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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101화 (1,100/1,239)

1101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주술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덤비지는 못했다.

규르소모스는 대족장이다. 그의 몸은 타투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드낙의 비호 아래 바다에 정착했고, 그 덕에 더 많은 타투를 보유할 수 있었다.

산에서의 싸움으로 얻는 타투가 있고, 바다의 싸움으로 얻는 타투가 있는데, 두 가지를 모두 보유한 것이 규르소모스였다.

그는 타투의 힘으로 역대 최강의 오크 전사가 되었고, 대족장의 칭호를 가지게 되었다. 하여 수많은 오크 전사들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

그 강인함.

거기에 대항할 수는 없었다. 다른 전략을 사용해야 했다.

힘이 강한 곰과 힘으로 싸우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렇기에 그저 기세만으로 반대했다.

결국, 그러한 것이다. 주술사들은 대족장을 물어뜯을 수 없었다. 반대로 대족장 또한 주술사들을 정말로 물어뜯을 수는 없었다.

그걸 알기에 규르소모스는 서쪽으로 향하기로 했다.

절을 떠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절을 짓는다.

“우리는 분열되면 안 된다!”

“지금까지 미적지근하게 군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규르소모스가 반대하는 주술사들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회의장에는 주술사뿐만 아니라 대전사들도 잔뜩 있었다.

오션 오크들이 항구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지닌 동쪽 항구에서 일어나는 회의였다. 그만큼 쟁쟁한 오크들이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규르소모스는 말 그대로 폭탄을 터트렸다.

드낙을 마주하고 왔기에 그 의도를 숨길 수 있었다. 드낙 핑계를 대며 최대한 많은 오크가 회의에 참석하도록 만들었다.

“대가라니? 음모다!”

“모함이겠지! 모함이다! 모함! 증거도 없이 그런 말을 하다니, 대족장은 제정신인가?”

“지금 형세를 보라! 오션 오크는 고립되고 있다!”

“바다가 있는 한 그 누구도 오션 오크를 내칠 수 없다!!”

단번에 시끄러워졌다. 누가 뭘 말하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런 난장판이야말로 규르소모스가 원하는 바였다.

쾅! 쾅! 쾅!

규르소모스가 양 주먹으로 강철 테이블을 후려쳤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그를 쳐다보았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 오크들은 어찌 되겠는가? 저 먼 땅에 있는 신제국의 황제처럼 우리 또한 다른 차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무슨 그런……!”

“그럴듯한 소리지 않은가!! 나 혼자만 그리 생각하는 건가? 그럴 리가 없겠지! 우리는 테라의 초월자에게 신앙심 하나 주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 녹색 도끼에게 업(業)을 주고, 살아간다.”

규르소모스가 말을 거침없이 이어나갔다.

“그런 우리를! 테라의 초월자가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 여기에 있는 이들은 그 의도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그 두 눈에는 확신이 존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규르소모스는 드낙과 마주했고, 그로부터 경고와 협박을 들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오크 주술사들은 드낙과 마주한 적이 드물거나 없었다.

드낙의 의도를 깨달은 자는 가장 최근에 드낙과 마주한 규르소모스였다.

대족장의 말에도 주술사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찾기 바빴다.

오크는 결코 분열돼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주술사들은 더 많은 권력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

오크는 대륙 동쪽의 항구를 양도받은 후, 유례없는 성장을 거듭했고, 그 변화를 가장 직접 체감한 것이 주술사들이었다.

정치하는 재미. 권력을 사용하는 재미.

그건 오크를 망가뜨릴 정도로 거대한 힘이었다.

“테라는 오크를 필요로 한다. 신제국의 황제? 비교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만의 가치를 지니고 있거늘!! 어디서 인간의 국가와 비교하는가!”

“주술과 전사! 그 위대한 것이 오크의 힘이다! 식량 또한 이제는 우리의 것이 되었지.”

안전하고 실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는 주술 아이템들.

오크 전사의 강인함. 바다에서 나오는 막대한 식량 자원.

“그것을 테라의 초월자가 포기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오크는 오크만의 가치가 있었다.

“대족장은 그걸 모르고 있나 보오? 당장 주술 아이템이 내륙으로 향하는 것을 끊는다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말로 모르시오?”

나이가 어린 오크 주술사가 비아냥거렸다.

“대혼란이다! 대혼란!”

