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0화
* * *
10만의 폭도!
그런 폭도도 군대가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행정에 대한 경험 없이 도시 세 곳을 지배한 대가는 아주 컸다.
“이건 내 것이야! 저기 창고에 놔둬.”
말단 관리부터 자기 배 속을 채우기 바빴다. 물론 혼자서 채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스윽.
적당히 손으로 대충 가리키며 가져갈 것들을 가리키자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밀이나 밀가루 포대는 훌륭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야, 이 씨발 새끼들아!”
가진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분노도 존재했다.
제법 으리으리하거나 이층집부터는 싹 다 발라먹듯이 쳐들어갔다.
쾅!
문을 부수고, 창문을 뜯어냈다. 경첩을 뜯어내다가 손을 다치는 이들도 있었다.
“끄윽!”
“괜찮아?”
“엉! 아무것도 아냐! 그냥 침 바르면 나아!”
대충 더러운 것으로 고쳐맸다.
철철 흐르는 피를 부여잡은 이는 7일 뒤에 사망했다.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해서다. 감염으로 인간 사망이었다. 그리고 그 시체는 삼 일 뒤에나 발견됐다.
회복 물약만 썼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약을 써본 적이 잘 없어서 물약을 사용한다는 생각마저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까워서다.
그들은 그만큼 살면서 크게 다쳐본 적이 없는 이들이고, 작은 상처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온 이들이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거침없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다만, 그들이 가난한 것은 분명했다. 배는 굶지 않아도 더 원하는 것이 인간이고 그 탐욕의 반란이 황금 반란이라 불리는 지금의 반란이었다.
“그는 상남자였다. 남자다운 남자! 그 이름은… 상남자다!”
이들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제대로 된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분명 함께 대의에 참가한 이였는데 아는 이들이 없었다.
이런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
그냥 두건이나 표식 같은 완장을 차면 그냥 ‘아군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마냥 어리석은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체계가 바로 서 있었고, 도시 세 곳을 점령할 정도의 한 방은 가지고 있었다.
골든 카이저의 아래에 있는 일곱 백작들은 제법 재능이 있었다.
수많은 문제 속에서도 골든 카이저와 일곱 백작은 네 번째 도시, 웅그리나로 향했다.
다만 10만이라고 위세를 떨쳤던 것과는 다르게 그 숫자는 7만에 불과했는데, 보급과 도시의 점령을 위해서였다.
세 곳에 달하는 도시를 점령한 대가는 컸다. 다행스러운 점은 빠르게 황금 종교에 심취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단 점이었다.
“저기! 신제국의 깃발이다!!”
“구, 군대다!”
“드디어 놈들이 나서기 시작했구나!”
골든 카이저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자신들이 대단한 존재임을 신제국의 어리석은 이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이나 진배없다.
“하하하! 역시 골든 카이저 님이십니다.”
“신제국도 우리들의 반란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껄껄 웃었다. 일곱 백작들 중 지금 있는 건 세 명뿐이었다. 다른 네 명은 세 개 도시에 나뉘어 그 도시를 지배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매일 보급을 보내고, 신병을 보내야 했다.
여기서 신병이란, 황금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을 뜻한다. 그들은 그 어떤 공을 세워도 베테랑이 될 수 없었다. 죽을 때까지 황금 종교를 믿지 않은 것에 대한 죄를 떠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골든 카이저가 백작에게 말했다.
“들으시오! 사람들을 모으시오!”
“예! 주교님!”
그들은 거침없이 사람들을 모았다.
폭도들이 모인 곳은 오직 사람들의 머리통만이 보였다.
“황금! 황금! 황금! 위대한 황금의 힘이여!! 그 힘을 신봉하는 자들이여!!”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이 고함을 질렀다. 약탈한 것들로 치장한 이들이 가득했다. 머리에는 구리로 만든 왕관을 쓴 이들도 있었다.
휘황찬란한 깃발을 들고 서 있는 늙은이도 보였다. 그 눈에는 오직 황금에 대한 탐욕이 가득했다.
그곳에서 골든 카이저가 손을 들어 올렸다.
“보라!”
손을 튕기자마자 황금이 뚝 떨어져 내렸다.
보통 사람보다 옷을 많이 껴입고, 두툼했으며 기이할 정도로 비대한 골든 카이저의 손놀림은 마술사의 손놀림이었으나, 그 누구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와아아아아!!”
“황금!”
“황금이다!”
“맨손으로 황금을 생성해 냈어!”
“창조주시여! 내 딸을 살려주소서!”
“어머니! 제 어머니를 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아우성쳤다.
그들 개인에게는 자신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렸으나, 군중이 되자 그 무엇도 알아볼 수 없게 뭉개졌다.
“하하하하!!”
골든 카이저가 크게 웃었다.
