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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파리아스가 그를 찾는다는 소리에 드낙은 냉큼 그를 다시 찾아갔다. 아무래도 다시 냉정해지고 고민한 듯했다.
“어때? 생각을 좀 해봤어? 잘될 것 같아? 네가 생각하기에? 근데 나는 왜 불렀어?”
드낙이 속사포처럼 입을 놀렸다. 그만큼 세파리아스는 먼 곳을 내다볼 줄 안다. 특히, 순식간에 게임에 적응한 모습 때문에 더더욱 그의 의견이 궁금했다.
‘갑자기 날 부르기도 했지.’
무언가를 느낀 게 틀림없었다. 드낙은 그걸듣고 싶어했다.
“강철의 비와는 또 다른 큰 무대가 되겠어.”
세파리아스는 드낙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줬다. 이에 드낙이 빙긋 웃었다.
“엄청난 시장이 될 거야 사람들은 ‘의미’를 구매하며 살게 될 것이다.”
드낙은 진실로, 진실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인간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세상. 그게 바로 ‘E 스포츠’의 의미이기도 했다.
‘TV 도, 영화도, 드라마도.’
근원은 똑같다. 사람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재 밌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게임은 인생 갈아 넣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다만, 그런 드낙의 말에 세파리아스는 신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럴듯하게 포장하는군.”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드낙은 그를 이해했다.
‘세파리아스의 목적은 해방이니까.’
끝없는 신념 속에 몸을 던져야 한다. 신을 죽이기 위한 인류가 바로 세파리아스와 신제국이었다. 그들의 정신 무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보면 게임은 위협적이다. 인간은 끝없이 게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해.”
“레이시아 왕비의 수많은 대중예술을 신제국은 받아들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드낙이 그를 노려보았다. 이제야 그를 부른이유를 알 것 같았다.
‘E 스포츠가 만들어 내는 광경을 그는 본 것이다.’
드낙은 현실로 보지 못했지만, 드낙이 알고 있는 그 광경을 본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세파리아스가 진짜 목적을 밝혔다. 그가 드낙을 부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전쟁’이 아닌 것에 목숨을 걸고 달려가고 이를 지켜보며 그들을 ‘영웅’이라고까지 말하는 광경.
세파리아스는 그걸 막고 싶은 것이다.
“신제국에서는 제한하고 싶다.”
“그걸 말하려고 날 불렀군.”
드낙이 인상을 썼다. 직접 입으로 들으니, 입맛이 쓰다. 텁텁한 감 하나를 입에 쑤셔 박아서 씹은 표정이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드낙! 너도 알다시피 내가 신제국을 건국한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신들에 의해서 카르마가 뽑혀 죽는 인간들을 해방하기 위해서다. 기생하고 있는 초월자를 모조리 인간의 손으로 죽이는 것!”
그걸 위해서는 인간은 죽어야만 했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 전쟁에 참여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죽기 위해서 가는 건 아니지만, 사는 것보다는 죽이기 위해서 가는 곳이 전쟁터였다. 세파리아스의 신념은 누가 봐도 멋졌지만, 그 신념에서는 피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하지 말라고도 할수 없지.’
방어만 하는 나라는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자국의 영토에서 싸운다면 자국 영토는 계속해서 황폐화가 이루어지고 이내 영토를 잃게 된다. 드낙은 억지로라도 차원 팽창을 도모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드낙은 잠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 대신 세파리아스는 더욱 자신의 의견을 공고히 했다.
“신제국에서 E 스포츠는 단점이 더 크다. 그것만 하게 되는 인간이 생길 수 있지. 그만큼중독성이 크고, 재미도 있다. 신제국이 원하는 바를 위해서라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확히는 세파리아스가 원하는 바였다.
“제한은 어떤 거지?”
드낙은 곧바로 반대는 하지 못했다. 세파리아스는 명분을 살렸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누군가는 평화를 위해서 사멸해야 한다. 밭의 거름이 되어야 했다. 그게 군인이다. 총칼을 들고 시민을 지키는 군인정신은 그만큼 숭고한 일이다. 신제국은 그런 자들이 많이 필요했고, 끝없이 죽어서 계속해서 T/0가 필요할 터다.
