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102화 (1,101/1,239)

1102화

“흠. 흠흠!”

드워프, 구리 도리깨가 인어가 건네준 하늘색 광물을 코에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

“괴이하다! 정말로 괴이해!”

“뭐가 괴이한가? 무슨 광물이길래?”

인어 전사가 다급히 물어보았다.

‘무언가 정보를 얻어냈다.’

저 드워프란 종족은 실로 대단한 종족이었다. 그저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광물의 비밀을 알아낸 듯했다.

구리 도리깨는 크게 흥미가 있어 보이는 인어 전사에게 광물을 들이밀었다.

“코에 대고 숨을 들이켜 봐라.”

“흠. 흠흠.”

인어 전사가 이를 따라 했다. 그리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인어 마법사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광물에서 신선한 공기가 맡아진다.’

“하늘의 바람이 느껴지는 광물이도다!”

구리 도리깨가 새하얀 수염을 쓸어내리며 감탄했다. 이런 독특한 성질을 지닌 광물을 마주하다니, 드워프로서 큰 명예였다.

“이걸 어디서 얻었는가?”

“심해에서 족히 500m는 되는 곳에서 발견했다.”

“허허. 바람이 없는 곳에서 바람을 만들어 내는 광물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구리 도리깨는 하던 작업에 그냥 찬물을 부어버렸다.

“그곳으로 가야겠다! 혹, 드워프가 못 가는 이유라도 있다면 지금 말해라.”

“없다.”

“좋다. 몇 군데 들렀다가 가야 한다.”

“손님들 때문인가?”

하던 작업을 갑자기 그만두고 광물이 있던 곳으로 가겠다고 했으니, 인어는 거기에 대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여겨졌지만, 드워프는 엉뚱한 표정을 지었다.

“뭔 소리냐? 내가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것이지, 그들이 원한다고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드워프에게 있어서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드워프가 만든 것을 원하는 이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드낙은 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고, 인구 증가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식량 증가량과는 달랐다. 그렇기에 식량 문제는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대두되었다.

식량 문제가 계속해서 나타나는 까닭은 인구가 말도 안 되는 속력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티팩트의 숫자는 계속 증가했지만, 인구 증가율보다는 그리 대단치 못했다. 그러니 드워프들이 가치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었다.

슈퍼 갑이나 다름없었다.

고급 아파트에서 으름장을 놓으며 배달부에게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걸어서 이동하라고 협박하고 짓밟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갑질이었다.

일을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드워프가 가진 막강한 권력이었다. 오직 자신을 위한 권력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만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모든 직장인과 모든 노동자가 원하는 권력이다.

구리 도리깨는 다른 드워프들이 인어들이 사는 바다로 오도록 소식을 전해 놓고, 그대로 인어들과 함께 바다로 향했다.

“인어들은 육지에서 사는 게 아주 힘들겠군!”

가는 내내 드워프는 인어들의 신체 구조가 불편하다는 것에 큰 관심을 지녔다.

마차가 아니면 먼 거리를 오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부유 마법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도 없다.

“돌섬을 만들었다고? 허.”

심해 지역 중 그나마 수심이 낮은 곳에 돌을 쌓아서 돌섬을 만든 것에 대해서 황당해 하기도 했다.

‘무식하다면 용감하다더니! 딱 그 짝이다!’

그런 용맹함 덕분에 신비한 광물을 발견했다.

인어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 구리 도리깨는 본격적으로 신비한 하늘색 광물에 대한 조사를 이어나갔다.

날카로운 송곳으로 힘을 달리하여 찌르기도 하고, 수직으로 짓누르는 힘을 버티는지도 확인했다. 아직 광물은 이거 한 개였기에 무리하게 시험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상당한 강도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련까지 가능하다면…….’

제련해도 지금 가지고 있는 기능이 유지된다면 가히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드워프의 손길까지 부여할 수 있으니 가치는 곱절이 된다.

‘어서 확인하고 싶다.’

대장간을 인어들의 돌섬에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인어들의 돌섬에 드워프가 대장간을 만들어도 되는가?”

“엉? 어? 뭐, 아직 빈 곳이 많으니. 써도 될걸.”

“하하하하!”

그 말에 드워프가 호탕하게 웃었다.

수많은 이들은 드워프가 대장간을 짓는다고 하면 많은 혜택을 주는 동시에 자신들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지기를 기대한다.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인어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 생각이 없구나.’

