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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충격이 갔고, 두 사람은 단번에 내부로 들어섰다. 그들의 눈에 원장의 침대가 보였는데, 침대가 단번에 일으켜져, 원장을 창문으로 튕겨냈다. 원장은 보호막으로 보호되고 있었으며, 전신이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잠자고 있던 원장의 눈이 부르르 떨리며 번쩍 뜨였고, 고함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악!”
와장창!
창문이 깨지며 원장이 밤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게 보였다. 엄청난 수준의 빤스런 실력이었다. 다만, 그가 설계해 놓고도 놀랄 정도의 장치였다.
쏴아아아!
벽에서는 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
술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높은 온도의 술이었는데, 대기 중에 알코올이 잔뜩 증발했다. 평범한 추적자라면 이를 맡고 어지러움을 느낄 터다.
하지만 크레시 미르나 다이앤타는 아니었다. 왕자의 몸에서 신성력이 쏟아져 나왔다. 다이 앤타는 무식하게 물을 헤쳐나갔고, 크레시미르는 몸을 내빼며 측면으로 달려 나갔다.
‘황당하군!’
상대의 도망치는 전술역량은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급작스러웠다. 도망에 그 정도로 공을 들인 것만으로도 괴이했다. 보통은 도망치는것에 이 정도로 돈을 쓰지 않는다.
악인이란 그런 것이다. 양심이란 것을 쉽게 무시할 수 있기에, 자신의 파멸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황당하다. 남자나 즐기는 용병 따위를 굴리는 것만 봐도 그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항상 사건·사고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용병들의 수준은 그만큼 낮은 것에 반하여 보육원 원장의 대처는 놀라웠다.
크레시 미르가 창문을 열고, 심호흡했다. 엘프들에게서 구매한 백금카드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백금카드에는 숫자가 적혀져 있었다.
엘프들은 염(念)을 통해서 원하는 백금카드를 뽑을 수 있었지만, 인간은 그러지 못한다. 헷갈리지 않게 여러 가지 방법을 써야 했다. 잉크는 그중 하나였고, 백금카드의 끝부분이 닳아져 있는 것도 있었다.
“기상 높은 새가 조용히 날갯짓을 시작한다. 그 바람을 느껴보라.”
크레시 미르가 주문을 읊었다. 서서히 바람이 그를 휘감고, 동시에 그의 체중이 줄어들어갔다. 총 세 가지의 마법을 중첩하여 사용한 크레시미르가 두둥실 떠오르더니, 곧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반면 다이앤타는 벌써 놈을 쫓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펄럭!
악마의 날개를 몸에서 뽑아내 날아오르면 그만이었다.
“멈춰! 넌 포위되었다!”
다이앤타의 말에 원장은 코웃음 쳤다.
“누가 그걸 믿냐! 병신아!”
그는 목걸이를 손으로 크게 움켜쥐더니 시동어를 외쳤다.
“간다! 간다! 뿅 간다!”
파아아앗!
단번에 금빛이 쏟아지며 그 속력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다이앤타와의 거리는 더더욱좁혀졌다. 그 모습에 머리를 빡빡 민 원장이 숨을들이켰다.
“헉!”
다이앤타가 원장의 신발을 손으로 움켜쥐며 외쳤다.
“잡았다?!”
신발은 마치 대머리에 내려앉은 깃털처럼 휙 벗겨져 버렸다. 다이앤타의 몸이 휘청거렸다. 원장의 탈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머리카락까지 벗은 대머리다운 탈의 실력이었다.
“이 녀석이!”
다이앤타의 날개가 더욱 커졌다. 중심 관절이 두툼하게 변하고, 날개가 더욱 길어졌고 넓어졌다.
펄럭!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순식간에 가까이 도달해서 바지를 잡았지만 ‘거꾸로 보육원’의 원장은 이미 엉덩이를 내보이고 있었다.
잠옷의 바지 이면에는 그 무엇도 없었다. 달빛에 비쳐 흉한 걸 봤다는 듯 다이앤타는 분노에 차서 더욱 손을 내뻗어 발목을 움켜쥐었다.
“악! 으아아악!”
뿌드득!
발목 뼈에 금이 가는 감각에 원장이 고함을 내지르며 눈을 부릅떴다.
“항복!”
그 속에서 항복을 외쳤지만 도망가는 걸 멈추지는 않는 간악함은 실로 개 같은 짓거리였다.
“다리가 뜯기고 싶나 보지?”
결국 원장이 속력을 줄이고, 멈춰 섰다. 아티팩트를 다루는 솜씨가 대단했다.
