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133화 (1,132/1,239)

1133화

* * *

온돌 혁명에 대한 물밑 작업.

그 속에서 가장 큰 반발을 한 것은 상위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리자에게 반드시 유예기간을 얻도록 해라.”

소극적으로 일단 발뺌을 하려는 이들이 생겼다.

“지금 강철 인형 때문에 정신이 사나운데, 여기서 마을에 태양열 발전소? 말도 안 되는 소리!”

일단 반대부터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그냥 변화에 민감하여 모든 것이 두려울 뿐이다.

틀딱이라고 모두 노친네가 아니다. 다만 높은 확률로 노친네일 뿐이다. 여기서도 젊은이 두 명, 늙은이 여덟 명의 비율로 그저 반대만 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가 좋았고, 현실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고, 자신의 성공이 이대로 영원불멸한 것처럼 유지되기를 원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염원하기에 항상 불만, 불평으로 가득 찬 더러운 인생을 살고 있었다.

“논거가 없다! 무슨 일로 초월자의 대업을 막으려고 하느냐!”

오직 초월자에 대한 지나친 충성심과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자들도 존재했다.

“그쪽도 마찬가지지!”

서로 웅성거리기 바빴다. 그 상황 속에서 도렌 상위국왕은 그래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었다.

“현황을 파악하라.”

“예?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하나 없습니다.”

“그래서? 드낙 님의 말씀이 한 번도 고꾸라진 적이 있느냐?”

뉴에이지가 그러했고, 강철의 비가 그러했다. 이번 온돌 혁명 또한 무너지지 않고, 진행될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결국 세파리아스를 비롯한 많은 세력이 동조를 해야 했는데, 그들도 그럴 리가 없다.

도렌은 핵심을 뚫고 있어서 이를 예상할 수 있었다.

‘겨울에 감기와 추위로 죽어가는 이들이 매년 수만 명에 이른다.’

인간 최대의 적. 아니, 유기체의 숙명이나 다름없는 질병이 감기고, 추위다. 노숙자들이 이를 두려워하여 겨울이 되면 일을 할 정도였다.

간사하게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는데, 노동징역형에 처할 것이 뻔해서다. 아무리 가벼운 범죄라도 끌려가서 석탄을 캐야 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사기는 피해액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해서 더욱 고된 일에 투입된다.

‘그런데도 추위를 피하려는 이들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이제는 적응을 해야지.”

호들갑을 떠는 다른 세력이 도렌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글을 써서 이를 다른 상위국에게 보냈다.

대부분의 상위국왕이 결국 정치적 분쟁 속에서 은근히 현황 파악을 시작했으며 길게이는 거기에 한술 더 떠 움직였다.

“어차피 할 거면 최대한 힘들다고 하면서 많은 지원을 받아야지.”

드낙은 모든 세력에게 많은 돈을 받고 있었다. 화폐의 유동성을 위해서 대부분이 어음이다.

그는 연합 도시를 관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건 다른 사람이다. 전문경영인을 뒀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도시 하나가 만족할 수준 이상을 받고 있었으며 연합 도시 자체에서 나오는 수익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어음으로 받는 것이다.

이런 모든 행동은 연합 도시에서 행해졌고, 드낙은 그 모든 것을 듣고 판단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자리에 드낙은 없었다.

이 때문에 보름 동안 기다리던 지배자들은 하나같이 현황 파악에 나서게 됐다.

‘가만히 있다가는 더 큰 일이 나는 수가 있다.’

무엇을 준비하는지는 몰랐지만, 일단은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될 뿐이다. 변화에 먼저 적응하는 놈이 그만큼 더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아크온 몽펠리에가 그러했다. 그는 세상에 자신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상위국왕이 된 것도 인재가 없어서지.’

시대를 잘 타고났다.

동시에 인재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10년을 기다렸음에도 군사 쪽으로는 상위국에서 겨우 다섯 명이 나온 게 전부였다. 그중 한 명은 불미스러운 일로 신제국에 유출됐다.

행정이나 관리. 그 분야는 심하면 심했지 더 하지는 않았다.

