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57화 (1,056/1,239)

1057화

* * *

큰 산들은 죄다 드낙에 의해서 박살이 났다. 그것만으로도 절반을 다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뾰족한 드릴이 아니라 넓적한 드릴로 바위를 죄다 부순 드낙은 그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바로 간척지까지 가는 길이다.

그 길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보석으로 만든 길. 도로 그 자체가 아티팩트가 되는 것이다.

“안 되는데요?”

“너, 인성에 문제 있어?”

“…예?”

“안 된다고 말하면 끝이야?”

“…….”

마법사가 어찌할 줄을 몰랐다.

“Jesus Christ.”

마법사의 말에 드낙이 인상을 찌푸렸다. 시작부터 안 된다니, 해보고 나서 안 된다고 해야 정상이다. 분명 인성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철로만 해도 철을 훔쳐 가려는 사람이 달마다 잡힙니다, 초월자님. 근데 보석을 도로에 박는다는 건 정말이지…….”

“그래야 흙을 더 빨리 간척지로 옮길 수 있으니까. 거기 바위도 이미 다 쌓아놔서 둑을 놓았다며? 빨리 흙을 채워 넣어야지.”

대륙 간척지 사업은 드낙이 100억 식량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산을 무너뜨린 그 어마어마한 흙을 바다에 쏟아낸다면 더 많은 영토를 가질 수 있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동시에 토목사업이기도 하지.’

밑의 사람에게 가장 온전하게 자본을 줄 수 있었다. 도렌의 기본소득 정책에 노동력을 더한 셈이다.

드낙의 주도로 이루어지기에 더욱 많은 세금이 투입되었다. 그들이 먹고 싸고 자고 소모하는 모든 것이 세금으로 소모될 것이고, 그 세금으로 구매된 물건은 다시 기업부터 시작해 전 대륙의 돈의 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다.

드낙이 끝까지 고집한 ‘인구’. 그 인구야말로 최고의 돈놀이 방법이었다.

필수소비재의 규모만 해도 높은 장벽이다. 그리고 문화가 융성하면서 경제 규모는 더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전쟁도 똑같다.

‘자국의 경제를 통해서 전쟁도 내다볼 수 있다.’

공장에서 나오는 자동차의 개수는 탱크의 제작 개수다. 철강의 소비량은 총알의 개수를 의미한다.

지금도 이와 같았다. 그렇기에 드낙은 또 한 가지를 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서 또 하나의 힘을 만든다.’

그게 보석으로 만든 길이다.

초대형 아티팩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마법은 위대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이고.’

핵융합이 가능하다면 드낙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현대지구는 아직도 핵융합은 불가능했다. 원자력 발전소가 최고의 기술이었다.

플라즈마 상태를 300초 이상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을 정도였다. 신소재가 부족했고, 기술이 부족했고, 과학이 모자랐다.

‘그런 상황에 만신전이 자리 잡았지.’

사로잡은 용병 지구인을 통해서 현대 지구의 상태를 꿰뚫어 보고 있는 게 드낙이었다.

그의 표정이 순간적이지만 무시무시해졌다.

그의 출신은 현대지구다. 그런 곳을 제노(Xeno, 낯선 곳, 외부의 것)가 점령하고 지배했다.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차원 다리를 건설하여 바로 현대지구로 돌려 만신전과 전쟁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악마 침공이 예정되어 있었다.

‘다른 곳에서 경험을 갖춰야 한다.’

이족 보행형 전투 병기 빌리언즈를 노획한 것으로 현대 지구의 무서움을 체감한 것이 드낙이다. ‘핵’까지 생각한다면 더욱 조심해야 했다. 핵 방위 체계가 없다면 단 한 번의 차원 이동 테러로 테라는 끔찍한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많은 준비를 해야겠지.’

다른 방법이 존재하기는 했다.

‘암살.’

초월체조차도 모르게 죽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는 일이다. 다만 드낙은 그것에 회의감을 지니고 있었다.

‘적어도 세파리아스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그게 끝이 없다.’

세파리아스 불파겐.

놈을 먼저 꺾어야 다른 초월자도 소리 소문 없이 암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 중에는 세파리아스보다 못한 놈이 수두룩하게 빽빽하다.’

