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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041화 (1,04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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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들이 하는 도박은 굉장히 단순했다.

각자의 나무통에 주사위를 넣고, 흔들어서 가장 좋은 숫자가 나오면 그만이다. 사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주사위를 직접 던져보기도 한다. 그런 탓에 사기를 쉽게 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비상한 재주로 사기를 치는 이들도 존재했다.

‘사기 50%. 실력 50%.’

용병 빅라쿤의 주사위는 완벽한 사기는 아니었다. 손의 감각, 독특한 방식으로 나무통을 흔드는 순간 높은 숫자가 나오는 괴이한 주사위였다. 그 덕에 언제든지 낮은 수를 만들어 상대를 방심하게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이번 도박에서 빠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서로 나무통을 양손으로 쥐고 흔들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패를 확인하고 다시 덮었다.

빅라쿤이 말했다.

“1점.”

동화 세 닢이 올라갔다.

용병 빌은 이를 받고 동화 세 닢만 올리고 넘어갔다.

“레이즈.”

미녀는 은화 한 닢을 받고 은화 한 닢을 더얹어버렸다. 게임 자체가 공평하지 않았다. 이들은 1점당 동화세 닢이었지만, 미녀는 1점이 은화 한 닢이다.

용병 빌은 빠지고, 빅라쿤만 남았다.

‘서로 간을 보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계속가네,’

나쁘지 않았다.

“올인.”

돈을 모두 걸었다. 미녀 또한 은화 주머니를 그냥 통째로 올려놓았다. 술집은 조용해졌다. 금일봉은 고사하고, 족히 반년은 일해야 하는 돈이 걸렸다.

그들은 쥐죽은 듯이 조용한 상태에서 서로의 주사위를 확인했다.

빅라쿤의 주사위 두 개에는 모두 6이 그려진 나무통이 나왔다.

“으아아아아!!”

그가 거세게 포효했다. 단번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계급의 싸움이었다. 번지르르한 차림새를 한 미녀는 경호원까지 데리고 다니는 권력자였고, 용병은 가족에게서 도망쳐 나와 독립한 거지였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의 싸움은 언제나 끝을 모르고 생겨난다. 심지어 이를 단절하기로 한 공산주의에서 더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간의 심보, 권력자의 속성이 어떤 건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공산주의의 독재였다.

자연히 용병들은 용병의 편이었다. 자신이 번 것도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축하를 해줬다. 물론 그중 몇몇은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두들겨 패고 빼앗을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용병 빅라쿤은 이름처럼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가명처럼 여겨졌으니, 뒤끝이 없다고 여겼다. 자신을 숨기는 자는 제대로 된 남자가 아니었고, 범죄자일 수도 있었다.

“으, 으와아아악!”

미녀가 나무통을 열자 그녀의 뒤에 있던 용병들이 고함을 질렀다.

그녀 또한 숫자가 6, 6씩 12가 나왔다.

“한 번 더 흔들어서 승부를 보자.”

미녀가 아름다운 흑발을 늘어뜨리며 말하자 용병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려 일곱 번이나 더 주사위를 던졌고, 둘 다 12가 나왔다. 그때가서야 용병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씨발, 그냥 사기꾼들이잖아.’

욕지거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빅라쿤에게 특히 뜯어먹힌 용병들은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욕하기 바빴다. 물론 경호원을 대동하고 있는 미녀는 건드리지 않았다.

“야이, 개새끼야. 사기를 쳐? 일곱 번 주사위굴려서 12만 나온다는 게 말이 되냐?”

사회란 것은 정글이다.

“통돼지처럼 튀겨 죽일 새끼!”

문명인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야만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시초, 가장 처음은 결국 야생의 짐승이기 때문이다. 야생에서 약자는 물려 죽는다. 강자 또한 노쇠하여 약해지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용병들은 만만한 용병을 노리지, 강해 보이는 미녀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건 신체의 강함과 약함이 아니었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서 권력은 대단히 중요한 힘이었다.

용병들이 빅라쿤을 테이블에서 끄집어내려고 하자 미녀가 싸늘하게 말했다.

“가만히 놔두지?”

“예?”

“나랑 동류니까 가만히 두라고.”

“아… 예…….”

용병들이 빅라쿤의 옷깃을 잡은 걸 놓아줬다. 이에 그녀가 일어서서 턱짓했다.

“따라 나와.”

그녀가 자리를 떠났고, 경호원들은 판돈을 전부 챙겼다. 그 모습에 빅라쿤의 표정이 암담하게 변했다. 가진 돈을 다 털려서였다.

그가 서둘러 미녀를 따라갔다. 미녀는 선술집 밖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녀는 빅라쿤이 나오자마자 턱주가리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억!”

단번에 용병이 전신에 힘이 쭉 빠지더니 철퍼덕 쓰러졌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전신이 저릿했다. 몸이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지를 못했다. 불구가 된 것이나 다름없는 몸에 빅라쿤은 겁이 덜컥 났다.

“죽는 거 아니니까, 빨리 일어서.”

“으… 그…….”

