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2화
20. 온돌 혁명
윗사람들의 결정이 끝났다.
“만세!!”
“만세에에에!!”
빅하트는 웃통을 벗고 자신이 성공했음을 노래했고, 그를 따르는 328명의 스틸 커맨더와 1,100명의 스틸 챔피언들 또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다이앤타는 굴욕적인 표정을 지었다.
‘내가 부족한 탓이다.’
저들을 모두 품지 못했다.
앞으로도 나아가야 할 길이 멀었다. 물론 일부로 저들을 품은 것도 있었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큰 성장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장통이 없는 무릎은 더 길어지지 않는다.
다이앤타는 자신이 상처를 입지 않으면, 야수의 앞에 맨몸으로 서지 않으면 크레시미르를 꺾을 수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실패했다.’
아쉬운 일이다.
빅하트가 이렇게 빨리 자신에게 거센 칼로 깊이 찌를 줄은 몰랐으며 수많은 이들이 그와 동조하는 것도 놀라웠다.
“절반의 실패다.”
드낙이 다이앤타를 위로했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어 줬다.
이에 다이앤타가 조금은 기쁜 미소를 지었다.
“스틸 커맨더는 많이 지켰어요. 그리고 나중에라도 저들에게 계속 회유를 해볼 생각이에요.”
“그래야 내 딸이지.”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저들도 신제국으로 가면 알게 될 것이다.
‘사람 사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요놈들아.’
자신이 원하는 스틸 로드를 따른다고 모든 것이 옳게 되는 것이 아니며, 무조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들은 갈팡질팡하며 고민하고, 또 하나의 선택지인 다이앤타 때문에 더욱 괴로워할 것이다.
그것은 벌이다.
선택지를 얻는다는 건 자유를 뜻하지만, 그 자유가 지닌 날카로운 송곳니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따끔할 것이다.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니까.’
인간은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것에 더욱 집착한다.
드낙은 다이앤타와 빅하트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웃음을 지으며 다이앤타에게 조언해 줬다.
“사냥꾼은 사냥감을 활로 잡는다.”
“당연한 소리를 왜 하세요?”
“그게 틀린 소리니까. 사실 사냥꾼들은 덫으로 사냥감을 잡는 경우가 더 많다. 하하하!”
드낙의 웃음에 다이앤타가 눈을 빛냈다. 이에 드낙이 말을 이어나갔다.
“때로는 직접적인 것보다 간접적인 것이 더 효과적이지. 마을 사람들은 사냥꾼의 활과 화살을 본다. 그게 자신들에게 위협적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실제로 사냥꾼에게 더 유용하고 득이 되는 건 덫이다.”
“그들을 간접적으로…….”
“다이앤타, 너의 이름을 숨기라는 말이 아니다. 회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그들에게 보여줘라.”
“네. 해볼게요.”
그녀는 자신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 * *
상황이 정리됐다. 빅하트와 그들은 세리안의 병졸에 의해서 신제국에게 인도될 것이고, 신제국은 그들을 물건처럼 인수할 것이다.
세파리아스는 그들과 몇 마디 나누더니 다시 드낙에게 다가왔다.
“정신체로 잘 쏘다닌다?”
“육신을 지니지 않은 정신체의 가장 큰 장점이지. 그것보다… 강철 인형은 이대로 잘 마무리가 됐다. 앞으로 네가 신경 쓸 일은 없어진다.”
한 번 해봤으니, 다음에는 더 쉽게 할 것이다.
처음 하는데 실수를 한 건 상위국이 처음이다. 신제국은 실수하지 않았다.
‘오크들도 주력(呪力)을 통해서 전투 강철 인형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오크는 둘로 쪼개졌다. 전사와 주술사의 정치 구도로 나누어졌다.
정치하지 않는 주술사들은 전사와 함께 가기도 했고, 정치하지 않는 전사 또한 주술사의 세력에 가담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서로 경쟁하고 있었고, 인간들의 ‘강철 인형’의 전투력은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종족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아쉬운 건 자연의 주력은 강철 인형과는 연이 없다는 것에 있다.
드낙은 오크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볼 뿐이다.
‘부디 내가 좋아할 만한 성과를 내길 바란다.’
