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164화 (1,162/1,239)

1164화

* * *

마신은 행성 하나를 하달하여, 테라를 방해하도록 지시했다.

마수 중에서도 뛰어나며, 희귀도가 높은 로노베 후작이 이름을 받은 미노타우르스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은 행성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며, 틈틈이 중립신이 있는 차원을 방해할 마수들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그 계획은 점점 기세가 줄어들고 있었다.

“내 그림자 마수를 간파했다.”

로노베 후작의 말에 미노타우르스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림자 마수는 로노베의 힘으로 빚어진 마수로 보통 마수가 아니다. 제2의 로노베 씨앗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미약했기에 차원 이동시키기도 쉽고, 해당 차원에서 행성 자원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며, 덩치를 키운다.

‘종국에는 그게 마수인지도 모르게 된다.’

그 행성의 자원을 먹고 그 행성에서 태어난 힘을 지니게 된다.

마수를 특정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곳에서도 통하는 것이 로노베 후작의 그림자 마수였다. 그 강습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디에서 차원 강습을 해도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마신께서 우리들에게 내어준 사명은 제법 무거운 것 같다.”

“그림자 마수가 통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침공뿐인데.”

“아직 행성 개발조차도 다 되지 않았다.”

그들의 계획은 실로 끔찍하며 음흉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몰랐다. 중립신의 차원에 확실한 타격을 주겠다는 미노타우르스들의 음흉한 전략은 상상을 뛰어넘고 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이전에 행했던 바를 그대로 행해야 한다.”

“검은 돔?”

마신의 진정한 군대를 복제하는 ‘레플리카 검은 군대’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것은 분명 전쟁을 위한 군대였으며, 코스트도 나쁘지 않았다. 진짜보다는 약하지만 거리낌 없이 쓰기 좋았다.

“행성 개발을 통해서 막대한 자원을 얻고 있기는 하지만…….”

미노타우르스들이 고심했다.

“으음…….”

1만의 자원을 소모했는데 상대가 1000의 자원만 소모한다면?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었다.

“그림자 마수도 쉽게 처리하는 곳인데, 검은 돔의 레플리카 군대를 쉽게 막지 않겠나?”

“그림자 마수는 지성이 없고, 행성 자원을 갉아먹는 데 집중된 마수다. 경우가 다르지.”

이에 로노베 후작이 발언했다.

“그들은 그림자 마수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지만 검은 돔의 레플리카 군대까지 사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규모를 키운다면 먹힌다는 소리인데.”

“확실히 오래전이긴 하지만 미노타우르스가 진행했던 검은 돔이 중립신의 차원에서 성공하지 않았나.”

그들은 회군까지 성공했으며, 업도 많이 챙겨왔다. 행성 자원의 약탈 또한 당연히 성공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때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정보의 갱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그림자 마수, 로노베 후작의 실패도 있었다.

“하지 말지.”

결국, 반대하는 미노타우르스도 나왔고, 투표로 결정됐다. 반대가 과반수를 넘었고, 검은 돔의 레플리카 군대를 보내는 것은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해봤자 상대 또한 알고 있기에 대처하기가 더욱 쉽지.”

“차라리 마신장을 보내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로노베의 말에 회의적인 미노타우르스들이 많았다.

“스스로의 그릇마저 부수던 마신장이 토벌당한 곳이다. 할 수 없다.”

“종국에는 마왕으로까지 격이 높아졌던 마신장이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그곳은 마신장의 카운터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마신의 세력은 특이한 병졸을 중립신의 차원에 보내게 됐다.

그게 바로 드낙이 추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 * *

‘진균의 색은 평범해. 하지만 그 깊이가 괴이하지.’

너무 땅속 깊이 들어간다. 그 어떤 농작물도 50cm 밑에 넣지는 않는다. 때문에 드낙은 진균이 왜 그렇게 밑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진균들이 땅속의 양분을 빨아먹으며 더 많은 균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 균은 이내 덩어리가 되고, 서서히 흙을 밀어내며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다만 너무 땅속에 있어서 그게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빗물을 받거나 다양한 생태 환경을 접하면서 더 넓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나무뿌리처럼 퍼져나간다.’

