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29화 (1,02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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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을 요구하실 생각인가요?”

케이샤 킹슬레이의 말에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연한소리를?”

세상의 모든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인간 세상은 순위가 존재한다.

‘돈과 권력.’

남에게 돈 주는 사람은 대우를 받기 마련이다. 헤실거리며 공짜로 밥을 얻어먹으려는 이들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점심값 다섯 번만세이브해도 4만 원은 세이브할 수 있다.

하찮은 노동자 계급의 사회에서도 돈은 중요하고 귀족에게도 마찬가지 다. 사치를 부리고, 주변 귀족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돈이 중요하다.

저놈이 산 거, 나도 사야 해! 저 사람이 구한 목걸이 나도 사야 해!

귀족들은 서로 경쟁하며 과시하며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다. 물론 북부 귀족 출신은 예오I다. 무인 출신이 반짝거리는 물건을 좋아할 리가 없다. 야전에 돌입하면 몸에 진흙묻히기 바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사회’라는 공간에 있다면 돈을 반드시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돈 없는 삶을 겪어본 흙수저일수록 그것에 강박관념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아간다는 건지독한 일이다. 돈 없어서 추운 겨울에 자기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학교에 가는 게 돈없는 삶이다.

상상할 수 없는 수치심을 짊어진 채 살아가야 하는 삶이다. 사기당해서 월급을 압류당한 채 살아가는 공무원처럼 살아가고 싶다면 돈을 놓아라.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화장품 사업은 현금을 엄청나게 벌어들일것이다.’

피부과는 안 가도 화장품은 사는 게 사람 심리다. 전문가가 보면 불구덩이 속에 뛰어 들어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자갈이 많은 밭에 온갖 씨앗을 뿌리며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다리는 농부 같은 마인드다.

‘돈이 안 될 수가 없지.’

화장품은 부담 없이 지를 수 있다. 구매자가 많다는 건 큰 이점이다. 그런 캐쉬카우 사업에 드낙이 손을 안 댈 수 없는 노릇이 다.

‘다종족 연합의 세수는 중요하다.’

돈이 들어와야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정부를 이기는 건 없다. 그만큼 국가가 지닌 힘은 대단하다. 이 가능성은 대단하다고 해서 그냥그대로 둘 수는 없다. 그 가능성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성인군자지.’

아쉽게도 드낙은 그런 존재가 아니 다. 물론 나약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긴 해도 그건 아무리 쏟아부어도 해소할 수가 없는 것이 다.

드낙은 식량 자유를 단기적으로 달성했지만, 인구 폭증에 의해서 다시 그 목표에서 멀어졌다.

‘식량의 증가와 인구의 증가는 그래프 자체가 다르다.’

그의 실수다. 애써 담담해 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땅을 넓히고, 골렘을 제작해도 인구의 증가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같은 개같은 구호를 내걸 수는 없다. 그가 그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안 낳는다고 했다가 진짜 X 되어 봤기에 그럴 수 없었다.

이를 벗어나려면 결국은 양적 팽창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그 양적 팽창 속에서도 자신의 지분을 꾸준히 가져가 사회복지로 써야 한다.

‘내가 좀 더 통계학에 깊이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인구란 것은 한 명에서 두 명, 두 명에서 네 명으로 가는 게 아니다. 꼬리에 불이 난황소처럼 언덕을 올라간다. 반면 식량은 그렇지 못했다. 한만큼만 올라간다.

전쟁 때문에 인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도 있었다. 악재에 악재가 있었음에도 이렇게까지 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것이다.

“내 이름으로 지분 10%만 줘. 그럼 다종족연합의 지원이 있을 거다.”

“그걸로 뭘하시려고요?”

“식량 자유를 외쳤지만, 부랑자들은 아직도많지.”

“그만큼 아이를 낳으니까요. 돌아가지 못할수밖에 없죠.”

케이샤 킹슬레이는 가볍게 대꾸했다.

모든 사람에게 식량을 제공한다? 이상적인 소리다. 실제로 달성하면서 깜짝 놀랐지만 그건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았다. 모든 종족에서 농산물이 쏟아지는 것보다 인구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기 때문이다.

‘포기할 것처럼은 안 보이네. 나야 좋지만.’

오히려 다행이다. 드낙이 10%에 달하는 이득을 빼앗아가는 것이지만 케이샤가 이토록좋아하는 이유는 드낙이 인구 억제 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이나 다름없어서였다.

‘돈에 집착하는 게 가장 큰 이유지.’

드낙은 식량 자유 계획을 강박적으로 움켜 쥐려고 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서 시장에는 돈이 계속해서 풀릴 것이다. 그 돈은 자연스럽게 사치품에 쓰일 것이고 화장품이 그 특혜를 볼것이 틀림없다.

