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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66화 (1,164/1,239)

1166화

다른 차원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엘레우테리오의 우주 낙원과는 그 무장 상태가 확연하게 달랐다.

위험하게도 소형 핵탄두로 이루어진 미사일은 그 파괴 범위가 굉장히 넓었다.

막대한 연료를 사용해서 멀리 날릴 맛이 났다. 수억을 사용했는데 유의미한 화력을 내지 못하면 그것만큼 쪽팔리는 일도 없었다.

적어도 소형 핵탄두를 단 미사일은 그런 것에서는 자유로웠다. 거기에 대단히 스마트해서 정확히 카실레안을 노렸으며, 부딪히기도 전에 폭발했다.

이 모든 건 카실레안도 아는 사실이다.

쑤컹!

무기고 고리(Armory Ring)에서 푸른 단창이 뽑혀 나와 카실레안의 손에 잡혔다.

괴이하게도, 우주공간이었음에도 그 소리가 퍼져나갔다.

카실레안이 권능을 사용했다.

그의 권능은 무기와 권능이 하나로 교잡하는 것으로 굉장히 독특했다. 무기도 그와 비슷한 형태면 무엇이든 상관없고, 권능이 깃들어 있었기에 부수는 것도 힘들었다.

‘권능을 부술 각오를 해야 내 무기들을 부술 수 있을 것이다.’

끝없이 권능으로 재련하고 두드린 무기들이다.

카실레안은 중립신이 쌓은 전투 데이터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그 나름대로 ‘최강의 권능’을 만들어 냈다.

전술가답게, 무기마다 권능을 다르게 했으며 무기와 함께 권능을 쌓아 올렸다.

긁는 푸른 단창(Scratched blue javelin).

가볍게 손을 놓았고, 단창이 손을 떠났다. 하지만 그 여파는 가볍지 않았다.

번쩍이는 빛은 세상을 한순간 크게 밝혔다. 빅뱅과도 같은 섬광은 카실레안의 거대한 덩치를 백색으로 만들어 형체를 앗아갈 정도였다.

이내 그 백색은 푸른빛으로 변했다.

그 빛은 벼락처럼 변칙적으로 움직였다.

단창에서는 종종 정전기 같은 것이 뻗어나가며 궤도를 바꾸거나 눈속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말 그대로 벼락의 단창이다.

쉽게 막을 수 없고, 잡기도 힘들어 보였다.

단창은 미사일을 긁고 지나가며 삽시간에 미사일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관통하지는 않았다. 그저 충분히 ‘긁고’ 지나갔을 뿐이다.

만약 미사일이 생명체였다면 ‘전투 불능’에 턱걸이할 수준의 상처를 얻었을 터다.

가만히 있으면 죽지는 않는 상처. 그게 긁는 푸른 단창의 권능이다.

내부에 있던 연료가 폭발했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대인 마법 또한 긁는 푸른 단창 때문에 삽시간에 비틀어지거나, 약화되거나 소실됐다.

―이럴 수가!

정신 파동이 퍼졌다.

버트랜드는 눈앞에 일어나는 일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인신이 이렇게 강했던가?’

아니다. 적어도 지구에서 살았던 그는 인신으로 필요한 것들만을 교육받았다.

그중에는 만신전의 인신이 지닌 힘을 목도한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짧은 창 한 자루로 우주 낙원이 쏟아낸 1,288개의 소형 핵단두를 모조리 박살 냈지만, 자신이 쏘아낸 수천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대인 마법은 카실레안의 이동 경로를 비틀지도 못했다.

카실레안이 버트랜드의 우주 낙원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우주 차원 밖으로 버트랜드의 정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진정으로 미친 것이냐! 인신을 죽이는 것은 만신전에 반하는 짓이며, 반역이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뭐라?

버트랜드가 반문했다. 그는 시간을 끌려고 했지만 카실레안은 거기에 놀아나지 않았다. 마치 버트랜드의 수작질이 성공한 듯, 입을 한 번만 뗐을 뿐이다. 그가 반문했을 때 이미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 쥔 공간 파괴(Fisted space destruction).

콰직.

콰지지직!

카실레안의 주먹 한 번에 공간이 쩌저적 갈라지더니 반경 100m를 순식간에 유리 조각처럼 만들었다. 그에 차원이 진동했다.

버트랜드가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악!

공간을 파괴하는 권능이다. 이차원에서 이루어졌기에 차원마저도 그 여파에 휩쓸렸다.

