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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73화 (1,171/1,239)

1173화

“인간이다!”

“죽여라!”

“먹어, 치우자!”

군침을 흘리며 보어리안 다섯이 덤벼들었다.

어찌나 힘이 강한지 지축이 흔들렸다. 발이 대단히 넓고, 체중이 워낙 컸다. 말처럼 무거운 존재가 두 발로 달리고 있으니, 더 심한 소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람의 물렁물렁한 발바닥과는 다르게 굽이 있는 게 보어리안이었다.

두두두두두!

그들이 본격적으로 힘을 내자 땅이 파헤쳐지고, 돌과 부딪쳐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마치 중기병이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이 200cm일 때의 체중과 보어리안이 200cm일 때의 체중은 또 달랐다. 그들은 완벽하게 다른 종족이었다. 그 육중함은 300kg이 넘었다.

그런 둔중한 놈들이 달려오는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신병들은 버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기사는 입맛이 썼다. 그렇다고 후퇴를 명령할 수도 없었다. 적들의 달리기 속도가 아군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도로, 잘 닦여진 등산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다. 높낮이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숲에서 전력 질주는 어려운 일이며, 넘어지기 일쑤였고 무릎에 큰 부하가 오기에 멀리 달릴 수도 없었다.

운이 좋으면 체력이 다할 때까지 도망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무릎이 아파서 더는 못 달리게 된다. 숨이 차지 않은데도 무릎의 통증 때문에 속력이 크게 느려진다.

그게 산악에서의 전력 질주다.

반면 보어리안은 말 그대로 숲에서 사용하기 위한 중기병처럼 보였다.

“화력 창 준비!”

화력 창(Firepower spear).

방패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창에서 불꽃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총기는 있었지만, 아직 사용하기에는 이르다. 이들은 신병이고, 작업병이었다.

더불어 값싼 권총의 사거리는 끔찍한 수준이다. 권총의 100m는 소총의 500m와 같은 수준이다.

반면 화력 창은 화염 방사기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으며, 마법으로 이루어진 불꽃이었다. 그 사거리는 가히 50m를 넘게 뻗어나가면서 방사형으로 퍼져나간다.

그 압도적인 화력이 가능한 이유는 신제국이 그간 아티팩트에 많은 공을 들여서다.

상위 인간(上位人間)을 장려하는 상위국과는 다르게 신제국은 하위 인간을 진짜 인간으로 본다.

하위 인간은 마력을 지닌 인간이 아니기에 아티팩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아티팩트가 개량되고 발전했으며, 작업을 위해서 차출된 신병에게도 아티팩트가 제공됐다.

그중에서도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화력 창’이다.

화력 창은 화염 방사기를 생각해서 만든 것이며 그 사거리는 화염 방사기보다도 긴 50m에 달했다. 마법이기에 가능했다.

마력 창의 창끝 부분에 보석들이 여럿 부착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서 막강한 화력을 투사할 수 있었다.

그 화염에 보어리안들이 그대로 휩쓸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그 고통스러운 외침은 서서히 광기로 변해 갔고, 그림자를 통해서 불꽃 속에서 튀어나왔다.

꽝!

그대로 확장 방패에 부딪혔다. 방패가 쭉 밀려났으며, 그 뒤에 있던 병사가 밀렸다.

드르륵!

병사는 곧장 권총을 꺼냈다. 9mm 탄을 사용하며 33들이 확장 탄창이 끼워져 있었다. 교전 거리는 15m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명중률 때문에 한 발, 한 발, 저격하듯이 쏠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쏟아붓는 식으로 사용되어야만 하는 게 권총이라는 물건이다.

총탄이 보어리안의 몸을 헤집었다. 하지만 그건 끔찍한 결과를 맞이했다.

겹가죽의 형태로, 생체 갑옷을 입고 있는 게 보어리안이다. 가죽이 겹겹으로 되어있었으며 그 층은 마치 천 옷을 여러 겹 입은 것과 같았고, 회전하는 탄두를 빠르게 정지시켰다.

이내 가죽과 탄두의 마찰력에 의하여 불꽃이 일어났다. 탄두는 막아냈지만, 그 화염은 가죽을 태우기 시작했다.

화염에 휩싸였음에도 보어리안은 개의치 않고, 손을 내뻗었다.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마치 바바리안과도 같은 모습이다. 광전사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악스러운 손에는 뗀석기가 들려져 있었다.

후웅!

보어리안은 그것을 휘두르면서 그대로 던졌다.

