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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29화 (1,128/1,239)

1129화

“만화에 아이들이 얼마나 집중하냐면요. 종종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집중한다니까요. 한 사례를 들면 10분도 한곳에 집중 못 하는 아이가 2시간 내내 만화만 보고…….”

레이시아는 처음에는 미술관을 운영했지만 그런 것마저도 대중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소근육 발달.’

결혼한 인들은 모두 ‘소근육 발달’에 아주 민감하게 군다. 그리고 소근육 발달에 좋은 것이 그림 그리기다.

어른이 되어서 미술을 취미로 삼는 건 힘든 일이고, 하는 이들이 적지만 아이들은 자주 그림을 그린다.

드낙 또한 유부남 친구가 있었던 적이 있었고, 아들 바보인 그에게 온갖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남아(男兒)는 경쟁심이 대단해서 부모가 잘 그리면 그림을 안 그리게 되니까, 아이의 그림 수준을 똑같이 따라 해야 한다는 둥. 자기 그림을 보여주기 부끄러운 아이에게는 삼각형, 동그라미, 네모부터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유도를 해야 한다는 둥.

어디서 들은 건지는 몰라도 신나게 떠들어대며 소주잔에 술을 담았었다.

‘대중미술은 그만큼 중요하지.’

선후관계가 바뀌긴 했다. 소근육 발달을 위해서 대중예술을 퍼뜨린 게 아니라, 대중예술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을 하게 된 격이다.

레이시아가 하는 일에 드낙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자유를 부여했기에 생긴 촌극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들도 많아요.”

“괜찮아.”

“괜찮다고요? 밥도 안 먹고 만화를 보는 아이들도 있어요. 지금 만화를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는 말도 있고, 보는 연령대를 30살로 높여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요.”

그 말에 드낙은 까마득한 표정을 지었다.

‘30살이라니!’

30살에 만화를 보는 자격이 주어지고, 만화에 입문한다? 드래X볼을 30살에 읽으라는 소리였다. 전신에 소름이 쫙 돋는다.

“물론 그렇게 과몰입해서는 안 되겠지. 하지만 만화를 통해서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의 창구가 생길 수 있잖아. 어련히 잘 제어하는 게 좋지. 국가에서 금지할 수는 없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세요?”

순수한 질문이었다.

레이시아는 중간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듯했다. 자신의 만화 사업이 아이들의 교육에 잘못된다면 그건 큰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돈이 되기 때문이지. 우리가 안 하면 다른 이들이 할 것이고, 더욱 경박한 것이 나오겠지. 그걸 막으려면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대세가 되어야 해.”

“아!”

레이시아가 실로 그럴듯한 표정을 지었다.

만화는 손만 멀쩡하면 누구나 그릴 수 있었다. 굳이 대학을 나올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에 접근성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막말로 땅에도 그릴 수 있는 게 만화였다.

드낙은 이를 무기로 삼아서 은근히 레이시아를 조종했다.

“만화는 꿈을 꾸게 하고, 자신이 하지 못하는 모험을 하게 만들지. 좋은 메시지는 얼마든지 넣을 수 있어. 실패한 인생을 그린다면, 만화를 읽는 이는 그런 인생을 반면교사 삼겠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네요.”

“그래.”

레이시아는 답을 얻은 듯했다.

“고마워요.”

“뭘.”

“정말로 고마워요. 예전의 제가 오늘의 저를 본다면 눈물로 하루하루를 이어나갔을 정도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거예요.”

드낙은 그녀를 토닥여주며 은근히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했다. 감동적인 상황에서 욕구를 드높이는 꼴이다.

다만, 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드낙 님! 큰일 났습니다!”

사달이 났다.

* * *

대인배(Big heart).

그는 자신이 스틸 로드가 되리라 의심하지 않았다. 평민만 따지면 서열 3위였으며 모든 이들이 그의 대범함을 추켜세웠다.

‘떨어졌다.’

그는 결국 스틸 로드가 되지 못했다. 자신보다 한 끗 차이 나는 다이앤타가 마지막 스틸 로드가 됐다. 그리고 그는 평민이지만, 다이앤타에게 배속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이앤타가 없는 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서로 단점을 채워줄 수 있는 까닭이었으며, 서로 다른 이들보다 많이 전투를 치렀기에 전장에서만큼은 서로 호흡이 잘 맞았다.

그 외에는 날이 바짝 서 있었지만, 다이앤타 또한 이를 인정하여 자신의 이득을 챙겼다.

무리하게 빅 하트를 데려왔다. 싫으면 어쩔 건가? 빅하트는 일개 스틸 커맨더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평민이기에 귀족과는 또 다르다.

