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1025화 (1,024/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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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시오.”

사제가 입을 열었지만, 관리가 이를 막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시민이 고함을 질렀다.

“저 말을 듣지 마시오! 간사한 혀요!”

몇 개월 동안 이 도시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제가 지닌 혓바닥 덕분이었다.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매번 물러가야 했다. 그 탓에 이번에는 아예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했다. 그건 사제에게 있어서 언제나봐왔던 것들이었다.

‘가난하다고 착하다는 건 아니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배가 고프면 명예로운 기사조차도 고블린의 식량 창고에서 먹을 걸 훔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어찌 죽여야 할 고블린에게서 식량을 훔칠까? 그만큼 굶주림은 사람을 짐승으로 만든다.

악(惡)이다. 그 결과는 그저 사악한 도둑놈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을 챙기는 것이 법을 뛰어넘은 것이 가난한 자들의 삶이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가난한 이를 돕는 것을 멈추게 된다. 극렬한 엘리트주의에 빠져들기도 한다. 가난한 자들이 하는 더럽고, 불온한 행위들을 경멸하게 된다.

그렇기에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것’은 신앙자들에게 엄청난 화두를 던진다. 반드시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턱이기도 했다.

‘남의 것을 훔치고, 훼손하고, 빼앗아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저 땟국물 묻고, 해진 옷을 입은 야만인을 위해서 너의 삶을 줄 수 있느냐? 저들을 계몽하기 위해서 그저 함께할 수 있느냐?’

그것에 대해서 산딸기 사제는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굶지만 않으면 그들을 계몽할수 있다고 여겼다.

다만, 이제는 그런 것도 점점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산딸기가 자라는 수풀은 벌레가 살기 딱 좋다. 무성하고 새벽마다 아침 이슬이 잔뜩 들러붙어 있어서 날벌레부터 시작해서 온갖 것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저, 저, 저! 오늘은 똑바로 일하세요! 수풀을 지나가는데, 바퀴벌레가 어떻게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지! 그런 걸 왜 가만히 놔두냐고요!”

“부인, 가던 길 가십시오. 이건 저희 외청에 서…….”

“일을 똑바로 안 하니까 이러는 거지!”

그녀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순순히 물러났다. 외청은 많은 걸 주관하고 있었고, 시민들은 그곳에서 제법 혜택을 받고 있다. 심하게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셈이다.

그녀까지 갈 길을 가자 말단 관리가 거듭 말했다. 똑같은 말이었지만, 산딸기 사제는 결코물러설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몇 시간이고 버틸 생각이군.’

“혜택을 못 받는 도시의 슬럼가에 대한 해결방안이 없는데…….”

“인구가 폭증을 하니 그런 일이 일시적으로 생긴 것뿐입니다. 최대한 그들을 데려다가 다른 필요한 곳에 보내어 새 삶을 하게 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극히 미미한수준 아닙니까.”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니요. 전쟁 직후만 해도 10만 명의 부랑자들이 혜택을 받았는데! 어디서 게제라스 총리님의 업적을 그렇게 폄하하는가!”

말단 관리가 고함을 질렀다.

문관들은 게제라스 총리에 대한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편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닿을 곳이 문관들의 커리어 종착점이기에 앞으로 더 뻗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전체 중의 일부란소리입니다!”

“나가! 이 도시에서! 경찰들은 뭐합니까? 벌레 퇴치만 해도 세금이 많이 소모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세금이고, 혈세입니다!”

경찰이 산딸기 사제의 양팔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찌나 근육이 단단한지 놀라울 지경이었다.

산딸기 사제는 그들의 눈에 깃든 흉포함을 느꼈다.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자신들의 돈이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슬럼가의 이들은 그저 도둑놈에 불과했다. 그 이상, 그 이하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신앙이 사라진 시대다.’

그것보다 돈이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끝없이 소비하고, 이 때문에 끝없이 생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건 산딸기 사제에게 너무나도 무서운 광경이었다.

