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35화 (1,03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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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 시압 티사브와 늙은 주술사 타타리브는 공간이 동을 통해 곧장 엘프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쿤텐티자 (kuntentiza) 도시다.

엘&오 연합이라는 말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기에, 두 종족이 교류를 안 할 리가없다.

특히 한 번 물갈이가 된 엘프들은 대단히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 드낙의 눈치를 본 것도 있지만, 종족이 다르다고 배타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종족 명을 백색 빛 엘프라고 새로이 한 것만 으로도 엘프들의 자정작용은 뛰어 나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도 배타적인 엘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으므로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행복의 이사크라 불리는 벨룸 퓨에르는 시압 티사브 대전사와 친분이 있었다. 그들이 행복의 도시라 불리는 쿤텐티자에 온건필연이다.

“쿤텐티자 도시에 온 걸 환영합니다.”

담당 엘프가 고개를 까딱거리 며 그들을 환영했다. 태도가 건방졌다. 상투적인 말을 들으며 오크 둘은 공공도시의 면모를 두 눈에 담았다.

“어마어마하군.”

“오크도 이렇게 계획적으로 도시를 지어야 하는데.”

“대로는 계획적으로 짓지 않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멍청한 전사놈아!”

“멍청한 대전사라고 말해야지!”

시압 티사브는 스스로를 대단히 사랑하고 있었기에 누가 놀리든 말든 마음에 그 어떤 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농담이다.

“저걸 봐라.”

주술사가 지팡이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거대한 숲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제대로 된 숲이라 할 수가 없었지만, 숲을 만들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도시에 숲을 만들다니.”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도시란 무엇인가.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곳이다. 그곳의 땅은 다른 곳의 땅보다 가치가 높기에 도시에 숲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사치스러운 짓임은 틀림없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병신아.”

늙은 주술사가 신랄하게 그 말에 욕지거리를 날렸다.

“아니, 저기에 다른 걸 지으면 더 이득을 볼텐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숲은 왜 짓는 것인지……. 저길 봐 호수까지 짓고 있네.”

거대한 구덩이에 물이 담겨 있었는데, 진흙탕으로 보였다. 인공호수를 만드는 작업은 대단히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loot 물을 담은 대형 우물도 관리하기 빠듯하다. 하물며 호수는 더하다.

“으이그! 으이그! 저 정도로 하는 이유가 뭐겠냐?”

“모르겠는데.”

“행복을 위해서다. 행복의 이사크가 괜히 이도시를 맡은 게 아니지.”

쿤텐티자의 공공정원은 벌써 유명하다. 그계획서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건설 지도를 볼 줄 안다면, 그 계획의 결과물도 가늠할 수있다.

타타리브 주술사가 엘프들을 괜히 대단히 추어올리는 게 아니다. 오크들의 도시는 난잡하다. 질서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혼란의 난장판일 것이다.

“보통 공공정원과는 확연히 다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도시의 중심부를 원형으로 둘러싸는 거대 원형 공공정원이지. 아마 경계선은 지금보다 더 넓을 것이다.”

“그건 도시 라고 할 수가 있을까?”

“엘프들의 규모를 생각해라. 작은 공간에 탑을 쌓아 올리면 그만이다.”

말을 딱 마쳤을 때, 그들의 앞으로 드워프가 지나갔다. 굉장히 큰 드워프였다. 정사각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신체 비율을 지니고 있어서 눈에 확 뜨일 수밖에 없었다.

“드워프가 있네?”

“고용된 것처럼 보이는데.”

왜 고용되었는지 대단히 궁금했다. 지나가는 엘프에게 물어보았지만, 수확은 없었다. 대신, 공공정원에 대한 걸 들을 수 있었다.

“행복을 위한 곳입니다. 쿤텐티자 도시의 시민권을 가진 이는 달마다 은화 한 닢만 내면 무한히 즐길 수 있습니다.”

“외부인이라면?”

“은화 다섯 닢은 내야 할 겁니 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합니다.”

박물관부터 시작해서 다양하게 즐길 것들을 때려 넣는 곳이 될 것이라 말했다. 문화의 총집합인 셈이다.

오크는 이곳의 시장이자 벨룸 퓨에르인 이사크와 걸어가며 두런두런 말을 나누었다.

“다른 도시도 제각각 특색이 있을까?”

“있겠지. 없을 수가 있나. 벨룸 퓨에르들은 하나같이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니까.”

시압 티사브가 멈춰 섰다. 엄청난 구조물을 봤기 때문이다.

“저건 철로인가?”

그것은 철로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거대했다. 동시에 지상 위에 다리를 만들고, 이를 다시 둥근 구조물로 가리려고 하고 있었다.

