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39화 (1,03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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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 시압 티사브와 늙은 주술사 타타리브, 벨룸 퓨에르 위계서열 13위의 이사크는 ‘방패, 방패’를 제법 오랫동안 지르고 겨우 방패 가문의 대저택으로 들어설 수있었다.

‘유치할 정도로 오래된 관습이야…….’

이사크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단순한 단어를 외치는 구호를 가문의 명예로 생각하는 거친 방패는 대단히 오래된 필멸자임이 틀림없다. 필멸자라고 하기에는 단어의 선택이 잘못 되었다고 할 정도로 불멸에 가까운 삶을 산 것 같았다.

‘대해 프로젝트는 식량 대혁명이 될 수 있다.’

몸집이 커지면 더 많은 영향력과 자원을 받을 수 있다. 그중에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하는것 또한 용인될 것이다.

내부적으로 논공행상을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다. 공공사업에 뛰어들어 큰 이득을 본 뒤에 성과금을 내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정부각처에서 세금을 두고 경쟁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겠지.’

전사 계급이라도 대장장이는 대장장이고, 드워프는 드워프다. 해상과 해저에서 활약할수 있다. 중립신에 의해서 99%의 나가들이 죽었고, 나머지 1%는 초월자의 반열에 오른 드낙에 의해서 깔끔하게 청소되었다.

사냥꾼의 재능을 지닌, 완전한 초월자의 손을 피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느긋하게 일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드낙의 눈.’

그분의 눈. 그걸 봤다. 분명 성과가 낮은 벨룸 퓨에르 한 명을 에르하르트의 옆에 앉힐 생각을 하는 게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이사크는 운이 좋았다. 그가 괜히 행운의 이사크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나만 아니면 돼!’

이사크는 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동시에 오크와 드워프와 협력하여 대식량 시대를 열생각을 가졌다. 그중에 일부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베푼다면 드낙이 크게 기뻐할 것이다.

‘일이 잘 풀리면 사업체를 내서 위임을 통해서 더 큰이득도취할수있겠지.’

이사크의 머리가 굴러갔다. 공공사업에서 안전하게 성공한 다음, 사업체를 만들어 그 일감을 배분하여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큰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목표는 세금으로 금궤를 수천 궤 내는것.’

그 정도로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면 엄청난부를 쌓은 것과 같은 말이다. 동시에 드낙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번 돈으로는 다시 사업을 개시한다.’

그 굴레 속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긴다면 드낙은 결코 그를 엘프 신으로 만들 수 없을 터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은 드낙이 딱히 터치를 안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적당히 선만지키면 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간악한 짓이라고 해도 소득을 숨기지 않고 제대로 세금만 낸다면 별탈 없을것이다.

‘이게 내 첫걸음이다.’

그가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바로 멈췄다. 거친 방패가 몸을 돌려고 팔짱을 끼고 한껏 자만심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한쪽 팔을 척 올리며 외쳤다.

“보라! 이 웅장한 무기와 방패를!”

그들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정사각형의 체형으로 만들어진 드워프가 있었다. 대단히 현실적이었는데 턱이 세 개로 겹칠정도로 살이 쪄있었다.

‘드워프가 저렇게 살이 찔 수가 있나?’

대장간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근육이 생길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드워프들이 보더빌더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체형은 정사각형이다.

‘웅장한 무기와 방패?’

그렇게 말하기엔 나무로 만든 몽둥이에 생가죽을 덮은 방패에 불과했다. 생가죽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리 썩기 때문에 계속 교체를 해주고 있는 듯했다. 오크 대전사가 툭 내뱉었다.

“흑염소의 생가죽이군.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산을 타고, 계속 상처가 생기는 놈이라 가죽이은근히 질겨.”

“잘 알고 있군. 역시 내가 인정한 오크다. 이웅장한 방패는 흑염소의 생가죽을 덮은 방패다. 단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엄청난 업적을 달성한 방패지.”

“뭐…라고? 생전에 단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냐?”

동상의 아래에는 명패가 있었고 이름이 적혀 있었다. 드워프를 기리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연도에 마침표 찍혀져 있지 않아서 살아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렇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건 우리 방패 가문의 시조, 과묵한 방패의 동상이지.”

“아직 살아계시는데 동상을 지을 이유가 있나?”

“대저택을 지을 때 그분이 놔두신 것이다. 우리 가문도 이제 덩치가 제법 커졌고, 손님들도 방문하기 시작하니까.”

“아하.”

