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34화 (1,03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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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大戰士) 시압 티사브(Siabtshav)가 목조 건물에 들어섰다. 원형으로 되어있는 목조 건물에는 많은 주술사가 모여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주문을 읊고 있었는데, 주력을 쏟아부어서 그 주문을 완성하려는 건 아니었다.

건물 내부의 중앙에는 원형으로 된 낮은 단상이 존재했고 그곳에 화덕이 올려져 있었다. 그 화덕의 중심으로 수십 개의 토템이 단상 아래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주술사 하나가 대전사에게 다가와, 바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아, 진짜. 왜 또 그러냐고.”

“이놈의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왜 지각했느냐? 중천이 오기 전에 해야 하거늘!”

“아직 시간이 괜찮잖아. 이미 다른 예언의 전당에서 한 걸 저한테 다시 보여주는 게 뭐가 힘들어?”

퍽! 퍽!

지팡이를 주술사가 휘둘렀다. 나무 지팡이의 두툼한 부분에는 색이 변해 있었는데 그만큼 많은 오크들의 피가 묻었다는 것이다.

대전사는 몇 대 처맞아주면서 걸어갔다. 아파도 별수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에고고. 허리야.”

되레 때리던 늙은 주술사가 허리 통증을 느끼고는 지팡이로 땅을 짚어야 했다.

대전사는 단상에 있는 화덕을 내려다봤다.

이에 주술사들이 불편한 기색을 냈지만,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다.

허리를 두들기며 대전사를 따라온 주술사가 토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대전사를 그를 쳐다도 보지 않고, 화덕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예언을 했다던데 규모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사상 최고였다. 예언에 한 가닥 있는 주술사들이 잔뜩 모였지.”

“노친네는 못 간 걸 보니, 우리 항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겠…….”

퍽!

주술사가 바로 지팡이로 머리를 후려쳤다.

3이년이 넘도록 때려도 장난기를 없앨 수 없었다.

“악마의 군세에 대한 예언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고 한다.”

“이미 예정된 것을 굳이?”

“이제는 역량이 되니까.”

“그래도 30년 동안 일어날 중요 사건을 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뭔 걱정이냐? 드낙이라는 거대한 초월자가 있는데.”

물론 해야 할 일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악마침공의 디테일이다.

“닥쳐! 이제 너에게 보여줄 것이다. 주둥아리 움직이지 말고 화덕에 집중해라.”

“아니, 봤잖아? 어떤 건지는 미리 말해 줘야지.”

“보면 안다.”

주술사가 쥐고 있던 토템을 화덕에 던졌다. 장작만 한 크기의 작은 토템이 화덕의 불꽃에 노출되었다.

화르르르!

화염이 괴이할 정도로 높게 치솟아 올랐다.

그 격류에 휩싸인 대전사가 눈을 부릅뜬 채 대예언을 마주했다. 암전(暗轉)이 일어났다. 녹색 도끼의 존재를 느꼈다.

‘아버지!’

고함을 질렀지만, 음성으로는 튀어나오지 못했다. 그 웅장하고, 태산과도 같은 존재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충분했다.

무시무시한 용맹이 피어올랐다. 죽어서 갈곳이 있는 존재인 오크는 진정으로 강대한 전사다.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졌다. 그곳에서 목소리가들려왔다. 인간의 언어였다. 하지만 알아듣고 있음에도 그것의 억양이 어떤 건지, 신제국인지, 자치 왕국인지 알 수 없었다. 알아야 하는데, 머리에 새겨지지 않았다.

‘무언가가 막고 있다.’

그래도 불만은 없었다. 녹색 도끼가 도와줬기에 이 장면을 볼 수 있다. 동시에 ‘녹색 도끼’와 견줄 수 있는 적이 예언을 방해하고 있음을알게 되었다.

그건 아주 큰 수확이다. 동시에 어떤 내용인지도 알 수 있다는 것. 그것 또한 중요하다.

음울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가? 자유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주어졌지만 결국 우리는 목줄을 찬 가축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 그런 말을……! 쉐도우 위스퍼가 두렵지 않은가?”

“속삭이는 쥐새끼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그 목소리에 깃들어 있는 흉험함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두웠고, 피 냄새를 풍겼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뿔 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 또한 괴이한 일이었다.

“믿지 마라, 믿지 말지어다. 실체를 생각해라, 정말 드낙이라는 존재가 우리 인간들에게 이득인가? 진정으로? 그가 이룩한 것을 봐라. 30년이 지났고, 인구는 벌써 110억 명이 넘어섰고, 식량 자유화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굶어 죽는 이들은 계속 굶주리고, 배급받아도 결국 못 받는 이들이 존재한다.”

