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134화 (1,133/1,239)

1134화

* * *

보일러 사업은 온돌 시스템과도 연관이 없을 수가 없었다. 야만적인 방식 대신, 우주 낙원으로부터 노획한 기술을 사용했다.

“텅… 비어있다니.”

“이걸 어찌해야 합니까?”

거대한 비리가 한순간에 벌거벗어졌다. 숨긴다고 숨길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책임자들만 해도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았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이 비리에 가담했다. 심지어 평범한 사람들도 그 비리에 참가했다.

끝도 없이 발전하는 세상에서 자기 집 하나 없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자가일택(自家一宅). 자기 집은 단 하나.

그런 슬로건 아래에서 수많은 이들이 혜택을 봤다. 그런데 그 좋은 혜택 속에서 돈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부정을 저질렀다.

한 명이 무단횡단하면 우수수 그 행렬에 참여하는 것과 비슷했다. 쓰레기가 잔뜩 모인 곳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던져놓는 것과 비슷했다.

“어디까지 파악이 되었습니까? 다른 자치령은 어떻습니까?”

길게이가 도렌을 보며 말했다. 청렴하기로 유명한 도렌이다. 그라도 실패하기를 원했다. 도렌은 실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쪽도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이에 다른 세 명이 그래도 조금은 편한 표정을 지었다. 도렌까지 막지 못했다면 그냥 못 막는 일이다. 그 누가 와도 못 막았을 것이라 변명할 수 있었다.

“일단은 보고서를 올려야 합니다. 지금은 온돌 혁명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시행하다가 다리가 찢어질지도 모른다. 점진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실태도 모두 조사가 되지 않았는데 굳이 보고서를 올릴 필요가 있습니까?”

“늦추면 늦출수록 안 좋습니다. 솔직해야 합니다.”

과오를 숨기려고 하다가는 좋은 꼴을 못 본다.

한 명이 반대하니 결국 모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하던 놈이 드낙에게 일러바치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그럼 일단 각자가 연합 도시에 따로 보고서를 올리고, 상위국의 이름으로 또 하나를 올립시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반응이 올지 두려운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매라도 먼저 맞는 게 낫다.

* * *

상위국의 보일러 비리 사건이 터졌다.

뿔 쥐들은 물론이고, 오크들까지도 알게 됐다. 다른 세력의 형편없음을 이야기하고, 노래한다면 자신들의 세력은 상대적으로 드높아지게 마련이다.

대서특필!

각 세력의 신문 1면에 상위국의 보일러 비리가 터졌다.

“보일러라…….”

거드름을 피우는 뿔 쥐는 자기 집에도 보일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실 지하 연합은 보일러가 필요하지 않았다. 지하는 서늘하고 춥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뿔 쥐는 털이 많은 동물이다. 보일러를 켜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무엇보다 뿔 쥐들은 건식 사우나를 좋아하는 습성이 생겨 있었다. 습식 사우나는 털 때문에 털을 말려야 해서 싫어했다. 건식은 그나마 낫다.

보통 건식 사우나를 가는 이유는 늘어지기 위해서다. 적당한 따뜻함에 온몸이 축 늘어지는 건 극상의 게으름이었다.

반면 평상시에는 보일러의 ‘ㅂ’도 언급되지 않는다.

‘팔았던 것 같은데.’

등골이 서늘해졌다.

뿔 쥐는 소시지를 만드는 일을 끝내고 서둘러 집에 가서 보일러를 확인해 봤다.

깡깡!

깡통 소리가 절로 났다.

‘아! 팔았지 참.’

그제야 뿔 쥐는 자기 집의 보일러를 팔아치웠던 것을 기억해 냈다.

뿔 쥐들의 경우에는 종족이 털 쪄있어서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마저도 잊고 있어서 상위국을 욕하는 놈들이 많았다.

그리고 서서히 자기들이 보일러를 그냥 팔았다는 걸 알게 됐다.

곳곳에서 보일러 비리가 터졌다.

겨울에 그냥 버틸 만하면 버티면서 돈을 아끼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으며 무엇보다 보일러와 온돌 문화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컸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고 여기는 법이구나.”

드낙은 실로 안타까워했다. 많은 이들이 가담하여 죄를 묻기가 어려웠다.

반면 신제국은 의외로 보일러를 잘 사용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는데, 광부들이 많아 범죄에 대한 강철 같은 판결로 사람 인생을 박살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노동징역형을 살다 나오면 다른 일을 하기보다는 그대로 광부로 눌러앉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섬에 소금 노예들이 많듯이 신제국에도 은근히 그런 식으로 노예가 된 이들이 많았다. 신제국의 어둠이다.

다만 어둡다고 해서 무조건 안 좋게 보이는 게 아니다. 이번 경우에는 보일러를 훌륭히 사용한 국가로 알려졌다.

