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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낙은 드워프 제국에 단번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이사크의 영향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 백색 빛 엘프들만큼 많은 마력 자원을 보유한 곳이 없다. 이사크 시장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충분히 많은 역량을 손쉽게 펑펑낭비해도 될 정도의 위치에 올라 있었다.
남들에게 먹을 것을 떼어주기도 하지만, 결국 권력이라는 것은 그것을 사용했을 때 재미난 법이다. 드낙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워커홀릭도 좋지만 이를 누려야 한다.
도시를 관리하는 자는 남다른 대우를 받아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게 제라스처럼 살고 싶지 않아 할 것이다. 실제로 게제라스는 밑에 사람을 많이 거느리게 되면서 많이 편해졌다.
부사장이 있는 이유는 ‘사장이 게으름을 피워서’라는 말처럼 엘리트도 어느 정도 자기 삶을 재밌게 살 필요가 있다.
전쟁 이후에 많은 인력이 올라오면서 이사크는 자연스럽게 관리직의 면모를 띠게 되었다. 명령만 하는 왕이 되는 셈이다. 업무를 끝내고 공간이동을 통해서 갑자기 항구에 가서 신선한 해산물을 먹는 것. 그런 것도 가능했다.
“커흠!”
이사크가 거드름을 피웠다. 드워프 전사가 지키고 있는 공간이동 마법진 중에서도 고위관리만 이용할 수 있는 마법진을 썼기에 대기 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단단히 밀폐된 곳을 빠져나왔다. 드워프 제국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산의 중턱이다.
“왜 이렇게 멀어?”
“드워프 제국은 드워프 손길이 닿은 곳이라마법적 처리가힘들거든.”
아티팩트가 가득 있는 곳이라 리스크가 존재했다.
벨름 퓨에르 이사크는 사족을 달았다.
“드워프들의 고집이기도 하지.”
“이상한고집이네.”
그렇게 말한 대전사의 눈이 좁아졌다. 드워프 제국이 있는 산맥의 앞에 기괴한 것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저게 뭐야? 아는거냐?”
대전사의 말에 그들의 시선이 먼 곳으로 향했다. 스팀으로 구동되는 기차를 바라보던 눈이 옆으로 움직였다. 그것은 멀리서 봐도 형태를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강철이었다. 그 강철은 정사각형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저게 무엇인가?”
이사크도 모르는 것이라 기차에 연료를 넣고 있는 드워프에게 물었다.
“큐브인데, 벨룸 퓨에르도 모르는가 보지? 하하하!”
드워프가 재미난 지 웃었다. 각성제를 잔뜩빨아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도 즉흥적인 모습이었다.
“큐브?”
“그렇게 부르고 있지. 난 바쁘니까 그만 물어! 요즘 카드 덱 만드는 데 머리털이 뽑힐 지경이라고! 이번에 반드시 이겨야 해!”
이사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놈의 카드. 다 불태우고 싶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많은 취미 놔두고 카드놀이라니. 이사크는 카드놀이가 어른이 할 놀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소형 기차에 올라타 큐브에 대해서 논의했다. 척 봐도 보통 건축물이 아니었다.
“새까만 부분이 있는 것이 초월자의 힘이 들어간 것같은데.”
“재질은 강철로 보였는데 검다는 것만 봐도 초월의 힘이 깊게 들어간 것이 분명하지.”
무엇 하나 알 수 없었다.
칙칙! 푹푹!
스팀이 뿜어져 나왔다. 강철을 움직이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 드워프 손길을 통해서 개량되었지만 소음은 끝도 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산맥 근처에서 내렸다. 드워프 제국은 지하 제국이었기에 딱히 산맥 위로 올라갈필요는 없었다. 드워프들은 산 내부에 집을 차렸다.
물론 그런 경향은 인구수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해가서 산 곳곳에 우뚝 솟아있는 투박한 건물이 보이기도 했으나, 전부 수도권에서 밀려난 패배자들뿐이었다. 돈이 돈을 모으고, 권력이 권력을 모으듯이 출세를 하려면, 기회를 잡으려면 결국 그곳이 있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격언은 현실 어디에나 적용할수 있다.
드워프 경비병이 입구에서 그들을 검문했다.
“벨룸 퓨에르? 위대한 엘프 아닌가!”
