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66화 (1,065/1,239)

1066화

* * *

아메리칸드림!

그런 말이 존재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시대였다.

빈부격차 상관없이 기회가 있다면 잡을 수 있고, 대단히 많은 이들의 사회계급이 변동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팍스 아메리카!

세계 2차 대전 종전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 패권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에 정치적인 행보, 전쟁에 대한 내로남불, 온갖 문제가 있었다.

드낙 또한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분과 관계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의 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갈 정도로 기회에 배고픈 이들이 지닌 굶주림을 보여줬던 시대였다.

모든 것이 서서히 정체되어 가고, 이긴 놈, 진 놈이 서서히 판별되어가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으면, 팍스 아메리카와 아메리칸드림이 절로 생각나기 마련이었다.

내 실력 하나 믿고, 머나먼 땅으로 배를 타고 떠나가던 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겁나게 기분 좋았겠지.’

그거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팍스의 뜻은 ‘평화’다.

드낙은 뉴에이지 시티를 통해서 평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전쟁을 대비해서 인구 증가 정책을 유지하면서 배부른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이상은 필요 없다.’

굶지 않을 수 있는 살만으로도 세상은 더욱 좋아질 수 있었다. 드낙은 의식주 중 식에 집중하고 있지만, 빈민들을 대거 데려와서 의식주 모두를 해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빠진 만큼 다른 곳의 부동산 또한 안정세에 접어들 수 있었다.

슬럼가에 사람이 살지 않기에 건물을 새로이 하고, 빈집에 사람들이 새롭게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거주는 지배자의 것. 30년 이상 싼 임대료로 살면서 주거 걱정 하나 하지 않게 할 생각이다.

‘대중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은 진짜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배고프지 않을 것.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집이 있을 것. 겨울에 따뜻하게 입을 옷이 있으면 그만이었다. 의식주가 해결되면 결국 사람들은 살아갈 수 있었다.

드낙이 하려는 건 의식주의 해결에 있었다.

그냥 해결이 아니다. 사람답게 먹을 수 있는 삶. 적당히 넓은 집에서 살아갈 자격…….

‘하지만 팍스 아메리카의 가장 큰 홍보가 됐던 아메리칸드림도 빠질 수 없지.’

모든 기득권층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이 뉴에이지 시티는 말 그대로 밑바닥에 있는 이들의 성공기를 곳곳에서 찍어낼 생각이었다.

‘지하 연합은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인구가 워낙 많기에 인건비가 하찮게 여겨질 것 같은 우려가 있는 게 지하 연합이었지만 다양한 지하 종족으로 이루어진 지하 연합은 훨씬 더 효율적이다.

“우리는 위대한 초월자님을 위해서 존재한다! 우리가 바로 뜨낙이다!”

“뜨나아아악!”

“노력하고 또 노력해라! 카드놀이 할 시간만큼은 주겠다!”

“뜨나아아악!”

“그럼 이제 일해라!”

오직 드낙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그들은 모든 이들이 노력하고 있었고, 서로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경쟁할 수 있었다.

곳곳에 일감이 가득했다.

지하는 대단히 넓었고, 수많은 층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단순히 새로운 지하 공간을 개척하는 것만으로도 일손이 많이 필요했다. 탁 트인 지상과는 다르게 지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노동력이 필요했다.

“여기 땅을 팠다!”

“그럼 이제 이 지하 공간은 네 것이다! 30년 동안이지만! 네 것이다!”

“찍찍! 위대하신 초월자님의 하해와도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기에 지하 연합의 상태는 생각보다 더 좋았다.

일자리가 있는 한, 그들의 성장세는 실로 대단할 것이다. 소비 주도적 경제를 드낙이 도입한 이후로 상대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이 지하 연합이었다.

“쿠아아아악!”

“더 뱉어라!”

“여기 작업하던 고블린 어디 갔어?”

“철똥 싸러. 변비가 심하잖아!”

그들은 구리 만티코어를 통해서 많은 양의 구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으며, 지하에서 나오는 광물 또한 자연스럽게 쌓이고 소비되고 있었다.

지하 연합은 어마어마한 광물을 통해서 압도적인 경제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금본위제, 은본위제 그런 것 상관없이 말 그대로 광물이 넘쳐나는 세력이었다.

