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163화 (1,161/1,239)

1163화

전기 농업기계.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는 건 아니다.’

신제국은 마력은 성장시키지 않지만, 전력은 성장시켰다.

그 덕에 이런 농경지에도 전력이 공급되고 있었고, 화력 발전소도 존재했다.

북부 불모지인 윈터 헬에서 들어오는 마법 실험으로 오염된 흙을 태우는 화력 발전소가 존재했다. 마력이 엉망으로 뒤섞여 있는 윈터 헬의 흙은 훌륭한 연료였다.

혹은 범죄자들이 캔 석탄을 태우기도 했다.

무엇이 되었든 신제국은 착실하게 현대화를 이룩하려고 노력했다.

‘공장도 여럿이고.’

이과계 인간도 다수가 존재했다. 드낙이 수학을 포기한 인간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는 엄청난 일이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인간이 신제국에 수두룩 하다는 건 솔직히 조금 공포스럽기도 했다. 그것이 수학을 좋아하는 놈이라면 더욱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

드낙에게 있어서 이과계는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꼭 필요한 인재들이긴 하지.’

용접하는 사람을 하찮게 보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그 용접도 우주선을 용접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인간은 그 정도로 비이성적 존재다. 하나만 달라져도 마음이 홱홱 바뀌었다.

“전기 농기구를 생산하여 농업 혁신을 이룩하자!”

드낙의 외침에 세파리아스는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도 이참에 때가 되었다고 여겼다.

“그렇게 해라.”

“아니, 그렇게 쉽게 허락할 거면 왜 지금까지 안 한 건데?”

“네놈 때문이다. 뉴에이지 시티가 식량 사정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주었는지 모르지는 않겠지?”

식량을 생산해 봤자 큰돈이 안 된다. 재미를 못 보는데 농기구 혁신을 하는 건 가장 어리석은 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빌라에 투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모두 아파트를 좋아하는데 한옥을 찾아가는 꼴이다.

투자로는 좋다고 할 수 없었다.

“태양 차원이 발견된다면 식량의 가치는 올라가겠지.”

“지극히 당연한 소리를.”

주피터는 자신의 차원에 대해서 깊게 말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세상이 힘들면 먹는 것도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식량으로 재미를 볼 수 있단 소리다.

전쟁이 터진 곳에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좀비 아포칼립스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황이 변하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마음을 항상 먹고 있어야 한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다.

그 어떤 전통도 종국에는 역사의 뒤로 사라진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

그러니 실천한 사람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

“공장 몇 곳을 완전히 개조할 여력은 있다.”

미리 농경지 근처에 그런 작업을 해두었다. 비료 공장이 들어선 곳에 농부들에게 적당히 팔 수 있는 생필품 공장이 들어서 있었다.

이를 개조할 수 있도록 해줬다.

“아니, 이것까지 내가 주도하라고?”

그 말에 세파리아스가 한숨을 지었다.

“정말 뭘 모르는군. 10년 동안 너무 놀아서 감각이 사라졌느냐? 공장은 무슨 기술이 들어가느냐. 어디의 기술이 들어가냔 말이다.”

“그야 우주 낙원에서 얻은 지구의…….”

드낙이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아서다.

‘아차, 차원 전파로 다종족 연합을 엿 먹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세파리아스가 공장과 용병 지구인 출신을 크게 중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불만이 생길 것이다.

결국 드낙이 전면에 나서서 용병 지구인을 연막처럼 가리는 게 중요했다.

“너는 그럴 여력이 충분히 있다.”

용병 지구인 이슈를 드낙 이슈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다종족 연합의 초월자인 드낙이 신제국을 위해서 일을 한다? 이건 제법 이슈로 만들기 좋았다.

또한, 가장 낮은 자라 할 수 있는 하급 노동자 계급인 농민들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그림도 좋았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계급은 명확하게 존재했으며, 공산주의 또한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계급은 명확하게 존재했다.

다종족 연합은 귀족과 평민이 공존하며,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평가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농부에 대한 편견이 인간에게는 있었다.

“좋다.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은 톡톡히 받겠다.”

“전에 황금을 내주지 않았더냐.”

“더 많은 황금은 못 참지. 안 참지!”

농담을 던지며 드낙이 사라졌다.

“흥.”