사고, 팔고, 만들고, 버리는 그 굴레에 들어간 인간들의 모습은 기괴했다.

더는 햇살을 사랑하지 않았으며, 지나가는 이들에게 목을 굽혀 자세히 그들의 작은 모습을 볼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자신의 지갑을 신경질적으로 자주 확인하는 강박증에 시달린 미치광이들이 되어있었다.

‘아아! 자신의 것을 남에게 주지 못하는 인간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진정 모르다니…….’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은 그보다 돈을 더 원하고 있었다.

“그만.”

그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없는 곳에 신기루처럼 무언가가 나타나 입을 놀렸다. 경찰들은 그를 보고 까무러치듯이 놀랐다. 매일 조례 때 마다 보는 얼굴이었다.

“초월자님을 뵙습니다!”

“차원의 지배자를 뵙습니다!”

“만세! 만세! 만세!”

제각각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예를 다하였다. 산딸기 사제만이 고개를 빳빳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에 관리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만큼 오랫동안 반복하고 부딪쳐왔다. 그 앙금에서 유황 냄새가 풀풀 날 정도로 악독한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와 썩은 냄새를 토해냈다.

“빌어먹을 사제 놈아! 너는 어떻게 그토록예를 차리지 못하는 것이냐?! 넌 지금 이 세계의 구도자를 마주하고 있다!”

“됐다.”

드낙이 말단 관리를 다독였다. 그가 고개를 더욱 조아렸다.

“오랜만이다. 산딸기 사제.”

그 누구도 그의 이름을 몰랐다. 그리고 놀랍게도 산딸기 사제는 드낙이 준 신성력보다 더많은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세계에 넓게 퍼뜨려져 있는 중립신의 신성력 잔재가 산딸기 사제로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그 잔재와 행성 내에 웅크려 있는 중립신의 변환된 힘 때문에 우주 낙원은 이곳이 중립신의 부활이 일어날 차원임을 알게 되었다.

‘중립신조차도 그를 인정했다는 뜻이지.’

떠돌아다니 면서 산딸기 사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중립신이 그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이 차원을 떠났음에도 산딸기 사제에게 은총을 베풀어주고 있었다.

‘내가중립신에게서 배울 점이 이거다.’

놀라울 만큼 곳곳에 침투되어 있는 게 중립신의 안배였다. 중립신은 안배라고 하기에도 자잘한 것조차도 살짝살짝 건드렸다. 그게 쌓이면 크게 돌아온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연못을 정화시키기 위해서 물벼룩을 넣는 것처럼.’

물을 새로 갈고, 연못의 바닥을 세제로, 사람을 동원해서 씻기보다 훨씬 편한 일이다. 다른 개체를 이용하여 가만히 놔두며 정화를 유도한다. 그로부터 은혜를 받은 인간은 열 명 중한 명이라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가난해도 자신의 돈을 나눠서 다른 이들에게 적선하는 이들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지 않지만, 그런 방향성을 유도한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그런 자가 존재할 수 있다.

‘확률을 높인다.’

세상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의 거대한 나뭇가지며, 뿌리였다. 그렇기에 드낙은 그를 찾아왔다. 이제는 중립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드낙의 체계에 맞도록 움직여야 한다. 오랜만이라는 말에 산딸기 사제는 짧게 대답했다.

“초월자를 뵙습니다.”

그도 예를 차렸다.

“날기억하나?”

산딸기 사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내뱉었다.

“스쳐 지나갔다고 할 만큼 짧은 만남이었습니다.”

“그게 중요한가?”

드낙의 말에 산딸기 사제가 냉큼 태세를 전환했다.

“스쳐 지나갔다고 하나, 이렇게 커졌으니 기억에서 사라질 수가 없지요.”

산딸기 사제는 드낙의 말을 하나하나 부드럽게 대처했다. 드낙에게 결코 반항할 수가 없었다. 최대한 조용하게 물러나는 게 먼저다.