‘10%로 이 혜택을 받는다? 안 하는 게 바보지.’

식량에 돈을 쓰지 않는 만큼 화장품에 돈을 쓸 터다.

“좋아요.”

케이샤가 고민을 끝내고 드낙에게 확답을줬다. 드낙은 굳이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다. 그는 이제 구두계약만으로도 충분히 신뢰를 줄수 있는 권력자가 되어있었다.

“아빠야?”

문이 끼익 열리며 아스타 불파겐이 들어왔다. 늦잠을 잤는지 아직도 눈을 제대로 뜨지 않았지만 관리인들에 의해서 잘 씻고 옷도 잘 입고 나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메이드가 고개를 깊이 숙였지만 케이샤는 손사래를 쳤다. 이에 메이드가 물러갔다.

드낙은 8살 난 아스타를 들어 올려 껴안았다.

“잠자는 공주님이구나.”

“에헤헤.”

해맑은 웃음소리가 방에 가득 찼다. 케이샤도미소를 지었다.

드낙은 그들과 조금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에, 안젤리카에게도 5%의 지분을 달라고 했다. 그들 또한 이를 받아들였다. 운송은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5%도 체감이 크지만, 지원을 받아서 다른 경쟁자들을 내치는 것이 중요했기에 받아들였다.

그 이후에도 드낙은 다른 외척들과 만남을 빠르게 이어나갔다.

그중에는 레이시아 왕비도 있었다. 크레시미르가 아니라, 테미스 불파겐 때문이다.

“대중예술을 추구하고 있는데, 굳이 파벌에 속해야 할까요?”

레이시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테미스는 크레시미르 때문에 일찌감치 뜻을 접고, 그녀의 아래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해야지.”

드낙은 당연하다는 듯이 굴었다.

‘중립은 힘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괜히 건드리면 손해라는 마음이 들도록 상대에게 보여주는 이들이나 중립을 공표할 수있다. 그게 안 된다면, 이도 저도 아니라서 박쥐같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짜증이 솟구쳐 오르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한국기업이무니다.’라고 말하고, 일본에서는 ‘일본기업데스.’라고 말하기 바쁜 기업처럼 박쥐는 환영받지 못하는 법이다.

‘지성종족은 감정적이니까.’

날 안 도와주는 놈은 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예술은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지만 예술만큼 민감한 것도 없었다.

고민 끝에 레이시아는 크레시 미르를 선택했다. 다이앤타의 처세는 너무 난폭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외척 중에 특출난 건 일절 없었다. 모두 고만고만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이들은 다이앤타가 아니라 크레시 미르를 선택했다.

‘한 명도 다이앤타를 선택하지 않았네.’

기가 찰 노릇이다.

혈족들의 교통정 리를 한 드낙은 그제야 한 숨을 돌렸다. 당장은 여기까지가 급히 처리해야할 것들이었다.

‘이제 남은 건 30년 뒤의 악마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것.’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차원 전쟁을 대비하며 자신의 세상을 가꾸어나가는 것이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지?’

나머지는 어련히 알아서 할 것이다.

오랫동안 달려왔던 드낙은 자신의 거대한 개인실의 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푹신한 침대가 그의 몸을 받았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아서 주변은 밝았지만 드낙은 이 내 눈을 감았다. 열어놓은 창문에서 바람이 불어와 신선한 공기를 들여보냈다.

드낙은 잠이 쏟아져 하품을 하고는 이 내 잠에 빠져들었다.

신제국의 수도는 거의 폐허나 다름없었다.

세파리아스는 그곳에 전공자들을 모아서 야외 파티를 준비했다. 신제국만의 축제였다.

세파리아스가 잘 만들어진 새하얀 단상 위에 올라섰다. 다른 이들은 입을 다물고 술잔을 들어 올렸다. 몇몇 이들은 잔이 비어 있어서 급히 술을 찾았다.

세파리아스는 약간의 소란을 고개와 눈을 움직여서 바라보았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다 나의 신하들이다.’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잘 보였다. 얼마나 많은 이를 다스리느냐, 그것이 지배자의 척도다. 그는 확실히 대단히 성공한 지배자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세파리아스가 외쳤다.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수도를 지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아갔다는 능동적인 의미도 존재했다. 앞으로 계속 달려가겠다는 활력자의 면모였다.

“와아아아아!”

“신제국 만세!”

너도나도 의기를 불태웠다. 신제국의 전투 과정은 다른 세력과는 다르게 수도에 공습을 받았고, 이를 격퇴한 다음 역공을 퍼부었다. 짜릿하기 그지없었다.