‘세팔이가 말하는 바를 그냥 끊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 다.’
당장 30년 뒤에 대악마가 이곳에 침공한다. 전쟁터에 나서는 사람은 필요하고, 그들은 죽어야 한다. 새로운 평호h 새로운 세대를 위해서.
“시간을 제한할 생각이다.”
‘와, 여기서 셧다운이 나온다고?’
역시 셧다운제는 악마다. 사람 죽이고, 전쟁을 끝없이 벌여야 하는 이가 생각할 법한 생각이 바로 셧다운제다. 즉, 셧다운제를 추켜올리는 자는 전쟁광이다.
“집에서 할 수 없도록 할 생각이다. 지정된곳에서 하게 만들 생각이다.”
‘와! 여기서 pc방이 나온다고?’
그가 깜짝 놀랐다. 물론 조금은 다른 뉘앙스였다.
“구경은가능?”
“경기 같은 건 선별하여 제공해 줄 수는 있겠지.”
드낙이 잠깐 침묵했다.
권력자가 왜 게임을 싫어하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투표권이 없으면 입 닥치고 뺨 처맞아야 하는 청소년들의 고통이 세파리아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면, 자신의 삶이 서서히 옥죄어온다는 건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공장 노동자를 위한 정치인은 없다.
“네 맘대로 해라.”
드낙은 일단은 물러섰다. 딱히 반대할 수가 없었다. 대신 그를 설득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금은 더 생각해 보는 게 어때? 신제국 또한 돈이 필요하잖아? E 스포츠는 소비 성향이 짙은 문화가 될 거라고.”
그가 냉큼 세파리아스의 옆으로 파동 이동하여 속삭였다. 실로 악마와도 같은 속삭임이다. 굉장히 유혹적이었다.
“전쟁은 돈으로 하잖아.”
“시끄럽다, 이놈.”
세파리아스가 화를 내자 드낙이 깔끔하게 몇 걸음 물러섰다. 전쟁은 돈을 통해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아이러 니하게도 한 달을 살기 위해서 자신을 전쟁터로 투신하는 이들은 척박한 곳에서 얼마든지 보인다. 혹은 철없는 자가 투신한다든가.
“일없다. 신제국은 신제국 나름대로 E 스포츠를 받아들이겠지만, 부흥하게는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오히려, 강철의 비의 들러리로 적당하게 쓰고 말려 죽일 생각이다.”
세파리아스는 드낙이 그렇게 강하게 나오지 않자, 그의 계획을 조금 더 말해 줬다.
“강철의 비는 전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문화가 될수 있다.”
세파리아스가 강철의 비에 호감을 지닌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을 미화할 수 있어서였다. 싸움에 익숙해지고, 전투에 무뎌진다면 진짜전쟁터에도 나서게 될 터였다.
“이를 통해서 신제국의 시민들은 더욱더 전쟁에 적합한 인간이 될 것이고 그 인간과 함께 신을 죽이고, 더 많은 인간을 신제국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텐데……. E 스포츠와 강철의 비는 비슷하게 보여도 완전히 달라.”
다만, 세파리아스는 드낙이 그렇게 말하자 하나를 질문했다.
“생각해 보니 그렇군. 강철의 비가 있는데, 왜 굳이 갑자기 E 스포츠를 하려고 하는 거지?”
‘우주 전쟁 1’이 보여준 것이 아주 새로운 것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강철의 비를 먼저 시작했는데 지금은 E 스포츠에 비중을 많이 둔 모습이었다.
“말했잖아. 강철의 비를 못 즐기는 사람들에 게기회를 준다고.”
그림, 춤. 그런 대중예술에도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게 아니지. 다른 이유도 있을 거 아니냐.”
“…촉이 좋네.”
드낙은 그렇게 말하며 이내 진실을 이야기했다.
“강철의 비는 서서히 진행되고 있지만,핫이 슈가 되고 있지는 못해. 너무 비싸니까.”
“현실성도 높지.”
아무리 작아도 ‘인형이 부서진다.’ 거기에서 오는 폭력성, 현실성은 상상 이상으로 심장을 떨리게 하였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강철의 비는 진입이 힘들었다. 그렇기에 그와 비슷하지만, 싼값에 할 수 있고, 진입도 낮은 E 스포츠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만들고, 대회 같은 곳에서 쉽게 구경하게 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주 전쟁 1이고, E 스포츠다.’
