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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49화 (1,147/1,239)

1149화

* * *

실버 아머는 단순한 군사 집단이 아니다.

신제국의 변방을 수호하며, 나중에 있을 악마 침공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만 했다. 동시에 세파리아스가 다른 차원에 침공을 나갔을 때, 신제국의 변방을 지켜야 했다.

변경백과 비슷한 용도로 쓰일 군사 집단이었다.

다만, 그런 그들에게도 간사한 짓을 빠짐없이 했다. 실버 아머 1회 대여가 그 간사한 짓 중에서도 가장 비싼 놈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갑옷은 소비품이다. 자동차마저도 감가상각이 이루어지는데, 갑옷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결국 자신들의 돈을 쓰게 될 것이다.

다만 이것마저도 제대로 된 결과가 아니다. 그 결과는 조금 더 가혹할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오직 세파리아스만이 알고 있었다.

“상체의 은빛은 다른 곳에는 없습니다. 다른 곳은 청색 혹은 조금 더 편안한 색상을 마음대로 도색하실 수 있습니다.”

은빛의 상체 갑옷을 제외하고는 자유도가 있었다.

“다만, 청색을 추천해 드립니다.”

“청색을?”

“밤에 보면 달빛을 받은 청빛은 대단히 신비롭습니다.”

다른 마법 크리스털이 빛을 냈다.

마법 크리스털의 단점은 영상 편집이 힘들다는 점이다. 그 탓에 편집 한 번 없이 구도를 모두 계획한 다음에 찍어야 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불세출의 영화감독이 아니고서야 머릿속에서 이미 편집까지 생각해서 찍는 건 어려운 일이며, 그렇게 하더라도 편집을 해야 했다.

그 때문에 마법 크리스털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식으로 변했다.

“과연, 그러하군.”

루-부가 감탄했다.

의외로 보이는 것은 상당한 힘이 된다. 실버 아머는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보일 것이다.

“으슥한 밤. 보름달이 내려오고, 괴물이 들끓으며 약자들을 괴롭히고, 죽이려고 할 때. 말발굽 소리와 함께 은빛의 기사들이 내려온다. 어떻습니까?”

“좋다.”

루-부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승전식도 밤에 하고 싶을 지경이군!”

그 말에 문관이 웃어 보였다.

모두 계획대로였다.

“그런데…….”

“예?”

루-부가 제법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문관이 움찔했다.

“갑옷을 잃으면 새로 사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럼 나라로부터 구매해야 하는 건가?”

“예. 그렇지요. 다만 합당한 가격에 제공할 것입니다. 금화 300닢입니다.”

“상급 전신 갑주치고는 싼 편이군.”

최신식 전신 갑주는 돈으로 구매할 수 없었다.

나라에서 만드는 것인 데다가, 최신식은 이미 제공되는 곳이 정해져 있었다.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전신 갑주를 만드는 곳이 많아졌지 않습니까.”

“다종족 연합의 공통된 법이었으니까.”

전신 갑주는 지키는 힘이다.

하급 전신 갑주의 경우 필요하다면 누구나 구매할 수 있었지만 공격 마법은 들어가지 않는다. 오직 회복 마법과 방어 마법만 넣을 수 있었다.

범죄에도 사용될 수 있어서 ‘필요하다면’에 신용이 가득 쌓여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금화 50닢의 구매력이 있는 이들이 구매하는 탓에 작은 마을 단위로 공동구매하거나 혹은 부자들이 구매하는 편이었다.

괴물은 마법적 재료였기에 모조리 죽일 수 없었다. 마법의 다른 계통을 잘라버리는 것과 같기에 최대한 민가로 내려오기 전에 토벌을 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실버 아머의 출범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문관은 은빛 전신 갑주에 대한 성능을 정리했다.

“달과 어둠의 후광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렸으니, 넘어가겠습니다.”

달빛을 뿜으며 신비로움을 줄 수 있고, 어둠을 둘러 야습에 보다 실전적인 힘을 낼 수 있었다.

그것이 은빛 전신 갑주의 아이덴티티다.

“그다음에는 소리 파동의 주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소리가 파동을 통해서 시각화됩니다. 여기 마법 크리스털을 보시면 어떤 건지 볼 수 있습니다.”

문관이 또 하나의 마법 크리스털을 꺼내서 작동시켰다.

