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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027화 (1,02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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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드낙이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체형부터 시작해서 머리카락 색, 눈동자의 크기와 코의 형태 등으로 미루어보아 에드윈가문의 혈족이 분명했다.

‘가족위주의 사업이지.’

폐쇄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득이 커야 다른 이들을 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인건비는 특별한 투자 없이 바로 줄일 수 있다. 비용 절감은 많은 종류가 있지만 사람 목을 조이는 것만큼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돈벌이가 적다는 뜻이다.’

척 보면 척이다. 하지만 그들은 드낙의 외척이라는 이유로 돈을 받고 있다.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는 탓에 다른 쓸 돈이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었다.

드낙은 느긋하게 정원을 구경했다.

경비원을 통해서 확인한 것을 정원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관리가 엉망이군.’

정원을 가꾸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농사짓는 것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은 각기 다른 관리를 해야 하고, 계절 꽃은 매번 갈아치워야 한다. 한 가지 작물만 키우는 게 아니었기에 물을 주는 주기도 전부 달랐다. 영양제 같은 게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키우기가 힘들다.

‘벌목한 흔적까지.’

관리가 까다로운 건 그냥 베어버린 흔적도 있었다.

‘일을 벌이고 있긴하군.’

그들로서도 발악을 해야 했다. 에드윈 가문은 변변찮은 가문이라, 자신들의 이름을 쓰기 보다는 불파겐의 이름을 계속 자식에게 남겨주고 싶을 터다.

‘이름값 하려면 결국 큰 도전을 해야 하지.’

정원을 한 바퀴 돌고 대저택의 내부로 들어섰다. 외척이라는 이유로 제공된 땅과 대저택이었지만, 관리하지 못한 흔적이 고스란히 있었다. 벽 틈틈이 마다 먼지가 끼어있기도 했다. 대저택을 관리할 정도로 많은 시종을 거느리고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탁 트인 로비를 중심으로 직선으로 계단이 쭉 올라서다 벽에서 양 갈래로 쩍 갈라진 곳에 안젤리카 에드윈이 서 있었다. 그녀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소나기가 내리면 피해야지.’

감기 정도 걸려도 상관없는 이들만이 내달릴 수 있었다. 안젤리카 에드윈은 이미 가진 것도 많았다. 드낙의 부인이라는 것만으로도 매달 두둑하게 돈이 들어온다. 그녀 자체가 수천만 원 연금인 셈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도 리스크를 짊어지고 전쟁에 나설 수 없었다.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깜짝 놀랐어요.”

안젤리카가 드낙에게 안기며 말했다. 드낙은 그녀의 등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좋은 향기가 풍겨왔다.

“여전히 단련하고 있네요? 근육이…….”

드낙의 농담에 안젤리카가 호탕하게 웃었다.

기사는 드레스를 입어도 기사다. 붉은 와인색의 드레스에 갈색 혁대를 걸고 롱소드를 착용하고 있는 그녀의 매력은 상당했다.

드낙도 같이 웃다가 본론을 꺼냈다.

“내 자식을 보러 왔지요.”

안젤리카가 긴장한 표정을 했다. 불파겐의 성씨를 받은 자신의 아들인 아메리코 불파겐, 이제 열세 살이 된 자를 보러 왔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전에는 자주 와주지도 않았는데.’

오더라도 부인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지, 목적이 자식인 경우는 전혀 없었다.

“방으로 안내하겠어요.”

안젤리카가 자신의 손을 내밀자 드낙이 이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깍지를 끼고 방으로 향했다.

방은 대단히 넓었다. 다종족 연합이 얼마나많은 세금을 걷는지 알 수 있었다. 100평, 200평은 기본이다. 땅덩어리 좁은 곳에서 사는 이들, 사람의 인건비가 높아진 세상에서는 보기 힘든 평수였다.

차를 한 잔 마시면서 드낙은 안젤리카와 담소를 나누었다.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 신기 한 것. 취미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드낙의 손이 안젤리카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건 영락없이 잉꼬부부로 보였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안젤리카의 드레스가 다시 새하얀 다리를 숨겼다.