정신체라고 해서 이것에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

중립신이 오직 외적을 노린 권능을 으뜸으로 삼았다면, 카실레안은 인신을 죽이기 위한 권능도 쌓아 올렸다.

만신전이 압도적인 업을 지원해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전쟁을 수없이 수행하며 막대한 업을 핥아먹을 수 있었다.

카실레안은 말 그대로 별을 파괴하는 인신이다.

악마들이 행하는 것처럼 별을 파괴하지는 않았지만, 별을 정복해 가면서 짧은 시간에 막대한 업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드낙이 행성을 관리하는 정원사라면 카실레안은 행성을 피로 물들이는 파괴자였다.

‘도, 도망쳐야 해!’

말이 안 통하는 걸 깨달은 버트랜드가 도망가려고 했다.

그 순간 무기고 고리에서 사출된 쌍단검이 카실레안의 손에 잡혔다. 하지만 그것을 휘두르는 일은 없었다.

연마된 검날이 햇빛에 반사되어 프리즘처럼 빛을 분산시키며 일곱 가지 색깔로 변했다.

버트랜드가 그 빛에 노출되자, 정신체가 헤집어지면서 자상이 가득해졌다.

‘아!’

버트랜드는 섬뜩함을 느끼며 사멸했다. 그는 더 이상 지성을 발휘할 수 없었다.

부서진 정신체 조각이 퍼져나가며 밀도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이내 그것은 염(念)의 파편으로 변했다.

카실레안이 단검을 놓자 단검은 다시 무기고 고리로 되돌아갔다.

우주공간에 둥둥 떠 있는 버트랜드의 신격을 카실레안이 손으로 움켜쥐더니 이내 입으로 집어삼켰다.

만신전이 봤다면 결코 용서를 하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지금 만신전은 테라 원정군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구에 안주했고, 가장 중요한 일을 카실레안에게 맡겼다.

그때부터 이미 이런 권력의 역전은 표면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차원 전파를 통한 테라의 전력 발전 수준과 그 외의 단편적인 정보를 조합한다면, 나 또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싸움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싸움이 될 것이다.

지름길을 통해서 극단적으로 시간을 줄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카실레안은 정말로 인신들을 절반 이상 죽였다. 살아남은 인신은 고작 열다섯 개체에 불과했다.

―굴복합니다.

―그대의 지배를 받겠습니다.

도망친 인신은 고작 열 개체에 불과했다.

우주 낙원을 버리고, 만신전이 있는 곳까지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힘’을 축적시키지 않은 탓이다.

정신체는 결국 힘을 갉아먹을 것이며, 업을 요구하게 될 터다.

10년.

만신전은 새로운 인신들에게 10년 이상 버틸 정도의 업을 건네주지 않았다. 우주 낙원에 있는 용병 지구인들을 통해서 현상 유지만 가능하게 했다.

간사한 만신전의 작태였다.

열 개체의 인신은 멸망을 알면서도 도망쳤다.

카실레안은 그들이 결코 만신전에 닿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외차원으로 향하여 그곳에 있는 야만 행성에 기생하리라는 것도 잘 알았다.

‘돌아가면서 정리하면 될 일이다.’

만약 그가 죽이기 전에 만신전에 돌아가도 상관없다.

만신전은 카실레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나는 필연적인 존재다.’

그 누구도 카실레안을 대체할 수 없었다.

만신전은 카실레안을 대체하기 위해 10년마다 대체할 인신을 곧추 올려 왔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카실레안이 빅토르 파벌의 빅터에게 말했다.

“너의 파벌은 그대로 유지해라.”

빅토르 파벌 중 살아남은 인신은 고작 열 개체에 불과했다.

가장 강한 파벌답게 인신이 죽어 나자빠지는 광경 속에서도 카실레안에게 싸움을 걸었고 패배했다.

‘생각보다 쓰레기가 훨씬 더 많았다.’

제대로 된 권능을 가진 인신은 그래도 50개체는 되었지만, 그중에서 역량이 삼류 수준인 잡것들이 반절이 넘는다.

결국 카실레안은 300개체의 인신 중 고작 열다섯 개체만 살려두게 됐다.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카실레안은 먹어뒀던 신격을 토해냈다. 먹은 것 중 절반에 달하는 신격이다. 이것을 열다섯 개체의 인신들에게 고루 분배했다.

