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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42화 (1,141/1,239)

1142화

“이건 제 애착 냄비입니다! 이건 안 됩니다!”

“돼!”

“악!”

대답은 악으로 한다.

밀쳐진 청년이 뒤로 나뒹굴었다. 시골에서 잘 먹고 잘 자라서 신제국의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종잣돈을 모으고 있는데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젊은이의 패기와 혈기가 어찌나 대단한지 쓰러졌는데도 냄비를 놓지 않았다.

“이놈이? 국가 총동원령이다! 반란이 일어났고, 나라는 이를 진압해야 한다!”

“이건 안 돼! 내 자취 1년을 함께한 냄비라고!!”

“집행하라!”

병사들의 힘에 결국 냄비를 손에 놓고야 말았다.

그 외에도 전쟁에 쓸 수 있는 물자란 물자는 싹 다 가져갔고, 이를 목록으로 쓴 관리가 영수증을 끊듯이 종이를 건넸다.

“물자 징발 증명서다. 이게 있어야 나중에 탈이 없으니. 잘 관리해서 돌려받아라.”

“으으……! 지독한 놈들!”

관리는 떠나갔다. 아수라장이 된 곳을 청년이 정리했다. 당장 무언가를 구워 먹거나 끓여 먹을 수도 없었다. 식당으로 가야 할 듯했다.

쿵쿵쿵!

“맥! 사회번호 198572!”

“예! 무슨 일입니까?”

“징발령이다!”

“예? 아까 왔다 갔는데요.”

이에 관리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이런 씨발?’

“나라가 너를 원한다. 생필품을 최대한 챙기고 외청으로 와라! 적법한 사유 없이 늦는다면, 곤욕을 치를 것이다.”

“벌금입니까?”

“즉결처형 및 재산몰수다.”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맥은 서둘러 생필품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관리의 멱살을 잡은 채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젊은 사람이 보였다.

“야, 이 씨빡 새끼들아! 개새끼들아!”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고, 온몸을 버둥거렸다.

어떻게든 관리의 얼굴에 주먹 한 방을 넣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늙은이 하나가 손가락질을 해댔다.

“나라를 위해서 싸워야지! 젊은 놈이 애국심 하나 없어서 뭐 하는 짓이야! 응쯧쯧! 이래서 요즘 것들이란, 나 때는 말이야! 나라가 부르면 째깍째깍 달려가고,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어!”

이미 멸망한 옛 제국의 신민이 애국심을 불태웠다면 같이 죽었어야 정상인데 늙은이는 신제국의 기치 아래서 아직도 숨을 쉬고 있었다.

미친놈이었다.

“비국민이야, 비국민! 당장 추방해야 해!!”

늙은이들도 싸움 구경에 너도나도 몰려서 난동을 부리는 젊은이를 욕하기 바빴다.

모두 하나같이 명줄 하나는 길어서 오늘까지 살아있는 잡것들이었다. 다만 그 무리에 함께 있으면서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늙은이가 하나 있었다.

그의 이마에서 시작된 흉터는 눈을 지나가고, 볼을 거쳐서 턱 아래까지 길게 그어져 있었다.

척 봐도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정도로 베테랑 생활을 해본 이로 보였다. 변방에 있었기에 제국의 시대를 지나 신제국의 시대까지 명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다. 흘러 흘러 이제는 신제국의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나라에서 지원받아 작은 훈련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벌이도 쏠쏠했고, 오전에만 운영할 정도로 널널했다.

“체스 두는 사람 어디 갔어! 빨리 둬!”

“체스가 중요한 게 아냐! 애국심을 똥으로 처먹고 있는 저 미친놈을 보라고! 영감아! 우리가 희생해서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저것들이 하는 걸 봐라! 자기들만 생각하는 저 꼴을 보라고! 울화통이 터져!”

“염병.”

거지 같은 세상이다. 신제국의 총동원령은 그저 젊은이들만 두들겨 맞는 게 아니었다. 물자 또한 가져가야 했고, 물자가 많은 이들 또한 곤욕을 치렀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집을 내놓으라뇨.”

“2주택자 아닌가?”

“맞습니다.”

“한 곳을 창고로 사용하기로 했다. 3일의 유예를 줄 것이니, 집을 비워라. 그렇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남은 것은 국고로 들어간다.”

“그런… 법이 있습니까?”

“모든 법은 국가 총동원령 아래에 존재한다. 헌법조차도 그 밑이다.”

예외는 없었다.

