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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62화 (1,160/1,239)

1162화

* * *

태양 차원이 드러날지, 안 드러날지. 그건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드러난다면 신제국은 그 즉시 원정을 시작할 것이기에 식량과 관련된 것을 한 번 싹 둘러볼 필요가 있었다.

10년 동안 부인들의 살 내음을 맡거나, 지구의 것을 즐기고 혹은 취미 생활을 하던 드낙은 오랜만에 업무를 할 생각을 가졌다.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신제국의 농경지라…….”

드낙은 제국의 대산맥을 싹 밀어버리고 평야를 만들고 뉴에이지 시티를 세웠다. 그런 의미에서 식량 자유화가 일어났는데 신제국의 농부들은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하긴 궁금했다.

‘운송비라는 게 있으니까.’

아무리 뉴에이지 시티라도 적정 단가 이하로는 물건을 풀 수가 없었다. 오직 대규모. 무조건 대규모로 단순한 거래를 통해서 이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 못생겨도 그냥 판매하는 것이 이 시대의 기본적인 식량 거래였다.

못난이 감자를 따로 파는 현대와는 확연히 달랐다.

못생긴 것 또한 자연적인 것이기에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 시대의 지성 종족이었다.

“오늘도 골렘이야?”

“내일도 골렘이지!”

신제국에도 농사를 지을 때 ‘농업 골렘’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우스운 농담거리였다.

‘없으니까, 그걸 농담으로 승화한 거구나!’

아주 고급진 농담거리였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농업 골렘은 없었다. 그러니 가축을 쓰며, 옛날에 하는 농업을 그대로 행하고 있었다.

“음머어엉!”

그중에서도 특히나 드낙을 기분 좋게 만든 것은 개간하는 농부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개간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해야 한다. 1년은 그냥 수익이 없다고 봐야 한다. 야만적인 시대에는 그건 정말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개간은 하기 힘든 일이다.

‘지도자나 지역 유지가 자기 것을 내어놔야지 할 수 있는 일이지.’

그것도 힘들다. ‘내가 왜?’라는 표정을 짓게 만든다. 이미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굳이 남 좋은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고,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하는 것이 농부들의 개간이었다.

그전에는 누구는 나무 캐고, 누구는 개간하고 그 일을 서로 병행하다가 지역 유지에게 개간한 땅을 빼앗기는 결과로 마무리되는 게 국룰이다.

“오늘도 개간이야?”

“내일도 개간이지!”

아무래도 고급진 농담은 이미 아재 농담이 되어버린 듯했다. 모르는 이들이 없었고, 하고 싶은 말이 없으니 저런 정형화된 농담을 하는 것 같았다.

“으이그! 써어글! 흐이그!”

앓는 소리와 추임새를 섞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무리 개간일을 가축이 한다고 해도 모두 가축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돌은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는구먼.”

가축이 끌고 온 농기구에 잔뜩 걸린 돌들을 옮겨서 가죽으로 땜질한 짐수레에 돌을 던지거나 굴렀다.

이를 몇 번이나 반복해도 개간이 안 되는 땅이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만큼 돌이 많아서였다. 그때 개간하는 이들의 마음은 썩어 문드러지기 일쑤였다.

정말 개같이 일해도 고작 10평 개간도 이루지 못했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상상 이상이다.

결국, 개간도 다 자기 이득을 위해서 하는 까닭이다.

“밥 좀 먹고 하세!”

큼지막한 그릇을 덮고 있던 천이 걷혔다. 소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공식품으로써 훌륭하지.’

간도 배어 있어서 따로 할 것이 없었다. 신제국의 농부들은 오래 쓴 화덕에 숯불을 넣고, 그 위에 철판을 놓고 철판을 데우기 시작했다.

‘응?’

드낙의 눈이 좁아졌다.

제법 똑똑한 짓을 해서다. 농부라고 전부 바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못 먹는 돼지 지방을 넣어서 철판에 기름을 두르기 시작했다.

‘실패할 수가 없는 기름이다.’

콩기름? 우습다. 진짜 기름은 돼지기름이다. 마치 삼겹살을 구운 곳에 김치를 굽는 것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소시지를 콩기름으로 굽는다? 맛 알 못이지.’