‘도시 하나를 관리하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장군 노릇을 하는 이가 도시도 관리할 줄 안다는 말은 헛소리다. 하나 잘한다고 열을 잘하는 건 아니다.

“가장 인근의 마을을 방문한다.”

“예!”

관리와 기사들이 냉큼 답하였고, 마력으로 구동되는 전투 강철 인형과 병사들이 함께 이를 따라갔다.

상위 인간이 많은 상위국에서는 전투 강철 인형의 마력을 얼마든지 충전시킬 수 있었기에 벌써 군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상위 인간 출신의 병사가 있는 까닭은 전투 강철 인형의 단점 때문이다.

‘마력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게 최고의 단점이었다.

“어떤 일을 하는 마을인가?”

“손목시계를 만드는 마을입니다. 재능이 없는 아이들은 도시로 올라오거나, 운반 따위의 일을 합니다.”

“그래?”

손목시계는 패션 중의 패션이다. 남자든 여자든, 젊든 늙든.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품에 가깝다.

“대중적이지만, 자투리 가죽을 아주 잘 사용해서 관리들이 좋아합니다.”

자투리 가죽은 처치 곤란한 자원 중의 하나다. 뭘 해도 남기 때문이다. 이를 재활용해서 자신들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마을인 것이다.

“저곳이 가죽 시계 마을입니다.”

마을임에도 길이 넓었고, 큰 공장 같은 작업장이 보였다.

“풍차가 많군.”

“예. 밀을 가져와서 밀가루로 만드는 부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업이 하나같이 괜찮아. 마을 세금이 제법 되겠는데?”

“그렇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납품만 하다가 최근에는 도시에 매장도 하나 만들어서 천천히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아크온은 그런 말을 들으며 마을로 들어섰다.

몬스터가 아직도 존재하는 탓에 마을 전체는 철근 콘크리트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건물은 성벽보다도 높은 건물도, 작은 건물도 있었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이 서로 뒤섞여서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돈이 들어오는 마을이라 다행이다.’

변방에는 그냥 말 그대로 ‘먹고 살면’ 그걸로 끝이다.

생산한 밀을 납품해서 받은 돈으로 세금을 내고, 딱히 다른 일을 하지 않고 태평하게 배를 두들기며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훨씬 야망이 있는 마을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촌장을 비롯한 몇몇 지역유지가 크게 예를 표하였다.

아크온은 대접을 받는 동시에 여러 가지 어려움 또한 듣게 됐다.

“원자재 가격이 이상하게 꾸준히 매년 오른다고?”

“예. 저희 마을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마을 또한 똑같이 오르고 있습니다. 똑같은 가격으로 매년 똑같은 날에 오르는 것이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그건 아크온이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비리의 냄새.’

그런 냄새가 강하게 맡아졌다.

“내 확인해 보고 전해 주지.”

아크온은 그 무엇보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일부 병사와 기사를 자치령 수도로 보냈다.

“충!”

그들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아크온이 실로 악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청탁이 없을 수는 없다.

운동계, 미술계 등등 예체능도 그러하고, 소위 먹물 좀 먹고산다는 문학계도 청탁은 빈번하다. 오히려 청탁이 없으면 안 된다고 찡찡대는 징징이들이다.

하물며 나랏일을 하는 데 청탁은 더욱 중요했다. 필요악이라 여겼다.

‘나한테는 일언반구도 없이?’

적어도 아크온은 이런 청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한다고 하면 말을 해야 할진대, 그러지 않았다. 즉, 그의 권력이 짓밟혔다.

‘곧 조사가 들어가겠지.’

그때가 되면 윤곽이 드러날 터다.

아크온은 본격적으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온돌과 보일러의 상태를 확인했다. 데려온 문인들과 공학자들도 체크를 시작했다.

이 정도로 적당히 발전한 마을은 딱 좋은 표본이 될 것이다.

“없습니다.”

“뭐라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보일러는 무엇이냐?”

깡깡!

공학자가 주먹으로 보일러를 치며 말했다.

“내부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깡통입니다.”

