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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048화 (1,04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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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가 준비한 빤스런이 아니라, 신이 준비한 빤스런이다. 그렇기에 그 형태가 대단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카실레안이 이를 원한다는 것은 원정이 실패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원 장벽을 빠르게 뚫고 진격할 수 있다는 말은 반대로 도망도 빨리 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원정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일에 기르겐티스는 부적합하다.]

[결전 병기는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아닙니까.]

프레이 여신을 비롯한 만신전의 으뜸으로 여겨지는 인신들은 이동 거성, 기르겐티스의 용도를 속였다. 카실레안은 당연히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 비밀을 알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그만큼 만신전을 위해서 헌신한 삶을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노머니였다. 그는 자격이 있다. 만신전의 비밀을 알아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것이 노머니에 대한 대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을 쌓기만 하고 상을 받지 않으면 그용장은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은 결전 병기로 알고 있었기에 카실레안의 의견은 합당한 것처럼 보였다. 만신전의 극소수만 알고 있는 게 이동 거성, 기르겐티스의 진짜 목적이다.

‘놈.’

프레이 여신이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으나카실레안도 물러설 수 없었다.

‘도망용인 걸 알면서도 그걸 공격에 쓰겠다고하다니.’

건방졌다. 감히, 지구인 출신 인신 주제에 주제를 모른다. 분노가 득실거렸지만 프레이 여신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카실레안은 필요한 존재였다.

괜히 그에게 이런저런 기밀이 제공된 것이 아니다. 그가 만든 눈부신 전공이 그러했다. 인신 중에서 그처럼 많이 위험 속에 뛰어든 인신이 없었다. 그는 실로 전신(戰神)이라 불릴 만했다.

[노획당하면 큰일이 나는 이동 거성 기르겐티스를 어찌 맡기겠는가. 다른 것은 없는가?]

[수송용으로 쓸 생각입니다. 이동 거성은 차원 장벽을 부수고, 순식간에 차원 항해가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 힘이 지금 필요합니다. 수십년 멀리 있는 다른 차원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력이 부족하다. 지금 준비된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최소한 우주 낙원을 300대이상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더더욱 필요합니다. 그들을 모으면 시간은 더 지체될 것입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려면 시간을 절약해야 합니다. 그 절약하는 방법이 바로 차원 방벽을 부수고 항해가 가능한 기르겐티스입니다.]

‘끙!’

프레이 여신이 인상을 썼다. 여기서 기르겐티스가 ‘도망용’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기밀은 괜히 기밀이 아니다. 만신전의 극소수만 아는 것이었다. 기르겐티스가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기르겐티스는 최후의 결전 병기다. 불허한다. 다만, 만신전의 군세 30%를 그대에게 주마.]

[기르겐티스를 저에게 주신다면, 많은 것이 해결됩니다. 저는 시간을 더 벌 수 있고, 후퇴하는 것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방어선을 바로 잡은 뒤에 중립신을 죽이러 가면 됩니다. 후퇴 전술도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나선다면 최소한의 피해를 입을 겁니다. 성공적으로 후퇴할 수 있습니다.]

카실레안의 말은 정론이었다.

[불허한다.]

프레이 여신은 이번에도 거부했다.

[그럼 저도 안 가겠습니다. 다른 후보 인신을 찾으십시오. 여기에!]

카실레안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정신 파동을 쏟아냈다.

[이곳에! 중립신을 토벌하러 갈 용자가 있다면 나와서 이름을 드높여 라!]

그 외침에 그 어떤 인신도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광기의 인신이라 불리는 흉험한 인신인레이어스조차도 나서지 않았다. 그걸 확인한 카실레안이 프레이를 보며 다시 말했다.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카실레안에게 너무 큰 검을 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호랑이 잡는 데닭 잡는 칼을 내려주신다면 저는 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외에 다른 인신이 나서지도 않고 있습니다. 여신이시여! 저를 보내시려면 제가 원하는 바를 주십시오. 저는 80년을 넘게 오로지 만신전을 위하여 헌신했습니다.]

카실레안은 지금까지 헌신했기에 앞으로도 헌신할 것이라 말했다. 그 가치는 인신들에게 잘 통했다. 그만큼 카실레안은 오로지 전투를하며 세월을 보냈다. 되레 프레이 여신이 마치 카실레안을 중립신과 함께 죽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중립신을 잡는 데는 그에 걸맞은 칼이 필요한 법 아닌가.]