엘프들이 자기들만의 화폐를 만든 이유도 지하 연합의 존재 때문이다. 그런 국가를 상대로는 금이나 은 따위가 제대로 된 가치를 가질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든 결국 문제는 인간이다.’

그렇기에 드낙은 뉴에이지 시티를 설립하고, 제국의 대산맥을 밀어버리는 선택을 했다. 자신의 힘을 소모하더라도 인간을 위한 일을 하게 되었다.

뭘 먹어도 탈이 없는 지하 연합 소속의 지하 종족과는 다르게 인간은 먹을 수 있는 것도 한정되어 있었다.

오션 오크들의 해산물 수출량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오크들 또한 인구수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식량이었다. 압도적인 식량만이 대중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드낙은 충분히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가 아니니까. 절대권력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니까.’

미국에서 한해 그저 땅에 파묻히는 식량만 해도 16조에 달한다. 가격 경쟁을 위해서 엎어버리는 식량이다. 비단 미국만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농장에서도 작물 값이 바닥을 치면 엎어버린다.

드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그런 짓은 있을 수 없다.

철저하게 금지되는 행위였으며, 애초에 식량 사업 자체가 국가사업이 된 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드낙은 식량이 증가하는 만큼 이것을 온전하게 사람들에게 나눠줄 마음을 갖고 있다.

특히 모양이 조금 안 좋아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도 싸게 팔도록 했다. 의외로 못사는 집은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그토록 식량을 장려했음에도 슬럼가가 있었으니, 말 다 했다. 인간은 실패하면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존재였다.

이를 도우려면 의식주의 단가를 최대한 낮춰야 했다. 조금 흠집이 난 상품이라도 아주 싼값이면 기쁜 마음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평화를 만드는 도시다.’

마음 같아서는 뉴에이지 시티를 팍스 시티로 짓고 싶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드낙의 비밀을 누군가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라는 건 최대한 적은 이들만 알았으면 했다.

그렇기에 이리저리 비틀었다. 제2차 식량 해결이란 대의명분을 내걸었다. 다시 한번 사회계층이 이동하고, 그 거센 파도에 타지 못한 채 잠겨버린 슬럼가와 고아들을 잔뜩 데려왔다.

모두 연막이었다. 진짜는 다시 한번 ‘사회계급 이동’을 촉진할 생각이었다. 그들은 적어도 뉴에이지 시티에서 거대 도시 국가로 성장할 것이다. 싱가포르, 홍콩 그런 나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금융이 아니라 식량을 통해서 그 지위를 얻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발을 담그고 싶다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었다. 너무 어리고 젊은이들을 많이 데려와서 일을 어찌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은퇴한 이들의 제2 인생처럼 이곳에서 교사 노릇을 하게 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가난한 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결국, 어느 정도는 그들에게 내어줘야 한다는 소리다. 그게 아니라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최대 다섯 가지 사업에 참여하게 해주도록 하겠다.”

그 말에 모든 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한 명에 한 개씩 가져가도 하나가 남는다. 다만 도렌 상위 국왕만큼은 침착했다. 척 봐도 연막이다.

좋은 걸 시작부터 내어줬다는 건 그게 끝이라는 소리였고, 그 뒤에는 오로지 쓴 것들뿐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사업의 종류 다섯 가지는 너희가 알아서 정해라. 뉴에이지 시티의 중앙시청에 보관된 사업 구조 지도를 볼 수 있도록 조치를 해두마.”

“사업 구조 지도 말씀이십니까?”

“흑요석을 갈아서 만든 사업 구성지도다. 그 외에 다른 정보로 퍼지지 않았다. 오직 그곳에서 읽고, 다른 곳에 기록하지 말지어다.”

“말씀을 받들겠나이다!”

척 봐도 비밀스러웠다. 그러나 일단 먹고 보는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지식의 수호는 그 무엇보다 지켜져야 한다. 천금을 바쳐도 지식을 선택하는 이들은 많다. 이를 통해서 만금을 얻을 수 있어서다.

그게 바로 정보란 놈이다. 데이터 쪼가리가 만드는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다섯 가지를 정했다면 그곳에서 지배적인 활약은 펼치지 마라. 항상 2순위가 되어라. 1순위가 된다면 그 사업을 팔아서라도 2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2순위에서 더 밑으로 내려가도 된다.”