세상에는 자신을 기 다리는 부랑자들이 많았다. 복지에 아무리 돈을 투자해도 모든 사람을 도울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도렌은 돈을 매달주는 기본 소득을 추진한 것이다. 현대로 치면 한 달에 10만 원~30만 원을 주는 셈이다.

산딸기 사제는 그 복지의 구멍을 자신의 행동으로 꾸준히 메꾸고 있었다. 손의 뼈가 닳고 닳아서 없어질 정도로 그는 그 의무를 끝까지 짊어질 것이다.

“자리를 옮기지.”

드낙은 그렇게 말하며 말단 관리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식재료를 풀어라. 슬럼가에 배급하고, 그대금을 나한테 가져와라. 알겠느냐?”

“예!”

그 말에도 산딸기 사제는 무표정했다. 그저일발성에 끝나는 기부만큼 의미 없는 것도 없었다. 보릿고개 한 번 넘어간 것으로 허세를 부리는 것보다는 매년 그렇게 도와주는 것이 진국이다.

사람의 삶은 한 번 고난을 넘어간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계속 이어지는 굴곡을 마주한다.

으레 수능 치면 끝이다. 대학 졸업하면 정말 끝이다. 취업하면 끝이다. 결혼하면 끝이다. 자식도 하나 낳으면 끝이다.

그렇게 말하지만 그건 결코 끝이 아니다. 또다른 시작이 다. 결혼하면 마음을 놓겠다는 부모의 말에 현혹된 자들의 말로는 수많은 곳에서 목격된다.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이들만이 새로운 것에 손을 댈 수 있다. 그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자들은 엎어지고 코가 깨지고, 넘어지며 무릎이 까지며 계속 걸어갈 수밖에 없다.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와 같았다.

‘밥 한 끼 해결한다고 그들의 삶이 나아질까?’

아니다.

그렇다고 거부하지는 않았다. 하루살이 같은 인생에서 한 끼 밥이 제공되는 건 기쁜 일이다. 빵 하나라도 내일 먹을 수 있도록 쟁여둘수 있었으니까.

“근처 식당으로 가서 내가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겠나?”

“예 따르겠습니다.”

거부할 수는 없었다. 드낙은 그 정도로 큰 존재였다.

드낙은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섰다. 경찰하나가 앞서 달려가서 교통정리를 했기에 그누구도 없었다. 그만큼 드낙은 두려운 존재였다.

그를 보고 싶은 자도 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드낙과 마주하는 것조차도 두려워했다.

그가 한 일은 모두 대단히 즉흥적인 것이라평가되고 있어서였다.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지만, 대중들의 뇌는 자극적인 것을 강하게 기억하기 마련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다가와서 고개를 숙였다.

“저…식사는 어떻게…….”

“오늘은 어떤 게 있나?”

“감자 만두와 프라이 치즈에그가 있습니다.”

“그걸로 내어주고, 포도주도.”

“예.”

종업원이 물러갔다. 그는 바로 주방으로 갔다. 대중적인 요리였기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주방장님.먹겠답니다.”

“음, 다른 식당으로 안 가고 여기서 기어코먹겠다는 겁니까?”

그렇게 대단한 요리가 아니었기에 주방장은 다시 한번 물었지만,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요리가 대중적이니 다른 식당으로 가라는 말조차 드낙에게 하지 못했는데 주방장에게 거짓부렁을 쏟아냈다.

주문이 들어오자 주방장의 손이 빨라졌다. 먼저 미리 만들어준 감자 피를 꺼냈다. 그 양은 결코 많지 않았다. 딱 2~3일 정도만 쓰면 끝날적은 양에 불과했다. 오늘 만든 돼지고기 소를 채우고, 살짝 데쳐둔 채소를 함께 넣었다. 보통만두와는 다르게 채소를 잘게 다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채소의 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넣은 만두를 만든 다음에는 기름에 튀겨서 건져냈다. 순식간에 열 개의 만두가 모습을 드러 냈다.

