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47화 (1,04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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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명이 넘는 인신들이 그 대화를 주시했다. 이곳에는 다른 초월체와 격차를 벌린 대신(大神)이라 할 정도의 존재는 하나도 없었다. 프레이는 노력하고 있었지만, 대신의 벽은높다. 그저 업(業)만 많이 쌓는다고 도달할 수 없었다.‘비밀’이존재했다.

누구나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인신(人神)의 대신자리. 그곳에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게 되면서 카실레안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프레이가 바쁜 인신을 이곳까지 부른 것이다. 카실레안만큼 이용하기 좋은 인신이 없었다.

카실레안은 현대 지구 출신의 인간이었고, 그는 신들의 선택을 받아서 인신으로 올라섰다. 그 은혜는 백번 죽어 갚아도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동시에 카실레안은 싸우는 인간이다. 그는 싸우는 것에 큰 재미를 느끼는 존재다. 그렇기에 화난 것도 있었다. 수많은 물량을 자랑하는 언데드를 상대로 다양한 전술을 쓰는 건 그 자체로 재미났다.

‘그렇기에 카실레안을 설득해서 보내야 한다.’

언데드보다 중요한 것이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부활이 다. 그런 안배를 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신이라니?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황당한 일이다. 초월자는 불멸의 존재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들 또한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오직 단 하나. 죽음을 손에 움켜쥐고 초월자가 된 ‘죽음의 세바리악’만이 죽음을 초월했다고 여겨지고 있었다.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인신들의 선택을 했던 가상현실 게임에서 등장했던 대공의 이름을.]

[엘 마르토 카사다민 대공이 아닙니까.]

그렇게 대단한 자는 아니었다. 크게 볼 줄 알지만, 결국은 노머니에게 패배했다. 프레이는 그 진실을 이야기했다. 그 진실을 들은 카실레안이 고민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그 정도로 강대한 존재라면, 배신이 성공하지 못했을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는 떠나는 항해에서 많은 여력을 소비했다.]

프레이 여신이 엉뚱한 소리를 하는 카실레안에게 거칠게 대꾸했다. 괴이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제 말씀은… 저희 만신전은 신들의 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양적 팽창을 꾀하고 있으며 지금은 언데드와 대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인가?]

카실레안의 혀끝이 쓴맛을 느꼈다.

[중립신이라는 대신은 만신전의 폐해를 알고 깔끔하게 매듭을 지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나친 추측이다!]

인신들이 즉각 반발했다. 중립신을 실제로 겪어보지도 못한 카실레안이 중립신을 대단하게 여기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저보고는 중립신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말해 놓고는 이를 근거로 말했는데 어찌 반대하는가!]

카실레안의 정신 파동이 회의소를 뒤흔들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부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만신전과 깔끔하게 매듭짓고 새 시작을 하는 게 대신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판단 아닙니까. 결과론적으로 판단해 본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그 어떤 인신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정신체로부터 수많은 감정을 토해내며 득실거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인신 중 순위권에 있는 자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역량. 아득히 먼 차원에 존재하는 중립신의 존재마저 느낀 자가 있었다.

그 누구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속에 깊이 존재했던 중립신의 속박이 흔들거렸다. 중립신에 대해서 그 어떤 편견도 없는 카실레안이었기에 가능한 발언이었다.

또한, 카실레안은 강하다. 인간 중에서 선택받아 인신으로 올라섰으며 그 칭호마저도 ‘전술의 신’이다.

[만약 그렇다면… 더더욱 그곳으로 향해야 한다.]

프레이 여신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녀는 지금까지 확장한 차원 영토를 반절 이상 포기할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현대 지구를 비롯한 몇 가지 차원계만 틀어막으면 된다.’

[카실레안, 그대가 보기에도 그의 역량이 대단하다면 우리 만신전은 서둘러 그곳으로 가서 그에게 진정한 죽음을 내려야 한다.]

카실레안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양면 전쟁을 해서 이긴전쟁은 드뭅니다. 거기에 상대의 의도조차도 이제 깨닫지 않았습니까. 감히 만신전의 대적자(大敵者)라 할수있습니다.]

무시하는 게 답이다.

수십 년에 걸친 항해를 해야 도착할 차원으로 달려가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적어도 차원장벽을 뚫고, 차원 다리를 놓아서 곧바로 행할수 있는 차원 항해가 아니면 피해야 할 일이다.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상황을 볼줄 모르는것.’

