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137화 (1,136/1,239)

1137화

발열석은 초월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 분명하다.

북부 불모지, 윈터 헬(Winter hell)의 상황을 적당히 봐놨기에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이를 어찌한다…….’

드낙이 고민했다.

윈터 헬이 발열석을 만드는 건 그들의 삶에도 도움이 된다. 북부 불모지는 그만큼 춥다. 아무리 내성이 있다고는 해도 발열석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발열석은 윈터 헬에서 생산하는 게 맞다.’

그게 윈터 헬을 부흥시키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초월의 힘은 지금도 부족한 것이 윈터 헬의 권속 악마들이다. 그들은 스스로 부흥하고 있었으나, 아직 많은 것이 부족했다.

워낙 척박한 곳에 터를 잡아서다.

‘이곳에 터를 잡으라고 명한 것은 나다.’

자신이 해결을 해야 했다.

“들어라!”

드낙의 말에 세 마리의 삼위변종악마(三位變種惡魔)가 집중했다.

“악마침공이 예정되어 있다.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나는 뉴에이지 시티로 내정을 다스리고, 인구를 증가시켰다. 그 이후에는 강철의 비를 통해서 전투 강철 인형을 전쟁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이를 발전시켰다.”

지금 상위국 하나에서만 전투 강철 인형 10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다종족 연합은 전쟁 준비를 하며 변화하고 있다.”

두 번 모두 인간을 위한 행위였다.

지하 연합은 알아서 잘하고 있었고, 구리 만티코어와 아머드 만티코어 덕분에 광산업과 화폐 주조업으로 재미를 많이 보고 있었다.

‘너무 인간만 퍼줬다.’

드낙은 태생이 인간이다. 그는 두 번의 삶을 살았고, 모두 인간으로 살았다. 하지만 정작 인간으로 살아서 좋았던 기억은 없었다.

현대는 어땠는가. 가장 최하층 노동자로 살았다.

테라의 삶은 어땠는가. 중립신에게 농락당하며 살아왔기에 삶을 누리지 못했다.

고즈넉한 평야에 가족과 함께 텐트를 꾸리고, 말을 타고 주변을 함께 달리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걸 그는 최근에야 느꼈다.

지루할 때도 있지만, 자식과 함께 낚시를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차오르는 걸 느끼며 이게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라는 걸 알게 된 10년이었다.

드낙이 10년 동안 장기 휴가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다종족 연합의 정치체제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인간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오늘은 모든 이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

그렇게 천명한 드낙은 먼저 윈터 헬을 위한 일을 하고자 했다. 동시에 온돌 혁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으며, 시기상조라는 말을 언급함과 동시에 자신이 주도했던 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보일러와 온돌 시스템의 비설치, 판매를 비난했다.

자신의 죄가 아니라는 점을 드높였다.

“윈터 헬이라는 이름 그대로, 북부 불모지의 권속 악마는 다시 한번 새롭게 개편될 것이며 진화할 것이다!”

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새로운 힘을 가지게 되는 것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전쟁이 없으면 발전은 할 수 없지. 하지만 나는 다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이를 잘 알고 있다. 드낙은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이 있었고, 수많은 문화 매체를 즐긴 10년이 있었다.

상상력이 자연히 풍부해져 있었다.

“세린. 너는 윈터 헬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초월의 힘도, 지력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고쳐야 했다.

“다 고쳐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려면 끝도 없다. 그러니 나는 보이는 것부터 하나씩 고칠 생각이다. 먼저, 너희부터 새로이 진화한다.”

드낙은 먼저 포낙서스를 건드리기로 했다.

“빅데몬은 무궁무진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양하게 쓰는 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이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거대한 덩치는 분명 전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포낙서스가 크게 반대했다.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없앤다는 것이 아니다.”

“빅데몬 어소시에이션(Big Demon Association). 새로운 조직을 만들 것이다.”

그럴듯한 이름이었다.

“빅데몬을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악마자원 아니더냐?”

“예. 빅데몬 팩토리로는 한계가 많았습니다.”

드낙이 수긍했다. 결국 덩치 큰 권속 악마를 만들려면 악마자원, 악마의 육신이 많아야 했다. 지극히 당연한 이치였다.