초근접 거리에서 투석질을 해댔다. 그리고 그놈들이 던진 뗀석기의 크기는 사람 머리통만 했다. 한 번에 신병의 가슴 흉갑을 찌그러뜨리며 함몰시켰다.

“커얽!”

신병은 끔찍한 소리를 내며 전신을 흔드는 충격에 정신을 못 차렸다. 주변을 인식하지 못했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인간처럼 그대로 허물어졌다.

보어리안의 뗀석기는 신병의 심장을 짓눌렀다. 그에 갈비뼈가 심장을 찔렀고, 출혈이 시작됐다.

그뿐만이 아니라 끔찍하게 깊게 함몰된 갑옷만으로도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

생명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입에서 선홍빛 피가 질질 흘러내렸다.

신병이 무릎을 꿇자, 보어리안은 다른 손에 쥔 뗀석기마저 던졌다.

화력 창 때문에 넝쿨이 홀라당 타버려서 가지고 있는 건 뗀석기 두 개가 전부였다. 그것마저도 사용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병사의 머리가 함몰됐다. 그걸로 끝이었다.

고양이에게 쫓겨서 궁지에 몰린 쥐도 울음소리를 내는데, 병사는 찍소리도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보어리안이 병사와 함께 엎어진 방패를 발로 짓밟고, 일어섰다.

부우욱!

불타고 있는 가죽을 스스로의 손으로 찢어발겨서 바닥에 던졌다.

보어리안은 잔뜩 흥분했다. 가만히 있어도 굴라의 은총으로 자리 잡은 검은 체액이 이를 꺼트릴 텐데,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용할 줄 모를 만큼 흥분해 있었다. 고통, 끝없는 화상 고통에 이성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아아아아아아!!”

힘껏 외치자 병사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살기 위한 울부짖음이다.

“이야아아아아아!!”

권총이 안 통한다는 걸 직감한 병사는 없었다.

모두 글록의 힘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현대에서는 600달러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권총은 단가도 자원도 싸게 들어가서 신제국의 공통된 보급 열병기였다.

그 위력을 훈련 때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에 모든 신병이 글록부터 발사했다.

드르르륵!

33발 확장 탄창에 들어있는 탄알은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웅크리며 급소를 보호한 보어리안이 팔을 치우며 씩 웃었다.

마찰열로 인해 겹가죽에서 불이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표면에 계속해서 차오르고 있는 굴라의 은총이 이를 꺼트렸다.

“굴라! 굴라! 굴라아아아아!”

보어리안이 자신들을 보살피는 신의 이름을 외치며 무릎을 굽히더니 쓰러진 병사의 머리통을 쥐고, 딱 한 번 가슴팍을 때렸다.

따아악!

병사는 순식간에 즉사했는지 축 늘어졌다.

“우읍.”

고함을 외치던 병사가 토악질을 했다.

눈을 뜨고는 보지 못할 정도로 잔혹했다.

보어리안은 그 잔혹함을 이용할 줄 알았다. 대다수 인간은 그거만 봐도 똥오줌을 지릴 것이다. 온몸에 소름이 쭉 뻗을 수밖에 없었다.

병사의 목을 쥔 보어리안이 돌격하며 철퇴처럼 휘둘렀다.

자기한테 딱 맞은 투구를 쓰고 있었기에 정말 철로 만든 철퇴나 다름없었다.

퍼버버벅!

순식간에 병사들이 쓰러졌다.

보어리안의 힘이 대단했다. 투구는 찌그러지고, 피가 쏟아져 나왔다. 가죽이 뜯기고 원심력 때문에 눈알이 빠져나와서 누군가에게 묻었다.

야만스러운 보어리안의 공격에 삽시간에 와해가 됐다. 와해가 되면 도망치는 게 옳았지만, 병사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이 경험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용감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그건 단 하나의 존재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이렇게 부른다.

‘기사(Knight)’.

‘뒤로 물러난다.’

기사는 보어리안의 모습을 보자마자 물러날 궁리를 했다.

“뀌이이이이이이!!”

서로 크게 부딪쳤다. 전신 갑주가 마법으로 도움을 주고 있지 않았다면 넘어졌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주르르르르륵!

“크아아아아!”

기사는 크게 밀려나면서 벌써 와해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는 병사들과 함께 서게 됐다. 그 상황에서 무식하게 휘두르는 뗀석기를 롱소드로 막았다.

칼날이 단단히 연마되어 있었기에 마찰력이 대단해서 뗀석기와 부딪치자마자 꽁꽁 언 것처럼 단단히 붙었다.

