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32화 (1,03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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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에필로그 (10)

툭!

강하게 누군가가 로니의 어깨를 쳤다. 겨우그것뿐이지만 로니는 몸을 크게 들썩였다. 검을 잡기 위해 손을 아래로 내렸지만 검은 이미반납했기 때문에 잡히는 건 없었다.

손이 허공을 잡아챘을 때, 로니는 끔찍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각했다. 동공이 크게 수축하며, 두려움에 전신이 벌벌 떨렸다.

“로니 아니냐! 그하하하하하!”

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업적을 펼쳤다. 세상이 보면 그저 몇 명 구한 것뿐일 테지만, 징집병 수준으로는 혁혁한 공이다. 그 덕에 로니는 현역으로 종사하기를 종용받았다.

“술이나 한잔하자. 내가 살게.”

“예? 아뇨 괜찮습…….”

로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티심 타우스라는 오크 전사가 멱살을 잡고 그대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반항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무슨 말을 해도 들어 먹지 않아서였다.

로니는 오크 전사의 무식함은 전쟁에서 충분히 느꼈다. 그들은 자기보다 덩치가 크거나 다수를 향해서도 우직하게 돌진한다. 그 오크전사들의 모습에 로니는 부끄러움을 느끼기도했다. 오크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없어서였다.

이제는 그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자신은 그것에 잡아먹혔기 때문이다.

‘평생 괴로워하면서 살게 되겠지.’

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업적을 펼쳤다. 세상이 보면 그저 몇 명 구한 것뿐일 테지만, 징집병 수준으로는 혁혁한 공이다. 그 덕에 로니는 현역으로 종사하기를 종용받았다.

“술이나 한잔하자. 내가 살게.”

“예? 아뇨. 괜찮습…….”

로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티심 타우스라는 오크 전사가 멱살을 잡고 그대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반항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무슨 말을 해도 들어 먹지 않아서였다.

로니는 오크 전사의 무식함은 전쟁에서 충분히 느꼈다. 그들은 자기보다 덩치가 크거나 다수를 향해서도 우직하게 돌진한다. 그 오크전사들의 모습에 로니는 부끄러움을 느끼기도했다. 오크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없어서였다.

이제는 그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자신은 그것에 잡아먹혔기 때문이다.

‘평생 괴로워하면서 살게 되겠지.’

로니는 잠에 빠져들어도 갑자기 느껴지는 불안감에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악몽을 꾸기도 한다. 이상할 정도로 모든 걸 파괴하고 싶고, 자해하고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마음속에서 새어 나와서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

탁.

의자에 앉히고, 티심 타우스가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여기 독한 술로 네 병!”

“예!”

종업원이 냉큼 외쳤다. 티심 타우스는 앉자 마자 로니의 손등 아래로 난 자해의 흔적을 볼수 있었다.

“뭐냐?”

“아……. 너무 신경질이 나서 긁어서 생긴상처요.”

“으휴!”

오크 전사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로니는 그의 은인이다. 은인이라고 목숨을 걸거나 자기 전 재산을 줄 수는 없었다. 그건 소설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인이 괴로워하는 것을 가만히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셔.”

“안주가 없는데…….”

“새끼.”

서로 빙긋 웃으며 킬킬거렸다. 하지만 이내로니의 표정은 서서히 없어져 갔다. 모든 것에 의미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지내냐? 공을 제법 세웠잖아.”

“두둑하게 챙겼죠. 은행에 집어넣고 오는 길이에요.”

근황을 나누며 술을 기울였다.

“끄으…….”

한 모금만 마셔도 목이 타는 기분에 로니가 기분 좋은 신음 소리를 냈다.

이거다. 이 파괴야말로, 나를 위해서 있는 것이다.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독한 술을 마시는 건 괴로운 일이었고 그건 로니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겁니다. 더는 무기를 잡고싶지 않아요.”

“그런가.”

“현역으로 종사하라는데 걷어찼죠. 씨발, 여기에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아요. 예전으로 그냥, 그냥 돌아가고 싶고…….”

“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와 함께 왔었던 친구들…….”

로니는 자신을 휩쓸고 있는 칼날들에 대해서 말했다. 오크 전사는 이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타심 타우스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너처럼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거기서 다시 살아가겠지.”

