합력이 좋지 않았다. 차이가 있더라도 함께 굴라의 이름을 외치며 돌덩이를 막아야 했는데, 그런 협동을 하는 보어리안은 적었다.

그나마 조금 늙은 듯 회색 털을 지닌 보어리안만이 그렇게 협력하고 있었다.

반절로 줄어든 돌덩이 150여 개가 그대로 보어리안과 빅보어를 덮쳤다.

콰과과광!

돌은 부딪치자마자 주홍색으로 달아오르며 균열이 생기더니 폭발하며 돌파편을 사방으로 터트렸다. 파편에서는 마법 불꽃이 득실거렸다.

순식간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돌덩이와 뿔이 부딪친 빅보어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몸 절반이 화염으로 불탔으며 가죽에 돌 파편이 수백 개가 박혔다.

그리고 충격파가 빅보어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고, 그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약한 숨을 한 번 내뱉고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온몸이 아팠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활의 사거리에 들어오자 불화살을 날렸다. 바닥이 불바다가 됐다.

“굴라! 굴라!”

보어리안들은 검은 가죽으로 버티며 우직하게 전진했다.

“변한 게 없네.”

전체적으로 전략 자체가 똑같았다. 그냥 돌격이 전부였다.

‘비슷한 수준에서는 승리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격이 다르다.’

드낙은 보어리안들의 맹목적인 돌진을 안타깝게 쳐다봤다.

이렇게 또 수많은 필멸자가 죽게 됐다.

기사와 병사들이 보어리안과 부딪혔다. 묵직한 마차에서 발생한 속박 마법이 빅보어를 속박했다.

“끄어어어엉!”

빅보어는 늪처럼 변하면서 자신의 몸이 빨려가는 듯한 기분에 휩싸여 패닉에 빠져서 울부짖었다.

성공적으로 적을 묶어 두고 있을 때, 후방에서 오크들이 나섰다.

“크아아아아아―!”

오크들이 끔찍한 함성을 터트리며 달려갔다. 그들의 위로 블랙 스케일 와이번이 빠르게 지나갔다.

전쟁터에 도착한 블랙 스케일 와이번과 대전사들은 바로 브레스를 날렸다.

“콰아아아아―!”

와이번에서 쏟아지는 숨결은 모든 것을 녹이는 산액 브레스였으며, 산액 브레스와 피부가 맞닿으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독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땅에 닿아도 똑같이 독가스를 내뿜었다.

인간들의 군대에서 불어오는 마법 바람이 보어리안들을 독가스에 제대로 노출되도록 만들었고, 인간 군대는 보호했다.

“이럴 수가!”

보어리안들이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하늘을 떼 지은 와이번의 숫자는 가히 300에 달했고, 그들이 내뿜는 브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줬다.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몇몇 보어리안들은 일찌감치 도망치기 시작했다.

“와해가 일찍 일어나기 시작한다. 신호탄을 쏴라!”

신호탄 마법이 쏘아 오르고 폭죽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적의 후방 지하에 숨어있는 지하 연합과 황제 기사단이 나설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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