드낙은 또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매미 유충에게 들러붙어 있는 진균을 본 것이다. 매미 유충의 다리에 가장 많이 들러붙어 있었는데 유충은 더는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진균은 유충의 갑피 틈으로도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여겨져서 조금 섬뜩했다.

‘하여간 마신은 악취미라니까.’

버섯 진균이라니. 기가 막혔다.

드낙은 추적을 이어나가서 숲으로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숲에서부터 시작된 진균은 신제국의 농경지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지상 위로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럴 상황이 안 된다는 점이지.’

몇 년에 한 번 올라가는 매미 유충이나 비가 오면 올라가는 지렁이 같은 놈들과 우연히 뒤섞여져 있지 않으면 올라갈 수 없는 것 같았다.

반면 그런 상황이 조금은 자주 있는 숲에서는 진균을 지상 위에서도 볼 수 있었다.

‘뭐야, 이게?’

드낙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균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대부분 곤충에게 들러붙어 퍼져나가고 있었다. 땅속 깊이 있는 진균과 다르다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엉망진창이네.’

드낙이 역추적하건대, 매미 유충 때문에 진균이 땅속 깊이 갇힌 것일 수도 있었다.

무엇이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진균은 곤충의 몸에 붙어있으면서 자신의 세력을 넓혔다. 곤충은 진균에 뒤덮여서 이내 아무것도 못 하고 죽어버린다.

그러면 다시 그곳에 진균이 모이고, 곤충의 사체를 양분으로 삼아서 서서히 버섯이 쌓아 올려진다.

그 끝에는 뜬금없이 꽃을 피운다.

화려한 붉은색 꽃의 중심에는 노란색의 버섯 돌기가 존재했다. 꽃술 같은 것도 아니고, 꿀 냄새도 나지 않는다.

짐승이 그 꽃을 한입에 씹어먹고 지나갔다.

붉은 포자꽃 버섯은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과정을 한 달 동안 지켜본 드낙은 이내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어떤 것을 침공하는지 정리할 수 있었다.

‘외래종이 지니는 가장 근본적인 피해를 입힌다.’

식물이 자라는 곳을 자신들이 차지한다. 진균에 뒤덮이면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버섯은 다양한 것을 양분으로 삼는다.

그 자체가 이미 자연에 대한 침공인 셈이다.

‘진짜 피해를 보는 건 곤충이다.’

붉은 포자꽃 버섯은 곤충을 노린다. 포자가 퍼지는데 민들레처럼 바람을 타면 제대로 멀리까지 나아간다.

또 곤충에게 기생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갑피 속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이를 증명했다.

결국 식물의 성장을 균으로 덮어서 방해하고, 곤충을 죽이는 것이 붉은 포자꽃 버섯의 임무였다.

‘차원 이동.’

막대한 자원이 소모되며, 단발성에 그치는 행위다. 신제국은 그런 것을 감당할 수 없고, 한다고 해도 되돌아와야 하는 데다가, 일회성에 그치는 리스크가 아주 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결국, 방어하는 수밖에 없다.’

테라의 차원 방벽을 두껍게 만들려는 중립신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간 지 오래다. 그가 중립신을 죽였기 때문이다.

‘간사한 짓은 결코 크게 흔들지 못한다.’

마신은 테라의 성장을 계속 막고 싶어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 이루어진 수작질이 번번이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쉽게 막을 수 있다.’

드낙은 무엇보다 이미 악마의 권좌에 앉았다. 업을 소모하여 권속 악마를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권속 악마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붉은 포자꽃 버섯의 진균만 핥아먹는 권속 악마를 만들면 그만이지.’

개미핥기 같은 놈이 될 것이다.

드낙이 순식간에 하급 권속 악마를 만들었다.

이들은 포자를 핥아먹으면서 계속해서 번식해서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그들은 혓바닥이 길지만, 조류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생존율도 높았다.

* * *

중립신 토벌 원정군. 카실레안의 우주 낙원(Cosmos Paradise).

전술의 신 카실레안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만신전(萬神殿)의 개들이 너무 많아서였다.

‘지구 출신 인신들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내 영향력이 적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전쟁을 치를 수 없다.’

