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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042화 (1,04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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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으려는 자와 가려는 자가 서로 마주했다. 다이앤타는 자신의 공격을 흙먼지 속에서 회피한 크레시미르를 보며 흉악하게 미소를 지었다. 꺼져 있던 다이앤타의 불꽂이 활활 타오르는 게 보일 정도였다.

다이앤타는 현재 제대로 된 신념 하나 없다.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운 적이 없었다. 있더라도 단기적으로 끝날 뿐이다. 그나마 계속하고 있는 건 크레시미르와의 경쟁이다.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하기에 그녀 또한 거기에 휩쓸렸다.

재미도 있었다. 경쟁은 그 자체로 다이앤타의 호전성을 소비할 수 있는 주제가 크레시 미르와의 경쟁이었다.

“잠깐만……!”

크레시미르가 몸을 뒤로 내뺐다. 균형이 맞지 않을 만큼 크게 움직였는데, 이는 실로 어리석었다. 인간의 몸은 길쭉했고, 코어의 힘은 인간의 육체에 따라서 불균형하게 되면 운용하기 대단히 힘들다. 인간은 균형이 무너지거나 대단히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서지 않고, 개처럼 엎드려서 싸우는것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다. 하지만 크레시미르는 그렇게 내뺄 수밖에 없었다.

다이앤타의 맹공은 전과 다르게 더욱 흉포해졌다. 드낙에게 초월자의 삶을 살겠노라고 당당하게 말했기에 지금도 업(業)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다. 그 강함은 현재 진행되고 있었다.

그에 반해서 크레시미르는 인간의 몸이다.

악마의 피조차도 없다. 드낙이 내어주지 않은 이유는 그의 무재가 뛰어나서였다.

크레시미르와 다이앤타의 경쟁 구도를 이용하여 그들이 향상심을 유지하려면 둘이 엇비슷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드낙이 간사한 수법을 사용했고, 결과적으로 둘의 관계는 라이벌이 되었다.

“큭.”

손으로 땅을 짚으며 크레시미르가 몸을 빙글 돌려 뒤로 내빼며 다시 일어났다. 허리가활처럼 휘었다. 다이앤타의 상단 돌려차기가 허공을 휘젓고 지 나갔다.

‘이것도 피해?’

다이앤타의 마음속에서 분노와 오기, 질투가피어올라왔다.

“검을 뽑아. 네가 배웠던, 그 힘. 지금이기 회에 구경하고 싶은데?”

밤바람이 크게 불어 흙먼지를 날려버렸다. 다이앤타의 말에도 크레시 미르는 허리에 찬검을 뽑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부터 뽑을까? 그렇게 하면 오빠도 검을 뽑을 수밖에 없을걸?”

그 말에 크레시 미르가 슬금슬금 뒤로 빠졌다.

다이앤타는 흥이 식는 걸 느꼈다. 그녀와 그의 부딪침은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부모님보다 더 자주 만날 정도였다. 특히 도렌의 영지에 오고 나서는 그 만난 횟수가 더더욱 많아졌다.

다이앤타는 실수투성이 세금관리원이고, 크레시미르는 한순간에 A급으로 올라선 세금관리원이다. 뛰어난 동기가 폐급 동기의 똥을 치우는 건 어느 조직에서나 있는 일이다.

그 덕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 탓에 결론도 빨리 낼 수 있었다.

다이앤타가 흥이 식은 건 크레시미르가 싸우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팔 하나 날아가도 신성력으로 회복시키면 그만이다. 크레시미르는 진정으로 그렇게 담백하게 생각하고 있을 터다. 거기서 진짜로 팔을 벤다면, 애새끼에 불과하다.

특히 그녀는 이번 기회에 약자들을 목격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존심도 커져 있었다.

“왜 막으려는 거야? 딱 봐도 비리 집단인데.”

“고아들이 있잖아. 버려진 아이들을 누가 키우려고? 적어도 이런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안돼.”

“그래도 부숴놓는 게 좋지. 도렌의 역량으로 보육원 하나 감당 못 할까?”

“밑에 사람들이 할 일이 많아지잖아, 갑자기.”

다이앤타는 거리를 좁히면서 크레시미르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크레시미르의 코앞까지 머리를 들이밀었다. 크레시미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다이앤타가 싱긋 웃었다.

“좋아, 그럼 타협하자. 오빠가 좋아하는 게 타협이잖아?”

“…….”

크레시 미르는 잠깐 고민했지 만 금방 결론이 나왔다.

“웃대가리만 잡는 거라면.”

“좋아하하하!”