그다음에는 한 손에 먹기 좋게 구워 낸 납작하고 바삭한 빵을 오븐에서 꺼냈다. 빵 위에는 치즈가 올려져 있었는데 척 봐도 맛있어 보였다. 거기에 튀긴 계란을 썰어서 올렸다.

“됐다. 가져가라.”

소스를 그릇에 따로 담은 뒤에 가져가라고 말하자 종업원이 냉큼 이를 가져갔다.

요리를 마주한 드낙이 감탄했다.

‘이건 맛없을 수가 없다.’

치즈의 빛깔만 봐도 대단히 신선했다. 방부제를 쓸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요식업에 종사한다는 건 부지런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냉장고에 닥치는 대로 처박아두는 것도 어려웠다.

교통의 발달에 대부분 자원이 쓰이고 있어서 요식업에 종사하는 이들까지 냉장고를 둘수 없는 상태였다. 그 덕에 최소한의 재료 외에는 그때그때 구매해야 했다. 번거롭지만 먹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좋은 상태인 것이 다.

‘맛있다.’

가장 먼저 드낙이 손에 집은 건 납작한 빵이었다. 위에 올려진 치즈와 튀긴 계란이 일품이었다. 바삭한 빵이 그들에 의해서 축축해지기 전에 먹어야 했다.

“싱거우면 소스도 곁들이시면 됩니다.”

종업원이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물러났다.

‘음!’

빵의 바삭함과 고소함, 밀 향이 밀려왔다. 딱딱한 빵에는 역시 통밀이다. 치즈의 쫄깃함과 튀긴 계란이 더욱 부드러움을 선사해 줬다.

‘조금 싱겁긴 하지만 나름대로 맛이 있다.’

그다음에는 바로 소스를 스푼으로 올려서 먹었다. 산딸기 사제도 먹는 것에 집중했다. 드낙은 만두를 집어 먹었다.

씹자마자 다진 돼지고기를 새치기하고, 감자 피를 뛰어넘으며 굵직하게 씹히는 채소가 먼저 들어왔다. 거기에 채소즙이 상당했다. 이채소즙은 다진 돼지고기를 더욱 먹기 좋게 만들었다.

“흐. 흐!”

입김을 내뿜었다. 채소즙이 어찌나 뜨거운지, 먹을 맛이 났다. 씹는 맛이 있는 만두였는데, 대단히 독특했다.

‘고기보다 채소에 승부수를 뒀다.’

그 배경에는 고깃값이 컸다. 너도나도 고기를 쓰니, 채소에 힘을 준 것이다. 경쟁성이 있었다.

“하실 말씀이 없습니까?”

산딸기 사제가 조급함에 말했지만 드낙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기다려라.”

“…예”

식사는 조용히 흘러갔다. 이내 말단 관리가 고급스러운 양피지를 가져왔다. 그 값에 비해서 거기에 적힌 건 식재료 대금이 적혀져 있을 뿐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나? 그냥 아무 종이에다가 써오면 될 것을.”

“죄송합니다.”

말단 관리가 고개를 숙였다. 그가 물러가자 드낙이 그걸 훑은 뒤에 산딸기 사제에게 건넸다.

“보게.”

산딸기 사제가 이를 받아 들었다. 그의 눈이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움직였다. 드낙이 말했다.

“이 도시에 사는 슬럼가의 사람들의 숫자는 3만 2천 명.”

인구가 많아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먹고 자는 것도 다 돈이기 때문이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깡패다. 그만큼 드낙의 인구 장려 정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들에게 한 끼 주는데 사용된 돈이 얼마로 나와 있는가?”

“금화 500닢입니다.”

“금궤 반짝이 소모된다는 소리지.”

현대에서 3만 2천 명이 5천 원짜리 한 끼를 먹어도 1억 6천만 원이 든다. 그것에 비하면 싸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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