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55화 (1,054/1,239)

1055화

2. 100억 프로젝트 (2)

“대단하군!”

언더그라운드 타임즈는 실로 튼실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희 정보원이 되지 않겠습니까?”

고블린 기자가 속닥거렸다.

“정보원? 내가 속한 곳을 배신하라는 소리인가……!”

마법사가 크게 역정을 냈다. 하지만 고블린은 손사래를 쳤다.

“감히! 제가 감히 그런 소리를 하겠습니까? 마법사님도 소속이 있는데, 제가 그런 간사한 짓을 하겠습니까? 이름이 그저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것뿐입니다.”

“흠…….”

“그저 정보마다 정보료를 드릴 뿐입니다. 언젠가 알려질 사실을 미리 말해 주는 것일 뿐이죠. 기밀은 당연히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일반인은 알기 어렵지만, 해당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것들…….”

“그런 것도 돈을 주고 구매한다고? 누구나 알 수 있는 건데?”

“일반인들은 모르지요.”

그제야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최소 은화 5닢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많이?”

“많은 것도 아니죠. 금화를 받은 자도 있는데요.”

“허어!”

마법사가 깜짝 놀라서 헛바람 소리를 냈다. 그저 귀띔해 주고 얻는 돈이 너무 제법 큰 액수였다.

“내가 하지. 귀중한 것일수록 많이 주겠지?”

“당연합니다.”

분노했던 과거는 싹 잊은 듯한 모습이다.

고블린이 서둘러 입을 놀렸다.

“비밀 엄수 또한 제대로 해드리고 있습니다. 정보원에 등록되어 있으면 쉐도우 위스퍼가 관리까지 해주지요.”

“대단하군.”

고블린 기자에게 마법사는 인터뷰를 해주고 무려 은화 70닢을 받았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용돈 벌이었다. 시간 대비 소득도 높았다.

“마법사님께서는 지금 드낙 님과 함께 일을 하고 계십니다. 말도 안 되는 특혜지요. 지금 이 순간을 잘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고맙네.”

인간 마법사가 돈을 품속 깊이 집어넣었다.

고블린 기자는 서둘러 지하 깊은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뿔 쥐가 기다리고 있었고, 메시지 마법을 기동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정보를 확인한 뿔 쥐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제법이야. 이걸로 많은 공작을 펼칠 수 있겠어.”

영상도 편집을 통해서 내보낼 생각도 가졌다.

이를 빠르게 전송했다. 메시지 마법에는 마력을 과다부여 하여 더욱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얻은 소식은 곧장 편집부에 닿았고, 적절한 편집 이후 인쇄소로 향했다. 엄청난 양의 천연염료를 통해서 제작된 잉크가 쏟아지고, 강철로 조각조각 난 단어들이 빠르게 조합되었다.

그다음에 쿵쿵 찍어대기 시작했다.

언더그라운드 타임즈의 인쇄소는 날이 갈수록 증축, 개량되어 더욱 커지고 있었고 종종 기계 일부분이 다른 좋은 것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난잡했지만 확실히 계속해서 신문을 찍을 수 있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기도 하여 격일 단위로 신문이 뿌려지고 있었다.

이렇게 뽑힌 신문은 아주 싼값에 민간에 판매되었다.

대부분의 이들이 구매했다. 값이 싸서 서로 돌려볼 필요가 없었다. 수량도 넉넉한 것이 큰 장점이었다.

“이게 나라지.”

“안 그래? 이게 나라잖아!”

1면을 장식한 큰 제목은 바로 「100억 식량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딱 봐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산맥 자체를 지워버리고 평야로 삼고 농사를 짓겠다니. 가능하긴 할까 싶었는데, 이걸 보라고.”

마법으로 각인된 영상이 보였다. 30초 남짓의 영상에 불과했지만, 압도적이었다. 산을 뚫고, 둥근 기둥이 튀어나왔다. 그 단면은 넓적하다. 전혀 뾰족하지 않았다. 못과는 정반대되는 성질이었다.

그 단면에 짓눌리고, 뒤엉켜서 압력을 받아서 바위와 산은 빠르게 몰락하고 있었다.

“…대단하군.”

그걸 본 이들은 하나같이 감탄밖에 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목소리를 크게 내지도 못했다. 압도당했다.

“초월자는 산조차도 평지로 만들 수 있어. 진짜 말이 안 나오는군.”

“우리들의 신인가? 신이 우리를 위해서 일을 한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왠지 가슴이 간지러웠다. 괜히 손으로 코를 비비기도 했다. 알 수 없는 감동이 그 마음에 스며들었던 탓이다.