우주 낙원이라 불리는 차원 함선을 끌고 온 놈만 해도 그렇다. 그렇게 큰 어려움 없이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암살자가 지닌 단점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적진으로 홀로 뛰어 들어간다는 게 컸다.

‘모든 걸 이룬 내가? 미쳤다고?’

통나무 타고 날아가서 죽는 것이나 다름없는 큰 리스크였다. 들키면 끝장이다. 그렇기에 드낙은 초월자 암살에 대해 대단히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 방법을 주저했다.

그는 가진 게 너무 많은 남자였다.

‘이제 E 스포츠도 퍼뜨리는데…….’

셧다운제도 없는 게임의 시대가 열린다. 지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드낙은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일이 되어도 드낙이 할 수 있는 건 테라를 크게 만드는 것이었다.

테라의 경제력이 곧 나중에 일어난 전쟁 여력일 것이다.

“겸사겸사 짓는 거지.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도둑들이 들끓을 텐데…….”

“잡아들이면 돼.”

드낙의 그런 큰 소리는 순식간에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보석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세금이 아무리 많아도 그건…….”

너도나도 앓는 소리를 냈다.

“할 수는 있잖아?”

“할 수는 있지만, 효율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건 드낙 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보석 길은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쏟아낼 거다. 막대한 출력을 지닌 마력로다.”

2G폰에서 3G폰의 시대가 열리는 것과 같았다.

세상이 바뀔 것이다. 마력이 출력이 높다면, 모든 실생활이 변한다. 인구가 밀집된 곳은 더더욱 그렇다. 먼 곳에서 온전하게 끌어온 마력으로 도시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다. 이것이 만들어낼 소비경제는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

그게 드낙이 그리는 그림이었다.

‘인프라는 프로야구의 돔구장과 같다.’

혁명이다. 개혁이다. 필요한 일이었다.

마력 인프라의 시작이 바로 보석 길이다. 압도적인 마력량을 최대한 많은 곳에 보급할 수 있었다.

도시끼리 공유도 가능했고, 먼 곳에서 빨아들인 마력을 도시로 가져오는 것에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주먹다짐으로 했다면, 드낙의 보석 길은 한 단계 더 진보된 마력로였다.

“돈지랄을 하려고 만드는 거다. 그러니까 세금이 많이 든다는 소리는 나한테 씨알도 안 먹힌다.”

“유지하는 데 큰돈이 들 겁니다.”

“매장하면 되겠지…….”

말을 하려던 드낙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아니지. 네 말대로다.”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순식간에 그가 태세 전환을 했다. 지켜보는 이들이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보석을 쓸 이유는 있지만, 보석보다 더 좋은 게 있다.’

“그럼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니. 하겠지만, 이번에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

드낙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고철들을 가져와라. 그 고철로 길을 만들겠다.”

현대인하면 현대예술을 빠뜨릴 수가 없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양의 소비를 이룩해 내고, 이를 통해서 끝없는 탐욕의 발전을 이룩해 낸 현대사회에 현대예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사고를 깨우치게 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쓰레기’에 대한 현대예술이다.

‘쓰레기로 만든 큰 예술품.’

쓰레기로 짜깁기된 자유의 여신상이나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술품들.

그런 것들은 평범한 이들의 삶에 하나의 파문을 던져준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유 수유를 하는 예술품을 볼 때면 움찔할 수밖에 없다. 국도의 좌측으로 길쭉하게 늘어뜨린 폐차들과 거기에 페인트로 칠해진 수많은 꽃과 자연의 그림들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지고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점 하나 찍어도 수억 원을 호가하는 것이 현대 미술이다. 중요한 건 메시지다.

‘고철도 쓰기 나름이지.’

녹슨 것. 부서진 것. 그런 것. 수많은 것들을 모아서 길을 만들 것이다.

“그것으로 마력로를 만들면 수명이 대단히 낮을 것입니다.”

바스러져서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 고철들이었다. 녹은 쓸모가 없다. 그런 고철들을 가져와서 도로를 만드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믿어라.”

“예?”

“하하하하. 장난이다.”

믿으라는 말만으로는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드낙의 말이라도 그랬다. 그만큼 다종족 연합은 많은 필멸자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허투루 세금을 쓸 수는 없었다.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했다.