“들어와라.”

드낙의 말에 문이 천천히 열렸다.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년이 들어와서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척 봐도 사춘기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거대한 불꽂이 타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꿈을 일찍 찾는 자의 눈이었다.

오?

의외였다.

“앉아라.”

“예.”

소년이 앉았다. 안젤리카가 소년이 앉자마자 옆구리를 강하게 꼬집었다.

“크으윽.”

기사의 자식은 고달픈 법이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요즘 따로 사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상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큰 건 아닙니다.”

안젤리카가 대답했다. 드낙은 나쁘지 않다는 표정을지었다.

‘교통에는 많은 공공사업이 있고, 지원도 많이하는 편이지.’

교통이 발전하면 유통업이 재미를 볼 수 있다. 상단은 경제와도 큰 관련이 있는 사업이다. 땅이 넓은 만큼 더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 또한, 막대한 불로소득이 이들에게 들어오고 있었기에 투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메리코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은데? 맞느냐?”

“아닙니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이에 드낙이 빈정거렸다.

“경비병도 가문원을 쓰고, 정원도 관리를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저희가 노력하고 있을 뿐, 대단히 큰 건 아닙니다.”

안젤리카가 거듭 말했다.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다름이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그걸 알려주려 여기에 온 것이다.”

“선택…….”

드낙의 앞에 있는 두 모자가 어 리둥절한 표정을지었다.

“크레시 미르와 다이앤타.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그리고 그 밑으로 들어가라. 예외는 없다.”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불파겐의 이름을 가졌다면, 피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이제 받아들여야지.”

“너무 빠릅니다. 아직 아메리코는 열세 살입니다.”

“그보다 나이가 어린 다이앤타는 전공을 세웠다.”

“그건……!”

그녀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을 하지는 못했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그런 말을 드낙의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드낙은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크레시미르도 훌륭하지.”

결국 안젤리카가 입을 다물었다. 두 명에 비하면 다른 자식들은 자식 농사 실패라고 해도 무방했다.

“싫습니다.”

“그렇다면, 불파겐의 이름을 버려야겠지.”

아메리코의 단호한 말에 드낙이 말을 토해냈다. 안젤리카가 다시 한번 아메리코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끄윽!”

그 고통에도 아메리코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드낙에게 애걸했다.

“아버지,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지금까지 그토록 가볍게 저를 대하지 않았습니까? 왜 이제 와서 이렇게 무거운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불파겐의 이름을 이어받으면서 가볍게 생각했더냐?”

“아닙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노력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아메리코는 이복형이나 여동생에게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좋다.”

드낙의 말에 아메리코의 표정이 밝아졌다.

“단, 조건이 있다.”

“무, 무엇입니까?”

“크레시 미르나 다이앤타, 둘 중 하나라도 뛰어넘어봐라. 약조한다면, 너에게 시간을 내어주마.”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당장 비교해도 부족한데, 미래에 뛰어넘는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스노우볼처럼, 선두주자를 쫓아가서 역전하는 건 달리기경기뿐이지.’

현실은 녹록지 않다. 태어나자마자 1억 증여부터 시작하는 아기와 쓰레기통에서 태어난아기 수준만큼 극복하기 힘든 격차가 존재했다. 드낙은 이를 뛰어넘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할게요.”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소리다. 안젤리카가 냉큼 답하였다. 낭떠러지에 서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 미래인데 어머니께서 왜 나서… 끄엥!”

안젤리카가 아메리코의 허벅지 안쪽을 꼬집었다. 대단한 고통이 아메리코의 전신을 지배했다. 그래도 아메리코는 당당하게 드낙에게 대꾸했다.

“뛰어넘지는 못해도 저는 그에 준할 수 있다고생각합니다.”

“왜?”

드낙이 툭 내뱉으며 물었다.

“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품을 옮기는 권력을 가져서 또 다른 강자로 설 것입니다.”