우뚝 서버린 것처럼 단단히 붙잡히자 결국 보어리안이 뗀석기를 회수했다. 뒤로 내빼고 다시 한번 내려쳤다.

잘 벼려진 칼날은 한 번 부딪친 것을 절대 놓지 않는다. 칼과 칼이 부딪치면 딱 멈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 보어리안의 공격은 그걸 의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힘을 제대로 줬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짓이길 생각이다.

이에 기사가 검면으로 이를 흘렸다.

키잉!

보어리안은 섬뜩한 소리에 그대로 왼손으로 땅을 짚었다.

기사는 정확하게 롱소드로 그 목을 찔렀다. 보어리안이 엎어지면서 체고가 낮아졌고, 기사는 체중을 쉽게 실어서 아래로 찌르면 된다.

푸욱!

정확하게 목이 찔렸다. 기사는 허리와 어깨를 동시에 좌우로 움직여 검을 흔들어댔고, 손쉽게 검을 빼내었다.

그다음에는 아무렇게나 휘적거리는 보어리안의 손목을 깔끔하게 쳐냈고, 목을 세 번 내려쳐서 그 머리채를 잡아서 들어 올렸다.

연전연패하듯이 뒤로 두 걸음 크게 물러났다. 전신 갑주를 통해서 막강한 보정이 이루어지기에 맞수를 뜰 수 있었다.

보어리안의 목을 들어 올리며 기사가 고함을 내질렀다.

“맞서 싸워라! 인류의 용사들아! 악신을 몰아내자! 멧돼지의 괴물을 밀어내자! 이건 오직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해방하라! 해방하라! 자유를 해방하라!”

이에 와해가 일어났음에도 신병들이 자리를 지키며, 기사를 도와서 싸웠다. 그리고 죽어갔다.

“와아아아아!!”

곧 지원군이 도착했다. 이들은 일부러라도 고함을 내지르며 상황에 개입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악!”

병사들이 마지막으로 기세를 불태웠다.

누가 봐도 지원군이 왔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인간의 함성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반대로 보어리안 하나는 큰 부상을 입은 채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그들은 강철마를 타고 있었고, 거침없이 숲을 질주했다. 무식한 강철로 만든 말답게 나무뿌리건, 무엇이건 짓밟고 지나갈 정도로 숲 지형에 잘 어울렸다.

소가 밭을 개간하듯이 숲 지형 자체를 말발굽으로 깊게 박살을 내면서 달리는 것이 강철마였다.

그 무게는 10t은 가볍게 넘겼다. 전투마의 모습을 지녔지만, 그 몸 전체가 강철로 이루어져 있어서 무게가 상상을 초월했다.

자동차는 내부가 텅텅 비어있지만, 강철마는 속까지 알차게 강철로 꽉 차 있었다.

꽝!

보어리안과 강철마가 부딪쳤다. 날아가는 건 보어리안이었다.

나뒹구는 보어리안의 몸에 창이 깊게 틀어박혔다.

지원군이 두 마리의 보어리안을 처리하고, 부상을 입고 도망치는 놈을 쫓아가서 하나 더 처리했다.

그제야 상황이 끝났다.

나뭇잎 회복 주술 막대 덕분에 죽은 이들은 여덟 명에 불과했다. 모두 머리가 깨진 병사들이다. 가슴이 함몰되고, 심장이 갈비뼈에 찔렸지만 계속 회복하여 명줄을 길게 이어간 병사도 기어코 살아남았다.

끼기기긱!

전신 갑주의 힘 보정을 통해서 기사가 흉갑을 통째로 뜯어내서 숨통을 트여줬다.

시체는 회수했고, 도망친 보어리안마저 잡아냈으니 성과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부상자는 이송됐고, 가장 먼저 적들과 싸운 기사는 곧바로 세파리아스에게 호출됐다.

그가 세파리아스에게 보고할 것을 빠르게 정리하는 사이에 다른 이들은 병사들로부터 목격담을 쓰고, 부상병의 입으로 들은 것을 필사하여 보냈다.

“보고하라.”

“예. 작업병들과 함께 작업을 하던 와중에…….”

기사가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는 세파리아스뿐만 아니라 지휘부 모두가 모여있었다.

모든 것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추가되는 목격담을 훑었다. 목격담은 짧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들어가서 쉬어라. 잘해 줬다.”

“예!”

기사가 물러가자마자 본격적인 의견이 오가기 시작했다.

“놈들을 멧돼지 인간. 보어리안이라 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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