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60화 (1,059/1,239)

1060화

* * *

두 마수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은 대단히 넓었다. 족히 100평은 되는 곳이 미노타우르스 박동택의 식당이었다. 그 덩치를 생각한다면 100평도 사실 넓은 편이 아니다.

그가 먹는 걸 생각한다면 수십 명의 요리사가 일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 아니었다. 그곳에 마수 중 한 계열인 베르델레트 또한 앉았다. 그 표정은 대단히 평온했다.

모린 나이그(Morin naig)는 마계 행사의 담당자며 전령이자 전달자로 불리는 베르델레트 일족이다. 미노타우르스에게 식사 초대를 몇 번이나 받았다.

그들은 황소의 머리를 지닌 종족이기에 식성마저도 대단했다. 육식, 채식 따지지 않고 골고루 먹는 인격자이기도 했다.

육류를 먹는 것을 혐오하고, 이내 같은 동족마저도 혐오하는 비건이라 불리는 간악한 것들과는 다르게 모든 것을 평등하게, 이 빌어먹을 현실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벌레가 잡아먹히고, 초식동물이 잡아먹히고, 야수가 잡아먹히고, 인간이 죽는다.

그 연쇄 고리를 이해하지 못한 저능한 비건들은 감히 미노타우르스의 평등한 식단이 가지는 위대함을 몰랐다.

악인도 성공하고, 선인도 고꾸라지는 현실에서 육류와 채식을 구분하는 건 실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처럼 모든 것을 골고루 먹는 미노타우르스는 그야말로 대해와도 같은 존재였다.

“으으음…….”

대해(大海)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저 모습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눈을 감고 무언가를 음미하듯이 되새김질을 했다. 음식물이라곤 물 한 잔 먹은 것이 끝인데도 무언가를 씹는 시늉을 했다.

모린 나이그는 그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아 알고 있었고, 다른 마수들도 잘 알고 있었다.

마신의 왼팔이라 불리는 종족이 마노타우르스였다. 그들에 대한 건 언제나 인기가 있는 주제였다.

“미궁의 정보입니까? 좋은 게 들어왔습니까?”

“아니. 대부분은 쓰레기 같은 정보뿐이지.”

미궁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있다. 그때는 매번 다르다. 미노타우르스가 제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쓸모없는 정보만 들어온 듯했다. 이에 그가 물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쓸모없는 정보를 주는 필멸자는 굳이 왜 미궁에 들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첨자들 말인가?”

억지로 미궁에 들어온 이들의 최후는 언제나 부질없게 끝이 난다. 다른 이보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다.

물론 그들도 준비를 하지만,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었고 특히나 수동적이다. 이미 패배를 알고 나아가는 장수나 다름없었다.

능동적이고, 즐겨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과는 정반대되는 위치에 있다가 미궁에 억지로 들이 밀어진 자들이었다.

“분명 그렇게 여길 수 있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미궁은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다.”

“마력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었습니까?”

“흐흐흐. 미궁의 원리에 대해서 알고 싶은 이들은 적은데 왜 궁금하다는 거지?”

“미노타우르스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질문인 셈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미노타우르스의 가자아앙 위로부터 내려온 법이 있다. 미궁에 가장 하찮은 자를 가려 뽑아서 집어넣으라고 한다. 고대의 법칙인 셈이지. 그래서 추첨자들도 그러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궁은 생체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체가 필요하다.”

그 말에 모린 나이그가 깜짝 놀랐다.

“미궁이 카르마를 먹는 겁니까?”

“생체 에너지와 카르마는 다르다네.”

박동택 미노타우르스가 웃었다.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 만약 카르마가 미궁에서 소모된다면 미노타우르스 종족이 마신의 왼팔이 되는 일도 없었겠지. 안 그런가?”

마신의 지배력에 오염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마수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카르마를 탐하는 건 대단히 중죄였다.

검은 머리, 심지어 자신의 형제에게조차도 뒤통수를 당했던 마신(魔神) 성현이 지닌 마음의 약점이기도 했다.

그 덕에 미노타우르스는 마신의 선택을 받아 그의 왼팔을 자처하는 마수 종족이 될 수 있었다.

카르마는 마신이 먹고, 죽은 육신은 미궁이 먹고, 미노타우르스는 이를 통해서 더 많은 정보를 자신의 뇌에 누적시켜 더 고등한 존재로 나아간다.

