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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44화 (1,143/1,239)

1144화

* * *

도시를 점령했다는 승전보가 28일 이내에 열 번 울리고, 보름 뒤에는 골든 카이저까지 잡았다.

‘시작은 그렇지 않았지.’

지지부진. 연속된 후퇴.

도시 열 개가 점령되는 치욕스러운 소식. 그 속에서 많은 신민이 불안에 떨었다.

“나라도 나서야겠어. 징병에 응해야겠다.”

“나이가 몇인데 그런 소릴 하세요.”

“넌 모른다. 전쟁이란 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와 가장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우습게 여긴다면 큰코다칠 것이다. 고블린이 오크 걱정을 안 하는 것과 같다.”

옛 제국 꼴이 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옛 제국은 제국의 군단만 믿다가 많은 시민이 죽임을 당했다.

“언데드가 아닐까.”

“흑마법사일지도.”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쉿.”

어떤 간사한 존재가 반란을 주도했는지, 온갖 소문이 득실거렸다. 그리고 그것 대부분 어둠에 관한 것이었다.

아직 신제국이 가야 할 길이 멀었다.

대마초조차도 용인하는 세상에 사는 현대인들이 봤다면 코웃음 칠 것이다.

빛이든 어둠이든 결국 자기한테만 좋으면 그만이다. 그게 자유라는 놈이다.

음주운전하고 신혼부부를 싹 다 죽여도 종신형을 받지 않는 세상에 살아보지 못한 이들은 어둠을 지나치게 무서워했다.

진짜 어둠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승전보가 쏟아져 나왔으니,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진짜 정보를 토해내라!”

“거짓된 정보에 선동당하지 않는다!”

공부만 15년을 했다. 그런데도 관리가 되지 못한 자가 수염을 길게 기른 채로 악다구니를 썼다. 이렇게라도 조져 놓겠다는 무언의 증오였다.

그런 이들에게 동조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놓고 동조하지는 못했다.

“세상일이 어찌 될 줄 알고?”

“나중에 가봐야 알지.”

신중론을 펼쳤다. 까딱 잘못하면 잡혀가서 석탄을 캘지도 몰랐고, 벌금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신제국의 형벌은 지나칠 정도로 돈과 수익에 집착하고 있었다. 범죄자도 ‘자산’이다. 잡아들여서 일을 시키면 되니까.

드낙스러운 생각을 세파리아스도 하게 됐다. 그만큼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구두를 만들거나 목공 따위를 하는 것보다 그냥 광산에 처박아 버리는 게 수익성이 더 높았다.

사회에 해를 끼쳤으면 그걸 메꾸는 게 당연하다. 적어도 다시 사회에 나온다면 그만큼 값을 치르고 와야 했다.

“놔라! 이놈들! 역겨운 놈들! 퉤! 퉤!”

며칠을 지켜보다가 그대로 끌려갔다. 온갖 죄가 덧씌워졌다.

“있는 놈만 관리가 되는 신제국은 꺼져라! 세상에 혁명이 오리라! 제2의 골든 카이저가 나타날 것이다!!”

그 외침은 금방 사라졌다. 배에 주먹이 들어가니, 숨소리도 못 냈다. 거침없는 폭력이다.

치안을 유지하는 게 경찰이 아니라, 군인인 탓이다.

이름만 경찰이지 그들은 병영에서 살고, 훈련도 병사로서 훈련한다. 때문에 범죄자에 대한 손속이 대단히 매서운 편이었다.

전쟁에 대한 현장감을 씌운 마법 크리스털이 보급되자 너도나도 구매했다. 보통 마법 크리스털보다 10배는 비쌌는데도 구매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금방 동이 났다.

또 이를 돌려보는 데도 많은 돈을 요구하는 편이라, 수익성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되팔이들이 크게 득세했다. 그런 되팔이들은 국가의 의도성을 해쳤다고 여겨 잡혀가서 벌금을 토해냈다.

모든 것이 돈으로 이어졌다. 심심하면 벌금을 매기려고 눈이 벌겋게 서 있었다.

드낙은 조심스럽게 그 상황을 지켜봤다.

‘딱히 잘못된 건 아니다.’

신제국은 너도 철퇴, 나도 철퇴라는 식으로 굴러간다.

그렇게 무식하게 사회가 굴러가는 까닭은 그 웃대가리가 세파리아스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개혁을 이루어내고, 그 속에 있는 잡음을 단칼에 끊어내며 기어코 성공하고야 만다.

‘지금도 이를 위해서겠지.’