‘이를 해결하면 더욱더 많은 빅데몬을 만들 수 있겠지.’

“앞으로는 내정을 위한 빅데몬도 만들고, 전쟁을 위한 빅데몬도 만들어라. 병행할 수 있게 해주겠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대형 권속 악마는 무지막지하게 먹어 치운다. 대악마(大惡魔) 아카타베루가 괜히 전쟁 이후, 깡그리 녹여서 소아귀(小兒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많은 악마자원을 아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가능하고말고.”

드낙이 사악하게 웃었다. 그는 곧바로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움직였고, 그들은 바로 따라나섰다.

* * *

“여기가 좋겠다.”

드낙은 곧바로 권속 악마를 빚어냈다. 그것은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다만,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는 것이 달랐다.

다리가 없었고, 꽃잎은 없었지만, 꽃처럼 피어났다. 불그스름한 피부는 악마적인 모습을 똑 닮았다.

거대한 꽃봉오리 같은 모습을 지닌 악마적인 건축물의 표면에 검은색의 갑피가 돋아나며 단단해졌다.

푸쉬이이……. 슈우우우…….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지며 자신의 생명력을 토해냈다.

“아!”

포낙서스가 그 숨결을 듣고 느끼며 거대한 생명력이 들어가 있음을 확인했다.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높이만 해도 50m는 되어 보였다.

“하이브(Hive)다. 벌집이 벌에게 먹이를 주듯이, 하이브는 권속 악마에게 먹을 것을 내어줄 것이다. 보라.”

드낙이 한 곳을 가리켰다.

땅이 꿈찔꿈찔 귀엽게 들썩였다. 그곳에 조그마한 혹 같은 것이 툭 튀어나와 빠르게 자라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나뭇가지 같은 것이었다.

손으로 잡아보면 온기를 느낄 수 있었고, 혈맥(血脈)의 박동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붉은색 나뭇가지는 그 자체로 권속 악마다. 자라는 시간도 짧고, 꺾어서 쓰기도 좋다.”

드낙이 꺾어버리자 피가 조금 흘러나왔지만 금방 아물었으며 흘린 피는 몇 방울에 그쳤다.

포낙서스는 붉은 나뭇가지를 받아 들었다. 이를 먹어보았는데, 적어도 하급 권속 악마 한 마리 정도는 될 듯했다.

“대단합니다. 이거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악마에 올라선 드낙은 육체의 힘을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이브는 업(業)을 소모하는 일도 아니었다.

“하이브는 한 달에 한 개체씩 만들어 주겠다. 하나의 하이브는 족히 10km까지 붉은 나뭇가지를 뻗어낼 수 있으니. 그 범위를 생각해서 지정해 두고 지도를 만들어라.”

드낙의 육신을 떼어내서 만드는 것이 하이브였다.

전투적인 기능은 없었지만, 분명 악마의 힘을 소모하는 일이 분명하다. 이를 회복하는 시간은 분명 필요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더는 업(業)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완전한 악마가 됐기 때문이다.

빅데몬 어소시에이션(Big Demon Association)은 하이브(Hive)라는 새로운 대형 악마 건축물을 획득했다. 동시에 하이브는 단순히 포낙서스의 빅데몬 프로젝트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다른 권속 악마들의 식량으로도 쓸 수 있다.”

윈터 헬의 처우를 개선하는 중심을 꿰뚫고 있는 강력한 카드였다.

또한 세 마리의 권속 악마 모두, 인정할 정도로 완벽하게 다양한 곳에 영향력을 내뻗는 훌륭한 내정 권속 악마다.

“더 많은 대형 악마를 통해서 윈터 헬을 성장시키겠습니다.”

“내정과 동시에 전쟁도 준비해야 한다.”

“예!”

포낙서스가 크게 답했다. 이로써 드낙은 그들에게 당근 하나를 건넨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들은 다종족 연합을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했기에 그 희생에 대한 보답을 받아야 했다.

그 보답을 다른 세력에게 부담시킨다면 사이가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종족이 다르니까.’

인종차별과는 현격히 다른 분쟁이 일어날 터였다. 그러니 자신이 나서야 했다.