이에 드낙은 손을 펴서 단번에 자신의 피를 쏟아냈다.

악마의 피다.

초월자의 혈액은 땅으로 떨어지다 우뚝 멈춰 섰다.

꿀꺽!

그 모습에 관리가 침을 삼켰다. 실로 악마적인 광경이었다. 겉으로는 드낙이 자신들을 지배하는 왕이라고 해도 그런 왕이 악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잡아먹지 않으니까. 힘은 형태만 다를 뿐, 어떻게 쓰냐는 것이 중요하다. 악마의 힘이라고 해도 만인을 위해서 쓰이는 힘이다. 모든 것을 통일하여 행성 내전을 종식시킨 힘이다!”

그 말에 관리가 고개를 무의식적으로 끄덕였다. 자신도 모르게 동의했다.

저 힘이 없었다면, 드낙이 없었다면 끝없는 내전과 분열, 그 속에서 다른 차원의 세력이 날뛰었을 터였다.

차원 전쟁을 경험했기에 알 수 있었다.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거대한 우주 낙원의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그 광경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전쟁을 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드낙의 말을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관리였기에 정신교육을 받은 탓도 있었다.

“이 피를 사용할 것이다. 하하하하! 보석같이 비싼 것보다는 초월자의 피가 더욱 가치가 있겠지! 내 피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또 하나의 마력로를 건설하여 마력을 모든 곳에서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야!”

대한민국이 IT 강국이 되었듯이 모든 전역에 3G 광역망을 펼쳤던 위대한 일보(一步)처럼 마력을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줄 수 있을 생각을 가졌다. 물론 적법한 이용료를 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땅 파서 나오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국가사업을 위해서다.’

더 많은 자본으로 더 많은 것을 우뚝 세워야 한다. 단 하나의 낭비도 없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고의 효율로 이끌어나갈 것이다.

‘게제라스가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자신의 측근조차도 죄를 저지르면 어림없다. 권력을 통해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이 일한 것만큼 가져가는 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원하는 건 만용이다. 서서히 그런 풍조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인재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넘쳐난다.’

자격증 교육이라는 독특한 교육법을 통해서 실전에 바로 투입 가능한, 나이 어린 실력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필요한 지식만 얻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 경험치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대체자도 많아졌다.

서서히 드낙의 흉험한 계획이 결과를 내고 있었다.

엘리트조차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시대. 진짜 청렴이 가능한 시대. 실력이 좋다고 죄에서 벗어나 업무를 할 수 있는 시대를 그는 원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잘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드낙의 명령하에 순식간에 간척지로 향하는 길이 만들어졌다.

와르르르! 깡깡!

고철들이 구덩이에 들어갔다. 깊이는 약 1m 정도로 제법 깊었다. 준비를 마치자 그곳에 드낙이 피를 쏟아냈다.

거대한 피의 해일이 지나갔다. 구멍을 완전히 메꾸고, 고철을 붉게 물들였다. 그것들은 이내 젤리처럼 굳어지고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단히 굳어갔다.

깊은 붉은색은 대단히 아름다웠고, 햇빛이 드는 곳에는 밝은 붉은색이 되었고 밤에는 스스로 빛을 냈다.

그 아름다움은 조용했으며 오묘했다.

“지나치게 아름답습니다. 누가 가져갈 것 같습니다.”

“악마의 피를 가져가려는 놈이 어찌 될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드낙의 말에 모두 눈을 크게 깜빡였다.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꼴을 당하는지 궁금했지만, 감히 묻지 않았다. 그런 의문을 가진다면, 훔칠 생각을 했다는 것 아닌가.

결국 그 누구도 이를 훔쳐 가지 못했다.

‘아쉽네.’

한 놈이라도 걸리길 바랐다. 그래야 일벌백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경계가 누그러졌다고 생각한다면, 훔치려고 하겠지만, 그땐 함정이 발동할 것이다.

‘들러붙지.’

고체인 것처럼 보이지만, 떼면 액체로 변한다. 파리지옥에 들어선 파리를 단번에 낚아챌 것이다. 탐욕을 부린 대가는 순찰대에게 들키기 전까지 꼼짝없이 묶여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이후는 볼 것도 없다.

감히 드낙의 피를 탐하려고 한 존재다.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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