이를 막을 권리는 없었다. 그저 강하다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는 그냥 꼰대나 다름없다. 절차를 무시한 권력은 양아치 깡패식 권력에 불과하다.

죽는 이들은 없었다. 죄도 죄다.

특히 되팔이들은 가장 악독한 존재들이다. 자신들이 쓸 것도 아니면서 여기저기서 닥치는 대로 구매하는 탓에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

‘나 같으면 되팔이는 바로 광산으로 보낸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만 봐도 세파리아스가 얼마나 ‘선’을 잘 지키는지 알 수 있었다.

신제국은 반란을 진압했고, 거기에 가담했던 이들이 신제국의 수도 바로 옆에 지어진 간이 수용소에 모이기 시작했다.

간이 수용소를 지으면서 토목 공사를 진행했고, 많은 돈을 시민들에게 뿌렸다.

특히 10대 후반의 청년들이 많이 고용되었는데, 젊은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목돈’이기 때문이다.

흙수저는 20대 청년이 되며 사회에 나설 때 빚을 떠안고 시작한다. 세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부채에 시달리는데, 그 수는 까마득하다.

세파리아스는 이를 없애기 위해서 목돈을 얹어주려고 했다.

개인이 중산층이 되어야 세금도 잘 모인다. 부자가 아무리 많아 봤자 머릿수는 못 이기는 법이다. 그리고 부자는 딴마음을 품기도 쉬웠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겠지.’

예전의 세파리아스였다면, 이렇게 하층민의 사람을 챙기지 않았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살면서 반혁이란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세파리아스는 본격적으로 평범한 사람에게 부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명예에 관심 없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건 세파리아스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게 지금의 토목 공사로 이어졌다. 여기의 토목 공사에 부자들이 추가 세금을 낸 것을 생각한다면 세파리아스는 의도적으로 부의 재분배를 강제로 이루고 있었다.

드낙은 이를 막지 않았다. 쌓여있는 것보다는 순환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결국, 또 모을 테고, 부자들의 것을 그만큼 심하게 빼앗은 것도 아니니까.’

적정선을 유지했다. 세금 때문에 부자가 되기 싫은 부자는 없었다. 그런 부자가 있다면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가진 것을 모두 국가에게 준다는 뜻이 아닌가?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10조를 세금으로 내도 부자로 남고 싶은 것이 부자다.

“읏차!”

“아따따병, 이이잇신!”

“허흐흠, 술, 술 들어, 허흐흠! 케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은 일하면서도 추임새로 장난을 치기 바빴다.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아 어린 티가 나는 놈들도 있었다.

쉬고 있을 때는 잠자는 놈의 신발 끈을 양쪽으로 묶거나 어디서 가져왔는지 염료를 친구에게 묻히는 놈도 있었다.

수학여행으로 막노동하러 온 것 같았다.

“그렇게 하면 사고가 난다니까!”

“몸에 최대한 밀착해서 들어! 더 밀착해! 들 것에 몸을 바짝 붙여야 허리를 안 다쳐. 들어 올릴 때는 다리로 들어 올려. 허리에 힘주지 말고 다리에 힘을 주는 느낌으로!”

관리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 요령을 가르쳐 주기 바빴다.

허릿심으로 막노동하는 놈들은 3년도 못 가서 병나서 병원으로 간다. 물건을 들어 올릴 때 다릿심과 뱃심으로 버티는 놈들이 진또배기 막노동꾼이다.

관리자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었고, 그 관리자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었기 때문에 호통을 치지는 못했다.

성심성의껏 노하우를 가르쳐서 사고가 없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사고가 자주 일어나서 회복 물약을 많이 쓰고, 작업장 곳곳에 안전장치가 많이 있었다.

그것 모두 돈이었다. 그런데도 그런 것이 기능하고 있었다.

간이 수용소의 사업체가 국가였기에 가능했다.

간이 수용소는 완성되는 곳마다 반란군 포로들이 들어섰다. 거대한 울타리에 60평에 30명이 살아가야 했다. 2평에 한 명인 셈이다.

너무 빡빡해서 전염병도 창궐했고, 그때마다 초보 연금술사나 초보 마법사, 약초, 의사들이 이들을 돌봤다.

현장 경험을 얻기에 좋았다.

반란군 포로들은 낮에는 수도 근처의 산에서 나오는 흙을 퍼서 평탄화 작업을 하고, 저녁에는 소일거리를 하며 지냈다. 서로 싸울 기운도 없을 정도로 일했고, 밤에는 도망칠 생각도 못 하고 잠자기 바빴다.

커피조차도 제공되지 않는 노동이다. 잠을 안 자고는 못 배겼다.