드워프들은 벨룸 퓨에르에게 친근함을 과시했다. 악독한 노괴들을 향해서 혁명을 울부짖은 착한 엘프들이었다. 엘프를 죽인 엘프이기에 자연히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을 무시하고 지내고 실리가 있을 때만 교류를 한 것만 봐도 드워프와 엘프의 예전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경비병이 오크 대전사와 늙은 주술사를 보더니 거침없이 입을 나불거렸다.
“보기 드문 조합이군! 보통 오크 전사는 주술사랑 같이 안 다니려고 자기 가족도 죽인다던데!”
“정말 맞는 소리야! 하루에도 수십 번 그 생각을 하지! 크헤헤헤헤!”
“뭐라고? 으허하하하하! 이거 정말 대단하군!”
드워프 경비병이 배를 움켜잡았다. 무기가 기울어져서 위험해 보였다. 늙은 주술사가 나무 지팡이를 휘둘러서 시압 티사브의 머리를 후려쳤다.
딱!
나무가 울릴 정도로 굉장한 목탁 소리가 났다.
“헉.”
드워프 경비병이 배를 잡고 웃다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어 올렸지만 대전사는 오히려어깨를 좍 폈다.
“간지럽一다!”
“실로 용맹한 전사로군!”
“대전사다.”
“오크 대전사! 오오! 그래서 주술사를 그렇게 데리고 다니는 건가?”
“맞다! 대전사 정도는 되어야 하지!”
경비병은 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거친 방패다! 위대한 방패 가문의 가문원이지! 우리 가문은 드워프 제국이 있을 때부터 길목을 막는 방패로 신념을 지켜왔다!”
“으음! 위대한 가문이군. 그토록 오랜 세월단 하나의 가치를 짊어지고 여기까지 오다니! 할 일이 없으면 우리 가문의 저택을 찾아와라! 지하 32층에 있고 크게 대접해 주겠다!”
“반드시 가겠다. 어떻게 가면 되는 거지?”
“지하 다섯 번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있다.”
“혹시 술이 있나?”
“당연한걸! 뚜껑만 따도 자연스럽게 불이 나는 술도 있지!”
시압 티사브의 입이 벌어졌다. 실로 놀라운술이었다. 얼마나 독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 마신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반드시 경험해 보고 싶었다.
드워프 경비병은 힐끔 주술사를 보며 말했다.
“통과!”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아주 괘씸한 놈이었지만, 늙은 주술사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가기 전에 시압 티사브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부탁했다.
“큐브가 어떤 것인지 물어봐.”
“아, 참!”
대전사가 이마를 손으로 쳤다.
짝!
소리가 아주 크게 났다.
“크흐흐.”
거친 방패가 웃으면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었다. 딱 봐도 각성제였다. 그의 혀가 새파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저 큐브라고 불리는 건축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나?”
“아 저거…….”
거친 방패의 표정이 절로 안 좋아졌다.
“골치가 아파, 아주…… 골치가 아파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네.”
“뭐라고?”
이상한 소리에 그가 재차 물었지만 답변은 비슷했다.
“몰라! 난 전사야, 대장장이긴 한데, 난 전사야! 저런 건 나도 몰라. 아주… 아주 장난이 아냐. 지금…….”
그렇게 말하던 거친 방패가 힐끔 벨룸 퓨에르를 보더니 속삭였다.
“자네들도 조심해. 실력 있는 엘프가 지금 이 시기에 여기에 오다니…….”
“뭐?”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드워프는 손사래를 쳤고, 결국 그들은 갈 길을 계속 갈 수밖에 없었다.
“왕의 가문이라 불리는 산맥 가문 중에 친분이 있는 드워프가 있다. 수천의 드워프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기에 드워프 제국이 안 나서 더라도 프로젝트는 시행할 수 있다.”
“그 정도면 정말 대단한 드워프 왕족 아닌가? 이름이 어떻게 되지?”
자신이 아는 드워프일 수도 있다.
“든든한 산맥이라 불리는 자인데, 드워프 제국 밖으로는 잘 나가지 않는 왕족이 다. 전쟁에도 참여를 안 하고 보급만 도와줬지.”
“대단히 보수적인 자로 보이는데.”
그 말에 벨룸 퓨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만을 위해서 일하는 자지. 그 덕에 많은 드워프가 그를 따르고 있어.”
이기적인 드워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자가 대해 프로젝트를 도와줄까?”
“도와줘야지. 나한테 빚이 있거든.”
그가 빙긋 웃었다. 비록 이사크는 벨룸 퓨에 르 위계서열 13위에 불과하지만, 그 또한 엘리트 중엘리트다.
이들 셋은 지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드워프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꺼어어억!”