턱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힘은 들어가 는데 벌어지지는 않고 더더욱 조여와서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렸다.

겨우 일어났는데 진땀이 가득 흘러 나왔다. 식은땀이라 추위가 확 느껴졌고, 오한이 엄습했다.

“형편없는 놈이네.”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나약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녀는 경호원들과 함께 그를 끌고 뒷골목에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빅라쿤은 눈치를 봤다. 단검은 소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여기까지 따라왔지만, 두려움이 어슬렁거렸다.

미녀는 마법으로 유지되는 염색을 풀었다. 오래 유지할 수가 없었는데, 마력이 계속 상쇄되는 탓이었다. 다이앤타 불파겐의 붉은 머리카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적발은 어둠 속에서도 빛깔을 보였는데, 염색 마법이 사라지며 그 빛이 적발을 비추어서였다.

“헉.”

붉은 머리카락에 빅라쿤이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 내지 마.”

다이앤타의 손이 용병의 겨드랑이에 쑥 들어갔다. 강하게 이를 움켜잡자 용병이 강하게 몸을 틀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였다. 하지만 고함은 지르지 않았다.

“끄으으으…….”

고통에 벌벌 떨었다. 다이앤타는 손을 빼며 말했다.

“도박하는 새끼들, 얼굴 많이 알고 있다며?”

“저, 저는 모릅니다. 몰라요…….”

“그럼 죽어야겠다. 너 때문에 시간 허비했거든. 죽음으로 갚아.”

다이앤타가 단검을 뽑아 들자 빅라쿤이 냉큼 말했다. 다른 자들의 협박과는 다르게 다이 앤타의 협박은 너무나도 현실성이 뛰어났고, 호전적이었다. 당장에라도 단검에 박히는 것 같았다.

잔혹한 분위기, 그녀가 가진 기질 자체가 범죄자들에게 잘 먹혔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죄책감을 걷어차고, 모든 것을 충동적으로 행하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말하겠습니다.”

“좋아, 이걸로 내가 크레시미르를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가겠어.”

건전하고 지능 공부가 되는 카드놀이가 아니라 간단한 주사위 도박을 즐기는 용병들은 골칫거리다. 칼부림이 일어나는 건 물론이고, 사기를 치기도 쉬웠다. 이를 근절하는 캠페인을 벌였지만, 용병들은 시큰둥했다.

술이 들어가면 카드놀이를 할 수 없는데, 카드놀이를 하라니. 바보 같은 탁상공론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도박은 안 좋은 것이다.

크레시 미르와 다이앤타는 도렌의 영토에서 말단 관리를 시작했는데, 말단 관리는 당연히 세금관리원이었다. 그런데 다이앤타는 불만을 품고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우월한 육체 덕분에 세금관리원의 임무도 하면서 밤에는 치안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 속내는 당연히 ‘싸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싸워본 적이 없었다. 모두 무릎을 꿇고 대가리를 처박았다. 세상 흉흉한 방법으로 치안을 괴롭혔던 놈까지도 대가리를 처박자 다이앤타는 방식을 바꾸었다.

‘있는것들을 괴롭혀야지.’

세금을 내면서도 도박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놈들은 실보다 득이 크니 그냥 놔두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세금과 복지에 많은 돈을 토해내며 자신의 자리를 꿰찬 악인(惡人)들이다.

다종족 연합의 내부는 썩은 부분이 많았다. 워낙 빠르게 성장하기에 썩지 않은 부분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역 량을 총동원해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땅이 워낙 넓고, 서로 담당 지역도 다르며 해야 할 일도 많았다.

30년 뒤에 대전쟁이 예약되어 있고, 내부적으로도 세력이 나누어져 있어서 피 말리는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끝없이 자원을 연구와 개발에 투입하고 있으며 인구 폭증을 견디지 못해 식량은 매번 바닥이다. 지하 연합이나 오션 오크나 ‘식량 수출’로 이루어내는 부(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곳곳에 해결되지 않은 분쟁이 가득했다.

이 상황에서 적당히 ‘득’。I 되는 존재가 된악인들은 자신의 욕심을 드러낸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해를 끼치는 것보다 득이 되니까, 일단은 넘어간다는 식이다. 방치된다. 사람을 죽이 는것도 아니었다.

그런 놈들을 다이앤타가 노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흉험한 범죄자라도 다이앤타 불파겐이 지닌 강인함에 대가리를 땅에 처박으니, 김이샜다.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야.’

아직 한 달도 안 되었는데, 감봉에 경질까지 스물한 번을 당했다. 매일같이 꾸지람을 듣는 셈이다. 그에 반해서 크레시미르는 맡은 바 임무를 잘 해내고 있었다.

결국 다이앤타는 다른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탕이다, 소탕.”

그녀의 말에 호위하는 두 명의 병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다이앤타 님.”

“왜?”

“저희들은 딱히 무장을 안 했는데, 어떻게 놈들의 머리를 칩니까?”

“누가 너희보고 같이 쳐들어가자고 했어? 닥치고, 근처에 경비 서는 놈들이나 빨리 데려오 F. 포승 준비만 하면 된다고.”

