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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040화 (1,039/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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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 제국의 산맥 밖에 지어지고 있는 ‘큐브’는 우주로 향하는 궤도 엘리베이터를 참고 한 물건이다. 다만, 앞서 말했다시피 기초 수학과 기초 과학이란 것은 아무리 집중해도 그 성장이 더디다. 뛰어난 천재가 새로운 것을 계속발견하며, 그 지식이 누적돼야만 한다.

‘엘프는 쓸 만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수준도 아니다.’

그들은 마도 문명이지 과학 문명이 아니다.

그 차이는 끔찍한 수준이 다. 물론 과학 문명에 살았던 현대인인 드낙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난 문과니까, 숫자쟁이들의 간악한 놀음에 오염되지 않았다.’

현대에서 이과생들은 이해받지 못하는 괴물들이었다. 그들은 아름다운 꽃조차도 수학적으로 접근한다는 뒤숭숭한 소문을 풍기고 다니는 잔혹한 인간들이었다.

평범한 현대인은 이과생이라고 하면 괜히 경계심을 띤 눈을 하기도 한다. 박호훈 또한 그러한 인간 중 하나였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그런 걸 누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겠어.’

드낙은 높은 위치에 올라서고 나서야 수학과 과학의 위대함을 알게 되어 크게 아쉬웠다. 인간이 란 족속은 사회 계급의 수준에 따라서 필요한 것이 전부 다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드낙은 이를 바꾸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걸 잘 이해하고 있었다. 삶에 필요하지 않은 걸 계속 배우라고 쪼는 건 서 로불편할뿐이다.

그렇기에 드낙과 드워프 제국이 건설하는 ‘큐브’는 궤도 엘리베이 터와 유사하지만 똑같은 건 아니었다. 장단점이 존재했다.

“초월자님 말씀하셨던 것을 건설하였습니다.”

“부속건물을 지을 곳을 벌써? 정말 드워프는 대단하다.”

“과찬이십니다.”

드워프의 안내에 따라 거대한 규모를 지닌큐브 내부에 들어섰다.

하나의 큐브는 정육면체이며, 그 길이는 60m로 어마어마한 구조물이다. 그 중심에는 지름 30m°| 거대한 균형 코어가 존재한다. 이것이 큐브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균형 코어는 드워프의 손길, 단단함의 손길이 깃들어있다. 동시에 가벼운 손길도 혼합되어 있는 강철이다.

‘이것으로 중력은 물론이고 무게조차도 이겨낼수 있다.’

무게가 적고, 표면적이 넓었기에 위험할 수도 있지 만, 지반 공사를 대단하게 하고 큐브의 코어는 지하에 깊게 박혀 있으며 나중에는 5층마다 지지대를 외부에 걸쳐놓을 생각도 하고 있었다.

‘우주까지 큐브를 층층이 겹치면 된다.’

내부에서는 식물도 키울 생각이고, 산소는 높은 곳까지 올라가도록 바람 마법으로 운용하면 그만이 다.

‘우주에 도달하면 가로 본능이 시작된다.’

드낙은 그곳에 새로운 요새를 지을 생각을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서 적의 침공이 일어났을 때, 우주에서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우주 큐브는 대단히 군사적인 목표를 띄고 있다.

‘그 첫걸음이 큐브라면, 두 번째 걸음은 부속건물이지.’

큐브의 옆에 박아넣을 구조물이기에 당연히 큐브보다 크지는 않다.

“입구가 크군. 만족스럽다.”

입구는 단단히 봉쇄되어 있었고, 거대했다. 거친 철 소리를 내며 입구가 열렸다.

드낙이 내부로 들어섰다. 기름 냄새가 풀풀풍겼다. 부속건물은 큐브보다 작았지만 비슷한 정육각형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그 내부는 격납고처럼 생겼다.

텅텅 비어있는 곳에 사출구로 보이는 곳이 노란색 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붉은색으로 색칠한 강철 스위치가 드낙의 눈에 들어와 존재감을 발휘했다.

“빌리언즈 개량형은 아직 오지 않았나?”

“분명히 왔다고들었는데, 죄송합니다.”

“괜찮다, 조금 기다리지 뭘.”

드낙은 태평하게 말했다. 자잘한 실수인데 크게 소리를 지르는 건 자신의 평판에 좋지 않다. 물론 이 경우는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다.

권력자라고 해도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를 바없다면, 배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자신에게 무례를 범하면 죽는다는 걸 보여줘야한다. 잔혹한 자가 되어야 오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망집에 사로잡힌다.

반면 드낙은 이미 현격한 존재의 격을 쌓아올렸다. 그 덕에 자신이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도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대신 격납고를 구경하기로 했다.

