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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75화 (1,173/1,239)

1175화

니가 가라, 하X이.

“잘 못 들었습니다?”

정치 깡패처럼 정치하는 대전사답게 아비야아스가 제법 정중하게 말했다.

이에 주술사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예의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니 심장에 칼을 박아놔도 주술사를 위해서 일을 해줄 것 같았다.

저런 놈들이 많아야 자신들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허허, 다 들어놓고, 못 들었다고 하니. 내 다시 말해 줘야지. 네가 가야겠다.”

“예?”

“네가 신제국으로 가야겠다, 이 말이다.”

“…하지만 저보다 강한 대전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충분히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 게야.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할 일이 있으니까, 바빠서 참가를 못 할 것 같으이.”

그 말을 들은 아비야아스 대전사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날 쫓아내려는 거구나.’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더 많은 군대를 받기 위해서라도 굴종해야 했다.

“…제가 해야 한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대신 서 오크 놈들보다는 더 많은 힘을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

“하하하! 이야기가 빨라서 좋다. 내가 이래서 그대를 좋아한다니까?”

“충신이랄까? 껄껄!”

그들이 크게 웃으며 좋아했다. 하지만 첩보를 통해서 얻은 대로 정확히 서 오크 수준으로만 보냈고, 더 많이 내어주지는 않았다.

그 탓에 정보에 신경 쓰던 서 오크 때문에 아비야아스는 서 오크보다 적은 숫자로 신제국의 용병이 되었다.

신제국은 그들을 쉬이 받았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초월의 힘이 없는 시대였다면, 분명 그들은 태양 차원을 홀로 정복했겠지만, 이 시대는 초월의 힘이 날뛰는 시대였다.

야만인이나 다름없는 보어리안이 총기에 전투 불능에 빠지지 않는 것만 봐도 괴기스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이놈들은 눈도 작아서 맞추기도 힘들었다.

소총이라고 해서 딱히 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 같지는 않았다.

마법을 통해서 겹가죽을 태워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고 있었다. 실제로 기사들의 롱소드도 ‘불’과 관련된 마법이 부여된 롱소드로 교체되고 있는 분위기였다.

겹 가죽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보어리안 전투 교리의 제1순위고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화력 창(Firepower spear)은 운이 아주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세파리아스 님의 혜안이 실로 대단합니다.”

“그분께서는 일찍이 화염 방사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다만 화석 연료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마력 자원 때문이었다.

엘프나 상위국의 상위 인간들이 생산하는 마력 자원은 신제국도 간접적으로 그 이윤을 받아먹을 수 있었다.

그 덕에 화염 방사기를 창에다가 집어넣는다는 미친 생각이 실현된 것이다.

“병사보다 기사의 장비를 바꾸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니. 이거 위험한 것 아닙니까?”

그런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기사의 장비는 심혈을 기울여서 보급한다. 당연히 거기에 들어가는 인력은 가볍지 않았다.

신제국은 보어리안에 대한 전술을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열병에 시달린 것처럼 힘들어하고 있었다.

기사의 장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컸다. 전신 갑주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보어리안의 겹가죽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어서다.

변화가 일어나며 사회 혼란도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서 오크들의 용병 투입은 신제국에게 아주 소중한 일이었다.

그들은 곧바로 전선에 투입되어서 한 방면을 맡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동 오크와 서 오크는 나란히 같은 곳을 방비하게 됐다. 오크니까 그냥 한 방향에 몰아넣었다.

방벽을 건설하는 인간 인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크였다. 그 덕에 서로 으르렁대기 일쑤였다.

“자~! 드가자아아!!”

특히 식사 시간이 되면 아주 경쟁적이고 호전적으로 변했다. 서로 오늘의 보급을 두고 경쟁했다.

이 때문에 신제국만 신났다. 보급을 신제국에게 의존하고 있기에 오크들은 그들에게 돈을 내야 했다.

더 좋은 보급품을 원하면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했다.

그냥 지급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행이라면, 신제국은 이 경쟁 구도를 오래 끌고 나가기 위해서 한 가지의 간사한 방법을 사용했다.

“용병 대금에서 보급 가격을 처리하겠습니다. 그게 아무래도 서로 편하지 않겠습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오크 전사들이 매일같이 먹는 것으로 싸우다 보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그러던 차에 반가운 소리였다.

신제국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많은 편의를 제공해 줬다.

그 덕에 오크들은 마음껏 서로 경쟁하며 열정적으로 식량을 먹어 치우며 서로 등수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졸속하다니!”