누가 보더라도 초월자는 인간과 비교하면 격차가 심했다. 그런데 드낙은 그들을 위해서 평야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 마을에는 근데 슬럼가가 없잖아? 이득이 되냐고.”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시비를 걸듯이 말했다. 매일 같이 삶을 불평하며 한량처럼 사는 양아치다. 남의 것을 훔쳐 가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와서 마을 전체가 골머리를 안고 있었다.

두들겨 패도 몸을 회복하고 나서는 똑같은 짓을 일삼고 있었는데, 모든 것에 절망한 자의 모습이었다.

“병신아. 촌장님이 말씀하신 거 못 들었어? 세금 관리원에 여기 담당하는 관리까지 와서 말했잖아.”

“…언제?”

그 말에 듣던 이들이 하나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다. 정말이지 끔찍한 녀석이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솟구쳤다.

“가라, 가. 제발. 그냥 좀 꺼져라. 어휴.”

손사래를 치자 양아치 놈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그러든 말든 그들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시에랑 동생들, 오늘 간다더라.”

“가서 잘 살아야 할 텐데. 우리가 도와줄 수도 없고, 딱하긴 하다.”

자립할 수 없는 애들은 마을 자체에서 조금씩 도와줬지만, 한계가 있었다. 남의 자식을 위해서 많은 돈을 낼 수는 없었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서다. 동시에 그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할 만한 것들도 가득했다.

그 덕에 자립할 수 없는 이들은 모조리 대산맥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게 될 것이다. 강제 이주나 다름없었지만, 지원 자체는 빵빵했고 지금 사는 것보다는 그렇게 사는 게 더 나을 수 있었다. 최소한의 돈이 손에 쥐여지기 때문이다.

“시에는 잘 버텨낼 거다. 동생들도 마찬가지지. 드낙 님은 믿을 만해. 그분은 위대하니까.”

“모르지. 농사만 지어서는 미래가 없잖아? 다른 애들처럼은 살 수 없겠지.”

“현실은 그런 거야. 너도나도 도시에 못 가고 여기서 살고 있잖아? 거기는 마력을 쓰고 싶으면 바로 쓸 수 있다더라. 아티팩트가 도시에 기본적으로 깔렸으니까.”

두 명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 했다. 모든 것을 가져가기에는 그들은 농부의 아들일 뿐이었다.

“너도 도시에 갈 거냐?”

“경쟁에서 못 살아남겠지. 거기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루에 6시간씩만 잔다던데.”

“절대 못 버텨. 하하하!”

두 사람이 크게 웃었다.

사회에 무언가를 공헌하고, 나를 알리고 나의 인간관계, 그리고 내가 도달할 곳의 끝자락을 위해서 내달리는 치열한 삶을 비웃었다.

그들의 창문 너머로 마을 주민 중 누군가가 직접 만들어준 원피스를 입은 시에가 양손에 한 명씩 동생을 끼고, 불안한 눈으로 마차 위에 올라탔다.

소녀에게 있어서 앞으로의 모든 것이 그저 불투명했다.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뉴에이지 시티 전입 대상자, 시민권 획득자 설명서]

크게 찍혀져 있는 글자의 아래로 소녀의 눈이 움직였다. 집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으로 나오는 돈, 필수 교육과 제약들이 쓰여있었다.

이것은 그저 막연한 도움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해야 했고, 농사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기계를 다루고, 아티팩트의 사용법도 꼼꼼히 기억해야 했다.

10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만드는 도시의 일꾼으로 임명된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 두 명도 마찬가지였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자. 일하지 않고 구걸로 먹고사는 자. 슬럼가에서 약자의 돈을 뜯는 자. 그들 모두가 반강제로 끌려오고 있었다.

그중에서 범죄 이력이 있는 놈은 시민 등급 자체가 한 단계 낮았다.

‘복잡하다. 여기를 떠나다니.’

이 마을에 좋은 기억이라고는 없었다. 하지만 나쁜 기억도 적었다. 그렇기에 참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냥 그저 그런 곳이었기에 떠나야 한다니 마음이 복잡했다.

남에 의해서 자신의 미래가 결정된 건 지금까지 무수히 많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극명하게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시에는 위대한 자가 되고 싶었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했다.

* * *

쿠구구구구……!

끝도 없이 넓은 산맥에서 소리가 울렸다.

드낙의 넓적한 앞발에 의해서 돌이 부서지고, 갈려 나가는 소리였다.

종종 거대한 흙먼지가 일어나기도 했는데, 터널을 하도 뚫어서 산사태가 일어나며 산이 붕괴한 것이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골렘을 소환해서 끝도 없이 삽질하고 있었다.