다만 만신전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자만심에 도취하여 있을 뿐이다.’

만신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 만신전의 위세는 대단했다. 우주 낙원을 건조하고, 그곳에 인신을 배당하여 차원 항해를 시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야만적인 차원을 자신들의 영토로 삼는다.

거기서 나오는 업과 자원은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린다. 개발도상국의 발전처럼 엄청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 식민지만큼 투자처로 좋은 곳이 없다. 거기서 나오는 많은 양의자원은 만신전의 콧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도 힘든 일이라는 걸 잘 안다. 그렇기에 그대를 부른 것이다.]

프레이 여신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의 말에는 절박함도 깃들어 있었다.

[꽃이 자라기 전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 중립신은 반드시 우리와의 일을 청산하려 할 것이다. 배신자를 놔두는 신이 대체 어디에 있단말인가.]

중립신은 결코 자신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그가 죽은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대신에 올라선 인신도 하나 없었다.

무언가가 부족했다. 그들에게는 뭔가가 결여되어 있다. 대신의 반열에 오른 인신은 엘 마르토 카사다민 그 혼자뿐이다. 인신의 유일 대신이었다.

거기에 대해서 오는 불안감이 이번에 크게 느껴졌다. 다른 인신들도 카실레안을 두둔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는 전선에서 빠져서 이곳에 와야만 했던 것이다. 부름에 응해야 할 정도로 만신전은 하나 된 의견을 지니고 있었다.

[적어도 저는 그 전쟁에서 승리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카실레안은 그 근거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거부했다.

[양면 전쟁 때문인가? 영토는 줄이면 그만이다. 언데드에 침공당할 차원계의 신민들은 대피시키면 된다.]

행성 하나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자유 시장 경제 체제 때문에 미국에 서만 버려지는 식량의 가치는 17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만신전이 현대 지구를 지배하게 되면서 버려지는 식량은 사라졌고, 지구는 굶주림을 이겨냈다. 현대화가 진행된 행성은 수 많은 병폐도 많았지만, 총량에서는 가장 위대한방법이었다.

카실레안이 이에 반박했다.

[영토는 힘입니다. 그걸 빼낸다면 역량이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난민이라는 것은 그 자체의 속성도 나쁩니다. 페널티를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행성 간의 문화는 대단히 다르다. 행성 난민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더욱 골치가 아팠다. 간단한 일도 덩치가 크면 이야기가 달라지 듯이 그저 사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가생긴다.

한 나라에 그 나라의 인구만큼의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한 것은 없지. 그만큼의 자원을 버리면되니까.]

많은 이들이 죽고, 분란이 생기고 문제가 일어나겠지만, 할 수는 있는 일이었다. 프레이는 그 많은 필멸자를 고통의 불구덩이 속에 집어넣고서라도 갓 부활한 중립신을 죽이고 싶어했다.

수십 년이 걸려도 그간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쌀 한 톨이나 다름없는 작은 시간이었다.

강수를 둔 프레이 여신을 보며 노머니는 직감할 수 있었다. 흙수저의 촉이다.

‘어떻게든 날 보내려고 하는구나.’

카실레안은 중립신을 죽이기 위해서 탄생했다. 대신의 무력은 단 하나. 전초극의 권능뿐이다. 이를 파훼할 수 있는 카실레안은 중립신의 만들어진 대적자나 다름없었다.

노머니의 대인전은 그만큼 대단하다. 그가 꽃피운 권능 또한 믿을 수 없을 만큼 사기적이었다. 그가 만신전의 최전선에서 아직도 살아남은 이유였다. 동시에 계속해서 카실레안은 자신이 탄생하여 얻은 권능을 중립신처럼 끝없이 강화하고 덧칠하고 있었다. 다른 권능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만신전의 의도대로 노머니를 인신으로 승천시킨 건 신의 한 수였다. 만신전 최대의 아웃풋이 카실레안이었다. 거기에 말도 잘 듣고, 싸움을 알아서 찾아가며 재미까지 느끼니 최고의 동료였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여력을 저에게 보내실 수 있습니까? 중립신의 역량을 생각한다면 만신전의 전력 중 50%를 주십시오.]

카실레안의 말에 만신전의 이들이 즉각적으로 말했다.

[그럴 수는……. 언데드의 역병은 계속 퍼질 것인데, 이를 지키려면 역량의 절반을 투입하기에는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인신들이 너도나도 목소리를 냈다.

