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1화
* * *
신제국은 피해자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무도한 방식을 사용했다. 그저 최대한 많은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 덕에 피해자인 사람은 자유를 잃고, 함께 끌려가서 생활해야 했다.
뿔 쥐들은 이를 아주 손쉽게 해결했다.
지하는 그들의 것이었고, 인간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굳이 찾으려고 삽질을 하는 이들도 드물었다.
그런 이들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 참으로 괴팍한 일이나,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탐욕스러운 인간은 그 탐욕에 비해서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범죄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그 탓에 도굴하듯이 지하 연합의 지하창고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수많은 거짓된 창고들!’
인간들의 탐욕을 놀리기 위해서 찍찍이들이 만든 간사한 창고였다. 함정은 원시적이지만 위협적이고 종종 기술이 들어간 함정도 사용된다.
마법을 토해내기도 했다. 토해내고 나면 가루가 될 정도로 내구력이 닳은 것을 쓴다. 한 번 쓰고 나면 그걸로 끝이며, 도둑놈들이 노획하지도 못한다.
그런 거짓된 창고들이 이번에 피해자들과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데 사용됐다.
“아니, 이래도 됩니까! 나는 피해잡니다. 피해자! 저런 범죄자들이랑은 달라요!”
“찍찍. 맞다. 그러니 다른 곳에서 수용해 주마.”
피해자들은 결국 비슷한 곳이지만 장소만 다른 곳에 살게 됐다. 그들은 굶지는 않았지만, 보급의 특징상 가짓수가 많은 먹거리를 먹지는 못했다.
보급의 종류가 늘어나면 그 곱절의 수고가 들어간다.
지하 연합이 인간을 위해서 그런 온정을 베풀 리는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참된 삶을 살겠습니다!”
몇몇 범죄자들은 나쁜 마음을 숨기고, 뿔 쥐들에게 하소연했다. 이를 들어주는 뿔 쥐는 없었다. 되레 재갈을 물리거나 밧줄로 꽁꽁 묶이는 형벌을 가했다.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왜 이렇게 미남, 미녀가 많아?”
“찍찍. 악마의 흔적이다.”
수용소에는 범죄자, 피해자 상관없이 미인들이 많았다. 그들의 자손은 훌륭히 번성했고, 사회 밑바닥을 단단히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소비는 돈이 되어 한 곳으로 집중했으며 사회를 발전시키고 누군가를 부자로 만드는데 한몫하고 있었다.
알코올로 이루어진 소주를 마실수록, 자신의 자본은 감소하고 남의 자본은 증가한다.
1,500원짜리라도 100명에게 팔면 15만 원이 된다. 1만 명에게 팔면 1,500만 원이 된다. 지극히 당연한 자본논리였다.
‘인구는 무조건 옳다.’
뿔 쥐들은 그들을 심문했으며 동시에 선별했다.
“네가 이제부터 요리를 한다!”
“제가요?”
“돈을 벌고 싶지 않나? 우대해 주지.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돈을 벌어서 나가는 게 더 좋을 거다. 찍찍.”
그 말에 미인에게 홀려서 여기까지 온 후덕한 인상의 남자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열심히 이들을 책임지겠습니다. 다만, 재료 손질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얼마든지 써라. 그들에게도 돈을 따로 내어주겠다.”
“예!”
뿔 쥐들은 현장에서 노획한 인적자원을 통해서 수용소를 꾸려나갔다. 지극히 효율적이었다.
인간은 인간이 관리하면 된다.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관리하는 데 조선인을 쓴 까닭도 그러하다. 말이 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 이해도가 높아서다.
뿔 쥐들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수용소를 이끌어나갔다.
그 속에서 뿔 쥐들끼리 안부를 묻기도 했다.
“찍찍. 난 유부녀를 납치한 인간을 잡았다. 드낙 님께서 결혼을 장려한다는 것을 봤을 때, 아주 악질이다.”
이미 결혼을 한 드낙은 최대한 많은 희생자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유부남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 덕에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거의 0에 가까웠다.
단! 이혼했을 시, 3년 만기로 결혼식에 들어간 돈의 50%를 토해내야 했다. 남자 50%, 여자 50%로 총 100%를 토해내야 한다.
돈 때문에라도 이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옥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찍찍! 결혼은 최고다! 지하 연합은 하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뿔 쥐들이 유부남들을 향해서 악담을 하듯이 소리쳤다. 인구수가 깡패인 지하 연합은 결혼 시스템과는 맞지 않았다.
난교에 가까운 것이 그들의 성문화였다. 더 많은 자손을 낳고, 더 많은 인구수를 통해서 다종족 연합에 더욱 헌신하며 드낙을 위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킁킁!”
듣던 뿔 쥐가 소리를 내며 코를 손으로 비볐다.
“술만 빼돌리던 관리를 사로잡았다. 그들 인원수만 해도 열 명이 넘는다. 아주 체계적이었다!”
“술만 빼돌렸다고? 돈으로 환전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했겠지.”
이에 뿔 쥐가 고개질을 쳤다.
“무시무시한 이데올로기를 지닌 자들이었다. 아마, 지하 연합에서도 이들의 소식은 등골을 서늘하게 하겠지.”
“뭐?”
절로 궁금해졌다.
“술독에 빠져 죽는 게 꿈인 이들은 모든 세상의 술을 모아서 단 하루 만에 마시고 죽는 꿈을 꾸고 있었다. 열 명 모두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었지.”
“근데 왜 남의 술을 훔쳐.”
괴이한 일이었다. 하지만 제법 흥미로웠고, 조금 바보스럽지만 낭민과 함께 더러운 현실의 범죄가 가미된 이야기여서 들을 맛이 났다.