“…….”

“XXX. 그대 또한 이를 깨닫지 않았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이 세상 모든 자원은 그가 쥐고 있고, 그가 선심 쓰듯이 나눠준다는 것을!”

“흐으.”

공포 서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봐라. 네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쉐도우 위스퍼도 침묵하고 있다. 그 어떤 초월자가, 그 어떤 단체가 110억 명이 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제 우리는 진짜 자유를 이룩해야 한다.”

“우리 단체에 들어와라.”

“단체?”

“레볼루숑, 혁명의 단체다. 단체 내에서는 그 어떤 속박도 없다. 너는 네가 원하는 혁명을 행하면 된다. 지원도 이루어진다. 후원자들이 존재하지. 자연스러운 사업을 통해서 합법적인 자금이 들어갈 것이다. XXX.”

“혁명의 단체……. 레볼루죵!”

“목줄을 끊어내자. 악마들의 침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누구냐!”

어둠이 들썩였다.

‘아!’

시압 티사브는 자신이 순식간에 그곳에서 멀어지는 걸 느꼈다. 동시에 오싹함이 팔뚝에 돋아났다.

녹색 도끼와 예언에 능통한 주술사들이 모여서 만든 대예언이었음에도 들켰다는 점이다. 지금 자신은 그 ‘대예언’을 다시 반복하는것에 불과했다. 녹화본을 다시 보는 것에 불과했다. 그들이 겪은 걸 다시 보는 것에 불과했기에 그가 들킨 건 아니었다. ‘대예언’ 자체가 발각된것이다.

‘미래가 변하겠군.’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래 봤자 생각의 범주에 들어설 것이다.

동시에 멀어져 가는 내내 수많은 타락과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것은 다양한 종족을 언급하기도 했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둠에 대해서 논했다.

“옆집은 받았어. 근데 우리 집은 못 받았어. 이미 받았다고 하더라고. 근데 옆집 놈보다 적게 받았어.”

복지 받지 못하는 자들.

“저들이 하는 걸 봐. 저들은 매일같이 금궤를 통째로 쓰고 있어. 근데 우리 손에 들어온걸 보 F. 금화 한 닢에 불과하지. 엘프 화폐? 그게뭐지? 빌어먹을 양상추에 싸 먹는 채소 샌드위치?”

가지지 못한 자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집세를 내지 못해 목을 내건 모녀.

“세상을 뒤엎고 싶다. 이 세상은 너무 엉망이 되었어.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야 해! 지금보이는 건 허상일 뿐이야! 진짜 새로운 세계는 반대편에 있어! 뒤집어야 해! 뒤집어야 해!”

이 세상을 저주했다.

“남이 가진 것을 봐라! 우리가 가지지 못한것을 보라! 그들은 정의롭지 못하고, 우리는 가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다. 그들이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하는 것이 다. 그들이 가진 것을 우리가 쥐고, 이를 세상에 흩뿌리자!”

자신도 하지 않았으면서, 남에게는 잣대를 들이밀었다. 정의의 잣대다. 산적 떼도 가지고 있는 정의의 잣대다.

나는 그들에게 한 푼의 돈도 주지 않았지만 다른 자들이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기에 세상이 타락했다고 읊었다.

“흐히히히!”

가지지 못한 이들은 거기에 쾌락을 느꼈다. 무언가를 가진 기분에 휩싸였다. 실제로는 아 무것도 변하지 않았음에도, 실패한 이들은 그곳에서 자신의 새로운 집을 찾아냈고, 이에 환희했다. 동시에 정의를 집행한다는 강렬한 이념에 휩쓸렸다.

들끓는 분노가 그를 훑고 지나갔다. 대전사는 이를 우직하게 버텨냈다. 평범한 인간이 이대예언을 봤다면 이지를 상실했을 터다.

그것은 이내 모든 것이 일그러져 시끄러운 소리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고막이 터져나가고, 귀에 통증이 올 정도로 시끄러워졌다가 단번에 조용해졌다. 수많은 타락이 점으로 변해 사라졌다.

대전사가 눈을 깜빡였다. 후끈한 공기가 통해 느껴졌다. 마치 거대한 동물의 배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피 냄새와 오물 냄새가 뒤섞여서 비린내를 풍겼다.

철퍽.

질퍽거리는 땅의 질감이 느껴졌다. 그가 걸 음을 멈췄다. 대악마(大惡魔)가 그의 눈에 보였다.

대악마는 거대한 체구였다. 가히, 별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비대했다.

아기와 비슷한 소아귀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가 서서히 사라져 갔다.

‘아카타베루.’

자신들의 세계를 향해서 오는 놈이 그 눈에 새겨졌다.놈이 말했다.