그 숫자가 가히 5만을 넘어섰다.

점령된 도시에서도 반란군으로 떵떵거리며 악독한 짓을 일삼던 이들이 많았다.

“죄를 저지른 것에 따라서 형벌을 내리겠다. 행정과 관련된 관리의 처우는 나중으로 미룬다. 동시에 얼마나 많이 일하느냐에 따라 차후의 형벌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 덕에 점령 도시는 최소한의 행정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간이 수용소는 끝도 모르고 증축됐다. 동시에 주말마다 죄인들을 수도로 압송하여 공개적으로 재판을 벌였다.

재판은 세파리아스가 직접 주관했다.

“사람을 여럿 죽이고, 남의 재물을 은화 500닢 치를 강탈했다. 이에 거짓이 없느냐?”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황금에 눈이 멀었습니다!”

“거짓을 말하는구나. 네놈에게 강간을 당한 이의 증언이 있고, 소문도 무성하다. 똑바로 말하지 않는다면 처형시킬 수밖에 없다.”

“흑흑흑. 예, 제가 그랬습니다.”

“어디서?”

재판은 대단히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증언이 많고, 증거가 수두룩한 이들만 가려 뽑았다.

뿔 쥐들의 노력이 대단했다. 대부분이 현행범이고, 현행범으로 잡지 않은 놈이라면 정보를 많이 취득했다.

중급 권속 악마나 되는 뿔 쥐들이 현행범을 잡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다른 놈을 잡아서 지하 연합으로 몇 할을 끌고 가는 것이 더 좋았다.

수십 명이 지키는 놈을 잡는 것보다는 그에 대한 정보는 세파리아스에게 주고, 현행범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놈들을 잡아가는 것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하 연합의 똑똑함과 뿔 쥐의 지혜였다.

세파리아스는 이를 이용해서 하나하나 다 공개하지 않고, 범죄자의 정신을 무너뜨렸으며 그가 모든 죄를 토해내도록 유도했다. 알려지지 않은 것도 토해내게 하였다.

“마지막까지 제대로 말하지 않는구나. 종신 노동형에 처하노라.”

“정말로 다 말했습니다!”

“웃기는 소리! 내가 릴리아라는 이름을 언급해야지 정신을 차리겠느냐?”

“헉!”

그가 헛바람 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내 온갖 것들을 말했다. 어렸을 때 저질렀던 죄도 말하며 용서를 빌었다. 허나 도장은 그대로 찍혀졌다.

쾅!

어찌나 큰 도장인지 찍을 때마다 소리가 크게 났다.

공개 재판이 꿀잼인 이유가 저 도장 소리에 있었다.

사람 머리통만 한 도장이었는데, 그걸 찍을 때마다 눈물과 콧물을 질질 짜다가 아랫도리까지 지리는 놈들이 있었다.

깝죽거리다가 자신의 남은 삶을 평생 광산에서 보내게 되었으니, 지릴 만했다.

군대 3년 가도 피를 토하는데, 평생 광산 노동이라니, 그 끔찍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고 재판을 받고 행정상의 이유로 간이 수용소에 돌아온 이들이 꺼이꺼이 우는 소식을 너도나도 들었다.

종신 노동형에 처한 이 중에는 자살 시도를 하는 이도 있었다. 황금을 좇다가 순식간에 석탄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다만 그것도 보름을 가지 못했다.

인간은 비이성적인 존재고, 적응의 동물이다.

‘그런 삶……. 나쁘지 않을지도?’

멍청한 생각으로 마무리했다.

반란군의 처우는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세파리아스는 틀을 잡은 뒤에는 다른 것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행정력 시험이나 다름없지.”

드낙이 툭 내뱉었다.

전쟁 이후는 무조건 행정력이 좋은 놈이 으뜸이다. 당나라는 100만을 동원했고, 그 대가를 치렀다. 100만을 동원한 대가로 나라가 망해 버린 것이다.

수많은 곳에서 징발당한 것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파리떼처럼 일어났다. 자기 것을 되찾는 데에는 가장 극성이 될 수밖에 없다.

“돈으로 받겠습니까? 물건으로 받겠습니까?”

그런 이들은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했다.

“돈이요.”

대부분 돈을 선택했다. 그리고 물건값은 합당하게 치러졌다. 많이 쓴 것은 그만한 값을 받았고, 새것도 그만한 값을 받았다.

드낙이 혀를 찼다.

“이거 다 돈을 받으면 나라가 거덜 나겠는데?”

“어리석은 놈.”

그 말에 세파리아스가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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