“부럽습니다.”

이에 박동택 미노타우르스가 미소를 지었다.

“부럽기는……. 오히려 손님을 앞두고 미안하군.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누가 뭐라고 그래도 박동택 님께서는 마신께 차원을 몇 번이나 가져다 바치신 분이시며, 단기간에 이름을 하사받은 분 아니십니까.”

“그 덕에 빨리 은퇴를 하게 됐지. 나도 그렇게 빨리 그분께 이름을 하사받을 줄은 몰랐지.”

그는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식사도 거르시고, 명령서를 들고 뛰쳐나가야 하는 것 아니십니까? 이토록 아쉬워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박동택 미노타우르스가 크게 웃었다.

“예전의 나나, 지금의 나나 아쉽지. 차원 침공과 그 전략을 짜고, 카르마를 빼앗는 일만큼 마신께 공헌할 수 있는 일은 몇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그것을 제외하고, 지금의 현실에 수긍하고 살아가야 하지……. 그런데 갑자기 이런 명령서가 오니 마음이 심란한 거다. 아마 잘못 온 것으로 보인다. 설사 진짜로 나에게 명령서가 온 것이라도 후배들에게 양보해야겠지.”

“그렇습니까.”

잠깐의 침묵이 돌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치 딴 세상 이야기 같다.’

나쁘게 말하자면 마신의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역할을 다른 미노타우르스에게 맡길 뿐인 이야기였다.

동시에.

‘이름을 하사받은 미노타우르스조차도 현실을 고꾸라뜨릴 수는 없다는 건가.’

그 충격 때문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수프입니다. 고소함만 가지고 있고, 짠맛은 전혀 없습니다. 술을 마셨다면, 입을 헹구고 드시길 바랍니다.”

곧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요리는 옥수수수프였다. 미노타우르스는 솥뚜껑만 한 그릇이 놓였고, 모린 나이그는 평범하게 작은 그릇이 나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인간 수준에서는 큰 국그릇이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는 미노타우르스의 식사 초대를 많이 받았을 텐데?”

“1년에 한 번은커녕 수년에 한 번인데 어찌 이런 기회를 겪었다고 가볍게 보겠습니까? 나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저에게 말씀하십시오. 휴가를 내서라도 이행하겠습니다.”

“하하하하!”

박동택 미노타우르스가 크게 웃었다.

모린 나이그는 미노타우르스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확히는 미궁에 대해서다.

미노타우르스가 마신의 왼팔이라고 여겨질 수 있었던 것은 미궁의 덕이 컸다. 미궁에서 죽은 이, 산 이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한 이점이다.

“정말 맛있습니다. 고소함만 있어서 조금 심심하긴 해도, 입을 조용히 은은하게…….”

“그렇지, 그렇지. 하나부터 열까지 천천히 끌어 올리는 것이 식사지. 곡물의 아름다움이지. 종종 옥수수수프에 고기를 넣는 어리석고 무지몽매한 간악한 배신자들이 있지만, 아주 그릇된 사상이다!”

먹는 것에 환장한 것이 미노타우르스였다.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자 박동택이 손을 놀렸다. 마력이 쏟아져 나오며 마법 시야가 허공에 발현되었다. 작은 원, 큰 원이 여러 개 모습을 드러냈다.

“내 미궁에서 요즘 가장 핫한 놈이지.”

그곳에는 모닥불 하나 피워두고 미궁 통로 앞뒤에 물을 세차게 돌리고 있는 마법사가 보였다.

“와! 인간 마법사!”

베르델레트가 혀를 내둘렀다. 저런 마법을 사용하면서 잠을 자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실로 대단했다.

“심지어 그는 추첨자다.”

“헉!”

모린 나이그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미궁에 들어오는 걸 싫어하며, 일상을 영유하는 삶을 살다가 추첨에 당첨되어서 그대로 미궁에 들이밀어 진 자.

그게 바로 추첨자였다.

미궁의 영양분 중 가장 많은 비율을 가지는 필멸자였다. 인간이기도 했고, 고블린이기도 했고 때로는 포로로 잡혀서 산에 사는 오크이기도 했다. 다만 인간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

어느 차원에서는 쉽게 볼 수 있고, 적응력도 뛰어나서 마계에서도 살아갈 수 있어서였다.

“그는 처음에 무엇을 선택했습니까?”