몇몇 인신들이 목소리를 냈다. 이는 곧 커졌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도 그렇다. 많은 걸 포기하면서까지 중립신을 완전 침묵시키려고 한다면, 그에 합당한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카실레안은 프레이 여신이 고민하는 걸 보고 더욱 자신의 입을 털기 시작했다. 돈이 없으면 입을 털고, 발품을 많이 팔아서 값을 비슷하게 만들어야 했다.

[전쟁은 그저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만신전은 많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제 진짜 전쟁을 하는 겁니다. 전쟁은 모든 것의 파괴 입니다.]

전쟁은 많은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진짜전쟁은 아군도 적군도, 자신의 나라도 적국도 모조리 초토화시키는 괴물이다. 이를 안다면, 기르겐티스도 소모품에 지나지 않다.

[표결에… 붙이겠다.]

결국 프레이 여신은 다수결을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과반수로 통과되 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안건이 발의되었다. 당연히 카실레안이 원하는 안건이 튀어나왔다. 총사령관이 결정되었고, 가장 굵은 뿌리가 해결되어서 전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적이 그렇게 강대하다면 적어도 인신 열 명은 데려가고 싶습니다. 당연히 숫자가 적은 만큼 만신전의 강대한 인신들의 참여를 부탁하고싶습니다.]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 누구도 카실레안과 함께 지옥을 걷고 싶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번의 적은 보통이 아니다. 갓 부활했다고 해도 인신 중 그 누구도 올라서지 못한 대신의 반열에 오른 신이다.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 와중, 급보가 들어왔다. 프레이에게 변형된 신성력 입자가 도착했고, 이를 받았다. 다른 인신들에게도 신성력 입자가 떠올랐다. 정보가 깃든 신성력 입자였다.

과학을 통해서 입자를 변형시킬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되었고, 이를 통해서 인신들은 자신들의 신성력을 다양한 입자로 변형시켜서 다양하게 쓰는 편이었다. 단순한 신성력이 아니게 되면서 많은 분야에 쓰이고 있었다.

[엘레우테리오가소멸했다.]

그녀의 정신 파동이 공허하게 회의소로 퍼져나갔다. 숨길 수도 없었다. 다른 인신들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만신전의 말석에 좌(坐)를 올려져 있었기에 그 죽음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곳에 당도했다.

[없습니까?]

카실레안이 거듭 말했지만, 주변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했다.

[갓 부활한 중립신이 엘레우테리오를 집어삼켰다. 우리가 간다면 더 많은 피해가 생길것은 불 보듯 뻔하다.]

광기의 인신이 카실레안의 말에 대꾸했다.

즉, 인신이 죽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만신전의 인신이기에 더더욱 살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지금 그들의 영토는 신들의 땅에 있을 때보다 더 넓어지고, 인간의 숫자도 더 많아졌다.

이런 강대한 시대에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죽을 자들이 많은데 굳이 위험에 노출되고 싶지 않았다.

[여신께서는 저 혼자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그건 아니시겠죠?]

카실레안이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이에 프레이 여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구인 출신 인신을 지원해 주겠다.]

[그들은 가진 권능이 미흡합니다. 죽어가는 이에게 수혈하나 꽂아주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신이라고 다 같은 인신이 아니다. 특히 지구인 출신 인신들은 신의 모습만 가지고 있을 뿐, 반푼이나 다름없다. 온실 속에서 자란 인신들이다. 초월의 격(格) 빼고는 변변찮은 것투성이이므로 제대로 된 초월자의 싸움도 못 하는 잡것들이었다.

[수백이면 도움이 되겠지.]

프레이의 말에 카실레안이 덧붙였다.

[모든 우주 낙원을 호출하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있으나 마나입 니다.]

그건 만신전이 지금까지 보여준 정책을 접는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기르겐티스까지 쓰는 마당에 무슨. 당연히 그렇게 할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결정됐다. 이미 가장 힘든것을 결정했기에 손쉬운 일이었다. 프레이 여신이 자신의 모습을 키우며 당당하게 정신 파동을 쏟아냈다. 그녀가 바로 만신전의 주인이었다.

[전술의 신 카실레안은 지금부터 언데드의 공세를 버티며 서서히 차원 영토를 축소한다. 방어거점으로 삼을 차원을 최소 열 곳으로 삼고, 그곳의 방비를 두껍게 하여라!]