나는 지금 만인(萬人)을 지배하고 있다. 저들의 감정을 지배하고 있다!
“황금을 창조하는 나는 그 무엇도 창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막으려고 하는 자가 있다! 신제국의 황제다! 그가 나의 권능을 훔치고, 내 권능을 빨아먹고 있다! 기생충이다!”
“죽여라! 기생충 세파리아스를 죽여라!”
모두 눈이 돌아갔다. 태극기와 일장기를 함께 들고 다니는 모습이 그들과 겹쳐 보였다.
골든 카이저는 거침없이 단상으로 내려갔다. 그는 사정없이 황금 조각을 내던졌다.
“와아아아!”
“내 것이야!”
순식간에 서로 뒤엉켰다.
“받아라! 내 은혜요, 이것이 자유니라! 황금만 있다면 누구나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이 황금을 받아라!”
상황은 순식간에 피가 튀고, 짓밟힌 이가 죽고, 난장판이 되었다.
그날 하루만 천 명이 죽었지만,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다. 자기 품에 있는 황금을 챙기기 바빴다.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는 신제국의 군대는 코를 훔쳤다.
“미친놈들 아닙니까?”
마법 아티팩트를 통해서 본 변방의 인간들은 도저히 문명인이라 보기 힘들었다. 어떻게 저런 인간들이 ‘인간’의 모습을 지녔는지도 의문이다.
“몬스터의 짓이 아닐까? 오히려 그게 더 신뢰성이 있는데.”
지성인에게 폭도들의 모습은 조금 천박한 것이 아니라, 대단히 야만적이었으며 마녀에게 홀리거나 언데드의 소행으로까지 보일 지경이었다.
“어찌합니까? 언데드라면…….”
“바보 같은 소리를. 지하 연합이 있는데 어찌 언데드가 암약하겠느냐? 네크로맨서는 싹 다 죽었다. 야생 언데드나 괴물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놈들은 지성이 좋지 않아. 인간을 홀릴 수는 없다.”
“허, 참. 봐도 이해가 안 됩니다.”
“인간이란 그런 거겠지.”
그때 한 기사가 나섰다.
“적들은 평야에서 대놓고 저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방비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기병 1천 기만 주신다면 싹 쓸어 버리겠습니다.”
“하하하.”
“허허.”
“후후!”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퍼졌다. 젊은 기사의 패기를 비웃는 게 아니다.
“100기만 줘도 적들을 와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3만이든 5만이든 상관없었다. 빈틈을 한 번 찌르면 기병은 그대로 성공한다. 수많은 병법서가 그렇게 알려주고 있고, 실사례도 차고 넘친다.
즉, 여기서 젊은 기사는 공을 탐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오늘 저들을 처리하는 건 시기상조다. 보급품을 놔두고 물러간다! 공성 병기는 설치했던 것을 다시 해체하고 후퇴한다!”
“예?”
제대로 신제국의 전략을 듣지 못한 이들은 이런 전술적 패배에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까라면 까야 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저 내쳐질 뿐이다.
신제국의 군대가 물러갔다.
“싸우지 않고 이겼도다!!”
“와아아아!”
폭도들은 그들이 다 물러갈 때까지 함성을 내질렀다가 그들이 완전히 물러가자 그들이 있었던 곳에 들이닥쳤다. 실로 겁쟁이다운 모습이었다.
이처럼 신제국은 그들에게 ‘식량’을 충분히 내줬다. 최소한 양민이 굶어 죽지 못하게 먹을 것은 넉넉해야 했다. 그래야 사람이 안 죽는다.
“넘쳐나면 그들도 도시에 양식을 베풀지도 모르고, 적어도 빼앗지는 않을 거다.”
신제국은 장기전을 준비했다.
나라의 근간을 새로 잡는 일이다. 철저히 행해야 한다. 반란도 쉽게 진압한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다.
‘왕국’은 반란이 대단히 위험하지만 ‘제국’은 아니었다. 그들은 열 번 패해도 열 번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금수저 자식이 사업 10번 실패한다고 망한다는 소리는 없다. 그리고 11번째에는 성공하고야 마는 것이다.
“제국의 군대는 햇병아리들이다!”
그런 소문마저도 퍼질 지경이었다. 당연히 치안이 뒤숭숭해지고, 법 없이도 잘 사는 이들은 피해자가 됐고, 법 때문에 짓눌린 채로 살아온 이들은 그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
“찍찍.”
쥐새끼 소리가 헛간 위에서 들려왔다.
“웬 놈의 쥐새끼가 이렇게 많아?”
쥐덫에 걸린 쥐가 다섯 마리에 달하자 남자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에는 짜증스러움이 가득했다.
“너무 먹을 게 많아. 너무 먹을 게 너무 많아.”
그런 소리를 하면서 그가 조용히 칼을 들었다.