자기 몸만 한 높이의 술을 두고 트림을 하면서 마시고 있는 드워프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마법 장치를 통해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엘프 제품이다. 거의 50편에 달하는 연극이지.”
마법 시야에서 보이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이사크가 대답했다.
엘프들의 문화 침공은 드워프 제국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다. 드워프들이 보는 건 엘프의 것이었고, 그들이 먹고 있는 건 지하 연합이나 인간들로부터 가져온 것이었다.
그 덕에 드워프 제국은 상업이 대단히 발달했다. 지하였기에 식량도 보관하기 좋아서 끝도 없이 상인들이 찾아왔다. 무조건 구매하는 드워프들의 호방함도 한몫했다.
“한잔하겠는가! 오크 전사!”
그중에서도 특히 대전사는 드워프들에게 매번 붙들려서 술을 받아야 했다.
“내 전우 중에 용맹한 오크가 있었지. 그는 자기보다 몇 배는 강한 놈에게 돌진했고, 놈의 팔을 베고 죽어버렸지. 지금도 그 모습이 기억난다.”
“오크는 결코 적을 향해서 물러서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대전사는 우직하게 그 술을 받아서 단숨에 마셨다. 죽은 오크의 명예가 달린 일이기에 결코, 거부할 수 없었다. 늙은 주술사는 그 속에서 오크들의 명예를 위해서 기도했다.
많은 드워프들이 오크 대전사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이번 전쟁에서 오크 전사들이 가장많이 희생되었다. 그들은 때로는 드워프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들을 대신해서 돌격하며 앞으로 나아가 적과 함께 죽었다. 그 생명이 불살라지는 광경을 본 드워프라면 오크를 보고 결코 지 나칠 수 없었다.
“대전사라고? 그렇다면 이걸 받아주게. 내마음이다.”
팔이 잘려서 지금은 팔을 회복하는 데 전념하는 드워프가 무언가를 건넸다. 우둘투둘하고, 흠집이 많은 금으로 된 목걸이였다. 그 속에는 굉장히 투박한 솜씨로 공중 괴물의 다리가도끼에 잘리는 광경이 새겨져 있다. 이름도 적혀져 있었다.
“모토 파랴(Moto phala).”
“날 구한 오크 전사의 이름이지.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 날 낚아챘는데, 그가 날 도와줬지.”
대전사는 결국엔 거대한 상자를 짊어지게 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선물을 받아서였다. 오크 대전사는 이 모든 걸 받아야 할 오크에게 건네주겠다고 맹세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겨우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는데, 물소리가 나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엘리베이터가 물과 관련된기술로 쓰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종종 스팀 소리도 들려왔다.
“정말 시끄러운 장치로군.”
대전사가 혀를 찼다.
엘리베이터의 표면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도 보였고, 습기도 대단히 높았다. 물론 엘리베이터 입구 양옆의 화덕이 있었고, 표면도 대단히 뜨거워 보이는 무쇠로 되어있어서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키고 있었지만, 조족지 혈이다.
숫자 5가 적혀 있는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려고 했는데 그곳에서 어둠이 피어올라 왔다.
‘웃?!’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뒤로 물러서 무기를 뽑아 들었다.
환상이 살아 숨 쉬는 곳이 이 세계였다. 언제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특히 지하에 똬리를 튼 드워프 제국은 곳곳에 어두운 존재들이있다.
드워프는 상관없고, 그냥 맞서 싸워서 격퇴하지만 늙은 주술사는 추I약하다. 이를 지켜야하는 게 대전사와 이사크였다.
“안녕? 벨룸 퓨에르가 여기는 무슨 일로 찾아왔냐? 도시 짓는 거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드낙이 손을 경박하게 흔들며 빙긋 웃었다.
“그르믉?!”
이사크가 기겁을 하더니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며 땀샘에서 식은땀이 튀어나왔고 오한이 그의 몸을 훑었다.
위계서열 3위에 빛나는 용기의 에르하르트는 시장도 되지 못하고, 엘프 신이 되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지금 폐인처럼 살고 있다. 그 용맹했던 에르하르트도 신의 반열에 오르고 싶은 건 아니었다.
드낙의 아래에 있어도 엘프들은 대체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다. 태어남과 동시에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그만큼 크나큰 이점이다. 100% 당첨되는 복권인 셈이다.
그 덕에 엘프들은 다른 종족과는 확연하게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오죽하면 신이 되는 걸 싫어하겠는가? 어차피 태어나기만 해도 가히 불멸에 가까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