오히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다. 멍청해서 귀여웠다. 순수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인어들이 드워프를 도와준다면 우리도 많은 도움을 주겠다.”

“마음대로. 우리는 돌섬에서 어패류를 키우는데 그걸 방해하지만 않으면 돼.”

“어패류를?”

“양식이지. 돌섬 사이사이에 해초들을 키우고… 그 틈에 어패류들이 숨어서 지내게 될 거야.”

어패류를 먹으려는 물고기는 인어들이 잡으면 된다. 그러면 어패류들의 천국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게 인어들의 노림수였다. 게를 비롯한 조개들을 최대한 많이 먹는 삶. 그게 인어들이 원하는 삶이었다.

“바다에는 혈수병이라는 게 퍼지고 있다는데, 괜찮은 건가?”

“테라의 초월자께서 나서서 우리들을 치료해 줬다. 우리는 그 피를 받아 마시고 더 강해졌고. 인어들은 앞으로 더 높이 비상할 것이다!”

“잘된 일이군!”

드워프는 순수하게 그들을 축하해 줬다.

드워프들은 우주 프로젝트를 통해서 무식하게 강철의 탑을 세우며 대기권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드낙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주 시대로 나아갈 깜냥도 안 되면서 무식하게 우주 시대로 향하고 있다. 그 대가로 드낙으로부터 많은 편의를 받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강철의 비’라 불리는 강철 인형들로 전쟁하는 놀이문화가 가장 먼저 정착되었다. 드워프들은 이를 통해서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잠을 자지 않고 강철의 비에 몰두하며 강철 인형 병졸들을 관리하는 드워프들이 수두룩할 정도다.

그들이 강철 인형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은 세금에도 영향을 준다.

선순환의 구조였다.

강철 인형은 놀이로 사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흉수는 그것보다 더 매섭다. 대장장이의 드워프 종족에게 가장 먼저 보급된 것도 그들이 강철 인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 큰 흥미를 못 느낀 구리 도리깨는 이런 곳까지 와서 대장장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모험가이기도 해서 인어를 따라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헤엄은…….”

“걱정 마라. 마법은 못 써도 육체적인 힘은 대단하니까. 대신에 기름먹인 가죽 포대나 가져와라.”

“알았다.”

동물 기름을 먹인 가죽은 꼭 필요했다. 바닷물은 강철의 가장 큰 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강철이라도 소금물에는 젬병이다. 이를 차단하려면 기름이 필수였다.

다른 드워프들이 오기 전까지 드워프라곤 구리 도리깨 혼자였기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기름먹인 가죽으로 가져온 장비를 덮고, 장비에도 기름을 덕지덕지 발랐다. 그다음에 이를 꽁꽁 싸매고 바다를 헤엄치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파퍄퍄퍄퍄퍄퍄!

짧고 몽땅한 다리를 움직이자 어마어마한 물결이 쏟아져 나왔다.

“와우.”

인어 전사가 그걸 보고 경박하게 감탄했다. 그리고 서둘러 드워프보다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드워프는 바다 여행길에서 단 한 번도 ‘잠’을 자지 않는 것으로 인어들을 또 놀라게 하였다.

구리 도리깨는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신비한 광물을 조사하고 또 조사했다. 그리고 이를 해공석(海空石)이라고 이름 지었다. 바다에서 공기를 쏟아내는 광물이라는 뜻이다.

‘우주에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겠어.’

해발이 높은 곳에서는 숨쉬기가 힘들다고 전해 들었다. 드워프들은 우주 공간에서도 활동 가능한 생명체다.

그들은 중립신의 ‘대계(大計)’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종족이다. 그렇기에 가장 관심을 못 받은 종족이기도 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향해 중립신,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주종족이 될 종족이 바로 드워프였다.

지금은 그 누구도 몰랐다. 가장 관심 없던 종족이 사실은 중립신의 미래를 그리는 가장 거대한 붓이었다.

* * *

구리 도리깨는 돌섬에 도착했다.

대륙으로부터 헤엄쳐서 5일을 가야 할 정도로 먼 곳에 있는 곳이다.

대양(大洋)이라 할 만한 곳에 자리 잡은 돌섬은 홀로 우뚝 서있었다. 그리 넓은 곳은 아니었다. 다만, 수면 아래에 있는 돌들이 대단히 많았다. 아직도 돌을 쌓고 있었다.