“…….”

드낙이 말하는 바를 듣고 있으니, 상위국 국왕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1등이 아니면 어때.’

자원이 들어가는 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돈이 들어가는 곳으로 향하여 일하는 것과 같았다. 누구보다 더 높은 노동 가치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됐는가?”

“예.”

모두 만족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도렌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혀를 굴렸다. 왠지 모르게 혀에서 쓴맛이 났다.

이를 본 드낙이 속으로 웃었다.

‘너희의 활동은 뉴에이지 시티의 거름이 될 것이다.’

끝없이 높은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낮은 계단이 필요했다. 그 계단이 되어줄 것이 저들이었다. 똑같이 힘들겠지만 앙상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보다는 계단이 낫다.

1위를 하지 못하는 저들은 다른 이를 1위로 만들기 위해서 악다구니를 쓰게 될 것이다. 10의 총량을 지닌 도자기를 어떻게든 100, 1000으로 만들려고 할 터였다. 그래야 자신들이 먹어가는 것이 더 많아질 터였다.

‘일해라!’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명예! 더 많은 힘! 그것을 위해서 살아갈지어다.

불멸이 약속되었기에 능력이 있는 자라면 응당 드낙의 악마 피를 이어받을 것이며, 그 수명은 반신의 신성력으로 극한으로까지 높아질 터였다.

신의 챔피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드낙으로부터 정당하며 적법한 권력을 이양받아서 세상을 지배하며 평생을 드낙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 속에서 그 어떤 자들보다 유복하게 살아갈 터였다.

끝없이, 끝없이 물건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자본주의처럼 변해갈 테니까.

나중에는 물질적으로 부족함은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청망청 돈을 쓸 정도로 돈이 쌓이게 될 것이다.

* * *

상위국 국왕들은 아직도 건설되고 있는 뉴에이지 시티의 중앙에 들어섰다.

솨! 솨! 솨솨!

흙먼지가 내려앉은 물이 분무되며 건설 현장을 한 번 휩쓸었다. 물의 마법이었다.

마치 폭탄이 터지듯이 허공에서 물이 터져나가며 분무기처럼 물이 넓게 뿌려져서는 많은 범위의 먼지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기껏 지어놓고 철거를 하네.”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지어지는지 알 만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뉴에이지 시티를 주도하는 자들은 고아와 슬럼가의 아이들이다. 이들과 함께하는 이들은 은퇴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늙었으며 노쇠했고 현역일 때와는 다르게 작은 실수가 많아졌다.

그 덕에 이처럼 철거도 많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은 비웃지는 않았지만,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건축가와 그 아래에서 일하는 베테랑 인부들을 쓴다면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한 이가 교육한다고 해도 늙으면 인지능력의 저하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런 늙은 자들에게까지 신성력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노화를 늦추는 것보다는 병든 이들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인재들의 노화만 늦춰질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했다.

그 숫자는 아주 적었다.

그저 돈만 잘 벌어서는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없다. 명예가 있어야 했다. 의사 중에서도 명의라고 불리는 자들이나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 정도는 되어야 했다.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 수 있었다.

결국, 은퇴자들의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리는 건 쓸데없는 일이었다.

* * *

중앙 관창의 규모는 대단했다. 미국의 펜타곤을 확대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며 도시 속의 성이라 불릴 정도로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드낙은 그곳의 지하로 향했다.

뉴에이지 시티의 지하는 지하 연합의 것이 아니었다.

내려가는 것은 마법을 통해서 천천히 이동됐다. 거대한 발판이 서서히 아래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보다 느리고, 에스컬레이터보다는 빨랐다.

“빠르지 않네.”

“공간이동마법도 안 하는 걸 보니, 의도적이다.”

“흑요석 사업 구조 지도는 미래나 다름없으니.”

드낙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허투루 볼 것이 아니었다. 그것도 악마와의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쿵.

발판이 소리를 크게 내며 멈췄다.

눈앞에 500평짜리의 공간이 텅 빈 채로 있었고, 그 중심에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지도가 테이블의 형태로 존재했다.

모두 홀린 듯이 그곳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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