“그게…저…….”

“저, 저희들은 체포할 권리가 없는데요. 그건 경찰들이 합니다…….”

다이앤타가 인상을 썼다. 병사들이 그녀의 눈을 피했다.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기그지없었다.

불같은 마음이 피어올랐지만, 그건 차가운존재에 의해서 착 가라앉았다. 그것은 크레시미르의 존재감이고, 엘프의 녹안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이성이다.

“좋아, 알았어. 나 혼자 다 부숴버리면 되겠지.”

“예?”

병사가 우물쭈물했다. 어떻게 할 것인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다. 이에 다이앤타가 빙긋 웃으며 어깨를 다독거렸다.

“어울려줘서 고맙다. 빨리 돌아가.”

“예!”

병사 두 명은 냉큼 대답하며 몸을 홱 돌렸다.

“잠깐.”

다이앤타의 싸늘한 음성에 병사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이 몸을 돌리자 그녀가 그들에게 은화 주머니를 건넸다. 거기에는 동화도 제법 섞여 있었는데, 빅라쿤의 돈이었다.

“잘 나눠서 가져. 도와줘서 고맙다.”

다이 앤타는 약자들을 많이 봐왔고, 그들의 공통된 성질을 알게 되었다.

‘일단돈이면 된다. 돈으로 안 되면, 그 돈이 부족한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돈이 많았다.

“헉! 이 이렇게 큰돈을…….”

말과는 다르게 입이 해죽 벌려져 있었다.

‘금화는 안 줘도 되겠다.’

다이앤타가 눈웃음을 지었다. 저런 나약하고 벌레 같은 자들은 금화는 전혀 떠올리고 있지 못했다.

실로 어리석은 자들이다. 불쌍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이내 쾌락으로 변해서 다이앤타를 웃게 하였다. 바보 같은 놈들을 보면 자연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이앤타는 빅라쿤을 앞세웠다.

“도박으로 제대로 큰돈 버는 놈에게 가자. 놈은 어디에 있지?”

“저기 외성 밖의 보육원에 있습니다.”

뜻밖의 말은 아니었다.

“보육원을 운영하며, 착한 짓과 나쁜 짓을 동시에 한다. 정말 인간은 간사해, 안 그래?”

“예, 그렇습니다. 상도 얼마나 많이 받은 보육원인데요? 정말 누가 사설도박장을 운영하는 자가 보육원 원장이라 생각하겠습니까? 헤헤헤헤!”

빅라쿤은 걸어가는 내내 다이앤타의 광대노릇을 했다. 깔깔거리는 다이앤타의 웃음소리가 밤길에 퍼져나갔다.

* * *

두 명의 병사는 다이앤타에게 그렇게 큰돈을 받았음에도 그녀를 배신했다.

밤중에 크레시미르가 일어나, 그들과 마주했다. 크레시 미르는 대화를 나누며 장비를 갖춰 입고 있었다.

“거꾸로 보육원으로 다이앤타 님이 향했습니다.”

“알았다, 수고했다.”

병사 둘은 그대로 되돌아갔다. 그 어떤 대가도 받지 않았다. 크레시미르는 그들에게 작은것을 줬고, 그들은 크레시미르에게 큰 것을 줬다. 다이앤 타는 하나는 모르고 둘도 몰랐다.

‘사람이란 것은바다와 같다.’

너무 넓어서 그걸 제대로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돈에 미친 인간이 있는가 하면 그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은혜를 갚는 것에 만족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앞의 병사 둘은 그런 것도아니었다.

그들은 돈을 받았을 때, 순수하게 기뻐했다. 또 그들은 크레시미르에게 작은 빚이 있었고, 이를 갚은 것에 불과했다.

인간은 작은 은혜를 깊게 생각하기도 하고, 이를 갚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모순된 종족인 것이다.

“혈통이 좋다고, 적법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을 해결하는 건 잘못된 일이지.”

크레시미르가 밖으로 나섰다. 단번에 비행마법을 사용해서 치솟아 올라, 성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나서는 뚝 떨어지며 다이앤타의 앞에 내려앉았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그 속에서 다이앤타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내 공적을 빼앗으러 온 거야?”

“바보 같은 짓 하지 말고, 물러나. 넌 세금관리원이지 경찰이 아니야.”

“그건 오빠가 정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날 선 말속에는 절박함마저 가지고 있었다. 크레시 미르는 타협하기로 했다.

“최고의 세금관리원이 되는 비밀 노트를 너에게 주마.”

“필요 …없거든!”

흙먼지 속에서 다이앤타의 발길질이 정확하게 크레시미르의 다리를 노렸다. 로우킥은 허공을 갈랐다.

크레시미르는 영향무력의 흉내를 낼 수 있는 ‘흐름’의 극점 찌르기를 공부하고 있기에 그의 감각은 굉장히 민감했다.

쿼터 데몬의 무지막지한 공격은 인간이 반응할 수 없으나, 크레시미르는 회피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괴물을 죽이기 위해서 무(武)를 쌓아 올린 이유였다. 사람들이 기사를 대단하게 보는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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