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143화 (1,142/1,239)

1143화

22. 황금 반란 (2)

“저것이 무엇이냐!!”

골든 카이저가 깜짝 놀랐다.

우주 낙원에서 노획한 빌리언즈는 다종족 연합의 손에 들어갔고, 그 기술은 모든 세력이 열람할 수 있었다. 신제국은 거기에 크게 관심을 기울였다.

다만, 제대로 된 빌리언즈를 만들 수는 없었다.

신제국 New empire.

NE 빌리언즈(Billions).

신제국만의 이족보행 다목적 로봇으로 재탄생했다.

그중에서도 용접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용접(鎔接)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두 금속에 높은 열을 가하여 녹여 붙이거나 이음을 뜻한다.

신제국에는 뛰어난 용접공이 없었다.

용병 지구인 중에서도 정비사들은 옵시디안(obsidian)의 흡혈귀를 지배하고 있는 아스톨포 샤를로트 왕자에 의해서 많이 죽어 나갔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정비사 혼자서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렇다고 로봇 용접을 할 수도 없었다. 지식이 있다고 해서 바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류가 문명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며, 수많은 인간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끝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그렇게 했음에도 돈 때문에 로봇을 통한 자동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업체가 수두룩 빽빽했다.

그 탓에 NE 빌리언즈(Billions)의 용접 상태는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신제국이 용접을 고집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강철로 이루어지고, 파일럿이 마법 시야를 통해서 외부를 보기 때문에 용접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사나 볼트, 리벳을 사용한다면 그 수명이 빠르게 닳는다. 반면 용접은 수명을 크게 늘려줌과 동시에 1t의 금속도 10g의 금속으로 이어주기만 하면 들어 올릴 수 있다.

조선소에서 용접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괜한 이유가 아니다.

3m짜리 강철 로봇은 분명 용접이 필요한 기물이었다.

그 덕에 NE 빌리언즈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도색을 해서 감춰보려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았다.

도색을 하는 것조차도 돈이 들기 때문이다. 신제국의 상징만 가슴에 떡하니 박혀 있는 게 전부였다.

쿵! 쾅!

빌리언즈가 쿵쾅 소리를 내며 보병들과 함께 거침없이 앞서나갔다.

훈련을 오래 한 티가 났다.

보병들과 중형급이 함께 같이 다니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까딱 잘못하면 병사를 밟아 죽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인간의 모습으로 오와 열을 맞추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하물며 로봇에 탄 채로 오와 열을 맞추고, 움직이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걸 해낸 것만 봐도 신제국이 얼마나 전쟁에 미쳐있는지 알 수 있었다.

쿵! 쾅!

통째로 강철로 만든 NE 빌리언즈가 땅을 찍었다.

옆에서 가던 병사가 아찔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뭔 쾌감이 있냐? 떨긴 왜 떨어. 미친놈아.”

“뭔 개소리야! 누가 떨었다고.”

“오줌 싸듯이 떨던데.”

병사들이 킬킬거렸다. 그들은 긴장하고 있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그들 모두 옛 제국에 대한 역사를 배워서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만, 옛 제국은 그렇지 않았고, 영혼을 탐했고, 자국민을 향해 황제가 칼끝을 들이밀었다.

그때 군단이 먼저 죽임을 당했고, 타락했다. 그 어떤 제국인도 이에 나서지 않았다.

지역 유지가 죽임을 당했고, 타락하게 됐다. 그 어떤 제국인도 이에 나서지 않았다.

마지막에 가서 그들의 혼이 빨려 들어가는 위험에 처했을 때 그 누구도 제국인을 위하여 검과 방패와 의무를 드높이지 않았다.

그런 역사를 수업받았기에 병사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설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나서야 했고, 그게 자신이 되었을 뿐이다.

신제국의 보병진은 수많은 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속에 NE 빌리언즈가 기동하고 있었다.

핑핑! 팡팡!

그들의 전진은 신호탄과 함께 멈춰 섰다. 그리고 선두에 있는 흑갈색의 방패를 지닌 병사들이 단번에 방패를 꽂고, 진영을 만들었다.

방패는 대단히 두꺼웠는데, 접이식으로 되어있었고, 나사가 단단히 틀어박혀 있었다. 아래에서 양옆으로 뻗으면 더욱 확장되고, 위와 옆으로도 세모나게 뻗어나갔다.

확장 방패가 자리를 잡고, 그다음에는 훈련병들이 나섰다.

뚱! 땅!

아래에 확장된 곳에 있는 구멍에 큰 못을 때려 박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리잡힌 방패는 바리케이드의 역할을 수행했고, 나머지 틈에는 등에 있는 방패로 틀어막았다.

