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69화 (1,068/1,239)

1069화

* * *

모든 사람은 먼지를 털면 뭐라도 나온다. 털리지 않는 사람은 털릴 가치가 없는 사람이며, 털려도 나오지 않는 사람은 털릴 필요도 없는 인물이다.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누가 건드리지 않는 법이다.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평화는 계속될 것이다. 전쟁 같은 거대한 태풍이 휘몰아치기 전까지는.

다만 이 세계에서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태풍이 휘몰아치기 마련이었다.

‘선을 넘었다.’

신제국의 황제가 드디어 움직였다. 그는 가장 먼저 선동가들을 노렸다. 그중에는 그냥 사회 분위기에 따라서 똑같이 떠들고 다닌 놈들도 해당이 되었다. 밧줄에 포승되는 삶을 살아가는 놈이 아닌데도, 해당되었다.

어떻게든 규모를 키우려는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생각이 스며들어 갔다.

“명단에 적힌 모든 선동가들을 잡아 와라. 소극적으로 선동한 놈들도 예외는 없다. 쉐도우 위스퍼에도 돈을 쏟아부어라! 단번에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과 동조한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어있다면 싹 다 잡아들여라! 다만, 가족은 건드리지 말지어다.”

“명을 받듭니다!”

이에 순식간에 신제국의 용맹한 경찰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건 얼핏 보면 드낙에 대한 반역으로까지 여겨질 수 있는 행위였다.

드낙은 분명히 경찰과 병사를 구분했지만 세파리아스는 그걸 곧이곧대로 들었고, 잘 이해하고 있었음에도 둘 모두를 사용하여 시민들에게 권력을 휘둘렀다.

“꺄아악! 이게 무슨 짓이에요!”

“비켜라!”

“여보!”

“아닙니다! 저는 아닙니다! 그냥, 술 마시고 한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증말입니다! 증말로요! 증말로 아닙니다!”

자다가 끌려 나온 남자는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잔혹한 일이었으나, 그런 것으로는 세파리아스를 끌어내리지 못한다.

‘난 신이다.’

그는 엄연히 신이며, 똑같은 법의 심판을 받는 자가 아니었다. 초법적 존재였다.

다른 초월자를 막을 수 있는 방패이며 검이었다. 그가 드낙에게 검을 들이밀지 않는 이상, 혹은 그에 준하는 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신제국의 처세에 드낙이 발을 들이미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신제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설립하고, 그 최고 자리에 드낙이 날 앉혔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신제국의 영토에 있는 인간은 내 마음대로다.’

세파리아스의 가치보다 그가 끼치는 손해가 커야 그를 축출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드낙의 판단이 있어야 했다.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였다. 사냥개도 사냥을 끝마친 뒤에 삶아 먹는다. 이용 가치가 있다면 유부녀에 환장한 조조라도 받들어 모시는 것이 인간의 간사한 마음이었다.

결국은 힘이고, 권력이다. 죽은 권력조차도 권력이며, 일반인이 보기에는 비교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윗줄이든 아랫줄이든 상상을 초월하는 길을 걷는다.

“널 체포하겠다!”

대로에서 강제로 연행되는 남자는 코에서 쌍코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얼굴 곳곳이 퉁퉁 부어있다. 반항하다가 흥분한 병사들에 의해서 두들겨 맞았다.

경찰이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이성적으로 판단했겠지만, 병사들은 아니었다.

“아악! 놔라, 이놈들! 세금의 개가 되지 않겠다! 똑같은 종류의 세금을 두 번 내는 것이 나라냐! 콜록! 콜록!”

기침했는데 피를 뱉어냈다.

“그래. 이게 나라다, 이놈! 감히 신제국의 태양을 욕보이고도 살아남을 거라 생각했느냐!”

“으아아아악!”

병사들은 무식하게 선동가들을 진압하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뒀다. 그럼에도 그들의 가족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지독하다……. 지독해!’

신제국의 수도에서 시작된 이 일련의 작업은 신제국의 인간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세파리아스는 대중의 마음을 드낙으로부터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잔혹한 짓을 벌였다.

‘먹고살아 갈 수만 있다면, 남들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 그게 평범한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입에 풀칠도 하기 힘들고, 자식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가 되지 않는 한 세파리아스를 향해서 합심하여 덤비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

‘백성들에게 부를 베풀어도 난 괜찮다.’