“이동 수단이겠지. 엘프들은 열일곱 개의 도시로 나뉠 테니, 교통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겠냐? 가자.”

“아니, 잠깐만. 저렇게 거대한 이동 수단이 대체 어딨다고?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엘프들이 알아서할 일이지.”

타타리브가 그를 강제로 끌고 갔다. 저 거대한 운송 구조물에 매료된다면 조개 항구에 저런 걸 세우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배보다배꼽이 크게 될 일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은화 다섯 닢.”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는 이사크를 만나러 간다니까. 공공정원에 아무런 볼일도 없다고.”

“공공정원에 들어가려면 은화 다섯 닢은 내셔야 합니다.”

엘프 경비병이 거듭 말했다. 이사크가 있는 중앙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공공정원을 지나가야 했는데, 그럼에도 돈을 내야 했다.

“고블린이 강철똥 싸는 소리를 하고 자빠졌네.”

시압 티사브 대전사가 으르렁거렸다. 타타리브는 그를 막지 않았다. 그 또한 분노가 대단했다.

“내가 인마! 너희 시장이랑 밥도 먹고! 같이 취미도 하고! 이 새끼야!”

대전사가 고함을 질러대며 소란을 피웠는데, 어찌나 시끄러운지 다른 이들이 멀리서도 이를 볼 정도였다.

“아직 완공도 안 되었는데! 은화 다섯 닢? 야, 이 도둑놈 쉐끼들아! 와이번 변에 바퀴벌레무쳐서 씹어먹는 더러운 새끼들!”

“아, 알겠습니다. 그냥 지나가십시오.”

지금까지는 잘만 돈을 받아서 세수를 높이는 데 썼는데, 이번에는 아닌 것 같았다. 시압티사브가 고개를 빳빳이 들며 지나갔다. 타타리브도 이를 따랐다. 하지만 이내 경비병 중 하나가 떨어져 나와서 가림막을 건넸다.

“이건 왜?”

양옆의 시야를 차단하는 가림막 안경이었다.

“공공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다섯 닢입니다. 아니면 이걸 쓰고 시장님을 만나러 가셔야합니다.”

‘이게 무슨?’

황당하기가 그지없었다.

“써.”

“주술사, 이걸 쓰라고?”

“그럼 네 돈을 내든가. 난 못낸다.”

오크들은 저축을 하지 않는 생명체다. 술 마시는 데 써야 하기에 이런 곳에 쓰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오크들은 말에 씌우는 가림막 안경 같은 걸 쓰고, 경비병으로부터 안내를 받았다.

“흐흐흐!”

가는 내내 대전사가 낄낄거렸다.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어서였다. 특히 늙은 주술사 타타리브는 귀에 힘이 없어서 자꾸 고쳐 써야 했다.

“아우 씨.”

주술사가 욕을 할 때마다 대전사는 킬킬거렸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벨룸 퓨에르, 이사크와 마주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군. 조개 항구에서 배를 만들어줄때 봤었나?”

“그렇지.”

벨룸 퓨에르도 파견 엘프 노릇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나부터 해야 다른 이들도 불만이 없다. 엘프는 특히 더했다.

“잘 지냈냐?”

대전사의 말에 이사크가 고개 가볍게 흔들어대었다. 표정은 행복해 보였지만, 속은 아닌듯했다. 항상 미소를 짓고 다니는 이사크였기에 의외였다.

“그렇게 죽을 맛이야?”

“엘프를 열일곱 개 도시로 이주를 하는 게 쉽다면, 말이 안돼.”

도시 또한 새로 지어야 한다.

“근데 왜 죽을상이 아니라 웃는 상이야?”

바빠서 죽어도 인정. 오히려 안 죽는 게 이상하다. 그런데도 이사크는 싱글싱글하다.

“울어봤자 변하는 게 뭐가 있겠어?”

“그건 그렇지만…….”

대전사가 말을 줄였다. 이사크가 무언가 이상해 보였다. 다만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거리를 뒀을때, 편할때도 있다.

그가 주제를 돌렸다.

“드워프가 있던데?”

“그 외에 다른 종족도 많지. 모두 계약을 통해서 온 일꾼들이고, 그들 가족도 있다.”

이사크가 말을 이어나갔다.

“엘프 도시는 이제 엘프만 거주하는 곳이 아니다. 자격이 있다면 쿤텐티자 도시의 시민권자가 될수 있어.”

이사크는 이를 홍보하며 많은 종족을 끌어모았다.

“그중에서도 드워프들이 대표적이지.”