야지에 내려앉은 원장이 눈물을 찔끔거렸다. 발목에 금이 간 것이 틀림없다. 치료하고 싶었지만 다이앤타 때문에 그러지도 못했다.
“헉, 붉은 머리카락.”
어둠 속에서 은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붉은 머리카락이 마법에 의해서 검게 보였던 것이 사라지고, 붉게 타올랐다.
적과 대화하는 데 있어서 붉은 머리카락만큼 상대를 압박하는 건 없다.
“잘도 도망쳤겠다.”
우드득!
다이앤타는 손목을 풀며 두둑 소리를 냈다. 이건 최근에 생긴 다이앤타의 버릇이었다.
세금관리원은 별 볼 일 없는 놈들을 상대한다. 특히 그중에는 세금을 내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지능이 모자란 깡패들도 많았다.
단련하지 않은 여자들을 주점에 고용해서 술장사를 하다 보니, 여자에 대한 기본 예의가 깔리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거기에 물든 다이앤타는 주먹을 돌리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오돌뼈를 씹는 것처럼 오도독 소리가 나는 행위는 심심할 때 하기 좋았다.
“저는 적이 아닙니다.”
“도망치는 주제에 잘도 말하는구나.”
“그건 제가 배신을 당했을 때를 대비한 것뿐입니다!”
변명하는 와중에 크레시 미르가 도착했다. 다이앤타는 원장에게서 그로 눈을 돌렸다.
“일 다 끝나고 행차하다니, 대단하다. 대단해.”
“장난칠때가아니다.집중해.”
“집중은 무슨.”
다이앤타가 검지를 까딱거렸다. 원장이 목을 내밀며 갸웃했다.
“예?”
“아는거 다 토해내라고.”
다이앤타가 손을 들어 올리자 그가 팔을 들어 올리며 움츠러들었다. 그러면서도 입은 참잘 놀렸다.
“헤 헤헤. 다이앤타 불파겐 공주님 이시군요 도렌 국왕께서 이러시는 거 아십니까? 세금관리원이…….헉.”
다이앤타의 검이 어느새 뽑혀 그 목을 찔렀다. 목에 조금 들어가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려왔다. 잔혹하기 짝이 없었다. 평범한 협박이 아니다.
상대의 목에 상처가 나건 말건 상관없는 그흉악한 마음이 흉포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잔인함에 원장이 움직임을 멈췄다.
크레시 미르가 다이앤타의 손을 잡은 채 말했다.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넌 수준이 제법 높은 놈인데, 뒷배가 누구냐?”
원장의 실력은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이런보육원을 운영할 인물이 아니다.
“전 이스핀 백작의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의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이스핀 백작? 그가 도박을 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냐?”
만약 그렇다면 엄청난 스캔들이다. 가히 반역이라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드낙의 정책, 도렌의 정책과 정반대의 일을 하고 있어서였다. 다이앤타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그 속에는 강렬한 동기가 타올랐다.
‘이거다.’
“대박이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가 광소(狂笑)했다. 서둘러 검을 다시 집어넣고, 그를 드낙에게 데려갈 생각을 가졌다. 이스핀 백작이 어찌 되든 아무 상관 없었다. 실로 거친 다이앤타의 움직임을 크레시미르가 막았다.
“기다려.”
“다 결론 난 거 아냐?”
“그런 뉘앙스가 아니잖아.”
크레시미르의 진지한 말에 다이앤타가 심호흡한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지껄여봐.”
“저는 세탁쟁이라고 하는데 그냥 도박꾼들을 포섭해서 그 돈 모아서 이스핀 백작에게 보낼 뿐입니다. 제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도렌국왕에게 허 락도 맡았습니 다.”
“말을 똑바로 해야할것이다!”
크레시 미르가 분노했다.
도렌 국왕은 말 그대로 빛의 처세를 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자가 도박을 포섭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속이 다르고, 겉이 다르다. 그간의 그가 지닌이미지를 송두리째 뽑는 일이었다.
“저도 잘은……. 이스핀 백작에게 묻는 것이 어떻습니까?”
확실히 그는 상위국의 영토 내에 있다. 명예드워프에 올라섰지만, 이스핀은 인간과 살고 싶어 했다.
자식과 함께 살기 위해서라도 그는 상위국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었다. 술을 만들면, 드워프들이 가져가거나 혹은 드워프에게 위탁받은 상단이 운반하는 식이었다.
“가장 우두머 리를 찾아가는 게 편하지 않겠어?”