그 말에 아크온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엄청난, 막대한 비리의 냄새를 맡았다.

“온돌은!”

“그게… 집 바닥을 들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들어내라! 당장!”

이에 서둘러 뜯어보니, 역시나 온돌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일러의 관이 방을 구불구불 돌아다녀야 했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온돌 대신 화덕이나 벽난로가 존재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빨리 파악해라! 여기에 사는 이도 잡아 와라!”

아크온의 명령에 대부분 이들이 흩어졌다.

“네 이놈!”

“예? 억!”

바로 현행범으로 잡힌 이들은 일단 맞고 시작했다. 사정을 봐주지 않았는데, 아크온의 분노만큼이나 병사들의 손속도 매웠다.

자유국가처럼 보이지만 초월자에게 지배받은 세상이며, 아직 법이란 것이 밑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퍼져있지 않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은커녕,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시작하는 야만적인 세상이었다.

“바른대로 고하라! 네놈의 앞에 계신 분이 위대한 상위국의 상위국왕 폐하이신 아크온 몽펠리에 님이시다!”

“딸꾹! 딸딸꾹!”

피떡이 된 놈이 벌벌 떨었다.

“물약으로 적당히 치료해 줘라.”

“예.”

회복 물약을 먹고,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게 집을 짓는 데 돈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곧 그가 말을 술술 내뱉었다. 아크온이 온정을 베풀었기에 더욱 쉽게 말을 할 수 있었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이들이 한 짓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돈을 아끼는 방법으로 보일러와 온돌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다. 건설사와 작당하면 간단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인력 그리고 비용까지 아낄 수 있었으며, 약간의 소득도 올릴 수 있었다.

약간의 소득이라 하여도 100명, 1,000명, 마을 전체라면 큰돈이 된다.

“어차피 잘 사용하지도 않는 것이라서…….”

지독할 정도로 소비하지 않는 삶을 살았던 이에게 보일러와 온돌이란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그건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의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보일러와 온돌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아끼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돈을 아끼려고 하다 보니…….”

절약을 위해서도 그냥 아예 설치 자체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변명거리가 존재했다.

“저는 그냥 그렇게 하면 돈을 많이 받고, 옆집도 해서…….”

“미친놈들이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아크온이 헛웃음을 지었다.

너도 하니, 나도 한 것이다. 그런 쉬운 마음으로 저지른 것이 분명했다.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이 잡초 같은 저급한 인간들은 생각이란 걸 잘 하지 않는다. 같은 종족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능이 낮다.

‘내가 이끌어야 할 자들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이들을 어찌합니까?”

“명단에 적어놔라. 판단은 나중에 하겠다.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가죽 시계 마을은 자투리 가죽을 통해서 멋진 가죽 시계를 생산하는 곳이다. 하루아침에 몰락한다면, 공급이 어려워지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그리되면 시장 가격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상위국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특히 아크온의 자치령은 더욱 좋지 않은 꼴을 당할 것이다.

‘더 많은 세수. 더 많은 생산과 소비가 필요할 때 이들을 싹 다 잡아들일 수는 없다.’

“자치령 전체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해! 초월자께서 나서면 권력의 위치가 바뀌게 될 것이다.”

아크온 자치령에 거대한 혼란이 일어났다.

깡깡!

“텅텅 비어있습니다!”

“보일러 속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관리는 곧장 병사를 대동하여 집의 경첩을 뜯고, 강제로 문을 개방하여 내부로 들어섰다.

“바닥을 들춰라!”

“여기는 우리 집입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자신이 시민이라도 뻗대는 놈은 모조리 턱주가리가 날아갔다. 투표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시민은 그 어떤 가치도 권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민의 피가 바닥을 적셨다.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상위국왕들도 서둘러 보일러와 온돌을 확인했다.

충격적이게도 텅텅 비어있는 수가 열에 여덟 집은 되었다.

“아!”

그것을 확인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도 없었다. 어느 집의 바닥을 들춰도 보일러 관은 지나가지 않았고, 보일러는 그냥 메이커가 그려져 있는 깡통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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