“크흐흐흐.”

하늘에서 피의 폭포가 쏟아져 내려왔다. 그피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며 유황이 흩뿌려지며 황색의 안개를 만들어냈다. 그 안개는 금방 가라앉았다.

뼈로 이루어진 날개에서 유황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뼈에는 검은 불꽃도 타올랐다. 누런색의 미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장신(長身)이었으나, 체격은 크지 않았다. 길쭉했다. 입술에서는 온갖 간사한 거짓이 흘러 나왔다. 그중에는 오크들의 녹색 도끼에 대한 신앙을 의심하는 끔찍한 모독도 들어있었다.

분노가 크게 들끓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악마들이 늘어났다. 그중에는 대악마도 존재했다. 모두 축제를 기다리듯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그 숫자는 가히 일백을 넘어섰다.

가장 거대한 아카타베루가 두 팔을 벌렸다. 그 팔뚝에서 소아귀가 떨어졌다. 그것은 다시 뭉치더니 이내 아기의 머리로 이루어진 아룡(亞龍)이 되어 포효하며 날아올랐다.

괴물은 시압 티사브의 코앞을 훑고 지나갔다.

“들어라! 이 빌어 처먹을 악마 새끼들아! 군침을 질질 흘리면서 잘도 여기까지 왔구나!”

잔혹한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세상을 흔들었다. 일백에 달하는 초월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 모두 별의 파괴자들이었다.

“홀로 선 유일한 인간을 모르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가 한 인간에 대해서 노래했다. 하지만 아카타베루가 언급하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홀로 설 수 있을 리가 없다. 인간의 마지막은 언제나 인심(人心). 사람의 마음을 갈구한다.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가지고 있기에 의지할 수 있는건 다른 이였다.

야생에서는 죽을 수밖에 없는 다리 골절임에도 믿고 의지하여 그 겨울을 버텨내는 그 순간처럼, 인간은 홀로 설 수 없다.

“인간의 몸으로 악마를 죽이고, 필멸자의 세상을 펼치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인간이 있다.”

악마들은 그에 대한 언급에 전신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는 인신의 반열에 올랐으며, 별의 파괴자들을 죽여나갔다. 수많은 차원을 정복하고, 그곳에 인간을 번성시켰다.”

인간이 악마를 죽이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무릇, 물건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만물은 영원할수 없다.

인간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어갔다.

“그 엘一 마르토 카一사다민이 죽은 땅이 있다! 위一대한 유산이 있음을 마신이 알려줬다! 그렇다면, 왜 마신은 움직이지 않고 우리에게 맡겼는가! 그 유산을……!”

모든 악마들이 아카타베루를 바라보았다.

모두 답을 원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모른다. 마신의 의도는 알 수 없다. 그러니 내키지 않는놈은 꺼져라.”

이에 90명에 달하는 악마들이 등을 돌렸다. 순식간에 아카타베루의 세계를 떠났다. 나머지 10명이 남았다. 그들 모두 탐욕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엘 마르토 카사다민이란 자가 누구인가. 인간 따위를 데리고 신들의 땅에 도전한 대신(大神)이다. 수많은 악마를 떨어뜨린 인간이다. 그를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그를 배신해서 떨어진 태양이다.

‘그 태양을 주워 먹는다면.’

그 태양의 파편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 빛을 단 한 줌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검은 태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악마는 너무나도 강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절대 지배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검은 태양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대한 악마가 된다면, 악마들의 태양이 될 수 있다. 정체되어 있던 악마라는 초월종족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

서서히 모든 것이 검게 변해가고 그 소리조차도 작아졌다. 대예언이 끝났다. 녹색 도끼는 보여줄 것들을 충분히 보여줬다.

깨어난 대전사 시압 티사브가 눈을 깜빡였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적의 군세는 오크 대전사조차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아버지가 나를 보고 계신다.’

녹색 도끼는 자식이 힘든 세상 풍파에 휩쓸란다고 도와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 다고 도망치지도 않는다. 그저 끝까지 자식이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하하하하하!!”

대전사가 크게 웃어 보였다. 허세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오크 주술사들은 클클거리며 웃었다. 멸망이 앞에 있다면, 인간들의 행동은 열이면 열, 백이면 브덕. 전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오크들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신(神)이자 아버지(父)가 그들의 등 뒤에 존재한다.

“엘프에게 가겠다. 나 홀로.”

“어딜 혼자 가려고? 나도 가겠다.”

늙은 주술사가 나섰다. 대전사와 주술사는 항구를 버리고, 엘프들에게로 향했다. 공간이 동 마법진이 준비되어 있었다. 동시에 다른 주술사는 대예언을 모든 종족의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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