“그런가요.”

너무나도 담담한 말이었다.

‘바위 같다.’

순식간에 술병 세 개가 비워졌다.

“로니, 너희 인간들은 오크 전사가 가진 것들을 가지고 싶어서 수없이 고민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병사의 신념’이라 불리는 것이다. 징집병도 분명 받았을 텐데?”

“그거요?”

로니가 가볍게 대꾸했다. 정신 강화를 위한 커리큘럼 중의 하나였다. 그걸 외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장난을 쳤던 짧디짧았던 임시 훈병 시절이 기억났다. 로니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의 정신은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그의 마음은 피로 가득 부풀어 올라 있었다. 조금만 건드려도 피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제기랄.”

로니가 억지로 욕을 해대며 자신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것은 수컷이 할 수 있는 가장 큰허세다.

“그딴거, 알게 뭡니까?”

“알아야지. 지금 네가 겪는 고통이 만들어낸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넌 결코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어.”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요? 그게 뭔지는 알아요?”

로니는 바위 같은 오션 오크를 봐왔다. 그들이 자신의 연약하게 바스러져 가는 걸 알 거라고 여겨지지는 않았다.

“모를 리가 있나. 나 또한 형제가 있다. 로니. 그저 단단한 바위라고 생각했으면 큰 오산이다.”

“…절 동정하는 겁니까.”

“너에게 오크의 지혜를 알려주는 까닭은 네가 내 목숨을 구했기 때문이 다. 다른 인간이 뒈지든 말든, 아무 상관 없다.”

티심 타우스가 창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곳으로 로니의 눈이 이어졌다.

창밖에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그저 평범했다. 조용한 침묵이 길어지고 이내 로니가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저게 왜요?”

“일상은 아무렇지도 않지. 때로는 너무 무가치해 보인다. 넌 저걸 지키기 위해서 징집병이 된 거다.”

그냥 하루. 그 하루를 위해서 그의 불알친구는 죄다목이 달아났다. 지독한 일이다. 게다가 서로 남남이다. 남을 위해서 죽은 친구들의 넋은 원한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들었다.

“너희 마을도 마찬가지로 일상을 지킬 수 있겠지?”

“쓸데없는 개죽음인 것 같아요. 그 누구도 우릴 상관하지 않겠죠. 상관하더 라도 감사의 말한마디뿐이죠.”

그것을 위해 죽을 가치가 있을까?

‘모르겠다.’

로니는 모르겠다.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잣대를 내밀어도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인간은 이성적이지만 동시에 감성적이다. 그렇기에 자기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건 어려운일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답이 아니다.”

“그럼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쾅!

로니가 신경질을 냈다. 마음이 답답해져서 그냥 미친 듯이 뭔가를, 뭔가를 해야만 했다. 그저 계속 달리거나, 이 답답한 마음을 풀 것이 필요했다. 벽을 주먹으로 때리고 싶은 충동마저도들었다.

‘주먹에 멍이 들면 조금은 풀어지지 않을까?’

“쓰러진 병사들의 시체 위에 쌓아 올려지는게 저런 거라는 거다.”

“저런거…….”

“예전으로 돌아갈 뿐이지. 시체 위에서 걸어가고 있는데 저들은 그걸 모를 뿐이다.”

“그냥 그런 거라는 겁 니까?”

“그래, 그냥 그런거다.”

로니가 킬킬거렸다. 지독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다음은요?”

티심 타우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할지는 네 마음대로지.”

“티심은 뭘할 건데요?”

“나? 나는 뭐 결혼이겠지? 이번 전쟁에서 할아버지가 죽었거든. 자식은 할아버지를 닮는다는 말이 있어서.”

로니는 다른 말은 하지 못했고, 이내 눈물을 흘렸다. 흐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로니 또한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나 같은 자식을 낳고 내가 해보지 못한 걸 자식이 누렸으면 좋겠다.’

전쟁에서 죽지 않은 친구 셋을 지닌 아들이나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식의 친구가 결혼한다며, 그저 웃음기 가득한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로니는 그날 밤새도록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상상한 것을 티심 타우스에게 떠들었다. 그 또한 지지 않고, 배가 부서질 정도로 큰놈을 사냥해서 큰돈을 더 벌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먼저 성공한 놈이 술을 사기로 했다. 서로가 지내는 곳을 종이에 대충 적어서 움켜쥔 채로 곯아떨어졌다.