“읍! 읍!”
묶여있는 남자가 벌벌 떨었다.
“나는 말이야, 남자가 싫어.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데려가려고 하잖아? 너도 그렇지? 응?”
끔찍한 곰보로 가득한 얼굴을 한 남자는 칼로 잘생긴 남자의 볼을 두들겼다.
그게 그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외모! 이를 해결하려면 잘생긴 놈들을 모조리 도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지만 자신이 살고, 자신의 아이가 태어날 수 있었다.
물론 곱게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크크크!”
그가 바지를 풀었다.
“가더라도 한 번 하고 가야지.”
“읍! 읍!”
남자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커지고, 몸부림이 더욱 커졌다.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일이 곧 벌어질 것이다.
바지를 벗은 남자가 거칠게 칼을 세웠다.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다.”
“찍찍. 정말 더러운 인간이다. 인간은 정말 더럽다!”
“누구냐!”
미모를 죽이는 살인마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찍찍.”
뿔 쥐는 놈의 옆에서 속삭였고, 살인마가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다른 뿔 쥐가 주문을 사용했다. 그림자에서 물이 튀어나와서 단번에 살인마를 날려 버렸다.
촤아아악!
거센 물살이 살인마를 때리고, 벽과 부딪쳤으며 다시 바닥 아래로 콸콸콸 쏟아져 내려왔다.
물의 거친 질량에 휩쓸린 살인마는 벽에 부딪혔고, 그대로 물에 휩쓸려 바닥을 기었다.
“케헥! 콜록! 콜록!”
입과 코에 물이 들어가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미친 듯이 기침 소리를 냈는데 주체를 할 수가 없었다. 물에 독이 뒤섞여 있는 게 분명했다.
“우웨에애애애애애애애애액!”
토사물을 내뱉었다. 위액까지 쏟아냈다. 그러고 나서야 살인마는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실로 쾌변을 한 것처럼 개운했으며, 땀과 물로 범벅되어 있었는데, 아주 보람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아아…….”
진탕 속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굴던 살인마에게 뿔 쥐 두 마리가 지켜보면서 키득거렸다.
“더러운 인간! 하는 생각도 더럽고! 하는 짓도 더럽다! 뜨낙 님과는 다르다!”
“이제 인간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지하 연합의 시대다! 찍찍!”
“뭐 이런 미친 새끼들이 다 있어!”
살인마가 칼을 휘둘렀다. 용케 아직도 잡고 있었다.
뿔 쥐들은 어느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횃불에 뿔 쥐의 손이 움직였고, 불이 꺼졌다.
전등도 박살이 났고, 빛을 내는 작은 발광석은 그림자 속으로 쏙 들어갔다. 훔친 것이다.
어둠 속에서 살인마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이내 그는 내달려서 문을 박차고 나갔다. 달빛이 이상하리만치 밝았다.
어둠 속에서 빛 한 줌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커져 있는 동공이 수축했다.
동시에 어둠 속에서 뿔 쥐가 그대로 살인마의 뒤를 무기로 찔렀다.
“크악!”
끔찍한 고통에 살인마가 데굴데굴 몸을 구르며 괴로워했다. 어찌나 소리를 지르는지 뿔 쥐 두 마리가 당황했다.
“그렇게 폭력적인 놈이, 자기 몸 다칠 때는 많이 아파하네.”
“이래서 인간이다. 인간은 겉과 속을 알 수 없다. 겉으로는 폭력적인 놈도 속으로는 야들야들하다는 거지.”
“예가 조금 다르다.”
“뜻만 맞으면 된다.”
“뜻도 다르다.”
“맞다!”
“내 말이?”
“내 말이 맞다!”
서로 장난치던 뿔 쥐들을 보며 살인마가 몸을 일으켰다. 눈물이 범벅되어 있다.
퍽!
돌 하나를 정확하게 머리에 맞고 그대로 쓰러진다. 그래도 뿔 쥐들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휙.
뿔 쥐가 단검을 투척했다. 아티팩트인지 굉장히 빨랐으며, 바람 가르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콱!
“끄아아아아아악!”
기절한 척하고 있던 살인마가 고함을 내질렀다.
뿔 쥐는 그 이후에 바로 포박을 진행했다. 두 팔과 두 다리를 묶었다. 그리고 입에 재갈을 물렸으며 마법 크리스털에 헛간에 있는 증거품과 피해자가 될 뻔했던 이의 증언을 들어 이를 보고서에 따로 적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근데, 왜 이런 곳에?”
“그게 돈 때문에…….”
이 인간도 정상은 아니었다.
“넌 우리와 함께 간다.”
“예? 저도요?”
“필요한 일이다.”
피해자 또한 함께 가야 했다. 소문이 퍼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남은 감히 거부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