300명에 달하는 인신들은 모두 지구 출신의 인신들이다. 그들은 진짜 싸움을 겪어보지 않은 신병들이다.

하나같이 초월자들이었지만, 그게 무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카실레안은 지금 당장에라도 홀로 그들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

그들이 만든 그들의 권능은 하나같이 저열했다. 어떤 놈은 주지육림(酒池肉林)의 권능이니 뭐니, 하찮은 권능을 자신의 으뜸으로 삼았다.

이런 놈들과 함께 가는 카실레안의 표정은 좋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정치질을 하는 놈들까지 생겼다.

‘가지가지 하는군.’

실패하기 딱 좋은 것만 가득했다.

‘만신전에 오랫동안 있었던 인신들은 하나도 참가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위에 고고하게 있을 뿐이다. 카실레안은 환멸마저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분명 필멸자에서 불멸자가 되어가며 만신전의 혜택을 받았다. 신으로 거듭났으며, 수많은 전장을 헤쳐나가며 만신전의 적과 싸웠다.

그러니 부름을 받고 되돌아가니 또 다른 전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차원은 드넓고, 만신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나라가 좀먹고 있는 것도 모르고 포도주를 마시는 로마 귀족들의 모습이 만신전과 겹쳐 보였다.

다만 상황이 마냥 나쁜 건 아니었다.

무려 300대에 달하는 우주 낙원은 그 자체로 차원 하나는 쉽게 날려 버릴 수 있었다.

5성 천사(Seraph).

4성 지배자(Overlord).

3성 정예병(Elite).

세뇌된 생명체.

반신급만 3천이 넘는다. 때가 임박하면 동면에 들어간 반신을 더 해동시킬 수 있기에 최대 9천까지 가능했다.

엘레우테리오의 우주 낙원과는 차원이 다른 5성 보유율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립신이 상대이니 당연했다.

카실레안은 차원 항해 도중에도 반신급을 제작하고 있었다. 적어도 중립신의 차원을 침공할 때 1만의 5성 천사를 보유하기 위함이다.

그런 것만 봤을 때. 중립신 토벌 원정군의 미래는 어둡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카실레안의 표정은 필 줄을 몰랐다.

차원 전파라 불리는 새로운 신기술을 통해서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차원 전파는 약간의 변환을 해야 했고, 현대지구만 알 수 있는 암호화로 비밀에 휩싸여 있었다.

어렵지 않게 해독을 했는데 그 정보량이 대단했다.

동시에 카실레안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정신체의 표정을 뭉개 버린 카실레안은 속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테라라 불리며, 다종족 연합이라 불리며, 드낙이라 불리는 이가 지배하는 곳은 너무나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특히 테라의 정보는 한 분야에서는 대단히 상세했는데, 그게 바로 전기에 대한 것이다.

‘엘레우테리오의 우주 낙원을 노획해서 그 기술을 쓰는 거다.’

그런데 그 규모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확신이 있는 것처럼 압도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을 본 카실레안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 선택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무슨 선택을 하는가? 어떤 자율성이 있는가? 선택 가능한 선택은 무엇인가? 그것을 어떤 기준을 잡고 조율하는가?

무슨 기둥. 어떤 형태. 그 결과.

무엇을 판단할 수 있는가?

그 모든 것이 카실레안의 손에 달려 있었다. 대단히 주관적인 결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통계 수십 개는 각자의 의도대로 산출된다. 객관적인 지표도 능히 간사한 통계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하고, 사고하고, 고뇌하는 순간부터 객관적 지표는 주관적 지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카실레안만 차원 전파를 통한 정보를 얻은 게 아니다.

우주 낙원만 300개가 넘는다. 그들 모두 충분히 차원 전파를 접하고,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이를 은폐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은폐할 이유도 없지.’

무작정 숨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소위 영화에서나 쓸 법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다. 좀비 연구가 이루어진 시설로 보내면서 좀비 이야기는 쏙 빼놓으면 특수 부대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낼 리 없었다.

동시에 은폐 자체만으로도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그 불만은 조직을 붕괴시킬 수도 있었으며 최소 분란을 야기시킨다.

카실레안은 이 정보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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