“마신석? 물의 화살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적성을 하나 가져갔지. 원거리가 좋다면서. 안전하기도 하고.”

“실로 겁쟁이 같지만, 전략 자체는 좋군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없는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비난이 섞여져 있었지만, 동시에 이해도 있었다.

그만큼 인간은 벌레보다 못한 필멸자였다. 마수인 베르델레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이란 건, 왜 지성(知性)을 지녔는지 의문을 정도로 불완전한 존재였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경험을 했지. 미궁은 그가 행한 모든 것을 기록해서 정보로 삼았고 나에게 전해 줬다. 그 덕에 나 또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그저 물 계통의 마법을 사용하는 데 노하우가 생긴 것뿐이다. 보이지 않는 요령 따위지.”

말은 가볍게 했지만 그건 무시할 수 없었다.

큰길만 하는 운전자와 신호등 없는 골목길을 능숙하게 운전하며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는 운전자의 차이만큼 컸다. 정체되면 정체되어 있을수록 그 효과는 비대해진다.

마법은 능히 지름길의 효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얼마든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주문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다. 대마법이나 극대마법 등 다양하다.

특히 물 마법은 처음 배우기는 쉽다. 마력 대비 효율성이 좋고, 인간의 실생활에도 맞닿아 있어서 자주 쓰고, 다양한 용도로 쓰며 능숙해지기 마련이다.

반면 대가가 되기는 힘들었다.

‘강물을 퍼 올려 번영한다고 하여, 심해에 어찌 도달할 수 있겠는가.’

물의 속성은 대단히 난해하다. 그렇기에 박동택 미노타우르스가 저 추첨자를 통해서 배운 노하우와 요령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름이 어찌 됩니까?”

“바르발라온. 물의 대마법사이며 이번 달 말에 미궁에서 빼낼 생각이오. 그 어떤 위협도 그에게는 다가가지 못하지.”

“그런데 왜 저렇게 경계를 하는 겁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끔찍한 지옥에서, 하루도 방심할 수 없는 미궁에서 마신석을 탐하고, 투쟁하며 살아온 바르발라온에게 갑작스럽게 여유가 주어졌다.

아무리 걸어도, 뛰어도, 마법을 통해서 해일처럼 나아가도 그와 마주치는 괴물 하나 없었다. 야수도 없었고, 필멸자도 없었다.

폭풍전야와도 같은 분위기에 그는 대단히 긴장해 있는 상태였다.

“왜 말씀을 안 하고 계십니까? 이미 미노타우르스의 선택을 받았다고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한계를 체험하고 그 정보를 미궁을 통해서 취득하기 위해서지. 미친 듯이 내달리던 스포츠카가 이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아야 해. 제법 신선한 반응이 오겠지.”

“아하, 그는 어디로 가게 됩니까? 물의 마법사라면 활약할 곳이 많을 텐데요.”

“물이 부족한 차원에 방문하여 마신의 위대함을 보여줄 챔피언으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적어도 미궁에서 사는 것보다는 수천 배 나은 삶이지.”

바짝 메마른 차원에 방문하여 쏟아지는 물을 본다면 마신에 대한 칭송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단합니다. 사실 저는 미노타우르스 님의 선택을 받은 자들은 많이 봤지만, 그 선택을 받을 준비를 하는 자는 처음 봅니다.”

“마신석을 통해서 물의 마법에 대한 계통만 발전시킨 인간이다. 굉장히 희귀한 인적자원이지. 그를 위해서 군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군대까지……. 호위 군대입니까?”

“그렇다.”

“제법 큰일인 것 같군요.”

“물의 대마법사를 잘 쓰기 위함이지. 그 어떤 상처도 없이.”

“아, 그러면 혹시…….”

베르델레트가 재미난 생각이 나서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벽이 부서졌다.

“크아아아!”

거센 짐승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노타우르스의 대저택을 파손한 간 큰 놈이다. 덩치가 중형급 생체 괴물에 해당하는 미노타우르스, 박동택이 콧김을 내뿜었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뭐 하는 놈이냐! 감히 마신으로부터 직접 이름을 하사받은 나! 박동택의 대저택을 훼손시키다니! 백 번 죽어 마땅하다아아아아!!”

그 거대한 포효에 상대 또한 지지 않고 고함을 내질렀다.

“마신의 명령서를 받고도 밥 처먹고 딴청부리는 악독 무도한 변절자에게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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