드낙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화덕 철판에 제대로 소시지를 구워 먹은 농부들은 전혀 야채를 먹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야채는 살아있는 존재였으며, 감히 그들을 뜯어먹는 행위를 하는 건 아주 야만적인 행태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만약 비건과 마주하게 된다면 큰 충돌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고기는 이미 죽은 것이기에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반면 식물은 달랐다. 맛대가리도 없고, 살아있는 존재다.

“꺼어어억!”

“잘~ 먹었다!”

간이 짭조름하게 잘 되어있으면서도 매콤한 고추가 듬뿍 들어간 소시지를 전부 먹은 농부들이 배를 두들겼다. 은근히 맥주도 몇 잔 마셨다.

‘이게 인생이지!’

평범한 이들은 이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다.

“다시 일해 볼까?”

“오늘은 개간을 얼마나 할 수 있으려나~”

그들은 다시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드낙은 다른 곳도 살폈다. 농부들은 하나같이 구슬땀을 흘렸다. 출근도 빨랐고, 퇴근도 빨랐다. 해가 저물기 전에 바짝 정리하는 편이다.

‘아쉬운 건 마력으로 구동하는 아티팩트 맛을 못 본다는 거고.’

신제국은 상위 인간의 개발이 매우 더디다. 그걸 인간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순수 인간은 오직 마력과 신성력도 지니지 않은 것이고, 상황이 좋지 않기에 그런 인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신제국의 태도였다.

그 피해를 보는 건 당연히 피라미드의 밑바닥에 있는 농민들이었다.

‘무작정 세파리아스를 욕할 수도 없고.’

농부들은 지금 이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신제국은 세수가 적고, 부패율도 낮다. 자기가 하는 만큼 돈도 모이고, 결혼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자식 공부도 할 수 있다면 쉽게 할 수 있다.

‘거기에… 신제국은 전력 시설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농부들은 전기 물품을 통해서 조금 더 편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농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지는 못했다.

‘화석 연료를 캐고 있지는 않으니까.’

시작한다면 그것을 건너뛰고, 바로 전기차로 가야 했다. 시추 시설을 짓고, 그것을 옮기는 시설 등을 짓는 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요구했다.

그만큼 많은 화석 연료 차량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점진적으로 상승해야 했고, 전기차의 등장과 함께 또 점진적으로 하락해야 했다. 반면 다종족 연합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흐음…….”

신제국의 농업은 건드릴 게 많아 보였지만 신중해야 했다.

‘어차피 전기차로 가야 하는데, 확 건너뛰는 것도 나쁘지 않지.’

굳이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효율은 높지만 결국 사람을 죽이는 것이 화석 연료였다. 무조건 인간에게 유해하다고 보면 됐다.

마법 불꽃으로 구동되는 화력 발전소는 정말 친환경적이었다.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드낙은 신제국의 거대한 농경지를 몇 곳 돌았다.

다 거기서 거기였지만 종종 큰 부패가 보이기도 했다.

은근히 수확량을 속이거나 종자를 심은 것을 적게 보고하고, 농경지의 땅도 그 비율을 속이는 이도 있었다.

한 놈부터 열 놈까지 제대로 해 처먹는 경우엔 들킬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드낙은 손쉽게 그들의 비리를 알아차렸고, 그 뒤에 3일 동안은 증거를 수집하는 데 사용했다.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그저 싹 다 잡아들이는 것뿐이었다.

* * *

“잡았다, 요놈.”

“억!”

마법으로 포박하고, 그들의 일가족 또한 한순간에 잡아들였으며, 이에 조금이라도 가담한 이들 또한 싹 다 잡아들였다.

그 숫자가 거의 500명에 달했다.

1년, 2년, 3년. 근 3년 동안 들키지 않고 농부들조차도 거기에 가담했기 때문에 숫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자들을 1시간도 안 되어 싹 다 포박한 드낙은 실로 격이 다른 초월자라고 할 수 있었다. 파동으로 이동하며 세상을 속일 정도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아아아!!”

하나같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남이 하니까 자신이 한 것뿐이었다. 그들도 그저 그 시류에 탄 것처럼.

세상이 잘못된 것이지, 자신이 잘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걸 듣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주관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쪽도 마찬가지다.