돌섬의 위는 평평했다. 그곳 위로 모래나 흙을 쏟아내는 인어 마법사들이 구리 도리깨의 눈에 들어왔다.

“돌섬에 온 것을 환영한다.”

드워프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정말 척박한 곳이었다.

곳곳에서 마법으로 어패류를 구워 먹은 흔적이 가득했고 한쪽에는 건조대가 잔뜩 있었다. 그곳에서 물고기를 말리고 있었다.

비린내가 가득했지만, 드워프, 구리 도리깨는 인상 한 번 쓰지 않았다.

둔한 종족. 그게 바로 드워프였다.

배신당한 중립신(中立神)이 수많은 종족을 만들어 내면서 조심스럽게 구축해 놓은 진짜 그의 아들. 그게 바로 드워프였다.

하지만 이제는 중립신이 아니라 그들은 드낙을 위해서 살아가는 필멸자가 되었다.

정신을 일깨우는 각성제가 투입된 드워프는 활동적인 종족이 되었다.

그 각성제를 가지고 오지 못한 구리 도리깨는 덤덤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대장간을 만들어 볼까?”

먼 곳에서 나무를 가져오고, 뗏목에 석탄을 실어서 가지고 오기도 했다. 서서히 구색이 맞춰지자, 구리 도리깨는 해공석을 제련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녹는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구리를 녹이는 화력에 해공석은 녹지 않았다.

철을 녹이는 화력에 해공석은 녹지 않았다.

‘놀랍다.’

화력을 더하고 또 더했다. 그제야 해공석이 녹기 시작했고, 해공석에서 바람이 쏟아져 나오며 화력이 더욱 거칠게 변했다.

어찌나 바람이 거센지 구리 도리깨의 몸이 불꽃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헉!”

구경하던 인어들이 깜짝 놀라서 몸을 수그렸다. 작고 옆으로 퍼진 드워프가 불꽃에 휩싸였고, 그 뜨거운 열기가 인어들의 피부에까지 느껴졌다.

재앙.

“물 마법을 사용해라!”

“괜찮다!”

불꽃 속에서 구리 도리깨가 나왔다. 그는 피부가 조금 그을려 있었지만,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되레 웃고 있었다.

“대단한 광물이다.”

열에 대한 저항력이 상당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쓸 만한 물건이다. 적어도 강철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으니, 용광로로 써도 괜찮았다.

제련이 끝난 것을 가져와서 물에 식혔다. 그리고 집게로 집어 들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맑은 물에 담가보았다.

공기는 나오지 않았다. 끓으면서 내부에 있는 공기를 토해내는 성질이 사라진 탓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열에 대한 강력한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경도 또한 강철과 버금갔다.

‘버금갈 뿐, 강철을 이겼다고는 할 수 없지.’

제련된 해공석은 쓸 데가 없어 보였다.

‘해공석은 광물의 상태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공기를 토해내기 때문에 우주 공간에서 드워프가 아닌 종족도 살아갈 수 있어 보였다.

생각을 마친 구리 도리깨는 인어와 함께 해공석을 지배할 생각을 가졌다.

현재, 드워프만이 유일하게 우주로 진출하고 있는 강철의 탑을 쌓고 있기에 그들에게 이 해공석은 중요한 광물이다.

‘다른 종족을 강철의 탑 내부에서 일하도록 만들 수 있다.’

특히 청소의 대가. 고블린 메이드들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강철의 탑 내부 청소는 드워프가 하기에는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사실 드워프는 잘 먹지도 않는다. 맥주만 먹어도 신체활동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놈들에게 가사일은 지옥보다도 끔찍했다. 어떤 드워프는 머리에 이끼가 살고 있을 정도다. 그러니 청소를 하는 고블린들은 훌륭한 재원이었다.

지하 연합은 일찍이 드워프들에게 고블린 집사와 메이드를 보내줬고, 드워프들의 재화를 소량이지만 탐닉하고 있었다.

‘해공석이 있으면 고블린들을 강철의 탑에 거주시킬 수 있다!’

구리 도리깨의 눈이 탐욕으로 가득해졌다.

그는 강철로 만든 직사각형의 구조물을 척척 쌓아 올리는 강철의 탑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먼지 구덩이.’

하지만 바로 도망쳤다. 그런 곳에서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방랑하며 수많은 곳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여 더 성장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 업적을 통해서 도리깨 가문은 다시 한번 부흥할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