사회에서 무기는 다양하다. 그건 귀족이라는 예쁜 무기일 수도 있고, 책 냄새가 나는 학연일 때도 있다. 화풍이 같다는 것만으로도 선택받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빅 하트가 가진 무기라고는 ‘군재(軍才)’와 ‘무재(武才)’뿐이었다.

스틸 챔피언이라는 사회적 지위도 가지고 있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나왔기에 아직은 애매하다.

봉급이야 중산층 수준으로 받지만,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스틸 로드가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빅 하트는 반란을 획책했다. 말이 반란이지, 실상은 ‘내 이야기를 들어!’라고 마법 포격을 날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즉, 적정 수준에서 타협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힘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임원 달고 갑질 안 하는 상사 보기 힘들다. 심지어 고객이 되는 순간 돌변하는 미친놈도 있었고, 도로에서 대접받기 위해서 카푸어가 된 이들조차도 있다.

최소 규격이 250cm에 달하는 전투 강철 인형(Battle steel doll)에 대한 제어권을 지니고 있었고, 그것은 마법 각인을 통해서 확실하게 지배(Domination)된다. 그리고 그 마법 각인은 오크 주술을 통해서 보호받고, 은폐된다.

전쟁터에서는 온갖 초월의 힘이 날뛰기 때문에 마법 각인은 대단히 폐쇄적이다.

거기에 맹점이 존재했다.

작정하고 준비했고 그대로 반란을 일으켰다. 세리안의 자치령의 국경선에 들어서자마자 반역의 기치를 들어 올렸다.

국경선에 마련된 대저택에서 쉬고 있던 다이앤타는 기습을 받았다.

쉬이이…….

강철 교란 마법사(Steel Derangement Wizard).

전투 강철 인형은 아티팩트처럼 각인된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마법사의 분화가 가장 많았다.

교란 마법사는 그중에서도 특수 임무 수행이 가능한 마법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흰색 기류가 바닥을 타고 다이앤타의 넓은 침실을 지배했다. 소음을 줄이는 마법이다.

다이앤타를 직접 노렸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면 마법이 생명체를 찾았고, 그녀의 숨소리에 박자를 맞춰서 들어갔다.

마법 바람을 타고, 수면 가루 또한 움직였다.

코끼리조차도 잠재울 정도였고, 인간의 치사량을 훨씬 웃돌았지만, 태생이 쿼터 데몬이기에 인간과는 탄생 자체가 달랐다. 거기에 다이앤타는 반마의 권좌에 올라있다.

“……!”

다이앤타가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방 안이 온갖 색으로 자욱해진 것을 보고는 손으로 휘저으며 눈을 좁게 떴다. 숨은 당연히 참았다.

휘청!

균형이 어그러졌다.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이앤타는 용케 걸음을 이어나가 무장을 챙기고 창문을 열었다.

도망을 치지는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분노가 잔뜩 서려 있었다.

‘열 받네.’

단순한 이유였지만 싸울 이유는 충분했다.

바람으로 마법이 흐트러지고, 마력을 일으킨 다이앤타 주변에서 상쇄 효과가 발휘되었다. 그런데도 마법은 완성되어서 그녀를 보호했다.

긴급 해독제를 마시고 있을 때, 문의 잠금장치가 스스로 돌아갔고 문이 열렸다.

빛 하나 없는 복도와 달빛이 내려오는 방에 반사된 미약한 빛이 어둠 속에 있는 롱소드의 날을 번쩍이게 만들었다.

서로 눈이 마주친 것은 당연했다.

쾅!

부딪힘이 일어났다.

다이앤타가 순식간에 덤벼들어 대처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상대의 검이 180° 돌면서 마치 자신에게 날을 들이미는 것처럼 변했다.

손목의 스냅.

경쾌한 검의 움직임은 초근접한 데다가, 바퀴벌레처럼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다이앤타를 노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건 페이크에 불과했다.

전투 강철 인형이 도약하며 몸을 띄우며 그 힘을 검에 집어넣었다. 하여 체중이 아래로 쏠려 하단으로 향하던 검이 휘둘러져 검 끝이 빠르게 낙하했다.

“하하하!”

다이앤타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훌륭한 비전(祕傳)이다. 뒤로 가면 검에 맞고, 앞으로 가도 검 손잡이에 의하여 막혀 있다. 뭘 해도 공교롭다.

다이앤타는 자신의 검을 위로 향해 검을 맞부딪혔다.

허공으로 도약했지만, 전투 강철 인형은 발로 벽을 걷어차며 입체적인 움직임을 발휘했고, 허공에서 검을 부딪친 그대로를 유지했다.

다이앤타가 검을 빼면 추락할 테지만, 부딪침 속에서는 확실히 균형을 유지해 냈다.