또한 세파리아스는 더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드낙과 똑같은 시야를 획득할 수 있었고, 조금 더 관대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그 성정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 * *

근 1만 8천 명에 달하는 선동가들과 떠들기 좋아하는 놈들이 잡혀 들어갔다.

이들은 가장 먼저 육체적으로 고문을 당했다. 정신력을 소진시키기 위함이었다. 고분고분하게 만들기 위함도 있었다.

그 이후에 세파리아스는 직접 지하 감옥으로 향하여 선동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재물을 많이도 가지고 있던데, 이중세가 그토록 화가 날 일인가?”

그는 먼저 사람의 마음을 듣기로 했다.

“신황제 만세! 신황제시여! 저를 살려주십시오! 저에게 태양의 자비를 내려주소서! 그 검으로 제 죄를 잘라주십시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세파리아스를 향해서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이가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했다. 그가 발휘하는 기세를 마주하고 바로 머리부터 땅에 처박았다.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보다는 양손을 싹싹 빌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이에 세파리아스는 그를 용서했다.

“살았다는 것을 복이라 여기며 살아가라. 앞으로는 신제국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어라.”

“위대한 황제 폐하의 명성을 매일같이 노래하는 앵무새가 되겠습니다!!”

만세―! 만세에에에―!

세파리아스가 일어나서 감방을 나갔음에도 끝없이 그에 대한 칭송이 메아리쳤다.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세파리아스를 달리 봤다. 마법 영상과는 확연하게 다른 체감을 줬다.

“가장 정신력이 높은 놈에게 안내해라. 가장 독한 놈을 보자.”

선동한 놈들의 마음을 아는 데 필요한 작업이었다. 감히 세파리아스 불파겐이 똑같은 질문을 또 하게 만들다니, 역시 평범한 놈들은 실로 어리석었다.

“들어봐라. 이중세가 어찌 그렇게까지 성을 낼 일인가?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는 일 아니더냐.”

“그 무슨……! 이중세는 개돼지의 법도요!”

선동한 이는 이을 덜덜덜 떨면서도 고함을 빽 내질렀다. 너무나도 감정적이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세파리아스의 카리스마를 앞에 두고, 의견을 말하려면 발작하듯이 고함을 지르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호랑이를 앞에 두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덤벼드는 꼴이다.

“있을 수! 콜록! 콜록!”

자신이 버틸 수 없을 정도의 목소리를 내려다가 기침 소리를 냈다.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처절했다.

신황제의 카리스마는 그만큼 무시무시했다. 당장에라도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 굴복하여 편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괜히 반항하고 싶고, 자존심을 내세우고 싶었다.

“세금의 이름은 비슷하지만 확실하게 다르지 않나. 또, 그만큼 벌고 있고. 굶주린 자들은 없다.”

“그건 당신께서……! 허억, 허억.”

몸이 멀쩡했음에도 놈은 현기증을 느꼈다. 온몸이 꽉 조여오는 기분이다. 고함을 지르다 보니 크게 몸에 힘을 줬는데, 그 탓인 듯했다. 갑자기 힘을 쥐어짜니 몸이 놀란 것이다.

“수많은 사람, 궁핍하게 사는 이들을 모조리 ‘뉴에이지 시티’로 보냈지 않습니까……!”

“하하하. 일하지 않는 이들을 일하러 보낸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그것이 어찌 이중세와 관련이 있단 말이냐.”

부르르……!

선동가가 양 주먹을 떨었다. 하지만 그는 무력했다. 결국 고개를 떨구고야 말았다. 그간 버텨냈던 정신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자신의 존재가, 내가 곧추세운 깃발이, 세파리아스에게는 그 어떤 가치도 없어서였다.

아무리 세금을 안 낸다고는 해도 인구가 대거 빠져나갔다. 그만큼의 세금이 부족해지니, 세금을 올린 것이다. 적어도 선동가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는 세파리아스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직 사람들은 할 만하다.’

부의 재분배를 통해서 밑의 사람들에게 돈이 얼마나 주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게 신제국의 황제였다. 그렇기에 세금 또한 결코 심하지 않았다. 경제가 성장하기에 그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것뿐이다.

‘하나도 모르고, 둘도 모른다.’

선동가들은 단편적인 생각 하나만으로 시끄럽게 떠들어대었다. 이를 파악한 세파리아스는 포상을 한 가지 준비하기로 했다.