“이 노란색 선이 사출구의 구멍이 생기는 부분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출구가 열립니다. 여기로 빌리언즈 개량형이 떨어져서 싸우게 될 겁니다.”

저층 방위 중에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이 우주낙원에서 노획한 빌리언즈를 쓰는 것이었다. 드워프 장인들이 역설계를 해서 수작업으로 만든 개량형은 더욱 강력해졌다.

탑승자는 당연히 드워프다. 드워프 제국이 존재하는 산맥 바로 앞에서 지어지고 있어서 당연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고집에 불과했다.

‘드워프들의 아래에서 일하는 고블린들이 많은데. 굳이 자신들이 자처해서 빌리언즈 개량형을 타기로 했지.’

그 덕에 인간과 비슷한 체형을 지닌 탑승형진압 병기 빌리언즈는 정육각형의 든든한 드워프 탑승 병기가 되었다.

빌리언즈 개량형은 얼핏 보면 탱크나 다름없이 강화되어 있다. 그 덕에 격납고의 사출기는 네 개에 불과했다. 대신 많은 빌리언즈 개량형을 하나의 격납고에 보관할 수 있었다.

“저층 방위는 빌리언즈 개량형으로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하겠지. 하지만 그 외에도 마법 방비도 잘해놔야 한다. 큐브의 코어는 파괴당하면안 된다.”

“예, 다른 큐브의 면에도 부속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하나의 큐브에 네 개의 부속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하나는 물리적으로 적을 격퇴하는 빌리언즈 격납고, 다른하나는 마법 방위고. 다른 하나는 창고로 쓸 보급고가 자리 잡을 것이다.

“마지막 한 곳은 아직 예정되어 있지 않았지?”

“예 하지만 가장 거론되고 있는 건 역시 폭풍의 요람입니다.”

“전에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나?”

“대형인 폭풍의 요람을 중형급으로 낮추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중형급 폭풍의 요람이라, 나쁘지 않군.”

오히려 좋아 보였다.

마력 자원을 뽑아내기 위해서 다.기 곳곳에 폭풍의 요람이 배치되고 있었다. 필멸자가 살고 있지 않은 곳에도 폭풍의 요람을 놓고, 그곳에서 마력을 빨아들여 금속 선을 이용해서 마력을 이동시킨다.

그만큼 현任見) 다종족 연합의 마력 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큐브는 군사 목적의 건물인 동시에 평시에는 마력 생산기지로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듯했다.

‘나쁘지 않은데.’

폭풍의 요람이라면 대단히 거대하지만, 발달한 마도 기술로 충분히 소형화를 할 수 있을것 같았다.

“식물을 키울 곳은 어디에 해둘 생각이지?”

“큐브 벽에 넝쿨을 키우고, 보급고를 격층마다 배치한다면, 번갈아 가면서 식물생장고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드낙은 조용히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시켜.”

“예!”

알아서 잘 협의해서 할 것이다. 그들로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쉐도우 위스퍼에 의해서 드낙의 귀에 들어올 것이니,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드낙은 서둘러 코어로 향했다. 중심을 단단히 잡아줄 코어에는 권속 악마, 중력 철사(Gravity Wire) 가 둘러싸고 있었다.

중력 철사는 핏줄처럼 보일 정도로 붉은색이며, 핏줄 속에서 맥동하는 피의 움직임도 느낄 수 있었다. 굵기는 제각각이지만 엄지손가락만 한 굵은 핏줄도 있었다.

‘상급 권속 악마.’

전투력은 거의 없지만 이 핏줄처럼 보이는 중력 철사는 상급에 속하는 권속 악마다. 물론 악마의 요람, 가비노와 비교하면 한없이 낮은 존재다.

가비노는 반마(半魔)라 부를 정도로 많은 업(業)을 소모해서 만든 권속 악마다. 수십km에 달하는 덩치를 지닌 우주 낙원을 관리할 권속 악마이니, 당연하다.

반면, 중력 철사는 그저 중력을 반사시키는 용도에 불과했다. 관리하지 않기에 많은 힘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큐브의 덩치를 생각하여 상급 권속 악마는 되어야 했다.

코어만 뒤덮고 있었지만, 중력을 거스르고 반사해야 했기에 중력 철사는 끝없이 재생하고 죽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매초 중력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그 덕에 중력 철사는 대단히 불안정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지.’

그 덕에 드낙은 중력 철사를 자주 관리해야했다. 매우 고되고 짜증이 나고 귀찮은 일이었기에 드낙의 머리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팽팽돌아가고 있었다.

그 끝에 드낙은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에일리언 알.’

큐브는 우주로 진출하기 때문에 SF 같다. 단순함 속에서도 수많은 문화를 통해서 나오는 상상력은 수십 갈래에 달한다.

그중에 악마적이라면 단연코 외계 존재였다.