그 사이로 다른 전투 강철 인형이 롱소드를 쭉 뻗었다. 검면이 위를 향하고 있었는데, 벽에 들러붙은 전투 강철 인형이 떨어지더라도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함이었다.

쐐애액!

선명하고, 정직한 찌르기에 다이앤타가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의 힘 덕분에 허공에 자세를 유지하던 전투 강철 인형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강하게 부딪칠 것 같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여유롭게 떨어졌다.

다이앤타가 그대로 돌격해 복도에 도착했다.

검이 그녀를 노렸으나, 다이앤타는 단번에 벽을 타고 천장에 들러붙었다.

‘윽.’

무기만 들었지, 방어구는 입지 않은 채여서 그녀의 어깨에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리 반마의 권좌에 올랐다고 해도 결국에는 준 초월. 초월자라고는 할 수 없었다.

“크윽! 이 미친놈들이! 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벽에 들러붙어 있어서 붉은 머리카락이 아래로 늘어져 있다.

다이앤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복도 끝에서 끝까지 양손에 롱소드를 쥔 전투 강철 인형으로 가득했기에 그럴 만했다.

방금 상대한 두 놈도 마찬가지로 롱소드를 들고 있었다.

‘강철 기사(Steel knight).’

비전까지 사용 가능한 놈들이다. 기술이 높아서 죽이기가 까다롭다. 무식하게 돌파했지만, 돌진으로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량이 많은데, 죽이기마저 까다로우니, 한 명, 한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장수를 때려잡기 좋은 전투 강철 인형이 바로 강철 기사였다.

그 덕에 다이앤타는 계속해서 밀렸다.

공간을 지배할 수 없는 그녀는 천장에서 싸워야 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악마의 날개를 펴며,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나갔다.

“하하!”

다이앤타의 형세는 패색이 짙었지만 싸운다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느꼈다.

밖에도 전투 강철 인형들이 가득했다. 스틸 로드의 지배권을 지워놔서 그런지 그 어떤 전투 강철 인형도 그녀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날개가 있다고 해도 오래 날 수는 없었다.

비행 마법을 쓰더라도 도망칠 수 없었는데, 철저하게 막혀 있었으며, 허공에 맴도는 진녹색의 바람이 매우 거칠었다.

비행 마법을 사용했다간 마법 상쇄에 걸려서 그대로 추락할 터였다.

결국 뚝 떨어진 그녀는 내리 6시간을 싸우다가 생포되었다. 홀로 2만이 넘는 군세에서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죽이지는 않았는데, 반란의 목적이 다이앤타의 죽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꽁꽁 묶어라! 보통 여자가 아니다!”

빅하트가 그제야 나타났다.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온갖 속박구로 애벌레가 된 다이앤타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의 머리에도 투구처럼 속박구가 씌워져 있었다. 어찌나 철저한지 오히려 개그를 치는 것 같았다.

“우린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싶을 뿐이다! 메시지 마법으로 우리들의 성명서를 냈다!”

빅하트는 큰소리를 빵빵 쳐댔다. 그러고는 소심하게 나뭇가지를 들고 음흉한 눈으로 다이앤타의 볼을 쿡쿡 쑤셨다.

“어떠냐! 항상 나보다 위에 있다고 큰소리치더니, 제대로 당한 기분이!”

“으아아아아! 죽여 버리겠어!!”

다이앤타는 목이 쉴 때까지 발악을 해댔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놀릴 맛이 있는 법이다. 빅하트는 나뭇가지로 다이앤타를 계속해서 쑤셔댔다.

아주 가벼운 도발임에도 다이앤타는 목이 갈라져서 피가 입 밖으로 토해질 때까지 고함을 질러댔다.

빅하트는 조금 무서워서 물러섰다.

그 또한 나중을 생각해야 했다.

“모든 이들을 생포했습니다.”

가담한 스틸 커맨더는 328명. 672명이 생포됐다.

그 누구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드낙 님은 결코 우리들을 저버리시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청원을 넣었다. 자신은 스틸 로드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무려 328명이 자신과 뜻을 함께해서 이름까지 적어서 청원했다.

그런데도 내쳐졌다. 그러니 이제 자신이 그 자격이 있다고 보여줘야 했다.

그게 이 반란의 주목적이었다.

민간인에게 피해가 없도록 국경선에서 반기를 들어 올린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스틸 커맨더가 328명이라면 스틸 챔피언은 2천 명 중 1,100명이 가담했다. 비율로만 따져도 55%에 달했다. 거기에 스틸 챔피언 2천 명 중 귀족은 500명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 더욱 의미 있는 수치였다.

“죽거나.”

“출세하거나!”

1,428명의 동지들이 크게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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