용병에 같이 왔던 동 오크의 주술사가 분노했다.

“이게 애들 싸움이지! 자랑스러운 대오크 종족이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진지한 싸움인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내일 우리는 튀김 요리를 먹을 것이다!!”

“쿠와아아아아아아!!”

“역시 대전사다! 놈들은 튀김 요리를 보자마자 패배를 인정할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주술사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들과 더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그 속에서 대전사(大戰士) 아비야아스(Aviyaas)는 때가 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자신을 감시하러 온 주술사가 들어가 버리자 곧바로 그는 규르소모스에게로 향했다.

내일 튀김 요리가 나올 테니, 정정당당하게 싸워보자고 말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다.

“건방진! 전쟁터에서 튀김 요리를 해 먹는다고?”

그 소식을 한발 먼저 들은 규르소모스는 콧김을 내뿜었다. 동시에 상대 대전사가 대족장인 자신에게 이를 전하면서 놀리러 온다는 것에 또 한 번 분노했다.

“우리도 당장 튀김 요리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돈가스로 가야 한다!”

“돼지고기? 똑같은 튀김 요리에도 급이 있다! 우리는 소고기 튀김으로 간다!”

“비싼 고기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튀김은 돈육이다!”

뜻하지 않게 음식에 대한 철학으로 싸우기도 했다.

“그만!”

그 싸움을 규르소모스가 중단시켰다. 모두 드낙이 요리 대회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열어서 생긴 문제이기도 했다.

오크들은 요리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요리에 진심인 놈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이런 중요한 회의에도 요리 철학을 말하기도 했다.

“놈들이 튀김 요리를 내일 준비한다면, 분명 오랫동안 준비했을 터다. 우리가 내일 어떻게든 튀김 요리를 만들겠느냐?”

분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에 한 놈이 고발하듯이 한 오크를 가리켰다. 여기에 있는 이들 모두 대전사였는데도 손가락질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저 새끼는 알고 있다.”

“이 새끼가!”

단번에 소란스러워졌다. 소란이 잠재워지고 나서야 규르소모스가 물었다.

“무슨 방법을 알고 있느냐?”

“그것이… 사실 내가 안 쓰이는 돼지비계를 좀 모으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로 이제 기름을 만든다.”

“저 새끼 혼자서 먹었다!”

“너도 먹었잖아!”

서로 난리가 났다.

규르소모스가 이를 정리했다.

“돼지비계를 빼돌렸다?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 먹었다니.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냐!”

“이빨 하나를 뽑아야 한다!”

“아니! 발톱을 하나 뽑아야 한다!”

극심한 고통을 유발시키는 벌을 주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혼자서 처먹다니? 괘씸했다.

돼지기름인 라드를 통해서 혼자서 튀김 요리를 해 먹은 대전사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하지만 규르소모스는 이를 용서하기로 했다.

“지금은 내분을 벌일 필요가 없다! 지금 당장 돼지비계를 모아서 기름을 만든다! 빨리 움직여라!”

그렇게 한 다음에 아비야아스와 마주했다.

“동 오크 제국의 사령관이 여기는 무슨 일로?”

“하하하. 무슨 일이 있어야 옵니까? 그저,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말씀을 드리려고 왔을 뿐입니다.”

대전사 주제에 깍듯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아비야아스는 규르소모스에게 황당할 뿐이었다. 오크 전사답지 않았다.

이들은 새로운 질서가 잡히고 나서 대전사가 된 신세대였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별수 없다.

조금 더 똑똑해졌지만, 구시대의 입장에서는 재수가 없어 보일 뿐이다.

“튀김 요리 때문에 왔겠지?”

“아닙니다만?”

“엉?”

“예?”

규르소모스가 머리를 긁었다. 그것 외에는 딱히 아비야아스와 할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반면 아비야아스는 규르소모스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

그 차이가 서로의 정보 격차를 만들어 냈다. 규르소모스에게 아비야아스는 아무것도 아닌 놈이다. 반대로 아비야아스에게 규르소모스는 새로운 탈출구였다.

“동 오크들의 주술사는 점점 부패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에 동원된 오크 주술사의 숫자는 분명 동 오크가 많지만, 그들 대부분이 초보 주술사뿐입니다.”

역량과 경험으로 따지면 서 오크 용병 쪽이 더 강력했다. 거기에 서 오크는 지배자라 할 수 있는 규르소모스까지 참전했다.