짐을 옮기는 일이다. 하찮게 여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메리코는 그러지 않았다. 반면 안젤리카는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모든 귀족이 봐도 불쌍한 일이었다.

하찮은 일이다.

‘세대 차이라고 해야 하나. 확실히 깨어있다.’

택배나 유통에 큰 비전이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드낙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할수록대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고작 열세 살이다. 거기에 그 주변에 대단한 이도 없어 보였다.

‘마소(馬牛)가 할 일을 하겠다고 하니, 기가 찰수밖에.’

거대한 운송은 국업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에 진출하는 건 힘든 일이다. 국가와 정부와 경쟁하는 일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옳게 된 민영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100번 중 99번을 실패하는 것이 민영화다. 하지만 무조건 국영기업만 있는 것도 옳지 않다.

‘빈 공간은 확실하게 있다.’

그 공간을 차지하여 재미를 보겠다는 소리다.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일이다. 돈 많은 이들이 그런 것을 꿰차고 싶어 할까? 30년 내지는 100년 이후에나 그렇게 생각할것이다.

‘세대 교차가 일어나면서 더더욱 명예보다는 돈이 중요해질 테니까.’

시대를 앞서나간 생각이었다.

‘파괴적인 혁신이다.’

마음에 들었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자기 주제를 안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수많은 고난 속에서 자아 성찰을 해야지 가능한일다.

“대단하구나.”

드낙이 그렇게 감탄하며 칭찬하자 안젤리카가 깜짝 놀랐다.

“아직은 작은 상단에 불과합니다. 크나큰 기대는 독이 됩니다.”

안젤리카의 말에도 드낙은 고개를 저었다.

“부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시대를 적어도 두 번은 앞서나간 일입니다.”

60년이 지나면 전쟁의 고통을 아는 이들은 사라진다. 전쟁조차도 사람들에게 60년만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다. 세대를 두 번 앞서나가 사업 아이템을 확실하게 움켜쥔 아메리코는 특출난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

“아버지께서 교통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 지를 보고, 제 미래를 결정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다종족 연합이 존재하는 한, 교통은 계속 돈이 될 거라 여겼습니다.”

“물건을 옮기려면 무엇이라도 필요한 법입니다.”

그 말에 드낙이 고개를 크게 끄덕여줬다.

“좋다.‘넌’넘어가주마.”

“감사합니다!”

“잘해야 할 것이다. 지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양피지 하나와 펜을 가져와라.”

“예.”

드낙은 양피지에 거침없이 회사 이름을 써내려갔다.

‘전 세계 운송 회사(Global Delivery Company) 최고 경영자 아메리코 불파겐(CEO Americo Bulpagen).’

“3개월마다 금궤 1만 관을 지원하도록 조치를 하겠다. 한 번 제대로 해봐라.”

“예?”

“왜? 그 정도는 해야지 크레시미르나 다이 앤타와 마주 볼 수 있지 않겠느냐. 키는 좀 작아도 마주 보는 건 가능하겠지.”

“…노력해 보겠습니다.”

“돈만 줄 생각은 없다. 인재도 내어주마. 평민 중에 똑똑한 이들을 너 스스로 가려 뽑아라. 대신, 3할은 게제라스 총리가 선별한 이로 받아들여라.”

“네.”

아메리코가 냉큼 대답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안젤리카도 그 어떤 말을 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다.

‘어마어마한 돈과 엘리트들을 준다는 건 단기간에 그만큼의 성과를 내라는 소리다.’

첫걸음부터 확실하게 보여주라는 뜻이었다. 절로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살얼음 걷듯이 걷지 말고, 사자처럼 걸어야한다.’

이를 하려면 모든 걸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오면서 얻은 경험은 무(無)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메리코는 싱글벙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손해는 아니지만, 지지 부진하며 소소하게 커지고 있었는데 이는 흙길을 운전하는 자동차처럼 답답한 길이었다.

그게 12차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처럼 재미나게 변했다.

불파겐의 피가 흐르는 우월한 혈통이 아니었다면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며 좋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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