이해할 수 있었다. 드워프 가문은 우상향을 그리는 회사와 그 방향성이 똑같다. 처음에는 조그만 작업장에서 먹고 자며 일하고, 인정을 받으면 자식 수도 늘어 난다. 드워프는 잘 죽지 않기 때문에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돈이 쌓이고 인연도 넓어진다. 내 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계속 살아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내 대저택까지 짓게 되는 셈이다.

다만 지하 다섯 번째 엘리베이터 중에서도 깊은 32층에 있었다.

“이분께서는 젊어서는 대장간 일을 했지만, 항상 본인만의 꿈이 있었다.”

“그 꿈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꿈이셨다.”

“…….”

게으름뱅이, 한량의 삶을 거친 방패가 노래했다.

“그 결과그분께서는 경비병이 되셨지.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자처해서 했다. 박봉을 받았지만 그래도 행복하셨다. 정말 검소한 분이시지.”

‘엉망진창이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어떻게든 쉴드를 쳐주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 뒤로 우리 방패 가문은 젊은 적에는 열심히 대장간 일을 하고, 그 이후에는 경비병으로 살아간다!”

오크 대전사가 냉큼 주먹을 들어 올렸다.

“방패! 방패! 방패!”

드워프도 냉큼 어깨를 들썩이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방패! 방패! 방패!”

단순했기에 더욱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전투 상황이었다면 제법 멋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림없었다. 무반주 댄스나 다름없다.

“다른 드워프가 열심히 사는 걸 구경하는 것도 즐겨하셨지…….”

그 뒤에 거친 방패가 아련한 눈빛을 보였다.

“지금은 아닌가?”

그 말에 거친 방패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에는 술 만드는 데 정신이 나가셨다. 아니, 대부분의 드워프들이 그렇게 되어버렸지. 어떤 드워프 가문은 농사한답시고 지상으로가버렸으니까.”

“허……. 드워프는 대장장이의 종족 아닌가? 갑자기 웬 술과 농사지?”

그 말에 거친 방패는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손사래를 치며 다시 걸어갔다.

“식사나 하면서 이야기하자고.”

“그러지!”

대전사는 술을 마실 생각에 잔뜩 흥분했다.

‘보통 술이 아니지. 공짜 술이다, 공짜 술!’

공짜 술이기에 기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크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기쁨이다. 공짜 술을 싫어하는 오크는 없다. 술만 가지고 있어도 오크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속담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속담은 속담일 뿐, 오해하지말자.

전사인 오크들은 피아 구분이 확실하다. 인간이라면, 인간의 새끼라도 목을 베어 죽여 후환을 없애는 것이 오크들이다. 종족이 다르다는 건 그런 뜻이다. 호전적인 종족의 뜻은 칼을 뽑으면 탯줄이라도 잘라낸다는 뜻이다.

“오, 오! 오오오!”

술통이 즐비한 식당을 본 대전사가 탄성을 내질렀다.

“엄청난 규모로군! 이게 다 술통인가?”

“흐흐흐!”

거친 방패가 절로 웃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 기분이 좋아진 거친 방패는 술통들을 모두 지나치더니 구석진 곳에 진열된 작은 와인병을 들어 올렸다. 먼지는 많이 쌓여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가장 최근에 만든 듯했다.

“아니, 이 많은 술통을 놔두고 그걸 주겠다고?”

“보통 술이 아니야! 너도 한 잔 마시면 생각이 달라질걸?”

“무슨 술이길래?”

“이스핀 산딸기 주지. 뿔 쥐를 통해서 싼값에 풀린 적이 있는데 경비병인 우리 가문이 안살수가 있나?”

싸면 일단 사보는 게 그들이었다. 할 일도 그냥 검문하는 것이라 그냥 많이 산 것이다. 다른 경비를 서던 가문원도 샀기에 방패 가문은 가장 많은 이스핀 산딸기를 보유한 가문이었다.

쪼르르륵.

“이귀한걸 줘도 돼?”

“괜찮아, 괜찮아. 아직 많고, 지금 이스핀 명예 드워프가 산딸기 주를 만들고 있으니까. 공적 이스핀 산딸기 주를 드워프 제국에서 판매할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이사크는 한 번은 체면치레했지만 대전사는 그냥 따라주자마자 바로 마셨다.

“다른 산딸기 주랑 똑같은데?”

“이 맛을 전혀 모르네.”

그 모습에 거친 방패가 그 말을 헛소리로 치부했다. 그러고는 대전사가 한 모금 마신 산딸기 주를 빼앗아서 자신이 마셨다.