곧, 나무 뒤로 하얀색의 물결이 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야가 변하며 나무 옆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사슴이 풀을 뜯는 것이 보였다.

“풀 소리조차도 파동으로 보이나?”

“강약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최소 단위가 풀을 뜯어 먹는 소리이고, 최대 단위는 사람이 고함을 지르는 수준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밤에 쓰기 좋은데…….”

노골적이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성능은 좋지만, 너무 야습에 목을 매는 것 아닌가? 낮에 도착해도 기다렸다가 밤에 쳐들어가야겠어.”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야습을 막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무패의 실버 아머라면 분명 변방에 좋은 귀감이 될 것입니다.”

그 말에 루-부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패의 실버 아머라…….”

놀랍다. 실버 아머의 미래를 생각한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방향성이 필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송곳처럼 날카롭게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럴듯했다.

“계속 듣지.”

“별빛 타격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마법 크리스털이 올라왔다. 끝도 없었다.

영상 안에는 은빛 전신 갑주를 입은 기사가 손을 위로 뻗고 있었다.

“손을 위로 뻗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마법을 사용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겁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요? 그게 별빛 타격의 무서움입니다.”

주변에 마력 탐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마력 탐지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려면 끝없는 마력 자원이 필요하니,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공격인가?”

“그건 아닙니다. 다만, 장거리 대인 타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거리를 크게 늘린 대신에 위력은 낮다.

“그걸 쓰는 이유가 있나?”

“다른 마법에 비해서 위력이 낮다는 것일 뿐, 타격력은 상당합니다. 나무로 만든 지붕은 쉽게 부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버 아머는 소수 정예가 아닙니다.”

루-부는 이제야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수천 개의 별빛 타격이 떨어져 내리면 볼 만하겠어.”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고 전투가 시작된다. 혼란 속에서 야습이 이루어진다면 상대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실버 아머는 스토크스 자동 박격포(Mortar), RMS6L을 사용합니다. 장거리 타격의 귀신이죠.”

“박격포? 총기와 비슷한 건가?”

“예. 나중에 보실 기회가 있으실 겁니다. 다만 스펙을 말씀드리자면…….”

그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나서 루-부의 표정은 조금 이상했다.

“너무 위력적인데.”

그 광경을 떠올린 루-부는 까마득함을 느꼈다.

“그래야 할 필요가 있으신 것이겠죠. 신황제 폐하의 말씀을 어찌 모두 알 수 있겠습니까. 다만, 박격포의 경우는 실전배치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어째서인가? 자동으로 쏜다고 하지 않았나.”

“숙련공이 없어서입니다.”

루-부는 이해하지 못했다.

자동으로 쏘면 딱히 숙련자가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모든 걸 자동으로 해내는 공장에 작업자가 필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생각한다면 루-부의 생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자동으로 발사하기 때문에 복잡한 기계장치가 탑재되어 있으며, 전력을 소모합니다.”

“전력까지 소모한다고?”

그가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력 자원이 부족한 신제국은 누구보다도 먼저 과학과 전력에 대한 맹신을 하고 그곳에 뛰어들었다.

만신전(萬神殿)이 지구를 정복하기 전까지, 인간은 우직하게 자신들이 가진 것을 쌓아나갔다. 그 길을 신제국이 걷고 있었다.

그 덕에 루-부는 전력이 얼마나 귀중한 자원인지 알고 있었다.

“예. 그래서 부품의 마모가 심합니다. 고장도 조금은 잦습니다. 그래도 실버 아머의 일원이 박격포를 조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건 그렇지.”

그가 쉽게 수긍했다. 그렇다면 아직 박격포는 실버 아머의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게 생각하니, 별빛 타격이 더욱 쓸 만해 보였다.

“별빛 타격은 그저 장거리에만 장점이 있는 게 아닙니다. 마력 소모가 적습니다.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게 가능한가?”

몽둥이를 크게 휘두르는 것 같은 타격력을 지니고 있었는데도 적은 소모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작은 비밀이 있습니다.”

그가 또 마법 크리스털을 꺼냈다. 어지간히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았다. 그만큼 실버 아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것이라, 루-부는 마음이 느긋해졌다.

하지만 이내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았다.

“저것이 무엇이냐?”