그날만큼은 전쟁에 대한 후유증이 없었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후유증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었다. 로니가 지닌 전쟁 PTSD는 그가 죽을 때까지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다.

도망칠 구석은 그 어 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10년이 지나도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감 속에서 눈을 뜨고, 밤을 지새울 것이다. 해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이 무뎌짐에 따라 상처는 아물어도 칼로 도려진 곳의 흉터는 낫지 않는다.

웃으며 자신의 참전이 영광스러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극소수이기에 수많은 곳에서 출연하여 전쟁이 옳은 것이었음을 떠드는 데 동원되었다. 모두가 전쟁을 옳은 것이라 여긴다면 굳이 그렇게 떠들이유는 없다.

“자! 이거 하나 가져가.”

“너무 큰데요?”

“고래 고기야. 남아서 주는 거니까 마을 가서자랑이나 해.”

로니는 오크 전사가 주는 무지막지한 고래고기 한 부분을 어깨에 짊어지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보십시오! 이들을 위해서 저희들은 집을 짓고, 연금을 매달 보내고 있습니다. 상플리에 참전용사는 위대한 상위국에 참전했음을 절대후회하지 않으며 평화를 위해서 자신의 팔 하나를 내놓은 것에 대해……. 또한 우리 상위국은 불구가 된 참전용사의 팔을 신성력으로 재생하는 사업을 벌일 것이며…….”

“와하하하!”

“역시 우리나라야!”

“상위국에 참전한 용사들은 진짜 용자들이지!”

“이게 나라지. 참전한 이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시”

“얼마나 대우를 해주는데? 당연히 행복하겠지. 무주택이면 그냥고향에 집도 준다더라.”

“와, 진짜 그러면 전쟁터에 나갔어야 했는데…….”

낄낄거리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전쟁 이후에 아름다운 말들이 로니의 들려왔고, 보였다. 하지만 로니의 눈에는 그저 추악할뿐이었다.

‘그들은 알까?’

로니는 자신의 심장 부근을 문질렀다. 영영회복될 수 없는 흉터가 로니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구토감이 올라오는 걸 참으며 로니는 자신의 고향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끝없이 걸으며 로니는 자신의 결심을 계속해서 곱씹었다. 그는 티심 타우스가 보여준 길을 위태롭게 휘청거리며 걸어갈 것이다.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고통 속에서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행복과 고통이 뒤섞인 기괴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그건 지옥에 불과할 테지만, 로니는 이를 깨닫지 못했다. 그는 지옥을 희망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그는 망가진 인간이었다.

“꺼어어어억!”

오크 전사가 트림을 했다. 그들은 엘프들이 만든 공간이동 마법진을 통해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오크들은 통제 불능의 양아치들이다.

“순서를 기다려라.”

“한 명 더 들어갈 수 있겠는데?”

순백색 엘프가 제지해도 잘 듣지 않았다. 위험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오크 전사는 스스로를 용맹하다고 여기겠지만, 엘프는 아니었다. 사고가 나면 그들 탓이기 때문이다.

“물러서!”

오크 전사가 엘프의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버 텼다. 하지만 웬걸, 엘프 두 명이 나서자 쭉쭉 밀려났다.

“크흐흐, 너도 이제 늙었나 보다. 그걸 밀리냐?”

“아 진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오크들이 낄낄거렸다. 이들은 타투의 힘도 쓰지 않았기에 대단히 가벼운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초월의 벽이 무너지며 엘프들의 종족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육체의 힘이 대단한 악마의 권속 악마가 되었으니 육체적으로도 성장할 수밖에 없다. 엘프들의 덩치가 서서히 커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엘프답지 않은 체격을 지닌 엘프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단련하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고, 단련하지 않는 엘프만이 예전엘프의 체형에서 키만 큰 상태다.

운동한 엘프 두 명은 육체적으로 오크 전사와 비등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저 신체 능력일 뿐, 전투 상황에서의 교전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대기하고 있는 오크 중에는 티심 타우스(Txim taws)도 있었다. 그의 코는 벌써 벌름거리고 있었다. 바다 향내가 물씬 맡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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