그것만 봐도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이를 드높이자 규르소모스는 절로 날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놈이 딴마음을 품고 있구나.’

“오늘 바로 사령관이 서 오크로 넘어가면 무슨 일이 생기겠습니까? 그것도 튀김 요리에 필요한 물자를 가지고 말이지요. 저는 그럴 권한이 있습니다. 다만 나중을 위해서 값은 쳐주십시오.”

“그럴 필요 없다. 우리는 돼지기름을 사용해서 너희보다 더 막강한 튀김 요리를 선보일 테니까.”

“……!”

그 말에 아비야아스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돼지기름은 그들도 생각하지 못했다. 비계까지 먹어 치우는 것이 오크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규르소모스도 마찬가지였지만, 호로 상놈의 이기적인 대전사 하나 때문에 덕을 봤다.

“그래도 전사는 전사를 알아보는 법이지.”

규르소모스가 웃자 아비야아스도 이내 표정을 풀었다. 서로 굳세게 악수했다.

그날로 아비야아스는 사표를 던지고, 자신과 함께하는 전사들을 데리고 서 오크로 넘어갔다.

동 오크로서는 난리가 났고, 사기도 크게 떨어졌으며 작전구역 내에서도 그들의 입지가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며 신제국으로부터 용병 대금도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 * *

쿵. 쿵. 쿵!

지축이 크게 흔들렸다.

직선거목 숲에서 처음으로 관측된 몬스터를 지하 연합의 종족들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몸길이는 8m에 이르렀고, 몸무게가 5t은 되어 보였다.

걸어 다니는 자동차인 셈이다.

그놈은 멧돼지가 스테고사우루스처럼 커진 놈이었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했다. 참돔처럼 머리가 몸의 1/3을 차지하고 있었고, 곳곳에 뿔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있어서 위협적이다.

“찍찍.”

뿔 쥐가 소리를 냈다.

“보통 놈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렵게 볼 놈도 아니다.”

한 번은 부딪쳐 볼 만해 보였다. 다만 그 어떤 정보도 없었기에 조심하게 사냥을 해보기로 했다. 물론 시작 전에 방어 마법을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복합적 육각 말벌 방어막.”

그 말에 갑옷의 등 부분에서 육각형이 만들어지며 후방과 측면 그리고 머리 위를 덮으며 자연스럽게 전방을 적당히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용자를 보호했다.

동시에 빅보어(Big bore)의 뿔이 꿈틀거렸다. 몸이 꿈틀거려서 뿔이 꿈틀거린 게 아니다. 탄성 있는 뿔이 휘어졌다.

“간파됐다. 찍찍.”

준비하던 고블린들이 그 말을 듣자마자 도망쳤다.

후다닥!

일단 거리를 벌리고 보는 것이 고블린 병사들이었다. 빅보어의 크기가 너무 큰 탓이다.

빅보어는 마력 혹은 초월의 힘을 추적하는 데 비상한 재주를 지녔다.

보어리안이 그들을 괜히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니다. 보어리안은 빅보어를 잡는 데 굴라의 이름을 외치지 않는다.

초월의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들키지 않고, 싸움을 쉽게 가져갈 수 있었다.

반면 뿔을 통해서 적을 표적한 빅보어는 그대로 콧김을 내뿜으면서 돌격했다. 그 대상은 뿔 쥐가 되었다.

그림자로 변하여 도망쳤다.

흙이 파헤쳐지고, 거대한 직선거목이 으스러지며 쓰러뜨려졌다. 어마어마한 덩치고, 막강한 파워를 보여줬다.

하지만 둔하다.

“발싸! 발싸! 빨싸! 싸싸싸!”

고블린들이 경박하게 굴며 양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를 빅보어를 노렸다.

고블린 병사들의 손에 있는 지팡이에서 화염이 쏟아지며 빅보어를 노렸다.

어떤 고블린 병사들은 지팡이를 맞대고 있었는데, 진흙이 뻗어 나오며 빅보어의 다리를 묶기 시작했다.

둔중한 빅보어와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뿔 쥐는 그림자로 움직이면서 빅보어의 뿔이 정확하게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나보다 주술을 펼치고 있는 고블린들이 지닌 초월의 힘이 강한데도 나를 노리고 있다. 이 뿔은 거리에 더 민감하다.’

“찍찍!”

뿔 쥐가 소리를 내며 단번에 빅보어의 엉덩이를 따라다녔다.

“꾸어엉!”

빅보어가 포효했다. 놈은 뿔이 향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짐승은 역시 짐승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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