그 속에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은 없었다. 좋은 것만 보면 나쁜 것을 찾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벌금형만 내도록 하고, 보일러 기업은 모든 재산을 몰수하고, 그들에게 광산 노동형을 내린다. 다만 직책에 따라 죄가 달라질 것이고, 높은 직위에 있는데도 아무런 짓을 저지르지 않고 이득이 없었다고 해도 그 책임을 물도록 해라.”

책임은 웃대가리들이 지는 게 옳은 일이다.

개인이 잘못하지 않아도,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죄가 없어도 죄가 있었다. 방관한 죄다.

보일러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시작부터 ‘규모의 경제’ 맛을 보며 시작했다.

거대한 이득을 취했는데도, 그들은 비리를 저질렀다. 깡통 보일러를 설치하고 지원금을 오롯이 받아 챙겨 건물을 더 많이 건설했다.

사업수완은 대단하다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몰락밖에 남지 않았다.

“판결한다! 종신 광산노동형에 처한다!”

“종, 종신형이라니!”

귀족 중의 귀족. 알부리아스 바란티노가 뒷목을 부여잡고 뒤로 넘어갔다.

그의 나이는 겨우 60세에 불과했다. 도시 하나에 큰 권력을 위시하면서 반마의 권좌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자이기도 했으며, 물약과 신성력이 담긴 성수를 통해서 천수까지 살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외에도 수많은 권력자가 한순간에 천상에서 지하로 떨어져 내렸다. 그중에는 나이 80을 먹고 광산 노동형을 받은 이들도 존재했다. 17살인데도 가장 앞장서서 깡통 보일러를 보급하는 데 힘쓴 인물도 있었다.

썩은 것을 도려내도 끝이 없었다.

이 일을 수습하는 데에만 장장 3개월이 걸렸다.

벌을 받은 이들은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그리고 수습이 끝나는 3개월 내내 벽보에 붙여서 경각심을 일깨웠다.

책임자들이 어떤 벌을 받는지, 그들은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도 마법 크리스털을 통해서 보여줬다. 모든 것이 확실히 투명하게 공개됐다.

그들 가족은 얼굴을 들고 살지 못했으며, 몇몇 가족은 죄를 짓지 아니하였으나 괴로움에 지쳐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잔혹하고, 잔인했다.

끝도 모를 분노가 전 사회에서 들끓었다. 드낙은 늦었지만, 사후 대책을 통해서 그들을 따로 모아서 도시 근처에 마을을 하나 짓고, 그곳에서 살게끔 했다.

이에 대해 취재를 하려던 몇몇 기자들이 들켜서 광산 징역형에 처하기도 했다.

자살한 이들은 큰돈으로 그들 가족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각 도시마다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이들의 상을 놓고 작은 공원을 조성했다.

신나서 소문을 퍼뜨리고, 인신공격을 하던 이들 또한 큰 벌을 받았다. 그들은 1년 이상의 광산 징역형에 처하거나 재산의 50%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처했다.

50%였기에 어마어마한 돈을 토해낸 이들은 피를 토하기도 했다.

이 일을 통해서 사회계급 이동 또한 다시 활발해졌다.

몰락한 만큼 보일러 기업에 뛰어들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입찰 되면 기업으로 선정 받고, 그에 따른 기술을 이전받는다.

자연히 많은 이들이 참가했고, 선정된 이는 기업을 곧추세우며 직원 또한 구해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변화였다.

“보일러를 관리하는 국가 감시 단체가 필요하다.”

드낙이 결론을 냈다. 기업이 알아서 A/S하기를 원했지만, 보일러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할 듯했다.

“아이들이 제법 장성한 여성들을 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작은 소일거리가 아니라,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들의 잉여 노동력을 나라를 위해서 쓸 수 있습니다.”

“허한다!”

애를 제법 키우고 나서는 주부들 또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고, 돈을 더 벌고 싶어 한다. 성장하는 시대에 뒤떨어지기 싫은 것도 한몫했다.

거기에 오크들의 공동 육아소가 인기라 대륙에 퍼져있었다. 오크 중에서도 육아의 대가, 육맘은 인간 세계에서도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강의하고 다닐 정도였다.

오크들의 또 다른 무서움이기도 했다. 그들은 다른 종족에게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덩치도 워낙 커서 깝죽거리는 놈도 없었다.

종족차별이 심한 곳에 가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게 오크들이다. 강약약강은 차별주의자들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했다.

다만, 그래도 온돌 혁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설계하고 시행을 해야지.’

한 번 어긋나면 그만큼 돌아가야 한다. 실패는 그냥 실패가 아니다. 손해의 다른 말이었다.

“제3 온돌 혁명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연합 도시의 대리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낙이 들어와서 자리에 앉자 대리자들이 앉았다.