늙은 주술사는 타이밍 좋게 호통을 쳐대며 침을 튀겼다. 하늘 끝까지 기세를 드높인 규르소모스 대족장을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 믿었다.

‘이대로 간다면 주술사왕이 나올 테고, 그러면 난 그걸로 끝이다.’

절반의 권력이 사라지는 셈이었다. 그전에 규르소모스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오크를 위해서만 살아간다면, 테라는 결국 오크를 밀어낼 것이다. 그게 초월자, 드낙의 충고다. 이를 명심해라.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규르소모스가 두 팔을 척 들어 올리며 외쳤다.

“나를 따르라! 전사들이여! 언제까지 낙후된 정치체계에서 살아갈 것인가!”

“와아아아아!!”

오크 전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이에 젊은 주술사들이 살살 눈치를 살폈다.

오크 사회는 대단히 견고한 피라미드형 구조였다. 늙은 오크 주술사가 죽기 전까지는 크게 대우받지 못하는 것이 주술사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술사와 규르소모스 대족장이 서로 찢어진다면?

‘대족장 곁에는 주술사가 앉을 자리가 넘쳐날 것이다.’

늙은 주술사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늙으면 안주하기 마련이고, 다른 데 가는 것도 귀찮기 마련이다.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태어날 때는 껍데기를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죽어갈 때는 자신이 만든 껍질 속에서 죽어간다. 주술사들은 가히 종식직이나 다름없었기에 젊은 주술사는 늙은 주술사가 죽어야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니, 젊은 주술사들의 눈이 단박에 변했다.

새로운 땅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지닌 주술사가 되고 싶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지게 될 터였다.

규르소모스는 그것으로 바로 떠나지는 않았다.

자신의 집에 거주하면서 수많은 이들과 만나고 교류했다. 그들은 오크 전사 몇십 명을 데리고 다니는 고명한 오크 전사이기도 했고, 부락 하나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대전사이기도 했다.

유망한 젊은 주술사도 규르소모스의 집 문을 두드렸다.

순식간에 오크들은 동 오크와 서 오크로 나뉘게 되었다. 동 오크는 주술사들이 통치하게 되었고, 서 오크는 전사들의 힘이 이전보다 강하게 되었다.

그 분열을 이끈 것이 드낙이었다. 부족사회 주제에 강대한 토지를 지녔으니, 변해야 했다.

규르소모스를 협박한 효과가 실로 대단했다. 그 또한 보고 들은 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세파리아스만 봐도 견적이 딱 나온다.

녹색 도끼는 자식 싸움에 관여하는 경우가 적었다. 어지간해서는 아버지의 분노를 사기 힘들다.

그만큼 녹색 도끼는 인자한 아버지와도 같은 종족신이었다.

* * *

드낙은 꾸준히 인어 마을을 순회하며 자신의 피를 쏟아냈다. 삼 일에 하루만 쉬었다.

쉴 때는 파동으로 이동하여 행성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틈틈이 파동에서 빠져나와서 주변을 확인해야 했지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었다.

게릴라 전쟁은 테라에서 그 영향력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다른 변수가 생기는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했다.

다른 변수가 없으면 인어의 일을 끝으로 게릴라 전쟁은 끝이 날 것이다.

싸우는 이들은 여전하겠지만, 국가는 다시 정상화되고, 사람들은 다시 경제 활동을 시작할 터였다.

수많은 인어가 바다 깊은 곳으로 이주했다. 강제나 다름없었다. 그들에게 거부권은 없었기에 드낙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뗏목으로 바다까지 왔지만, 파도에 의해서 뗏목이 떠내려가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

어패류가 어디에나 있는 것도 아니고, 바닷속의 지형이 좋은 곳에는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마법으로 어패류를 삶거나 구워서 먹기 위해서는 바다 위에서 살 곳이 필요했다.

“무식하게 해결한다!”

덩치가 큰 인어 전사가 말했다.

다른 좋은 방법이 나오지 않았기에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바닷속에서 마법으로 구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바위! 바위를 계속 쌓다 보면 결국 지상에 올라갈 수 있겠지!”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인공섬을 만드는 것이다.

마법으로 흙을 쌓고, 돌을 만들어 냈다. 노동력이 있는 이들은 바위를 옮겼다. 바닷속에서 무거운 물건을 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오옥!”

힘자랑을 하기도 했다. 힘이 좋은 인어 전사들은 특히나 자신의 힘을 뽐냈다. 마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그들의 노동력은 크게 대우받았다.