“찍찍찍! 앞으로 가라! 멍청한 인간! 바보 같은 인간!”
그때 뿔 쥐 이인조가 새로이 수용소에 들어섰다.
그들은 족히 50명은 되는 범죄자들을 포박한 채 끌고 가고 있었다. 두 마리서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대단한 성과였다.
“아니,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까지 많은 인간을 잡아 왔지?”
“보통내기가 아냐. 저 포박술을 보라고.”
“평범한 밧줄 속에 있는 저 밧줄! 마법으로까지 속박한 것을 보니. 마법사가 틀림없어.”
“50명 모두를 두 명이서 잡았다는 게 너무 신기한데.”
뿔 쥐 두 마리는 그런 수군거림을 들으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뿔 쥐들이 충분히 모이고, 사람들도 제법 구경을 하는 것 같자 이제야 말을 하기 시작했다.
“도적 떼를 사로잡았다! 지하 굴을 파고, 암약한 놈들이다……!”
그 말에 뿔 쥐들의 기세가 일변했다.
그 기세에 놀란 이들이 숨을 죽이고, 입을 틀어막았으며 몸을 낮췄다. 괜히 눈에 보였다가 찍혀서 두들겨 맞을까 봐 두려워하였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심지어 이들은 종족마저도 다르니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죽여야 한다!”
“감히! 지하 연합의 재산인 지하를 넘보다니.”
그 말에 지하 수용소에 있는 인간들이 움찔했다. 자신들도 따지고 보면 지금 지하에 있는 탓이다.
‘잘못 휘말리면 다 죽는다!’
“지하 연합의 첫 번째 재산이며, 드낙 님으로부터 받은 영광스러운 보물인 ‘지하’를 탐내다니!”
“뜨나아아악!”
그들이 고함을 지르며 드낙의 이름을 드높였다. 이에 도적 떼들은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무릎을 꿇었다. 묶여있어서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자는 무릎을 꿇으려다가 머리부터 땅에 처박고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압송하라! 압송하라! 압송하여 지하 연합에게 사죄해야 한다!”
신제국의 죄인이었지만, 뿔 쥐들은 다르게 판단했다.
그들은 분명 도적이며, 지하에서 생활하며 암약했다. 신제국의 재산을 빼앗은 동시에 그들은 지하 공간을 불법적으로 점유했다.
신제국의 죄인임과 동시에 지하 연합의 죄인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신제국의 정당한 권리를 받은 관리가 없었다.
모두 죄인이다.
그 어떤 인간도 뿔 쥐들의 외침에 발언하지 못했다.
“우, 우리는 신제국 사람이다!!”
그래도 사람 좀 이끌어봤다고, 도적 떼의 두목이 목소리를 냈다. 당연히 바로 진압되었으며 입에 재갈이 물렸다.
“범죄자가 어디서 감히!”
죄를 지은 자가 말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큰 죄였다.
지성 종족의 가장 큰 특징은 다채로운 언어문화가 있다. 그러니 그 입을 함부로 놀린다는 건 그만큼 자유롭다는 뜻이다.
죄를 짓고, 포박까지 당한 이가 자유롭다? 이건 그들을 잡아와서 관리하는 뿔 쥐들에 대한 큰 모욕이었다.
진압되는 중에 얼굴에 주먹 감자를 몇 대 맞아서 입술이 찢어지고 코가 삐뚤어졌으며 눈썹이 찢어져 피가 흘러내렸다. 눈에 멍도 들었다.
한순간에 폭력이 자행됐다.
인간 두목은 충격에 손을 떨었다. 자신이 이 상황에서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으며, 그 상실감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이놈들은 지하 연합으로 이송하여 법의 철퇴를 맞게 될 것이다.”
그 결론은 모든 인간들과 모든 뿔 쥐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노동징역형!’
열심히 일한 범죄자들의 돈은 일반 시민에게 배당금을 통해서 돌아가게 될 터였다.
인간 같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으니, 그 피해를 돈으로라도 갚아야 사죄다운 사죄를 할 수 있다.
그저 말뿐인 사죄와 피해자에게 그 어떤 보상도 없는 형벌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이 물러가고, 뿔 쥐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계획대로다.’
‘찍찍. 신제국의 인간들은 우리 지하 연합의 양분이 될 것이다.’
실로 간사한 표정을 지었다.
남의 손에 자국의 인간을 맡긴 대가를 세파리아스는 치르게 될 터다. 그 첫걸음이 지금이다.
괜히 그들이 쉽게 세파리아스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신이라고 해도 전지전능하지 않다.’
‘들키더라도 우리에게는 드낙 님이 계신다.’
‘세파리아스도 어느 정도 용인하겠지.’
그러지 않았다면 뿔 쥐에게 의뢰하지도 않았을 터다.
‘적당히 하면 서로 윈윈이다.’
“찍찍!”
간사한 뿔 쥐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 신제국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지하 연합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 * *
신제국은 총동원령을 시행했다. 개국 처음으로 한 일은 아니었다.
지구의 지배자. 만신전의 인신들.
그들이 우주 낙원에 침입했고, 그 덕에 수도가 큰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한 번 총동원령이 시행됐었다.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총동원령이 처음인 이들도 많았다.
정확히는 자신이 가정을 꾸리고 가장인 상황에서 혹은 스스로 자립한 상황에서 총동원령을 처음 하는 이들의 숫자가 많았다.
“아니, 냄비는 왜 가져갑니까?”
자취생활 1년. 처음으로 구매해서 애착이 있는 냄비였다. 뭐든지 끓여 먹으면 맛있고, 항상 설거지를 안 한 채로 처박혀 있던 것을 요리 할 때 씻어서 썼다.
애착 냄비나 다름없었는데 그걸 가져가겠다고 말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