초월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법은 그저 초월자의 아래에 있는 이들을 지배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여기는 출판사입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책을 찍어내는 출판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늘부터 총동원령이 시행되었다. 이제 이 출판사는 신제국이 관리한다.”

“아니, 이게 무슨…….”

그 외에도 수많은 사업, 시설이 신제국의 ‘국가 관리’ 아래에 놓였다.

거기에 더해서 직업능력 조사가 새로이 이루어졌다. 오직 군사 물품을 만들기 위한 재능 조사였다.

재능이 있는 이가 있다면 곧바로 기능자를 양성해서 군품을 만들도록 했고, 새로운 곳으로 짐을 꾸려서 이동도 해야 했다.

물자를 비축하기 위해서 식량까지 조율되기 시작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점점 깨닫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예전에 누렸던 자유가 반란 때문에 모조리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들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변방 놈들!”

“정신을 못 차리고 반란 같은 것이나 내걸다니! 우리가 이게 무슨 꼴이야!”

신제국을 욕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반란군을 욕했다.

여자들은 밭일에 동원되거나, 공장에서 군복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까지 공장에서 직물을 짜다 보니, 그 분노가 하루를 멀다 하고 드높아졌다.

다양한 종족 언어를 전공한 여성은 전쟁 외교관으로 강제로 직업을 부여받아 해당 시뮬레이션에 따라 말을 유려하게 할 줄 알도록 연습해야 했고, 전쟁학이나 전쟁 외교학 따위를 공부해야 했다.

강제로 다른 분야의 공부, 특히 관심 없고 흥미 없는 것에 관한 공부는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문과생에게 수학 박사학위를 따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잔혹하기 짝이 없는 행위가 자행됐다.

세파리아스와 드낙은 함께 이를 지켜보았다.

드낙은 신제국을 감시했고, 세파리아스는 신제국을 믿고 기다리며 보고를 들었다.

“어떻게 보느냐?”

1개월간의 총동원령이 시행되는 모습을 보고서와 마법 크리스털을 통한 영상물로 본 세파리아스가 드낙에게 물었다.

자주 자리를 비우면서 현장을 살폈던 드낙은 자신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를 원했기도 했다.

세파리아스가 움직이지 않으니 드낙이 더욱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믿지 않고, 사냥꾼 체질이라 많은 경우의 수를 찾기를 즐겼다. 그 기질 때문에 세파리아스는 거북이처럼 왕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정신체마저 그 육체와 함께 있었다.

드낙은 세파리아스가 신제국의 총동원령에 대해 완벽한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초월자가 없이도 총동원령은 제대로 돌아갔다.’

뒤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신제국은 능히 기능했다.

“너도 보았듯이 신제국은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 젊고, 패기가 있지. 그 어떤 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드낙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3년 준비해서 합격한 공시생과 8년 준비해서 불합격한 공시생의 차이지.’

누가 더 희생했는가. 그런 건 당연히 8년 준비한 공시생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합격한 것은 3년생이고, 불합격한 것은 8년생이다. 희생은 8년이 더 했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모든 것을 송곳처럼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누구보다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적어도 신제국은 그런 것을 잘했다.

10년 동안 전쟁할 것인가. 3년 동안 전쟁할 것인가.

누가 봐도 3년 동안 전쟁하는 것이 낫다. 그러려면 최대한 많은 역량을 소모해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 최단기간에 모든 걸 결정지어야 한다.

“이게 바로 철인의 나라다.”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직은 이르지.”

“뭐라?”

“고작 1개월 총동원령을 수행한 것에 불과하잖아?”

“그래서 반년은 해야 한다?”

세파리아스가 헛웃음을 지었다. 이에 드낙이 진중하게 답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 적어도 그 어떤 나라보다 오래 전쟁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세파리아스의 눈이 좁아졌다.

“총동원령 이후의 대처가 진짜 나라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겠지.”

“지켜봐라. 나라가 뭔지 보여주마.”

그는 실로 간단히 답했다. 자신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총동원령으로 자원의 소모가 일어났지만, 범죄자와 부패한 관리들을 잡으면서 오히려 이득이 더 많다.’

몰수된 재산은 전쟁을 한 번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물질적 자원을 거두어들였으며, 범죄자들 또한 많이 양산해 냈다.

‘인간이란 어쩔 수 없지.’

교정(敎正)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리 고쳐보려고 해도 범죄자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신제국은 오히려 그런 범죄자들 덕에 이번 반란을 큰 사업으로 보고 있었다.

드낙은 그걸 알면서도 방치했다.