철옹성 같은 모습이었다.

일자진을 펼치고, 좌우익에 기병이 자리 잡아서 측면을 보호했다.

신제국군은 궁병이 없다.

NE 빌리언즈 또한 상당한 거리를 두고 한 기체씩 자리를 잡았다.

그사이에 뒤에 있던 마차에서 육중한 무기가 그들에게 운반됐다.

무기는 총기도, 마법 아티팩트도 아니었다.

그건 그냥 돌이었다. 그 돌이 크냐? 그 돌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겨우 사람 상체만 했다.

사람에게는 크지만 NE 빌리언즈에게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마차엔 그런 돌들이 가득했다.

NE 빌리언즈들의 몸에서 증기가 크게 뿜어져 나왔다. 압력을 버티지 못하기에, 한 번씩 배출을 해줘야 했다.

등 뒤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에 한계가 있는 탓이다.

퐁퐁퐁! 퐁퐁!

그때마다 NE 빌리언즈의 전신에 부착된 작은 아티팩트에서 분무기처럼 물이 뿜어져 나오며 증기에 의한 열을 식혔다. 물 때문에 강철이 녹을 것 같지만, 연금 물약으로 녹이 슬지 않게 처리했다.

현대 자본가가 봤다면 눈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활동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증기 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철이 너무 적으면 증기의 압력이 제대로 터빈을 돌리지 못하고, 너무 많으면 압력을 못 버티고 폭발이 일어난다.

이를 제어하지 못하니 그냥 과하게 만들어서 자주자주 증기를 배출하게 됐다.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이 낫다.

후웅……!

빌리언즈가 돌을 집어 투척하기 시작했다.

“저놈들이!”

골든 카이저가 깜짝 놀랐다.

슬링 도구 없이 던졌음에도 대단히 멀리 날아왔다. 족히 1,500걸음 밖이었는데도 적중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흙먼지가 크게 일어났다.

굉음과 함께 사람 여럿이 피떡이 되었다. 그들은 그대로 즉사했으며, 발이 찍힌 사람은 기절해서 비명도 내지르지 못했다.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아 맨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빌리언즈는 300대에 달했고, 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석질에 의해 피해가 순식간에 커지기 시작했다.

한 번에 수 명이 죽어 나가니, 한 번에 천이 죽어 나자빠지고, 그 여파에 휩쓸린 이들이 부상을 입고, 싸울 수 없게 됐다.

“돌격하라! 돌격!”

골든 카이저가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이대로 가다간 돌에 맞아 패할 것이 분명했다.

“부딪친다!”

“이기면 황금이 내려질 것이요! 지면 흙을 먹게 될 것이다!”

“황금을 받자!”

“금 먹고 잘살아 보자!!”

눈앞에서 골든 카이저가 금을 던지는 것을 봤다. 그렇기에 모두 눈이 돌아가서 달려 나갔다. 여기에 있는 이들 모두, 골든 카이저가 던진 찌에 물린 물고기나 다름없었다.

“와아아아!”

거센 고함에 신제국의 기사가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투석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거늘.”

“어떻게 저렇게 통솔을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진형만 봐도 오합지졸 아닙니까?”

지휘부는 하나같이 신기해했다.

까마귀 떼가 무성의하게 모여있는 것처럼 아무렇게나 모여있는 반란군은 감히 ‘1천’의 사상자만 봐도 패주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되레 덤벼오고 있었다.

까마귀 무리에 몽둥이를 휘두르는데 오히려 까마귀들이 덤비는 꼴이다.

쉬이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광경을 마주했으니,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적 수괴는 반드시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 저 오합지졸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도 덤비는지 알아야겠다.”

지휘관의 말에 연락병이 나섰고, 메시지 마법이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NE 빌리언즈 투석을 중단하고, 회전 포메이션 A로 전환한다!”

동시에 빌리언즈들의 투척 공세가 멈췄다.

100기는 병사들의 뒤에 섰고, 200기는 조금 더 멀리 섰다.

“마력 기둥 설치!”

앞에 배치된 NE 빌리언즈가 허벅지에 부착된 기둥 같은 것을 꺼내서 땅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마력이 일어나 가닥이 잡혔고, 그 가닥이 NE 빌리언즈에게로 향했다.

“빌리언즈 마력 농도 65% 돌파!”

“빌리언즈 마력 농도 70% 돌파!”

마력이 충만해지며 눈으로까지 보일 지경이 되자 빌리언즈가 등에 돌출된 강철 막대를 꺼냈다.