최소 20년 걸릴 일이었다.

[우주 낙원을 모두 불러들일 것이며, 영토확장을 잠정 중단한다. 지구인 출신 인신 300명을 카실레안에게 배정할 것이다.]

그 작업에만 15년은 걸릴 것이다. 멀리 있기 때문이다.

[우주 낙원으로 이루어진 차원 함대를 지휘하여 적을 향해 나아가라. 기르겐티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래 걸릴 것이다.]

최소 30년은 봐야 한다.

[프레이 여신의 이름으로! 만신전의 명예를 드높이겠습니다!]

카실레안이 여신의 이름과 만신전의 이름을 거론했다.

실로 충성스러운 모습이었다.

* * *

신제국에 갑자기 등장한 드낙 때문에 신제국의 내성 즉 궁전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드낙은 항상 폭풍을 몰고 온다. 초월자가 되어서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

세파리아스는 수련을 끝내자마자 드낙을 찾았다.

‘건방진 놈.’

세팔이 세팔이 지껄이는 꼴이 괘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신제국의 황제라는 직위를 생각했을 때, 그렇게 경박하게 대하는 꼴을 참을 수 없었다.

‘네가 안 참으면 어찌할 건데, 싸울까? 엉?’

분명 그렇게 말할 게 틀림없다. 이제는 서로가 어떻게 나올지 잘 알고 있다. 세파리아스는 드낙에게 나무라지 않았다. 어차피 드낙은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더욱 막장으로 치닫는다.

“이것들은 다 무엇이냐?”

“아아, 모르는 건가? 이것은 컴퓨터라는 것이다. 게임을 할수있지. 후후후.”

지랄 같은 드낙의 태도에 세파리아스는 벌써 목에 핏대가 섰다.

“똑바로 말해라!”

“용병 지구인 과학자들과 기술자들로부터 받은 컴퓨터라는 것이다. 이걸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생각이지.”

세파리아스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굳이 왜 신제국에 온 것이냐?”

“신제국은 전쟁, 전쟁 노래를 부르잖아. 스트레스가 심할 거라고 보거든.”

드낙은 세파리아스에게 ‘우주 전쟁 1’을 플레이하게 하였다.

“이 지성종족은 뭐지? 인간과 생김새가 너무 다른데.”

“플라스틱이라고, 아주 고등한 놈들이지. 인간을 벌레 보듯이 보는 놈들이야.”

“저 괴물 같은 건?”

“자르그라고 아주 잔인한 놈들이지.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잔혹한 놈들!”

세파리아스는 드낙의 조언을 받으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운용했고, 순식간에 적응했다. 괜히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아웃풋이 아니다. 모든 면에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저 기질이 흉포할뿐이다.

배신과 이합집산으로 가득 찬 삼 종족의 우주 전쟁! 그 캠페인을 완료한 세파리아스의 눈은 초롱초롱해졌다. 대단히 재밌었다.

“배신으로 가득 찬 것이 아주 마음에 드는군. 현실적이야. 다른 기사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지경이군. 특히 전략적인 것도 마음에 든다. 다만…….”

“왜?”

“보급이 왜 이따위지? 건물 하나 짓는다고 보급이 해결되다니…….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특히나 마음에 들어 했기에 세파리아스는 아쉬움을 더했다.

“그래도 전략적이잖아.”

“기사와 훈병 상대로는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되겠군.”

세파리아스는 대단히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렸다. 약자를 이해하게 되었기에 내릴 수 있는 냉철한 판단이었다.

“나쁘지 않지?”

“재밌군.”

“그럼 이제 나랑 한판 뜰까?”

그 말에 세파리아스가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나랑 이 게임이라는 걸 하기 위해서 온 거냐?”

“군사적으로도 한 번쯤 해도 괜찮은 게임이잖아. 교육적으로도 좋지. 그리고 이걸로 E-스포츠라는 걸 열거야.”

드낙이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강철의 비라는 걸 이미 하고 있잖나. 다른 분야도 레이시아 왕비가 굉장히 추진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문화를 융성하게 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심하다.”

놀기 위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무슨소리.”

강철의 비는 인싸의 문화다. 면대면으로 강철 인형을 다루기 때문이다. 반면 이건 화면을 통해서 서로 마주 보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아싸들의 문화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좋다. 하지만 연습으로 세 번 싸우고 나서 싸우자.”

세파리아스도 마음에 들었다. 그 말에 드낙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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