“받아먹어라. 중립신 원정에 성공하려면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

그들은 군말 없이 받아먹었다. 그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편을 시작한다. 우주 낙원은 최소 열다섯 개에서 최대 스무 개까지 한 개체가 할당받아서 관리하게 될 것이다.”

관리 역량에 따라서 달리했다.

‘이 쓰레기들은 우주 차원을 제대로 운용할 줄도 모른다.’

“효율이 안 나오는 우주 낙원이 있다면, 내가 나서서 살필 것이다. 그런 때가 오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예!

인신들이 깍듯하게 답했다.

생존율 5%.

신격을 얻은 건 기뻐할 일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카실레안의 마음에 들지 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죽이지는 않는다. 내가 고르고 고른 것이 그대들이다. 지금까지 실력도 없으면서 날 조롱하며 하찮게 여겼던 이들이 죽었을 뿐이다.”

모두 조용히 그 말을 들었다.

“승리하면 살아서 돌아갈 것이고, 패배하면 우리 모두 중립신에게 죽을 뿐이다.”

카실레안이 주먹을 꽉 말아 쥐며 들어 올렸다.

“전초극의 권능은 내가 부순다. 그대들은 다른 것을 쳐부순다. 간단한 일이다.”

―예!

그들은 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대답만 할 뿐이다.

카실레안은 그들의 자유의지를 꺾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결코 생각이라는 것을 못 하게 됐다. 그저 카실레안이 하자는 대로 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애초에 중립신의 차원에서 뭘 해야겠다는 전략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 마음부터 돌려야 한다.’

“내가 보는 시야를 그대들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열흘에 한 번.

카실레안은 전술 회의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서 그들의 전술 시야를 넓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오늘의 학살이 내일의 승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 *

인신들은 우주 낙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자신이 집어삼킨 신격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동시에 카실레안으로부터 전술 회의를 받고 제대로 된 권능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다만 그 방법이 괴이했다.

“여기서 새로운 전투용 육신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반신급으로 보이지만 내 전투 육신은 궤를 달리한다.”

무기와 방어구 따위의 기물과 육신, 정신체가 삼위일체를 이루며 균형을 가지고 있는 게 카실레안의 근본이다.

이 세 가지에 권능이 부여되어 상호 작용하며 균형을 이룬다. 그게 카실레안의 강함이었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처할 수 있었으며, 중립신조차도 부술 수 있다.

카실레안은 인신과의 전투에서도 모든 힘을 발휘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 전쟁의 신이다. 그리고 전술의 신이기도 했다.

그 전술이 이들로 인하여 퍼져 나올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그대들은 하나의 거대한 권능을 바로 세워야 한다. 다섯이 하나가 된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다섯이서 하나의 권능을 쌓아 올린다.”

이들은 싸움의 초보자이기에 카실레안처럼 싸울 순 없다. 지금부터 연습한다고 해도 남은 시간은 30여 년에 불과했다. 30년 만에 그들이 일류 자락에 닿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재능은 꽃처럼 활짝 피어있어서 볼 수 있는 재능이 있고, 그렇지 못한 재능이 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처럼 사람의 재능은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고자 한다.”

하나의 무리는 공격. 다른 무리는 방어. 또 다른 무리는 업(業).

“빅터. 너를 포함해서 다섯이 공격 권능을 짜 올려라. 거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을 해주마.”

방어 권능도 당장 생각하지 않았다.

고민, 또 고민을 해야 한다. 적어도 차원 전파를 통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정보를 준 용병 지구인을 위해서라도 ‘테라’라 불리는 곳에 카운터 칠 생각을 가졌다.

신제국의 황제니, 세파리아스나 드낙이니 그런 것이 있기는 했지만 ‘중립신’의 또 다른 이름이라 여겼다.

카실레안의 판단에서 중립신이 고꾸라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배제했다. 그런 것을 따졌다가는 아무것도 못 하기 때문이다.

원정군은 그렇게 새로 재편됐다.

그중에서도 카실레안이 가장 손을 댄 것은 권능을 통해서 업을 생산하는 3팀이었다.

“너희가 얼마나 빨리 권능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30년 이후의 결과가 달라진다.”

카실레안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업 생산 권능을 짜 올렸다. 만신전에서도 하는 짓거리다.

초월자를 지구에서 공장 찍듯이 만들어 내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탄생시키고 있는 만신전이었다.

단순히 지구인으로부터 업을 빨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능 자체로 업을 생산하는 인신의 숫자를 늘리고 있었다.

지금 카실레안이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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