파괴된 곳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것만큼 분위기 있는 것도 없었다.

세파리아스는 다종족 연합의 논공행상에서 공을 받은 이들과 신제국에서 공을 치하할 이들을 모두 모아놓고 수많은 것에 대해서 언급했다.

“많은 고통이 있었으나, 그래도 우리는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초월자들이 횡행하고, 그들은 필멸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그 시체를 빨아먹는 간악한 존재와 우리는 싸웠고, 이겼다!”

그가 주먹을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쳤다.

“사람을 발라먹는 차원 밖의 초월자를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

그들의 눈이 신념으로 가득 타올랐다. 세파리아스의 강령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였다.

‘초월자를 죽이는 것. 인간을 버러지로 생각하는 외신(外神)을 잡아죽이는것!’

이를 다시 한번 드높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 지인에 대한 슬픔. 그 모든 것은 한순간에 휴지쪼가리로 변했다.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오로지 환호하고 앞만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세파리 아스가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끝도 없이 죽어 나갈 것이다.’

그들의 죽음, 그들이 지닌 신앙에 따라 자신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그 굴레.’ 그것이야말로 세파리아스가 원하는 피의 굴레다.

겉만 번지르르하다. 착취당하는 인간들을 돕겠다는 숭고한 신념의 이면에 존재하는 건 세파리아스의 ‘이권’이었다.

드낙은 이를 알고서도 용인했다. 그 또한 자기 앞날이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차원을 지배하는 한, 외적은 계속해서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 수준은 커질 수 있고, 적어질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차원 전쟁은 계속해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세파리아스는 차원계가 얼마나 많은지 알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차원 전쟁을 경험했다.

‘까마득하다.’

적의 세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었다.

드낙에게 개조되긴 했지만, 악마의 요람 가비노가 지닌 가치만 생각해도 현재로서는 어느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했다.

결국 드낙은 세파리아스를 계속 놔둘 수밖에 없었다.

신제국이 전쟁을 수행할 때마다 강해질 것이고, 이는 테라의 수비에 도움이 된다. 그 역량은 죽어 나자빠지는 필멸자들의 숫자만큼증가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은 되레인간 종족에게 도움이 된다.

개체적으로는 끔찍한 절망이고, 죽으면 끝이지만 종족을 생각하면 전쟁은 큰 이득이다. 신제국에 인접한 다른 세력은 전쟁 특혜도 크게 누릴 수 있다. 죽는 놈이 있으면, 사는 놈도 있기 마련이고, 쓰는 놈이 있으면 버는 놈도 있다.

신제국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인간의 끔찍한 죽음이었지만, 대국적으로 보면 오로지 이득밖에 없다. 인구까지 폭증하는 상황에서 신제국의 인간들은 알아서 전쟁을 걸고 죽어나갈 테니 더욱 좋았다.

반대로 그렇기에 세파리아스는 강제된 길을 걸어가야만한다.

‘신제국이 다른 길을 가려 한다면, 견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겠지.’

악마의 요람을 준 이유. 그건 단순히 세파리아스의 기분이 좋아지라고 준 것이 아니다. 드낙의 호쾌함도 이유가 될 수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

‘네가 하던거, 계속해라.’

세파리아스는 그 의미가 주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기분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세파리아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진정으로 그렇게 하고 싶었다. 세파리아스는 이 때문에 드낙이 자신의 업을 크게 덜어내어 만들어준 권속 악마, 악마의 요람 가비노를 받았을 때 미친 듯이 좋아했었다.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놈은 드낙이 처음이었다. 동시에 그 정도로 큰 선물을 준 것도 드낙이 처음이었다.

세파리아스는 가히 모든 이들에게 질투를 받는 삶을 살았다. 그런 금수저에게 누가 나라하나를 주겠는가? 없었다.

“우리는 오늘을 교훈 삼아서 더 나아갈 것이다! 적들은 사람을 개처럼 여기고, 세뇌하여 가축처럼 다루었다! 우리와 같은 인간들이,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 위대한 신제국의 신민으로서 이를 그냥 두고 볼 것인가! 우리의 생명이, 우리의 시간이 지금 이곳에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오로지 필멸자의 해방을 위해서다! 해방의 날을 위해서!”

“위해서!”

세파리아스가 들어 올린 술을 단번에 해치웠다. 다른 이들도 세파리아스와 동시에 마셨다. 행동을 같이하면서 생기는 동질감은 또 하나의 결속력이 되어 신제국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할 것이다.

잔을 바닥에 내던진 세파리아스가 웃었다.

‘끝없는 전쟁!’

그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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