‘제대로 된 맛도 모르는 놈에게 줄 수는 없지.’

“크으으으응! 이 맛이제에에에에!”

드워프는 눈을 까뒤 집으면서 전신을 파르르떨었다. 이스핀 산딸기 주는 마시면 마실수록드워프 몸과 더욱 잘 호응이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이스핀 산딸기 주와 호응이 대단했다. 흡수율 또한 다른 술과는 다르게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드워프만 맛있는 것 같네. 난 그냥 술통이지!”

대전사는 주인 허락도 없이 술통을 하나 뚜껑을 통째로 뜯어내고는 단숨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안주 하나 없는 미치광이 술판이 벌어졌다.

그 속에서 이사크는 최대한 절주하며 기회를 살피다가 이내 거친 방패에게 본론을 꺼냈다.

“대해 프로젝트라고 세 종족이 하려는 식량계획이 있다.”

“그건 이스핀 산딸기 주를 많이 만들 수 있나?”

제법 취기가 오른 거친 방패의 말에도 이사크는 능숙하게 대처했다.

“산딸기 주는 과일로 만들지. 과일은 식량이고. 근데 대해에서 나오는 식량이 훨씬 값이 싸면 배고플 때 산딸기를 먹을까, 바닷고기를 먹을까?”

“음…….”

거친 방패가 우물쭈물했다. 사실 그는 ‘배고프다’라는 감각을 느낀 적이 없다. 유기체인데 유기체의 특성을 지니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생명체는 이사크와는 현격히 다른 종류의 종족이었다.

“바닷고기를 먹겄!지. 대신 남는 거로 산딸기 주를 더만들겠지.”

“그렇게 되나?”

“먹는 게 남는 거니까. 그걸로 산딸기 주를 만드는 거라고. 대해 프로젝트는 식량 대혁명을 바다에서 이룩하는 거라니까.”

그제야 거친 방패가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경비를 서고, 전사 드워프라고 해도 그들이 지닌 종족 값은 대단하다. 그 흐름에 올라타면 속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사크는 산딸기 주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거친 방패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근데 대해 프로젝트라면 바다에서 활동할텐데, 드워프에게 원하는 게 뭐지?”

“해양괴물 때려잡는 데 드워프도 좋은 선택이죠. 대포처럼 쏴서 근접전 한다든가…….”

미친 소리였지만, 가능성이 있는 말이었다.

“양식도 해볼 생각입니다.”

“양식?”

“예, 통나무를 연결해서 띄워놓고 그 아래에 밧줄을 길게 내립니다. 거기에 이제 해조류를 걸쳐놓으면 증식하겠죠.”

말린 미역은 훌륭한 먹거리다. lOOgOl 10인분이니 말 다했다. 이를국민 먹거리로 만든다면, 어마어마한 식량이 만들어진다. 고기 살점이 붙은 뼈를 넣고 끓이면 슬럼가에서도 든든히 먹을수 있다.

대예언에 대한 아주 상세한 것도 이야기해줬다.

아무리 대저택을 보유한 가문이 라고 해도 결국 방패 가문은 전사 가문이고, 경비병들이 많았기에 상세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

쉐도우 위스퍼는 서서히 상업 정보 단체로 탈바꿈되고 있어서 치안이나 정말 필요한 정보 외에는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서 정보를 다르게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양식 경비병이 되면 좋은데?”

“역량과잉 같은데…….”

“박봉이라도 괜찮아. 바다를 보며 경비 서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오히려 술이 당길 것 같은데? 하하하!”

거친 방패가 배에 올라탔다. 그는 수많은 가문원에게 이야기하며 그들을 조개 항구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성공적이었다. 조개 항구에는 대장간 일을 하는 드워프도 없었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의외로군. 바다를 보며 술 한 병 비우는 게 그토록 좋은 일인가?’

이사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도 경비병을 자처하는 이들의 명예가 너무나도 가벼워 보였는데, 그들은 그 가치를 드높이기 바빴다.

반면 오크 대전사는 이 자리를 대단히 명예스러운 자리로 여기고 있었다.

‘전혀 모르겠군. 경비병 가문이 뭐가 저렇게 좋다고 저러는 거지?’

그로서는 100번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엘프는 대단히 주관적인 존재다. 서로 토의를 통해서 남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혼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엘리트에게 있어서 서빙하는 직원은 그저자신의 시간을 충실이 여기지 않은 게으름뱅이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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