그건 펄떡 뛰고 있는 심장이 여러 개가 붙어있는 벌레 같은 괴이한 괴물이었다.

“악마적인 모습이지요. 위대한 초월자이시자, 다종족 연합의 영원한 초월자인 드낙 님께서 내려주신 것입니다.”

“…….”

드낙이 악마라는 걸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북부 불모지. 윈터 헬(Winter hell)만 해도 악마들의 나라였다.

“다수 심장 벌레라는 놈입니다. 아직 제대로 된 권속 악마는 아닙니다. 마력을 먹고 살지만 동시에 마력을 배출합니다. 그 차이를 통해서 별빛 타격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보름에 하루 정도는 열 번을 써도 마력 소모가 없을 겁니다.”

가만히 놔둬도 살아갈 수 있는 권속 악마였다. 하급이며, 소아귀와는 덩치 자체가 달랐다. 마력을 먹고 뱉고 하면서 반영구적인 마력 그릇을 구축한다.

다만, 황당하게도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대 속성에는 젬병이며, 하늘 혹은 우주와 관련된 마법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별빛 타격은 그렇게 탄생했다.

“주문은 한 문장.”

타격력은 나쁘지 않고, 보름에 한 번이지만 난사도 가능했다.

남다른 무장이긴 했다.

“벌레는 등에 있을 텐데, 굳이 꺼내지는 마십시오. 호기심에라도 밖으로 나갔다가 번식하게 되면 골치 아픕니다.”

“아…….”

루-부가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꺼내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혐오감만 있을 뿐이다.

“방어 주문으로는 ‘찾아 막는 화염 방패’가 있습니다. 방패의 크기는 좌우 1m의 마름모꼴의 방패입니다. 불타고 있으며, 가까이 있는 적은 그 열기를 느낄 것이며 화상도 입을 수 있습니다. 주변 불을 흡수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찾아 막는 화염 방패는 유도 기능이 있으며, 불을 흡수하는 탓에 사용자에게 불에 대한 저항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방어 주문이었다.

“장점이 제법 많은데…….”

다가온 적에게 화상을 입힌다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다수와의 전투에서 든든하게 ‘손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도 기능이라고 하지만 기사의 생각에 따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습이 필요하다는 건가?”

“예. 완숙된다면 방패를 든 팔 하나가 더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기능이 존재했다. 이를 모두 들었는데도 끝이 나지 않았다.

“…휴! 드디어 은빛 전신 갑주에 대한 설명을 끝냈습니다. 조금은 쉬고 할까요?”

“아니, 계속해라. 나 말고도 만나야 할 이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 말에 문관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우!”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루-부는 그런 무례도 쉽게 용서해 줬다. 신제국은 지나칠 정도로 무(武)를 숭상한다. 평시에도 무인 출신의 대신들이 과반수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나를 조져 놓으면 그 자리에 앉힐 놈이 없다.

심지어 신제국의 문인 출신 대신 중에는 사촌이 사람을 죽인 것을 덮으려다가 걸린 놈도 계속 행정을 보고 있을 정도다. 지팡이 들고 억지로라도 일을 하라는 것이 세파리아스의 생각이다.

그는 다른 사람과 생각이 조금 다른 인간이었다.

아무리 드낙을 보고 깨우쳤다고 해도 그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

죄가 커도 능력이 그보다 더 크면 사용한다.

지독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 또한 인간이었다. 인류의 테두리에 속한 한 명의 인간. 초월자가 되어도 그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버 아머의 권리는 아까 말씀드린 게 끝이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원하시는 건 바로 몬스터 구제 시에 생기는 이득에 대한 분배입니다.”

그제야 루-부가 조금 자세를 고쳐 잡았다.

돈 이야기이니 싫어할 수가 없다.

“3할은 사냥한 본인이 가져갑니다. 3할은 신제국의 세금으로 들어갑니다. 4할은 실버 아머의 공금으로 들어갑니다.”

“공금?”

루-부가 눈살을 찌푸렸다.

말이 공금이지 사실상 세금으로 7할을 내라는 소리였다.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받아들인 놈이 있다는 게 문제다. 루-부가 여기에 오기 전에 많은 변방 귀족의 자재가 이곳에 왔기 때문이다.

“그걸 받아들였다고?”

“예.”

문관은 막힘없이 진실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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