세파리아스는 새침한 소리를 냈다.

‘실로 건방진 놈이다.’

야망을 보이지 않아서 세파리아스의 마음이 더 안심되었다.

“이게 뭡니까요?”

드낙은 곧바로 시제품을 만들었고, 농부들에게 소개해 줬다.

“아아, 이것은 예초기라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수많은 군인을 조져 버렸던 강력한 무기지.”

“예?”

드낙은 농담은 거기까지 하고, 예초기에 대해 설명해 줬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충전식으로 사용하는 예초기는 그렇게 오래 사용할 수는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지.’

다종족 연합의 전력 시스템은 조금 불균형적이다.

중세에서나 볼 법한 흙길에 아스팔트가 덮어지고 그 아스팔트가 닳기도 전에 드론 택배 시스템이 안착했다고 보면 된다.

화석 연료를 건너뛰고 전기 기계로 넘어간 셈이다. 이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했다. 애초에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다.

화석 연료의 폭발적인 엔진 피스톤 질을 겪어보지 못해서였다.

“오오오오오옷!!”

예초기를 사용한 농부가 크게 감탄했다. 135W 모터가 돌아가는 진동은 강력한 손맛을 줬고, 호들갑 떨며 갈리는 잡초들의 풍경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악!”

대답은 악으로 한다.

종종 돌이 튀어서 그를 고통스럽게 했지만, 보호구를 든든하게 입어서 괜찮았다. 사타구니를 보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벌초하다가 고자가 된 한국인이 많지.’

만약 제사를 많이 지내는 집안이 있다?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그들 중에 고자가 있을 수 있었다. 조상을 위해서 자주 벌초한다는 것은 더 많은 돌이 예초기에 의해서 사타구니를 노렸다는 뜻이다.

“예초기의 성능이 대단합니다!”

“까딱 잘못하면 고자가 되겠어!”

농부들은 예초기의 무서움에 몸을 떨었다.

그들은 저런 장비가 있다는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호구를 입는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리스크가 있는 게 남자의 삶이지. 이것만 있다면 고자… 아니, 잡초들을 단숨에 처리할 수 있다!”

농부의 삶은 풀과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농부와 농부의 결혼도 옛날에는 밭을 보고 결정했다. 풀이 많으면 게으르다는 뜻이니, 결혼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식도 셋이고, 고자도 좋다!’

아저씨 중에는 거침없이 예초기를 손으로 잡는 이들이 있었다. 더는 성욕이 없는 불쌍한 이들이었다.

반면 젊은이들은 쉽게 예초기를 구매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언젠가는 쓸 텐데.’

동정남들이 특히나 신중했다. 한 번도 써보지 못했기에 더 애지중지하는 것이다. 여자를 여럿 경험한 남자들은 거침없이 예초기를 집어 들었다.

개인이 쓸 수 있는 전기 농기구부터 천천히 보급에 들어갔다.

드낙은 특히 배터리 충전에 공을 들였다. 전기 충전소를 찾아다니고, 수많은 이들이 대기하는 걸 뉴스로 봤기에 그런 꼴은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여 충전기를 많은 곳에 할당하기 시작했다.

신제국 농부들의 삶은 천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신제국 농부들은 개인 사업자가 많다.’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었다. 서로 협력을 하긴 하지만 자원은 확실하게 개인의 것으로 두고 있었다. 회사나 협회를 차리지 않는다. 뭉치지 않았는데 이는 굉장히 독특했다.

‘이주민 출신이 많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밖에서 굴러들어온 돌이기에 자신과 가족이 더 중요하고 서로 뭉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신제국의 농경지는 개간된 곳이 많아서 기존 세력이 없다는 것도 주효한 이유가 됐다.

그건 장점이기도 했지만, 단점이기도 했다.

마을 단위로 농업 골렘을 운용하는 다른 곳과는 또 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신제국은 농업 골렘을 사용하고 있기는 했지만, 일부에 그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력이 들어가는 곳이 많은 탓에 농업에서는 쓰이지 않게 되고 있었다.

‘마법 아티팩트와 연금술은 농업에 쓰기보다는 다른 곳에 쓰는 게 더 이익이 크니까.’