“드워프 제국에서 이곳으로 올 생각을 한 드워프들이 많을 리가 없을 텐데.”

조개 항구에서도 드워프는 보기 힘들다.

“다 방법이 있지. 젊은 드워프들은 드워프 제국을 벗어날 이유가 있으면 충분히 이곳으로 오거든.”

“뭘 줬길래?”

“엘프드림(Elf dream).”

“엘口 드림?”

“자신들의 꿈을 엘프를 통해서 실현한다는 드워프들의 신조어야. 우린 드워프들을 데려오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그들을 위해서 사업 자격증을 부여하고, 작업장과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해. 무이자 임대료를 통해서 장기임대도 가능하지. 많은 수습 기술자들을 투입해서 젊은 드워프들이 대장 노릇을 하게 만든다. 드워프는 수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그런 사회에서 젊은 드워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잘한 것들뿐이 다.”

드워프 제국에는 엄청난 장인들이 고이다못해 썩어 넘칠 정도다.

“그런데, 무슨일로 온 거야?”

“대예언에 대한 정보를 주고, 협력을 꾀하려고.”

그들은 오크 대예언에 대해서 말해 줬다. 실제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너무나도 끔찍했기에 엘프라도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위처럼 단단한 에르하르트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30년 만에 인간의 인구가 110억 명이 된다고? 믿을 수 없군.”

이사크는 놀라워했지만, 진정으로 놀란 H 정은아니었다.

“다른 종족은 더 하겠지.”

종족성이 높다고 개체 수가 낮다고 여기는건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야생에서는 알아서 개체 수가 조절되지만, 문화를 움켜잡은 지성종족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잘 사는 놈은 대를 더할수록 더욱더 잘 살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서특필될 정도로 드물다. 부자가 망하는 건 보기 힘든 일이다. 없는 놈들이 망하는 건 너무 자주 봐서 뉴스거리도 안 된다. 목매달고 죽지 않는 이상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세상은 이처럼 불공평하다. 그게 현실이다. 적어도 엘프는 그 몇 배에 달하는 개체 수를 보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타락이라, 그럴듯하군.”

“인간 외에도 타락하는 소리를 들었다.”

“인구가 많아지면 모두가 100% 순수하다고는 여길 수 없겠지.”

관리도 힘들 것이다. 대책이 필요했지만 까마득하다. 당장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쉐도우 위스퍼까지도 뚫리는 마당에…….

“그래서 생각한 것이 대해(大海) 프로젝트다.”

“대해 프로젝트?”

“오크, 엘프, 드워프가 하나 되는 프로젝트지. 새로운 연합이다.”

이사크는 그 뉘앙스를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넓은 바다 같은 마음으로 오크가 주종족이 되겠다는 생각이겠지.’

나쁘지 않다. 사실 엘프는 드워프나 오크에게 대체로 무난할 뿐 특출난 관계는 아니다.

반면 오크는 호탕함과 무덤덤함 덕분에 여기저기서 불러주는 인싸 중 인싸다. 못생겨도 타고난 기질 덕분에 어디서든 주인공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게다가 드낙으로부터 바다까지 얻어내서 돈도 부족하지 않았다.

“찬성? 이렇게 쉽게 찬성할 줄은 몰랐는데.”

“드워프 말을 들어봐야지?”

“당연히 들어봐야지. 하하하하!”

이들은 하루를 쉬고, 드워프에게로 향하기로 했다.

일이 척척 진행되니, 역시 대예언이라 생각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예언은 신의 기적, 이를 듣고도 오크와 함께 새로운 뭔가를 하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잘 될지는 의문이지.’

벨름 퓨에르는 그들을 배웅하며 냉정한 눈을 했다.

103. 에필로그 (11)

하루를 쿤텐티자에서 지내게 된 시압 티사브와 타타리브는 당장 시장으로 달려갔다. 엘프들의 야시장은 밤마다 열리는 곳으로, 많은 이들이 즐기는 곳이다.

이 야시장의 유래는 엘프 도시에 들어가는것이 제한되면서 밖에서 다른 종족들이 모여살며 만들게 되었는데, 도시 내부에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야시장은 최대한 햇빛이 오래 남는 남쪽에있다.

“영감은 뭘 사려고?”

“범용성 백금 카드. 조개 항구까지는 그 물건이 안 오거든.”

다 소진되어서 아예 물건이 오지 않는다. 그만큼 조개 항구는 먼 곳에 있는 항구였고, 대단하지도 못했다. 그저 그런 동네인 셈이다.

“너는?”

“나? 난 여자.”

“쯔쯔쯔]”

혈기 왕성한 대전사의 말에 늙은 주술사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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