[카실레안, 그렇게 많은 군대를 너에게 줄수는 없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고 계셔서 다행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중립신을 죽이러간다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소리입 니다. 그역량이 적다고 말씀하신다면, 왜 그렇게 그를 죽이고 싶은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모순에 모순으로 대응했을 뿐이었다. 카실레안은 두 팔을 벌리며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저는 지금까지 만신전의 의견을 100% 따랐습니다. 언데드에게 집중해야 할 때인데도 아직도 우주 낙원이나 차원 낙원이라 불리는것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업으로 만신전에 들지 못하는 인신도 많습니다.]

끝없는 양의 팽창이다.

그때 카실레안은 반대했지만, 만신전의 의견을 따랐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때와 똑같습니다. 언데 드가 중요합니다. 신들의 땅에서 찢겨 죽은 세바리악의 환생체들이 사방팔방을 휘젓고 있습니다. 그 검버섯 같은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내실을 다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중립신을 토벌하러 갈 수가 없습니다.]

그가 거듭 자신의 의견을 드높였지만, 인신들의 태도는 좋지 않았다. 그들 내부에 존재하는 중립신에 대한 공포가 컸다.

[만약 저를 보내어 중립신 토벌에 임명한다면, 저는 현 군대의 50%를 요구하겠습니다. 그게 저의 마지노선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카실레안이 추켜올렸던 두팔을 내렸다. 이번에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만신전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도 커졌기에 할 수 있는 반대였다.

[흠…….]

인신들이 조용히 숙덕거렸다. 잔잔한 호수에서 보이는 잔물결처럼 정신 파동이 조용하면서도 난잡하게 퍼져나갔다. 이를 기다리며 카실레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대신에 대한 실마리를 못 찾을 수밖에.’

업(業)만 계속 쌓고 있었다. 중립신의 전초극의 권능은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다른 권능으로 삼지 않은 이유는 반드시 존재했다.

그걸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은 업이 지닌순수함 때문이다. 그 자체로도 대단한 힘이었다. 초월자가 지닌 위대함에 가려져 있었다.

‘답이 가까이 있는데도 모르고,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강함에 도취해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지 못한다.’

필멸자와 확연하게 다른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노머니 또한 인간에서 신이 되지 못했다면, 저들과 비슷한 생각과 관념을 지니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다.

‘난나의 길을 갈뿐이다.’

무려 83년을 만신전을 위해서 봉사했다. 필멸자로서의 삶을 만신전을 위해서 헌신했다고 치면, 나쁘지 않은 은혜 갚기였다.

인신들의 결정은 오랫동안 이루어졌다. 그 시간 내내 카실레안은 우두커니 서서 만신전의 판단을 기다렸다. 그 또한 만신전의 일원이었지만 벽이 존재했다.

천한 인간이 신이 되었고, 그들의 선택을 받아서 인신에 올라선 카실레안은 그들보다 낮은 존재로 여겨지기 충분했다. 카실레안 또한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고 고개를 숙였고, 이제는 그 관계가 단단히 굳어진 상태였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다.

[결정을 내렸다, 카실레안.]

[만신전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군대의 절반을 가져가는 건 불(不)! 다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우주 낙원을 모조리 그대에게 내어주겠다. 동시에 차원 함대를 만들어 그대에게 주겠다.]

카셀리안이 대답했다.

[만신전을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말하라.]

[이동 거성, 기르겐티스를 주십시오. 차원 장벽을 붕괴시켜 순식간에 저들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아! 그 결전 병기가 있었군!]

인신 몇몇이 감탄했다. 기르겐티스를 이용한다면 중립신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가는 세월을 반절 이상줄일 수 있었다.

프레이 여신은 고민했다. 기르겐티스는 만신전이 지닌 결전 병기 중에서도 강대한 병기 이기에 카실레안에게 주기에는 너무 큰 것이다.

중립신조차도 도망을 친 역사가 있었다. 만신전이 그걸 보고 자신들이 도망칠 구석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동 거성, 기르겐티스였다. 대다수의 인신에게는 결전 병기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동 거성, 기르겐티스는 도망치기 위한 거성인 것이다.

그 크기는 태양과 같을 정도로 큰 행성이며, 공격능력은 형편없었다. 기르겐티스의 가장큰 기능은 차원 장벽을 뚫고 빠르게 도망을 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팬티 입고 도망치는 해병대도 깜짝 놀랄만큼 빤스런계의 최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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