다른 신을 믿고 있는 주제에 다종족 연합에 속해 있다. 당장 죽여도 시원찮을 놈일지도 모르나, 앞으로도 테라는 수많은 이들과의 전쟁에 시달릴 것이다.
‘강철 인형 사업으로 시민들을 보살피지 못했다.’
드낙은 뉴에이지 시티 사업을 진행했다. 초월자가 되어서 가장 먼저 크게 벌인 사업 중 하나였다. 제국의 거대한 산맥을 평야로 만들고, 끝없는 식량의 보고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서 세상 사람들은 싼값에 식량을 얻게 됐다.
무엇보다 선별을 통해서 예쁜 과일, 예쁜 채소를 가려내지도 않았다. 그저 신선도만을 중요하게 여겼다.
작은 못난이 감자도 훌륭히 소비자들의 손에 들릴 수 있었다. 무단으로 먹거리를 엎어버리거나, 팔지 않는 건 시장 교란 행위로 간주되었다.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건 다종족 연합이 지나칠 정도로 초월자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리다매로 많은 양을 팔아야만 했다. 다른 수단은 허락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허락된 고급품은 소금 같은 향신료였지만 그마저도 가격이 매일 내려가고 있었다. 국가 단위의 경쟁을 하면서 치킨 레이스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신제국의 천일염 사업 때문에 더욱 가격 인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드낙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드낙은 다시 한번 혁명을 일으킬 생각을 가졌다.
‘때가 됐다.’
건물을 지을 때, 수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보일러가 있어도, 데울 수 없고. 온돌 시스템을 구현해 놓아도 뜨거워지지 않는다. 연료가 부족하고, 있더라도 비싸다. 그걸 아끼면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경제는 끝없이 성장하고 있었고, 수많은 이들이 도시에 모여서 아웅 바동거리며 위로 올라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마력 자원만으로는 힘들다.’
마력 자원이 들어가는 곳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당장 전투 강철 인형만 해도 마력으로 구동한다. 추가적인 활동을 위해서 마력이 깃든 소형 저장고를 제작 및 준비하고 있었다.
아티팩트 제작 또한 멈출 수는 없었다. 최신식 전신 갑주, 보석 뼈 전신 갑주도 계속 찍어내야 했다.
‘전력이 필요할 때지.’
화력 발전소를 많이 짓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그래서 드낙은 태양열 발전소를 생각하고 있었다.
‘태양광과는 다르다. 태양광과는.’
태양열 발전기는 열을 통해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린다. 화력 발전소 또한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린다.
태양광 발전기는 태양 빛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마을마다 태양열 발전기를 배치시킨다.’
도시는 괜찮다. 그곳에는 전력이 확실하게 보급되고 있으며, 화력 발전소가 자리 잡았다.
‘온돌 혁명.’
이제 겨울을 인간이 지배할 때가 왔다.
21세기에 살았던 드낙은 겨울을 지배한 적이 없었다. 항상 집에 텐트를 치고 잤고, 벽마다 뽁뽁이를 붙였다. 너무 추울 때는 인덕션 한 구짜리를 최소로 켜서 물을 끓였다.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겨울을 정복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최하위 노동자의 삶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끔찍하다.
드낙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는 겨울을 확실하게 지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도시 또한 건드려야겠지.’
범죄자들이 열심히 캔 석탄으로 불을 때는 화력 발전소 또한 드낙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태양열 발전소는 훌륭하다.’
일단 어디서든지 구할 수 있는 태양 빛으로 전력을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밤에는 이를 통해서 보일러를 돌리고 뜨뜻한 물은 온돌 효과를 만들어 방바닥을 따뜻하게 만들며 방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모닥불에 올려놓은 포일을 꺼내, 열이 펄펄 나는 고구마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광경이 드낙의 눈에 새겨졌다.
그는 진정으로 그런 세상을 원했다. 모든 이들이 겨울에 온돌로 따뜻하게 지내는 이상향은 아주 멀리 있었다.
‘실현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지.’
드낙 또한 쉽게 할 생각은 못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해야 했다.
그리고 하는 방법은 총 두 가지 방법을 통해서 해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첫 번째 방법이 태양열 발전소다.