다이앤타가 쾌활하게 웃으며 앞장섰다. 크레시미르는 불안했지만 그건 그녀가 폭주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것이지, 위험하다는 생각은아니었다.

거꾸로 보육원은 도렌의 영지에서도 가장큰 규모의 보육원이었다.

“도박 자금이 그곳으로 흐르고 있대.”

“이 도시는 용병이 많으니까.”

도시 인구의 유동성만큼이나, 상단호위를하며 돌아다니는 용병이 많았다. 치안은 많이 확보되었지만, 악인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인간이 있으면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치안을 확보해 줘야만 했다. 또한, 자기 물건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

그 경유지인 이 도시는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잠깐 즐기는 데 도박만 한 게 없었다. 또 필요하다면 여자와도 즐길 수 있었다. 여자들 또한 용병과의 만남을 싫어하지는 않는 편이다.

“확실히 이상하지? 저걸 봐보 h 무슨 보육원에 성벽이 있어?”

다이앤타의 경박한 말을 크레시 미르가 정정해 줬다.

“돌담이겠지. 그래도 용병들이 밤에 순찰하는 건 확실히 이상하긴 이상하군.”

횃불이 먼 곳에서도 보였다.

“정보 마법 써봐.”

“적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커. 요즘 용병들도 아티팩트 하나씩은 가지고 다니거든.”

다이앤타의 말을 크레시 미르가 끊어 냈다. 크레시미르는 주변을 보더니 이내 한 곳을 가리켰다. 창문 하나가 열려 있었다. 이를 본 다이앤타가 키득거렸다.

“용병들이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 집단이 가진 가장큰 단점은 허술하다는 점이다. 간단해 보이는 매뉴얼이라도 그 부분은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었다.

용병들에게는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다.

주먹구구식은 그만큼 인간 전통의 방식이다. 야만적이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었다. 그렇기에 엘리트들은 용병을 좋게 볼 수 없었다. 무리를 꾸리고 다닌 고대 인간의 야만성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내부로 들어섰다. 곳곳에 촛불이 켜져 있었는데, 대단히 사치스러웠다. 하지만 그 크기는 작았다. 딱 밤 동안만 불을 밝힐 정도의 조그마한 양초였다.

“고블린 것이네.”

양초는 고블린의 특산품 중 하나다. 특별한 상품이라서 특산품이라 이름 지어지는 건 아니다. 단순히 싸기 때문에 양초는 일단 ‘고블린양초’였다.

불타는 심지 아래에 녹은 촛농에는 벌레 사체가 그득했다. 불빛에 이끌려 왔다가 날개가 타버리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양초는 훌륭한 벌레 퇴치기다.

주변을 확인한 크레시 미르와는 다르게 다이 앤타는 곧장 문으로 향했다.

“소리가 들려. 아주 이상한 소리인데?”

“…….”

크레시 미르가 다이앤타의 뒤를 따라갔다. 신체 능력 자체만을 두고 본다면 다이앤타가 월등히 뛰어나다. 쉽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원초적인 스펙이 압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복도는 냉랭했다. 나무로 지어져 있었지만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상태가 좋았고, 양탄자도 깔아놓아서 소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의 앞에 선 다이앤타가 귀를 기울였다.

“한 쌍이 아닌데? 적어도 다섯 명은 돼.”

“그냥 가자. 여기는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도않아.”

크레시미르는 방 주변의 상태를 보고는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반면 다이앤타는 바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아주 천천히 돌렸다. 잠겨져 있었지만, 그대로 당겼다.

우드득!

나무로 된 고풍스러운 문이 부서졌다. 다만 천천히 당겼기에 소리가 멀리까지 퍼지지는 않았다.

안에서도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돌렸지만, 그들이 소리를 지르기에는 다이앤타의 검 끝이 닿아있어 입을 다물게 하였다.

“조용히 해.”

이미 조용한 상황에서도 다이앤타가 소리를냈다. 남자 하나에 여자 다섯이 같이 있었다. 여자들은 크레시미르를 보고는 서둘러 옷을 끌어당기거나 실크 이불을 손으로 움켜쥐며 당겼다.

다이앤타의 눈동자가 벌벌 떠는 남자에게로 향했다.

“아빠 냄새다.”

“흠, 대악마의 권속 악마인가 본데.”

지금은 드낙에게 오염되어서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기생인이었다. 기생인답게 잘 생기고 근육도 좋고 몸이 좋았다.

오직 여자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나 다름없었다. 반대로 기생인 여자 또한 남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자기 복제. 자손생산이다.

게다가 기생인 후예는 대게 노동자 계급이 많고,하층민에 소속된 편이다. 성인이 되어서 남창이나 창녀가 된다.