사냥개조차도 서로 경쟁하는데, 지성 종족은 그 경쟁이 더욱 심하다. 자신의 미래를 그릴 줄 알기 때문이다.

* * *

일주일을 휴식하고 드낙은 다시 움직였다.

“다음은 세린. 너다. 너는 앞으로 알케미스트 컴퍼니(Alchemist Company)를 이끌어라.”

“명을 받듭니다. 지배자시여!”

세린은 그렇게 외쳤지만, 그 눈에는 탐욕과 기대감이 잔뜩 서렸다.

포낙서스에게는 하이브를 선물해 줬다. 그건 분명 윈터 헬의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결국 빅데몬에게 가장 좋은 일이다.

북부 불모지에 하이브가 쌓일수록, 먹을 것도 악마자원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잉여 악마자원이 남을 것이고 그 모든 것이 빅데몬의 숫자를 늘리고, 전쟁 빅데몬을 양성하는 데 쓰이게 될 터였다.

하이브는 결국 포낙서스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알케미스트 컴퍼니를 위해서 큰 선물을 줘야겠지.”

“무엇을 받든 큰 영광입니다.”

“아니야. 평범한 것을 줘서는 안 되겠지.”

드낙은 고민하다가, 더욱 고민하다가 결국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가 답을 내어준 것은 한 달이 더 지나서였다.

그동안 온돌 혁명은 거의 엎어진 것으로 여겨지게 됐다. 괜히 건설업계만 머리를 세게 맞은 격이 됐다.

“초월의 못(Pool of Transcendental)을 내어주겠노라. 그것은 윈터 헬의 수도인 앙그발바르의 지하에 짓겠다.”

“준비하겠나이다.”

드낙도 그 준비를 도왔다. 천장에는 수많은 기둥과 금속을 덧대고, 지하는 약 2층 높이로 지었다.

수도 아래에 거대한 동공이 마련됐다. 드낙은 그곳에 자신의 피를 쏟아부었다.

피로 이루어진 못이 생겼고, 그 피는 펄떡이는 심장이 됐다. 심장에서는 피가 한 번씩 쭈욱 쏟아져 나왔다.

각각의 거대심장(Giant heart)은 하나같이 바닥에 피막을 형성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 크기와 형태가 조금씩 달랐다. 거기에 색깔도 변질한 것이 있고, 알록달록하게 변해갔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피를 쏟아낸 곳에서는 씨앗이라도 있는 것인지 싹이 트고,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이를 본 세린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저것은 마나를 품은 약초가 아닙니까?”

“맞다. 이것이 내가 알케미스트 컴퍼니에 주는 권속 악마, 초월의 못이다.”

거대심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에는 씨앗과 양분이 있었고, 그 씨앗에서는 마력을 품은 약초가 성장한다. 대단히 가치가 있는 약초들이다.

“초월자란 이런 일도 쉬이 가능하다. 못은 확장도 가능하고, 계속해서 뻗어나갈 것이다. 이 지하에 또 하나의 지하를 세운다면 그것 또한 이렇게 되리라.”

세린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입술을 맞췄다.

“권속 악마들은 오늘부터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 또한 나의 자손들이다.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발바룽의 차례가 됐다.

“너는 딱히 불만이 없어 보이던데.”

“가장 많은 자손을 가져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2천만 마리 중 수만 마리가 불행하다고 해서 발바룽의 삶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발바룽은 가장 많은 자식을 거느린 빅마마다.

“넌 원하는 것이 없어 보이는데…….”

“제가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헤드스 하이에나는 태생부터 기병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원합니다. 하나의 병종으로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활을 쏘고, 돌파도 하지 않느냐.”

중기병과 궁기병, 경기병 등등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헤드스 하이에나였다. 아래에도 하에이나의 머리가 있고, 위에도 하이에나의 머리가 있는 것이 그들이다.

하여 발바룽의 질문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하여 만능의 군대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발바룽은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는 듯했다. 이에 드낙이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주마. 그대는 앞으로 하이에나 소사이어티(Hyena Society)를 이끌어나갈 여왕이다. 오직 헤드스 하이에나만으로 능히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

드낙은 발바룽의 몸 자체를 새롭게 하기로 했다.

약 반년의 노력 끝에 발바룽은 거대한 고치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