‘결국 표면적으로 상을 달라는 소리 아닌가.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한 것이 없는데, 상을 달라니.

그 심보를 세파리아스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일단 납득하기로 했다. 별수 없는 노릇이다. 시민들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흠…….”

지하 감옥을 벗어난 세파리아스는 그들의 처우를 결정했다.

“모조리 지하 광산행이다. 광물은 언제나 필요하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범죄자들을 작은 쪽방에 가둬두고 그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국가는 이 테라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이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그 모든 것에 들어가는 노동을 해야 했다.

이를 해내지 못하면 과중 징벌을 받게 된다. 신발을 만들거나 밧줄을 만들거나. 뭐라도 해야 했다. 그게 그들에게 주어진 삶이다. 범죄자가 감히 편하게 시간을 보내며 죄를 끝없이 곱씹는 여유 따위 주지 않는다.

* * *

“시시하다. 세파리아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생쇼다. 주변에 마력은 퍼져나가지만, 벼락은 일순간에 일어났을 뿐이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등장이었다.

괴이한 것은 목소리가 먼저 세파리아스의 귀에 들리고, 날벼락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 찰나의 순서 차이. 그것만으로도 세파리아스는 드낙이 또 한 번 성장했음을 깨닫게 됐다.

‘무시무시한 놈이로다.’

“어떻게 목소리부터 먼저 튀어나오느냐.”

이에 드낙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조금 비틀었더니, 그렇게 되더라. 근데 나도 잘은 모른다.”

이론으로 남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악마 같은 재능이었다. 마법사가 차근차근 이론을 통해서 성장한다면 그는 태어날 때부터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소서러인 셈이다.

“시끄럽다고 해서 왔는데, 정리를 시작하려고?”

“그렇다. 그걸 보려고 왔느냐? 반동분자들은 모조리 광산노동형이다.”

싼 인건비로 국가가 관리하는 곳에서 죄를 씻을 때까지 일하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나오는 돈은 세금으로 들어가며 간접적으로 시민들을 위해 사용된다. 범죄자들이 저지른 사회적 손실을 그들의 손으로 메꾸는 것이다.

매년 대한민국이 범죄자들에게 약도 주고, 밥도 주고, 지낼 곳도 주고, 전기를 소모해서 TV를 보여주는 돈만 해도 수천억에 달한다.

소년소녀가장에 속하는 여학생들이 생리대가 없어서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쓰는 세상에서 아주 멋진 범죄자 인권이 아닐 수 없었다.

적어도 테라에서는 범죄자는 노동자일 뿐이다.

“이중세 논란이 있던데? 적당히 해야지. 내가 간접세라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

“내가 알아서 한다. 그리고 이미 신제국에서는 간접세를 도입했다. 물건을 살 때마다 세금을 걷고 있지. 거기에 엘프들과 지구 출신 과학자와 기술자를 통하여 마법 시스템과 전산 시스템을 동시 구축하고 있다.”

적어도 도시나 성에 들어서는 순간, 간접세를 탈세하려는 시도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마을에서는 종종 이루어진다. 그리고 탈세를 위해서 마을에서 거래를 벌이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쉐도우 위스퍼에 돈을 주고 정보를 취득하면 그만이다.

지하 연합 그중에서도 뿔 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최고의 파트너나 다름없었다.

비밀을 파헤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뿔 쥐의 태생과도 연관이 있었지만, 그들이 드낙으로부터 잉태되어 나왔다는 것이 무엇보다 더 큰 이유였다. 그들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림자를 다루게 되었다.

그게 그들이 드낙의 첫 번째 자손이라 말할 수 있는 최초의 근거였다.

종족은 달라도, 그들은 분명 드낙과 끈끈하게 이어져 있었다. 마구 뒤엉켜 있었던 그 스산한 숲에서 탄생한 비참한 종족이라도 자기 부모는 있는 법이다.

“어련히 잘하겠지만, 자꾸 이렇게 인구수를 줄이는 건 신제국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야.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인구가 힘이다.”

“걱정 마라. 집도 있고, 먹을 것도 부족하지 않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오히려 식량 걱정이 더 크다.”

세파리아스는 그렇게 말하며 날카로운 눈으로 드낙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션 오크들. 너를 믿지 않고, 다른 신앙을 가진 그놈들을 진짜 믿고 있는 건 아니겠지?”

“뭐?”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말이었다.

그 세파리아스가 다른 종족을 이간질할 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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