“몇 살이냐?”

다이앤타가 경박하게 굴었다. 남자가 냉큼대답했다.

“14 살입니다…….”

그 목소리에는 전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나약함만이 존재했다. 다이앤타는 아무리아름답고, 매력적이더라도 ‘강하지 않은 남자’에게는 흥미가 없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쿼터 데몬이었다. 인간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악마적인 관념이 뒤섞인 존재였다.

“원장이 지내는 곳이어디지?”

크레시 미르는 자신의 문관 목패 신분증을 보여주며 물었다. 양초의 불빛으로는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지만, 목패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저들은 경계심을 풀었다.

적어도 갑자기 죽지는 않는다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이앤타는 남자의 턱주가리를 손뼉으로 후려갈겼다.

“적당히 대답하지 마.”

남자는 소리조차 못 낸 채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그걸 본 다이앤타가 한숨을 내쉬었다.

‘뺨 맞고 기절한 놈은 또 처음이네.’

“제발 함부로 손 놀리지 마. 깡패냐?”

“왜? 깡패가 되어줘? 나도 그런 말 들으면, 깡패가 되는거야!”

크레시 미르의 말에 다이앤타가 윽박질렀다.

그 말에 크레시미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깡패가 된 다이앤타라니, 끔찍했다.

“장난은 그만 쳐. 원장은 어딨지?”

크레시미르가 여자에게 다가가서 말하자 여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귀와 목이 새빨개졌다.

“왜 부끄러워하는 거야.”

다이앤타가 손사래를 치며 진정으로 질린 표정을 지었다. 자기 오빠한테 연심을 품는 여자라니, 정신이 돌아도 보통 돈 것이 아닌 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크레시미르는 주변에 있는 이불을 손으로 가져다가 덮어줬다.

“조용히 계시길.”

“네! 정말, 조용히 있을게요!”

“힘내세요 응원할게요!”

크레시미르와 다이앤타는 방을 떠났다. 크레시미르가 콧물을 훌쩍였다.

“울어?”

“뭔 이상한 소리를……. 방 안에 독 냄새 때문이다. 연기를 피우고 있던데 그것 때문에 콧물이 나오는 것뿐이다.”

인간의 몸이라 어쩔 수 없었다. 크레시미르는 품에서 철 막대를 꺼내 스위치를 눌러 안의것을 마셨다. 해독용 포션이었다. 몸에 침투한 독을 해독시켜 줄 것이다.

“난 괜찮은데. 오빠, 오크 약재가 그렇게 몸에 좋다던데. 계속 반점이 아는 아기도 그걸 먹으니까, 다 나았대. 내가 세금관리원 하면서 그신기할걸 봤잖아.”

다이앤타가 말을 하며 흥얼거렸다. 몇 놈 쥐어패니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훌륭한 기분파였다.

이들은 복도가 맞닿는 삼거리에서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며 불침번을 서는 용병들을 볼수 있었다. 크레시미르가 복도의 코너에서 이를 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 대신 다이앤타가 나서서 귀를 기울였다.

용병들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들려왔다.

“야, 오늘도 한놈 데려왔다.”

“게이 새끼. 그렇게 고아들이 잘 대주냐?”

“돈이라면 사족을 못 써요. 너도 한번 해봐. 여자랑 달라. 목에 근육이…….”

이를 들은 다이앤타가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

“우읍, 진짜 역겨운 대화를 하고 있어.”

당장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크레시미르가 용납하지 않을 터다. 다이앤타는 천장과 벽 사이의 구석진 곳으로 조용히 이동해서 그대로 용병들을 덮쳤다. 인간 같지 않은기습이다.

그 덕에 용병들은 손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했다.

그 어떤 위기도 없이 이들은 보육원 원장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장실은 건물의 3층의 끝에 있었는데, 대단히 구석에 있었다.

“아티팩트야.”

다이앤타는 원장의 문 양옆에 있는 석상을 보며 눈을 빛냈다.

“문에 손이 닿으면 바로 안에 신호가 가는 석상인데.”

크레시 미르가 조사 끝에 방식을 알아냈다.

“그럼 창문으로 가야 하나?”

다이앤타의 말에 크레시미르가 가볍게 말했다.

“동생아, 네가 창문으로 넘어가서 문을 열어줘.”

“창문에도 되어있으면? 그냥 쳐들어가자. 딱히 다른 효능은 없어.”

크레시미르는 조금 고민하다가 바로 결론을냈다. 결정 하나하나가 대단히 빨랐다.

“발로 걷어차.”

쾅!

사람보다 큰 문짝이 그대로 천장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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