그에게 있어서 범죄자는 바뀌지 않는다. 적어도 강간 13범이 다시 사회로 나오는 사회는 없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지하 연합의 뿔 쥐들을 외부 고문으로 삼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남한테 자국민을 맡기겠다고?”

“적어도 부패하지는 않겠지. 그들은 종교인이니까.”

드낙을 믿는 이들이다. 탐욕스럽지만 똑똑하며, 처세도 할 줄 알았다. 신제국에게 이득이 되면서 그 이득과는 별개로 해(害)를 끼치지만, 이득을 생각한다면 필요악으로 쓸 만했다.

“먼저 반란을 이제 진압하도록 하지.”

“다 죽일 생각이냐?”

“그럴 리가. 네 말대로 범죄자들은 훌륭한 노동력이지 않은가? 반란에 가담한 자들을 통해서 염전에서 재미를 볼 생각이다.”

“조미료 전쟁에 참여하려는 건가. 지하 연합에서도 염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데. 오션 오크도 해양 도시에 있지. 그들도 염전을 일구기 좋다.”

신제국 또한 오션 오크들이 사는 항구가 아니라 다른 해안가를 점령해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섬에 범죄자를 넣어둔다면 훌륭히 그 임무를 수행해 내겠지.”

경비 병력을 추가해야 했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소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조미료다. 무조건 돈이 된다. 다른 국가 또한 여러 가지 일을 행하고 있었다.

드낙이 소유하고 있고, 관리하지 않는 연합 도시의 경우 ‘꿀’이 대박 아이템이다. 까마귀가 양봉업을 하므로 딱히 돈도 필요 없는 사업이었다.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으니, 최고의 사업인 셈이다.

신제국은 소금에 사활을 걸 듯했다.

“너무 한 곳에 몰빵하는 건 좋지 않은데.”

“사탕수수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것도 진행 중이다. 돈은 나라의 근간이니까.”

“뭐, 잘하겠지.”

드낙은 세파리아스와 사업 이야기를 오래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알아서 잘하리라고 생각했다.

* * *

반란군은 1개월 동안 열 곳의 도시를 지배했다. 파죽지세로 치고 들어갔지만, 요새를 앞두고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공성 병기를 준비하라!”

“예!”

대답만 잘했지, 공성 준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놓고 골든 카이저의 면전에서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놈은 없었다.

사회생활 못하는 놈은 골든 카이저에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오지도 못했다. 그리고 안 된다고 말했다가는 바로 처형당할 것이라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골든 카이저의 갑질은 점점 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열 곳에 달하는 도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도착하는 보급품의 양과 질도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었다.

“읍퉤퉤!”

밀가루에 모래가 섞여 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필요한 것은 결국 공적이었다. 승리만이 골든 카이저를 더욱 드높일 수 있었다.

그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저 요새를 어떻게 넘는담?’

성벽의 높이는 대단히 높았다. 사람의 몸으로 저것을 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포로로 획득한 마법사를 통해서 마법을 쏟아부어 봤지만 저쪽에도 마법사가 없는 게 아니다. 성벽에도 마법이 부여되어 있었다.

그곳의 문이 쩍 열리며 제국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를 공격하려고 한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매번 도망만 치던 것이 신제국 군이다. 그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었다.

폭도는 어느새 7만으로 늘어나 있었다.

“들어라! 공격을 준비해라! 회전이다! 도망치는 놈은 황금을 못 얻는다! 황금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힘이며! 우리들의 삶을 화려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골든 카이저의 말에 수많은 이들이 화답했다.

그들은 기병이 매우 적은 편이었다. 그래도 등자 덕에 기병으로서 기능할 수 있었다. 그 숫자는 고작 3천에 불과했고, 숙련도도 형편없었지만 하나같이 구시대적인 전신 갑주를 입고 삐거덕거리고 있었다.

보병 4만 7천에 궁병이 2만에 달했다. 그들이 자리를 잡으니 실로 기세가 대단했다.

이를 상대하는 신제국 군은 고작 2만에 불과했다.

7만과 2만의 싸움이었으며, 평야에서 일어나는 회전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싸움 구도를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신제국은 달라도 확실하게 달랐다.

“오래 참았다! 신제국의 장병들아! 오늘 우리는 반란군을 쳐부술 것이며, 열 개의 도시를 다시 회복할 것이다!”

“와아아아아!!”

그 함성에 반대편에서도 함성이 득달같이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지지 않겠다는 모습이 피부로 확 다가왔다.

쿵. 쿵!

그 속에서 이족 보형병기, 빌리언즈(Billions)가 모습을 드러냈다. 3m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 병기에 순식간에 전운이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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