“언론으로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적어도 보름 동안은 이것으로 시끄럽게 만들어라.”

“예!”

“얼굴을 모두 찍어서 배포해라. 모든 이들이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도록 만들어라.”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해야 한다.

“전쟁이 코앞인데 자기 잇속을 챙기다니? 사설로도 보름은 쓸 것이 남을 것이다.”

사회적 이슈까지 겹치게 되면서 그들은 싹 다 광산으로 보내졌다. 그들이 지은 죄만큼 모든 걸 배상할 때까지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지위에 따라서 형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식량을 탐내는 겨울잠쥐는 까맣게 잊고 비리를 처리하는 데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증거도 착실하게 모았기에 세파리아스도 흡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결국, 범죄자가 많을수록 나라의 노예가 많아진다.

그 노예는 아주 생산적인 일에 투입된다. 그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은 일에 투입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신제국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세상일이라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광부들은 분명 중요하다.

청소부들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들은 결코 대우받지 못한다.

지식과 젊은 피와 정의가 꽃피는 대학교에서조차도 화장실에서 지내는 것이 청소부들이었다.

드낙은 신제국의 농경 비리를 파헤치는 데 혁혁한 공을 내세웠고, 이를 언론에 제보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세파리아스는 드낙을 위해서 황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그의 권능에 힘을 보탠 것이다.

그 과정 이후에 드낙은 비로소 겨울잠쥐에 대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겨울잠쥐.’

15cm~20cm에다가 꼬리도 10cm가 넘는다. 눈은 크고 똘망똘망해서 귀엽다. 하지만 매우 사납다.

“이놈들이 어찌하여 이렇게 많이 생겼느냐?”

“겨울잠을 많이 자는 놈들이라, 키울 생각을 했습니다.”

“키운다?”

“예. 통에 넣고 살을 찌워서 먹었는데 맛이 있어서…….”

농부들이 굽신거렸다. 이에 드낙이 조금 더 물어봤다. 겨울잠쥐는 살을 찌우면 무려 300g까지 통통해지고, 그들은 연중 반년 이상을 겨울잠에 빠져든다. 그 탓에 제법 키우기가 편했다.

이것저것 주워 먹이기 좋은 계절에 눈을 뜨고, 주기 힘든 겨울에는 잠만 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쥐를 먹어? 이런 야만적인! 로마인들도 안 먹을 짓을!’

제대로 현대에서 배우지 못한 드낙은 로마인들이 쥐를 먹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어떻게 먹는데?”

거침없는 말에 농부가 사실대로 이야기해 줬다.

“진미(珍味)로 먹으려면 다진 돼지고기로 속을 채웁니다.”

“호오. 계속 말해 보라.”

잘게 다진 잡고기도 사용된다.

“견과류와 밀가루를 반죽한 것을 쌀알처럼 떼서 같이 속을 넣습니다.”

후추나 발효된 피시 소스와 섞어 그런 것들을 하나로 모은 곳에 스며들게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요리법은 다양했다.

“그렇게 해서 튀김으로 해먹는 이들도 있고, 구워 먹는 이들도 있으며, 삶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탕으로 먹을 때는 더 많은 재료를 넣어서 스까묵는다고 했다. 부산사람이 들으면 아주 흡족해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들은 드낙은 겨울잠쥐의 번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키우다가 자연에 유출됐고, 크게 번성해 버렸다.’

농경지 근처는 치안도 안전했다.

곳곳에 곡물가루도 많았으며, 유해조류인 비둘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류는 특히나 고양이에게 학살을 당하다시피 했다.

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도망칠 구석이 많아서 번성할 수 있었다.

“흠.”

‘굳이?’

겨울잠쥐는 이미 먹거리로 자리잡혀 있었고, 고양이의 개체 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었다.

겨울잠쥐가 많으면 많을수록 고양이들도 자연적으로 많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았다.

드낙은 겨울잠쥐에 대한 문제는 가만히 놔두기로 했다. 고양이들의 개체 수 증가와 맞물려서 알아서 해결될 것이다.

‘대체로 자연에 맡기면 될 일이다.’

그다음에 생각한 것은 당연히 전기 농업기구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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