“글세, 도렌 국왕이 정말로 이걸 용인했다면 내 생각 이상의 능구렁이야. 이스핀 백작부터 찾아가는 게 옳겠어.”
“빨리 일어나.”
다이앤타는 발로 놈의 다친 발을 한 대 쳤다.
“허으으…….”
소리도 크게 못 지를 정도로 큰 고통에 세탁쟁이가 바들바들 떨었다. 크레시 미르는 마법으로 그를 치료해 줬다.
그 도중에 다이앤타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크레시 미르에게 말했다.
“하루 이틀은 걸릴것 같은데, 갈 거야? 일류세금관리원이?”
“동생아… 휴가 내면 되지. 뭐가 문제야?”
그 말에 다이앤타가 입을 다물었다.
곧바로 도시 내에서 왕자와 공주의 권력으로 공간이동 마법진을 기동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이스핀 백작의 저택이 있는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다른 곳 과는 다르게 성벽이 존재하지 않는 괴상한 곳 이었다.
“아무리 치안이 좋아도 성벽이 없다니.”
다이앤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자기가 원하는 것만 명확하게 기억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이스핀 백작은 도망치는 걸 좋아하는 게으름뱅이다. 몇 번이나 도렌 국왕에게서 도망쳤지.”
“그런데도 작위를 안 빼앗기다니. 정말 공신은진짜 공신이네.”
“실력이 있으니까.”
그들은 두런두런 말을 하며 마법 밧줄로 묶인 세탁쟁이를 앞세웠다.
어두컴컴한 밤이었지만 무례하게도 두 사람은 바로 이스핀 백작의 대저택을 방문했다. 대저택은 사람 어깨높이까지 오는 작은 돌담이 있었고, 병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입구 앞에 서니 근무하고 있던 병사가 몸을 일으켰다.
항상 서 있는 것보다는 체력을 보존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게 이스핀 백작의 지론이었다. 특히 이스핀은 낮은 곳에서 시작했기에 경비원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 다만, 잠을 청하려 한다면 혼이 나기에 알아서 잠을 쫓아내는 편이었다.
이스핀 백작의 저택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병사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책이 잡히면 바로 인사이동이 발생하니, FM대로 잘하는 수밖에 없었다.
“누구냐!”
“나다.”
‘뭔 고블린이랑 오크가 연애하는 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어둠 속에서 횃불 하나 들고는 누가 누구인지 잘 알아보기가 힘들다. 횃불의 불빛은 일정하지도 않고 바람에 잘 흔들리기에 그림자에 따라서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하나는알수 있었다.
‘적발!’
거기에 저 경박한 목소리까지.
“다이앤타 공주님을 뵙습니다. 그 옆에 계신분은…….”
왕자긴 왕자로 보였다.
“내 오빠.”
“크, 크레시 미르 왕자님을 뵙습니다.”
“들어가도 돼?”
“예?”
병사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하지 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옆에 있던 병사는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세 명은 가볍게 정문을 통과해서 집 안으로 들어섰다.
“차라도 한잔하고 계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집사가 나와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스핀백작에게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 눈이 마법 밧줄에 묶인 세탁쟁이로 향했다.
“아는 자인가?”
“모릅니다.”
다이앤타가 그 입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거짓말은 아닌데.”
집사가 깊이 고개를 숙이며 떠났고, 세 사람은 차를 마셨다. 메이드가 종종 노크하여 들어와 필요한 것을 꾸준히 물었다.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도망간 것아닐까?”
전적이 많았다. 도렌에게서 도망친 전적만 해도 10회가 넘은 전과자였다. 그런 의심도 잠시, 이스핀이 들어왔다. 그는 하품을 쩍 했다.
집사가 대신 손으로 그 입을 가렸다.
귀족은 표정을 숨기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한 손에는 명예를 드높이고, 다른 손에는 이권을 잡아채 권력을 계속해서 상속해 나가야 한다. 야만의 시대에 이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아기를 죽여 그 내장을 핥아 먹는 괴물의 가면이라도 써야 한다.
역사가 모두 이를 기억할 것이라는 개소리를 해대는 것들은 정작 현재, 그들의 후손이 얼마나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죽은 이의 이름만 욕할 뿐이다.
“이 야한 밤에…….”
잠이 덜 깬 것인지 단어도 잘 못 쓰며 말을 하던 이스핀의 눈이 갑자기 부릅떠졌다.
“넌 왜여기 있는거냐? 세탁쟁이야.”
“저요? 잡혀서요. 말을 해도 안 통하더라고요.”
이스핀이 띵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