‘태양열 발전소를 마을에 배치하여 끓인 물을 낮 시간대에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시골의 삶은 팍팍하다. 제법 넓은 단독 주택에 사는 순간, 추위에 덜덜 떨어야 한다.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매달 50만 원이 넘는 난방비를 보고 눈이 뒤로 넘어간다.
마을이야말로 태양열 발전소를 짓기에 알맞았다.
‘나는 이 사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인간을 위해서 우뚝 서리라.’
마음을 정한 드낙은 곧 자신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연합 도시에서 ‘온돌 혁명’을 천명했다.
* * *
다종족 연합에 속한 세력의 대리자들이 모여 있는 대전에서는 드낙의 발언에 크게 동요한 모습을 가졌다.
“허어……. 마을이라니.”
“지원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도시에 집중 또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세력에게 잡아먹힐 뿐이오!!”
이들은 ‘규모의 경제’와 ‘집중의 국력’에 대한 맹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대한민국만 해도 서울에 집중해서 살아남았고, 더는 개도국이라는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내려놓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수많은 사회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적어도 후발주자였던 한국이 곧추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집중에 집중을 더하며 민중들을 믹서기에 갈 듯이 갈아버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금의 다종족 연합 또한 집중을 통해서 도시를 키워냈고, 그 여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게 됐다.
그들의 볼멘소리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차라리 태양열 발전소를 도시에 연결시키는 것이 더 많은 이들을 더 효율적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싼값에 겨우내 방을 따뜻하게 만드는 온돌 시스템이 없는 집은 논외로 하여야 하오.”
“그 말은 할 필요가 전혀 없소. 모든 가구는 온돌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당장 보일러도 땔 수 있소.”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보일러를 대량 생산하는 데 문제가 있으면 책임자가 책임을 무는 놀라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기에 그 수준이 대단하지는 않아도 내구력만큼은 든든하여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드낙은 가만히 대리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각 세력을 대표하여 연합 도시에 머무는 외교관들이다. 그들의 포지션이 그 세력의 의견이나 진배없다.’
하나같이 집중 발전의 감소를 걱정하고 있었다.
‘뽕 맛을 봐서 포기할 수가 없지.’
드낙이 팔을 괸 채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수긍했다. 자신 또한 그렇다.
“모두 반대를 하는 것 같은데.”
“물론 초월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분명, 겨울에 모든 이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낙이 말을 가로챘다.
“다른 곳에 투자하면 곱절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 아니더냐.”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발전소라는 것은 종류도 많지 않습니까.”
“그렇지.”
“조금 더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아침에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드낙이 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그건 드낙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결국, 내가 발품을 뛰어야 하니까.’
저들이 진정 이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온돌 혁명을 위한 준비 기간을 가지겠다. 좋은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자에게는 내가 직접 상을 내리겠다. 무엇을 원하든 들어주겠다. 이를 공표하라. 공을 가로채는 이가 나중에 발각된다면 큰 고초를 겪을 터이니… 조심 또 조심하라.”
“명을 받듭니다!”
* * *
공문이 대륙 곳곳으로 향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국경선을 건너면, 다른 종족이 있고 다른 기업이 있었다. 그들의 손을 거쳐서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마을 후미진 곳까지 이를 수행했으며 각 세력의 연구소로도 이것이 전해져야 했다.
혹은 이를 대놓고 지연시키며 왈가왈부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그들은 실로 간사하게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공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자신을 변호하기도 했다.
연합 도시는 제국과 상위국의 사이에 있는 곳이라, 아래로 공문이 전달하는 데 차이가 존재했다.
그 속에서 수많은 의견이 각국에서 일어났다.
“마을 발전이라니. 이 무슨 해묵은 소리인가.”
가장 끔찍하게 벌떡 일어난 것은 상위국이었다.
‘이번에도 상위국’이라는 말처럼 상위국은 네 개의 자치령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제국이 수도 한 곳에 무지막지한 집중을 했다면 상위국은 네 곳의 도시에 집중했다.
그런 상황에서 또 한 번 ‘분배’가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도시에도 전력공급량이 차이가 나는데…….”
“안 되겠다. 당장 상위국왕 회의를 열어야 한다.”
“산 넘어 산인가. 초월자께서는 계속 변화를 주도하시는군. 이 일이 끝나고 상위국은 또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가. 아니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