‘나 대신 생명력을 중력 철사에게 주는 거지.’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다. 하나의 권속 악마로 큐브를 관리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응아니야.’

다종족 연합 중 오크와 신제국의 인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이 드낙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 업의 양을 생각한다면 드낙은 악마임에도 신의 탈을 쓴 초월자나 다름없다. 그 덕에 악마의 단점이 사라진 상태다.

‘권속 악마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는 거지.’

다른 악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파괴적이고, 호전적이며 가학적인 악마들은 결코 필멸자들의 요람을 세울 수 없다. 태어나는 것보다죽는 게 더 빨랐다. 또 권속 악마를 통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대악마는 끝없이 다른 차원을 노리는 파괴자에 불과하다.

반면 드낙은 달랐다. 핏빛 알(Blood Egg)은 하급 권속 악마에 불과하다. 계속해서 알을 까고, 성장하며 중력 철사에게 생명력을 전해주는 용도로 살아가는 생명체고, 동시에 계속해서 종족 번식을 할 수 있다. 철저하게 보호받으며 살게 될 삶이 다.

핏빛 알은 인간의 가축처럼 그 삶이 비슷하나, 식물과 흡사한 존재다. 알 내부는 생명력이 존재했지만, 생명체가 아니었고, 알 표면과 그밖에서 일어나는 생식 활동이 진짜 핏빛 알의 본체다. 내부의 생명력은 중력 철사의 핏줄이 스며들어서 흡수하는 용도에 불과했다.

그 덕에 코어의 주변 바닥은 그로테스크했다. 핏빛 알의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 굵은 해초처럼 생긴 권속 악마가 자리 잡았고, 피거품이 일어난 자리에 드낙으로부터 잉태되어 나온 핏빛 알이 다닥다닥 붙어 자리를 잡았다. 중력 철사의 인자도 조금 변화시켜서 핏빛 알과 공생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끝낸 드낙의 눈에는 흉흉함이 깃들었다. 악마의 힘을 사용하면 들끓는 파괴 심리가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는 초월의 격에 올라선 인간이기에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태어나면서 악마인 악마와는 달랐다. 다만 드낙은 부족함을 느꼈다.

‘관리자가 필요해.’

권속 악마를 잘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 권속악마 정원사를 두어야겠다. 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104. 에필로그 (12)

“야 뭐 해? 주사위 눈이 안 보여? 장님 새끼냐?”

용병이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안주는 당연히 물고기 소금구이였다. 오션 오크들의 공격적인 식량 수출은 먼 대륙까지도 뻗어나가 있었다.

“너 이 새끼, 사기 치지 마라. 어떻게 6이 연달아서 세 번 나오냐?”

“꼬우면 행운의 여신에게 말해야지, 병신아. 왜 나보고 지랄이야? 소매도 이렇게 걷었는데. 왜? 팬티만 입고 상대해 줄까?”

“이 새끼가.”

“개새끼가.”

누가 본다면 자기 자식이 얼마나 호로 개망나니인지 대결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왜 이렇게 시끄럽게 놀고 그래?”

“응?”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에 구경하던 용병도, 사기를 치던 용병도, 사기를 당하던 용병도시선이 홱 돌아갔다.

이 술집엔 남자 땀내만 난다. 그런데 이곳에 있을 리가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쫑긋하고, 감각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순식간에 술집이 조용해졌다.

“뭐야? 뭐하는 여자지?”

웅성거렸다. 그만큼 여자의 미모는 대단했고, 입고 있는 옷도 비싸 보였다. 또한 수행원도 두 명을 데리고 있었는데 둘 다 덩치가 대단한 경호원들이었다.

가만히 서 있음에도, 주변을 틈틈이 두리번거리면서 눈을 최대한 굴려 시야각을 넓게 잡는 것만 봐도 실력 있는 자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대다수의 용병이 두 경호원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미녀는 테이블에 합석했다.

“웃.”

도박하던 용병 둘 다 움찔했다. 아무리 망나니 같은 용병이라도 주제는 아는 법이다.

“하던 거 계속해. 대신, 나도 껴도 되겠지?”

은화를 튕겨서 테이블에 놓는 능숙한 모습에 용병이 작게 말했다.

“판돈은 최소 동화 세 닢인데…….”

“너희는 세 닢. 난 은화 한 닢.”

“좋지.”

돈 벌 생각에 용병 하나가 냉큼 수긍했다. 그 모습에 다른 용병들도 단번에 열이 끓어올랐고 결국 상대 용병도 내빼지는 못했다.

주제도 모르는 개잡종이 더욱 거세게 짖기 마련이다. 용병들은 자존심이라는 게 없어서 시도 때도 없이 그 자존심을 찾으려고 박박 고함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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