드낙이 헤집은 곳의 흙을 파서 강철 마차나 기차 혹은 진짜 마차에 싣고 있었다. 주술로 만든 요정들과 토템이 흙을 물처럼 흐르게 만들어서 담기도 했다.

그렇게 담긴 흙은 끝도 없이 바다로 향했다.

하는 김에 간척사업을 해서 땅을 넓힐 생각도 하고 있었다. 실로 무식한 일이었지만 능히 가능했다. 밤낮 구분 없이 달리는 강철로 만든 말이 이끄는 마차는 온종일 달릴 수 있었다.

진짜 말이 끄는 마차는 느리겠지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다종족 연합의 여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이 정도 사업은 손으로 코를 푸는 정도에 불과했고, 그냥 오래 걸릴 뿐이었다.

모든 종족이 하나가 되었다는 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마력선이 더욱 굵어지고 본격적으로 마력이 보급된다면, 흙을 옮기는 일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사이에 드낙은 요청을 받고, 잠깐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했다.

‘짜증 나게.’

분명 드낙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지도자에게 엄청난 재량권을 부여했다. 그들을 지배한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권력을 지닌 게 드낙의 아래에 있는 영웅들이다.

‘그런데 나를 호출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독단적으로 명령한 것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품고 온 것이라 여겼다.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 드낙이 메시지 마법으로 화면이 가득한 곳에 섰다. 그 눈에 다양한 종족의 리더들이 들어왔다. 그중에는 유일하게 세파리아스만 없었다.

“세팔이 빼고는 모두 날 찾아왔군. 그것도 한낱 한시에.”

의미심장한 말에 모두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에는 뿔 쥐도 존재했다.

‘뿔 쥐까지? 뿔 쥐가 다른 이들과 담합해서 올 일은 하나뿐인데.’

바로 새로운 시대 도시에 대한 것이다.

뉴에이지 시티라 불리는 곳이고, 대산맥을 평지로 만들고 그곳에 건설할 농업 도시였다. 그곳의 이모저모는 드낙이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단번에 그어서 정했다.

말 그대로 독단. 어마어마한 권력이다.

그중에는 뿔 쥐들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초법적인 조항이 존재했다.

“무슨 일이냐? 음……. 뿔 쥐부터 말해 봐라.”

귀찮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드낙은 부드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에 대장 쥐가 먼저 드낙을 크게 칭송했다.

“우리들의 살아 숨 쉬는 위대한 초월자시여, 당신의 은총이 이 세상에 닿지 않는 곳이 없으며 저희 지하 연합은 언제까지나 그대의 검이 될 것이며, 방패가 될 것입니다. 뜨나아아아악!”

칭송한 다음에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 뉴에이지 지방이 새롭게 만들어지며, 그곳에 새로운 시대 도시(New Age city)가 만들어진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대장 쥐의 말대로 대산맥이 평지로 변한다면, 그 평야를 관리하며 대규모 농사를 짓는 농업 도시가 만들어진다. 그곳은 완전히 새로운 땅이다.”

“모든 것이 새롭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지하 연합에게 내려주셨던 특권! 지하에 대한 권리가 그 땅에는 없다는 건 매우 큰 위협입니다. 쉐도우 위스퍼는 정보 제공을 통해서 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임대하여 행하라. 굳이 지하에서만 활동할 필요는 없지. 적어도 뉴에이지 시티에서는 지상에서 활동해라. 그곳은 지구의 공법을 사용해서 도시를 지을 것이다.”

드낙이 짧게 말했다.

“계획서를 보면 내 의도를 알 수 있을 텐데? 현대 도시는 지하를 많이 사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 도시 하나에 예외를 두는 것인데 그 정도는 타협할 수 있지 않나?”

“예. 다만, 계획서에는 쉐도우 위스퍼가 마치 그 도시에 전혀 영향력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지하에 대한 권한을 가져가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에 드낙이 아차 싶었다.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겠군. 지상에서 따로 건물을 구매해서 행하라.”

“예. 그럼 저는 됐습니다. 모두 이해하였습니다. 초월자시여!”

대장 쥐는 그렇게 말한 뒤에도 메시지 마법을 켜놓았다. 다른 이들이 어찌하는지 궁금한 듯했다.

드낙의 눈이 다른 이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눈은 불타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가진 자들이 지닌 향상심. 평범한 사람에게는 ‘욕심’과 ‘탐욕’으로 오해받는 거대한 동기부여가 그들에게 있었다. 그들은 밑을 보지 않는다. 옆을 보고, 위를 본다. 등반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더 빨리 위로 올라가는 방법이지, 나눠 먹는 방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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