이들은 깊은 바다에 거침없이 바위섬을 만들었다.

틈틈이 모래와 흙을 쏟아부어서 든든하게 만들었다. 지진이 일어나면 붕괴하겠지만, 상관없었다.

인어들은 기본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마법적 재능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마법 실력이 좋아졌다.

하반신이 물고기인 채로 땔감을 채집하고, 장작을 패는 건 육체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돌섬을 만들고, 그 위에 올라선 인어들이 히죽 웃으며 화염 마법을 사용해서 대게 한 마리를 구웠다.

딱!

껍질을 한 방에 부숴 속이 꽉 찬 알을 훑어 먹고 다리를 뽑아서 쪽쪽 빨았다.

“이거지.”

다른 건 필요 없었다. 바닷물 때문에 적당히 짭짤했고, 게의 풍미, 그건 다른 조미료도 필요 없었다.

게를 구웠는데 조미료를 사용한다? 이단이다. 죽여야 마땅하다. 머리채를 잡아서 그 뇌를 말끔하게 씻어내어 게의 풍미만으로도 이미 일류요리라는 걸 인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게는 그만큼 압도적인 요리 소재다.

인어들이 어패류에 환장한 것도 모두 어패류가 지닌 압도적인 풍미 때문이다. 번거롭게 요리할 필요 없이 그냥 삶아도. 구워도 맛있는 게 어패류였다.

물고기도 예외는 없었다.

‘마이야르 반응!’

드낙으로부터 퍼진 강력한 요리 지식이 바로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불리는 놈이다.

이 때문에 돌섬이 필요했다. 돌 섬 위에 나무 건조대를 만들고 그곳에 밧줄을 건다.

그곳에 생선들이 줄줄이 걸려 마르기 시작했다.

물기가 있으면 마이야르 반응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기에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는 물고기를 말리고 그다음에 굽는 것이 인어들의 식문화였다.

그 반나절. 그 하루 차이가 물고기구이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만들어 낸다.

해풍에 적당히 말린 물고기는 키친타월로 꾹꾹 물기를 제거한 것과 또 다른 풍미를 줬다. 바닷바람이 주는 선물이다.

최근에는 그마저도 변화를 추구하여 반을 갈라내어 너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 좀 봐라! 특이한 광물이다!”

바위와 돌. 수많은 것을 캐고, 힘으로 뜯어서 가져오면서 자연스럽게 지하광물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빛깔이 특이하게도 선명한 하늘색이었다. 또한 표면에서 공기 방울이 자글자글 들러붙어 있었다.

마치 사이다처럼 물속에 기체가 있는 셈이다. 물기가 사라지면서 서서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촤악!

이에 인어가 다시 물을 뿌리자 공기 방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심해 500m 아래에서만 볼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인어들이 깊은 바다에서 바위산을 만들면서 찾아냈다.

“드워프들이 좋아하겠는데. 너는 지금 바로 무리를 이끌고 도시로 향하여 드워프에게 그 광물을 보여줘라. 만약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인어들은 다시 한번 크게 성장할 것이다.”

* * *

오크들은 바다 깊은 곳에서 오래 활동하지 못한다. 그러려면 주술 아이템이 필요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단가가 올라가게 된다.

오션 오크들 또한 이제 서서히 자본주의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인어 전사와 인어 마법사가 인어 수십 명을 이끌고, 뭍으로 향했다.

드워프의 훌륭한 기술력과 솜씨 덕분에 도시에는 꼭 드워프가 반드시 존재했다.

마법을 통해서 지상으로 이동한 인어들의 무리는 실로 독특했다. 마차 위에서 생활했고, 내려올 때만 마법을 썼다.

마차와 말은 당연히 돈을 주고 샀다. 지하 연합의 도움이 있었기에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구리 도리깨의 대장간]

그곳에는 인어 전사와 마법사만 들어갔다.

“실례한다.”

“인어? 인어가 무슨 일이지.”

도시에 인어라니. 보기 드문 일이었다.

드워프는 하는 일을 멈추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인어 전사가 선명한 하늘색을 띠는 광물을 건넸다.

“이 광물을 감정받고 싶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물인데!”

구리 도리깨가 크게 흥분했다. 콧구멍이 벌렁벌렁거리고, 군침이 입 안에서 왈칵 쏟아졌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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