강철의 비 또한 그와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다. 직접 참가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이를 구경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이 서민들이다.
강철의 비를 더욱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전에 발판을 만들고, 길을 닦아야 할 모험가가 필요하다. 그 모험가가 바로 우주 전쟁 1이었다.
‘한국 E 스포츠의 시작은 우주 전쟁 1이었다.’
이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미누군가가 걸어갔던 길을 이 세상에 똑같이 만드는 것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 스타가 필요했지만, 수많은 필멸자가 존재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수많은 빛처럼 반짝이는 이들이 올라오게 될 터다. 순위권에 드는 것만으로도 소정의 돈이 약속되어 있기에 누구나 기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조건 없는 반대보다는 응원을 할 수 있는 E 스포츠가 되게 할 것이다.
드낙은 세파리아스를 통해서 어느 정도 확신을 하고, 이를 다종족 연합 전체에 행하도록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드낙이 정한 것들을 만족하게 하려고 노력할 터다. 혹은 제한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난 게임의 힘을 믿는다.’
물론 그는 그 경과를 보며 심각하게 탈선한다면 바로 잡을 생각을 가졌다. 너무나도 하고 싶은데 못하게 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조금이라도 물꼬가 트여 있다면 실패할 수는 없지. 이곳의 문화 수준은 열악하니까.’
레이시아가 노력해서 대중예술을 끌어올렸지만, 현대의 파괴적이고 자극적인 문화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특히 게임은 영화 다음에 생겨난 대중문화다.
드낙은 이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당분간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다른 이들이 알아서 잘해야지.’
그가 흐뭇하게 웃으며 순식간에 움직였다.
꽈르릉!
천둥과 벼 락을 동반하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우거 리고의 이동술을 표절한 멋들어진 이동술이었다.
그가 향한 곳은 그가 거주하는 곳. 국제 연합도시였다. 그곳에는 드낙의 가족이 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모여서 거주하고 있는 궁전이 증축되어서 북쪽 끝에 만들어져 있었다.
드낙이 앞으로 거주할 궁전이 다. 그전에는 그냥 내성에서 거주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드낙의 외척과 자식 수만 해도 따로 떨어져 나와서 궁전에 살아도 될 정도의 인원이었다.
그는 그들을 모두 받아들여서 같이 살도록했다. 물론 떡 벌어지는 대저택을 한 채씩 갖고 있었기에 프라이버시는 확실하게 존재했다.
또한, 수많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마련되었다. 정원, 바다와 같이 파도가 치는 대형수영장, 강철의 비로 서로 지휘관이 되어 싸우는 곳. 미술관과 작업실 지식을 탐구하는 도서 관과 엘프 정보탑까지 .
하고 싶은 건 모두 할 수 있다. 물론 그중에 뜻이 있는 이들은 그 꿈을 향해서 갈 수 있도록따로 독립시켜놓은 상태였다. 크레시미르와 다이앤타 등의 아이들이 그러했다.
드낙은 그곳에 도착했다. 레이시아나 세리안 모두 자신만의 커리어를 위해서 부재중이었다. 그들을 찾아가려면 직접 그곳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드낙은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가족들과 한때를 보낸 뒤에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안 되는 법이지.’
‘적당히’가 필요하다. 서로서로 눈치 볼 정도로 자주 만나고 친해지게 되며 동일시되는 순간,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기 마련이 다.
드낙은 잔디에 그대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필요한 건 이제 얼추 다 해놓았다.’
앞으로는 결과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
산들거리는 바람이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지나갔다. 나뭇잎이 드낙의 볼을 스치고 지나가며 땅에 떨어졌다. 그는 해가 질 때까지 잠에 빠져들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시간이 드낙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 드낙은 비로소 자신이 모든 것에서 해방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자유다.’
찌르르. 찌르르…….
밤이 찾아오며 벌레들의 소리가 드낙의 귀로 들려왔다. 드낙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가만히 평화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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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수고하셨습니다. 이후의 일은 네이버 외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철의 전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