“빌리언즈 마력 농도 75% 돌파! 마력 시각화 현상 확인! 마력 방어막 전개!”

그로 인해 마법적인 방어막을 펼쳐내고, 쏘아지는 화살을 손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마법 방어막은 투석기조차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빌리언즈들은 앞으로 나설 수 있었다.

그들의 양팔과 무릎에는 기계장치와 마법 아티팩트가 추가로 부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둔중해 보였다. 허리에도 무언가를 둘렀고, 등에도 추가로 큰 구리로 된 백 팩 같은 것을 부착한 채였다.

투석기를 위해서는 이를 벗고 싸워야 했고, 투석 행동이 중단되었기에 지금처럼 부착한 후에 근접했다.

병사들의 가까이에 밀착한 NE 빌리언즈가 손에서 불을 뿜었다.

방패 바리케이드 위에 있는 곳은 마법 방어막으로 보호되지 못했기에 그 부분을 통해서 투사체를 쏘는 게 가능했다.

“흐, 흐아아아악!!”

근접한 반란군이 그대로 화염에 휩싸였다.

마법 불꽃은 정확하게 그들을 불살랐다. 진짜 화염방사기보다는 그 위력이 대단치 않았다. 번지지도 않았고, 등유나 석유를 뿌리는 것보다 화력이 낮았다.

그래도 반란군의 광기 어린 예기를 꺾기에는 충분했다.

자기 키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정의의 불꽃!

모든 것을 불사르는 지옥의 화염은 순식간에 장비와 시체를 태우며 시야를 가렸고, 고기 타는 냄새가 사방을 가득 메웠다.

훈련을 열심히 한 신제국의 병사조차도 구토할 정도였다. 구토하면서도 온몸에 힘을 줘서 진형을 바로 잡는 데 노력했다. 훈련한 보람이 있는 모습이었다.

근접한 반란군은 오도 가도 못했다. 뒤로 가자니 빌리언즈가 발사하는 마법 불꽃이 너무나도 두렵고 앞으로 가자니 방패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방패 바리케이드를 잡기라도 하면 한 손 검에 의해 손가락이 날아가 버렸다.

“크아아악!”

“아아악! 아악!”

사방에서 괴로움과 고통과 두려움에 버둥거리는 이들의 비명이 지천을 흔들었다.

“히익! 히이이이익!”

어떻게든 살아남은 반란군은 바닥을 기었다.

철퍽! 철퍽!

흙은 어느새 진창이 되어있었다.

사람이 흘린 피가 강물이 되어서 평야의 흙을 붉은 진흙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 끔찍함에 넋이 나가서 헛웃음을 짓는 이도 있었고, 사는 것을 포기한 자도 있었다. 아무렇게 도망치다가 NE 빌리언즈의 화염에 전신이 통구이가 되기도 했다.

도망치는 이들이 나타나자 신제국의 기병이 움직였다. 동시에 보병들도 방패 바리케이드를 넘었다.

물론 전투 강철 인형이 가장 선두에 섰다.

2m가 넘는 전투 강철 인형에게 걷어차인 반란군은 어린애처럼 나뒹굴기 바빴다.

철컹철컹!

전투 강철 인형이 쇳소리를 내며 보병진에서 물꼬를 텄고, 병사들이 그 뒤를 따라 도망치는 이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발라당!

마음이 급한 병사는 피와 흙이 뒤섞인 진창에서 넘어지기도 했다.

“후, 후퇴하라!”

골든 카이저가 도망쳤다. 일곱 백작이라 불리는 이 중에 그 곁에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까지 받은 황금을 챙기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승부는 그것으로 싱겁게 끝났다.

빌리언즈는 보병과 함께하며 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하급 회복 물약을 뿌리면서 반란군조차도 최대한 많이 살렸다.

보병 중 절반은 빌리언즈가 지나간 자리에서 살아남은 반란군을 포박해 포로로 잡았다.

그날 잡힌 포로만 해도 4만이 넘었다.

* * *

신제국군은 단 28일 만에 도시 열 곳을 모두 회복했고, 골든 카이저는 자신의 금광에서 마지막 저항을 하다가 사로잡혔다.

“황금! 황금을 주겠다!!”

그는 마지막까지 황금을 운운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변경의 반란에 대한 정보는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서 신제국의 황제, 세파리아스에게 전해졌다.

“어찌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을까.”

그가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변경이라고 해도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도 이 지경이 났다는 것이 정말 믿을 수 없었다.

“그게 바로 현실이라는 놈이다. 이 녀석아!”

드낙이 오랜만에 텐션을 높이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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