뉴에이지 시티가 만든 촌극이다. 역설적으로 드낙은 다른 곳의 농부들 등에 칼을 찌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형 이상의 농업기계부터 보급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대신, 농부들이 더 효율성 있게 생산 활동을 하면서 천천히 돈을 갚아나가도록 배경을 만들었다.

소형 전기 농기구를 보급하여 전기 농기구가 이득이 된다는 걸 보여줬다.

여기에 충분히 적응하자, 드낙이 다음에 내놓은 것인 4륜 충전 중형 운반차였다.

시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시골은 돈이 적으니까.

다만 그래도 크게 농사를 짓는 이들은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원탑이라고 한다면 민물고기 양식장이다.

“무게 450kg.”

“헉…….”

“길이 350cm. 높이 150cm!”

“허억……!”

“적. 재. 용. 량. 1,000kg.”

“……!”

“750W 모터탑재.”

“맙소사!”

드낙이 말한 것에 모두 충격을 받은 듯했다. 농부들이 지금까지 제대로 사용해 본 것 중 1마력이 넘는 농기구가 하나도 없었다. 하나같이 개인용 농기구에 그친 탓이다.

“한 집에 하나는 있어야 하지만, 난 관대하다! 누구나 대여할 수 있도록 하겠노라!”

외청 옆에 창고를 두고, 대여방식으로 바꾸었다. 이에 농부들이 우레와도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 뒤로 트랙터도 도입했으며, 콤바인도 들이밀었다.

‘바인더와 탈곡기가 한 몸에 달린 농업기계가 있다?’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 주는 것이 바로 콤바인이다. 벼, 밀, 감자 등 온갖 것들을 수확함과 동시에 탈곡까지 시켜버리는 무서움을 지닌 콤바인은 큰 인기를 구가했다.

초소형 굴착기인 HX10A 또한 도입됐다. 수백 kg의 돌과 흙을 퍼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요긴했는데, 작다는 것도 크게 좋았다. 신제국의 농경지에서 쓰기에 딱 좋았다.

“봐봐!”

드낙이 이를 운전하면서 농부들을 교육시켰다.

‘가르치는 게 재미가 있네.’

자존감도 생기는 것 같았다.

‘나도 이제 선생님이랄까?’

그런 기분을 들게 했다. 다만 그 교육은 생각했던 것처럼 돌아가지는 않았다.

“이게 뭐지?”

드낙이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균이었다.

버섯의 진균처럼 하얀색을 띠고 있었고, 새까만 부분도 있었다. 문제는 보통 버섯 진균은 땅속 깊이 있지 않은데, 이것은 50cm 이상 깊은 땅속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악마적이다.’

드낙은 시동을 껐다. 이에 모든 이들이 의문을 표하자 그가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물러서라! 천천히! 한 걸음씩!”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군중들이 제법 모여있어서 통제를 잃었다간 압사당하는 이가 속출할 터였다.

농부들을 물리고 난 다음에 드낙은 그들을 해산시켰다. 그리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진균을 살폈다.

‘땅 깊이 있는 진균이라…….’

이건 귀했다. 하지만 전혀 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만지자마자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마수다.’

이런 버섯 진균이 마수라는 것이 우스웠지만 드낙은 알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많은 마수를 만났고, 그들이 지닌 마신의 지배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버섯 진균은 무서운 놈이지.’

사실 왜 무서운지는 드낙도 몰랐다. 하지만 중요한 건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는 점이다.

작은놈이 통하지 않자 더 작은놈을 보낸 것이다.

‘마신은 테라의 성장을 계속 방해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의 계획이 번번이 실패하고 있어서다.

동시에 드낙은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 같아도 이렇게 하겠지.’

강력한 경쟁 상대의 성장률을 낮추는 건 중요했다.

10년, 100년 뒤를 생각하면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연평균 20% 성장하는 국가와 연평균 10% 성장하는 국가의 100년 뒤는 너무나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마신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테라에 직접적으로 방해를 하지는 못했다. 그 또한 영토가 큰 만큼 많은 역량을 테라에 투사하지 못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중립신이 터를 잘 잡아놓았다. 아주 먼 차원에 둥지를 폈다. 그것만으로도 다종족 연합은 큰 이득을 보고 있었다.

‘이 버섯 진균이 뭘 하는지부터 봐야겠지.’

드낙의 추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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