“계산을 해보라고 했는데, 어떠냐? 한 명씩 발표를 해봐라.”

이에 가장 먼저 신제국의 대리자가 일어났다. 그를 보좌하는 이들만 다섯이 되었고, 전자기기 외에도 종이 문서도 들고 있었다.

“먼저 신제국의 조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됐다. 결론만 말해라.”

이에 대리자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예. 신제국이 태양열 발전소를 짓는다면, 10년 안에 50% 정도의 효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겨우?”

“이것마저도 이상적인 결과일 뿐이며,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우주 낙원의 기술이 있다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사람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하 연합의 ‘터빈’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터빈 기술의 실현율은 지하 연합이 최고였다. 스팀 발전기 때문이다.

지하는 수증기를 내기 아주 알맞은 곳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하수만으로도 막대한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물을 소환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50%라…….”

드낙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발전했는데, 겨울에 따뜻하게 지내는 건 어려운 일이라…….’

다만,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

“다른 이들은?”

그들은 신제국보다 더 낮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 신제국은 보일러와 온돌이 잘 정착되어 있었고,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뿔 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드낙의 신봉자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 없는 것을 끼고 살지는 않았다.

보일러 자체가 없기도 했고, 있다고 해도 녹이 슬어있었다. 너무 사용하지 않은 탓이다. 보일러도 기계장치. 쓰지 않으면 금방 못 쓰게 된다.

“다른 방법은 없는가? 그저 문제가 있다. 그런 말로 끝내려는 건 아니겠지?”

좌중을 둘러보며 드낙이 크게 되묻자,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방안을 내놓았다.

“태양열의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태양광이라도 설치해서 전력을 마을마다 더 높게 준다면 보일러를 떼는 데 좋을 것입니다. 태양광이 태양열을 도와주는 식으로 운용한다면, 펄펄 끓는 물이 관을 타고 가구마다 배급될 수 있습니다.”

그냥 무식하게 태양광까지 설치하라고 지껄이는 놈도 있었다. 신제국이었고, 그냥 하기 싫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들어줄 수 없었기에 불가능한 말이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런 소리를 했다.

아무리 민중을 위해서 산다고 해도 민중에게 겨우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권리라니? 그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이지, 지배자가 해야 할 책임이 아니었다.

그걸 하고 싶어 하는 이는 오직 드낙뿐이다. 신제국은 대놓고 그런 불만을 토해낸 것이다.

반면 다른 이들은 그 정도까지 막장 짓을 하지는 않았다.

“초월의 힘으로 이를 다스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결국, 태양열 발전소는 마을을 위한 것이기에 그 규모가 비교적 작습니다. 아티팩트를 통해서 이를 돕는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정확히는?”

“열이 나는 아티팩트를 보급하여 물탱크를 뜨겁게 만드는 겁니다.”

태양열 발전소가 할 일을 아티팩트로 퉁 치자는 무식한 소리였다.

“그게 아니라면, 뜨거운 물이 지나가는 관을 열을 지키기 쉽게 만드는 것입니다.”

보온의 주문을 넣자는 식이다.

“아티팩트는 다 사용되면 가루가 된다. 그때마다 갈아줘야 하는데, 되겠냐?”

드낙이 혀를 끌끌 찼다. 실로 꼰대 같은 면모였다.

“결국, 요점은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림과 동시에 그 열을 통해서 온수 물이 도는 것에 있습니다. 태양열 따로, 아티팩트를 따로 하여 물을 데우는 것은 어떻습니까.”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였다.

어떤 식이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그건 드낙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고민 끝에 드낙은 혼자서 멍청하게 있는 악마 연금술사(Demon alchemist)를 바라보았다.

삼위변종악마(三位變種惡魔) 흰여우 세린에게 속해 있는 중급 권속 악마다. 지금은 북부 불모지의 대리자로 여기에 와있었다.

태생 자체가 권속 악마인 그들에게 사실 온돌은 필요가 없었다.

노곤노곤해지고 싶으면 뿔 쥐들처럼 사우나에 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권속 악마들은 사우나를 썩 좋아하지 않았고, 목욕만 좋아하는 편이었다.

“너는 왜 아무 말이 없냐?”

“예? 저요?”

“그래. 온돌 혁명은 비록 불모지가 할 일은 아니지만, 너 또한 나를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디더냐?”

“…그것이 불모지에는 온돌이 필요가 없어서……. 대중목욕탕 같은 곳에만 있습니다.”

“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드낙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악마 연금술사는 절로 무서운 기분이 들어서 등골이 서늘했다.

“그간 불모지에 가지 않았는데, 이참에 한 번 가 보자. 의외로 해답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니.”

그 말을 끝으로 드낙은 일단 회의를 파(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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