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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에필로그 (8)
논공행상이 이루어질 때마다 드낙은 왕좌에서 앉았다가 일어섰다가를 반복했다. 그 번거로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
‘하는 것에 비해서 효과가 좋지.’
누진세가 무서워서 에어컨을 자주 틀지 못하는 서민들을 위해서 에어컨 없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은 표몰이 행위였다.
지금도 이와 같았다.
꽈악!
“영광입니다!”
악수를 강하게 하기도 했다. 다른 손으로는 어깨를 탁탁 두세 번 쳐줬다.
“으음! 그래!”
추임새를 넣는 것도 절대 잊지 않았다.
“아주 잘 생겼군! 누가 데려갈지 여자는 좋겠어! 우하하하하하!”
할 말이 없으면 외모 칭찬이라도 해줬다.
마지막에는 괜히 크게 웃었다. 상대는 아주 좋은 추억으로 삼을 것이다. 드낙이 웃어준 외모라고 술안주로 삼기 딱 좋았다.
“오늘의 일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수만에 달하는 공적자들이 모두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때로는 직접 훈장을 달아주기도했다. 기특한 놈들도 있어서였다.
“깃발도 폐기합니까?”
“미쳤나? 따로 잘 보관하라! 국제 연합 도시에 따로 모아서 기념할 것이다.”
그 모든 과정 이후에도 전공자들과 보좌관들은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썼던 모든 나무와 자재들을 모아놓기 시작했다.
“여기에 쌓으면 됩니까?”
“차곡차곡. 모두 기록될 것이니, 미관이 중요하다.”
“온종일 태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기름을 붓는다잖아. 하루를 갈까?”
어마어마한 양의 캠프파이어가 완성되었다.
야외에서 논공행상한 또 다른 이유가 바로 뒤풀이 때문이다.
‘뒤풀이하면 캠프파이어지.’
불은 모든 종족에게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하면서 나무도 소비할 수 있다. 개발하며 벌목을 진행하다보니 나무가 썩어 넘치고 있었다. 이나무로 버섯도 키우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의미부여지. 의미부여.’
캠프파이어는 눈에도 잘 보이고, 추억으로 삼기 좋다. 그것만으로도 드낙은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쓸모없는 것도 쓸모 있게 만들 수 있다. 드낙은 인간은 결국 그러한 존재라는 걸 최근에야 느끼고 있었다.
‘단백질 덩어리에도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게인간.’
그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임을 초월자가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됐다. 예전에는 국밥만 사 먹었다면 이제는 소고기 한우를 사는 남자가되었다.
“아삭아삭한 것이 좋은데?”
간단히 생채소를 씹어먹으며 식사가 시작됐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전쟁 이후에 대해서 떠들어대었다. 아직 캠프파이어는 불을 지피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바로 다시 외청으로 가야지.”
문관이 말했다.
“삼 일이 어디야? 거의 세상이 멈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걸?”
이에 다른 문관도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철철 넘쳤다.
“그럼. 어마어마한 손해를 감수하신 것이지. 정말 감사를 크게 드리고 싶다고.”
공을 세운 문관들은 삼 일의 휴가를 받았고, 이들은 자존감이 대단히 높았다. 대부분의 행정처리가 마비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근데 그동안휴가하루 준 적이 없잖아?”
“에이! 그런 소리 하지 마!”
문관이 서둘러 그 말을 끊어냈다. 무관들도 잡담을 떠들기 시작했다.
“사냥이라도 갈래?”
“아니. 딸 줄산하고 아내 상태가 안 좋아서……. 이것저것 해봐야 할 것 같아.”
무쇠도 씹어먹는 게 젊음이지만, 출산에 따른 후유증은 개체별로 천지 차이 다. 다음 날 바로 일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년이 지나도 골골거리는 사람도 있다.
딱 정해지지 않는 게 출산 후유증이다. 앞으로 몇 명이나 더 낳을 예정이었기에 반드시 조심해야 했다.
여기에는 경제 3급 자격증의 도움이 컸다.
드낙의 교육관에는 필수교육 시간이 없다. 공부를 잘하면 바로 3시간만 공부하고 바로 자격증 시험을 치면 그만이다. 못하는 놈은 100시간을 선생과 보내도 못 딴다.
그 잔혹함 덕분에 무관들은 억지로라도 경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사건이 터지면 그걸 수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예방을 위한 비용보다 3배는 더 크다는 걸 경제 공부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이를 실생활에 잘 적응하는 케이 스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무관은 쿨하게 넘어갔다.
인간이 존재했을 때부터, 나와 너 그리고 부모님과 또 앞으로 생길 후손들이 존재한다는것은 곧 성행위가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드낙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전쟁 이후, 다시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나를 뛰어넘고, 다른 이들에 대해서 생각할수 있을 때. 그게 진짜 살 만하다는 증거지.’
생존권이 보장된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드낙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노력해서 그렇게 만들 수 있었다. 그 노력이 다른 사람의 언행을 통해서 표면화되었으니, 순수하게 기뻐했다.
출렁, 출렁!
나무로 된 큰 박스가 출렁거리는 물소리를 내며, 모닥불 옆에 내려졌다. 물속에는 고기가 들어있었고, 물 위쪽 표면의 부분이 꽁꽁 얼려져 있었다. 하지만 드문드문 얼어 있을 뿐, 표면이 완전히 얼어붙어 있지는 않았다.
깡!
망치로 얼음을 부쉈다.
퐁당!
얼음이 물에 들어갔다가 튀어나왔다.
그 내부에는 출렁거리는 물이 있었고, 적정온도에서 숙성되는 고기가 있었다.
‘고기는 굽거나 삶아도 연하지 못하지.’
연하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대량식을 만드는 데 그 노력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크고, 또 구워야 하는 내내 굽기 전문가가 동원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세계의 축산은 광활한 땅에 방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근육이 많았기에 고기가 훨씬 질기다.
‘기름의 양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나갔지.’
요리 대회의 가장 큰 임팩트를 준 것은 끓는 기름으로 튀겨낸 통돼지였다. 시각적인 효과가 대단했었다. 그것도 이제는 옛날이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털을 모조리 밀어낸 숭고한 희생을 한 뿔 쥐 요리사들은 새로운것을 개발해냈다.
질긴 고기를 누구나 쉽게 연하게 먹는 방법.
‘숙성고기.’
7일 이후에는 꽁꽁 얼려둔다. 오늘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 이것이었다. 해동이 덜 되어서 얼음이 곳곳에 있었지만, 결코 잘못된 게 아니다.
‘감지덕지하지.’
이 세상에서 증류수로 고기를 숙성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료 자체가 적고, 효율이 낮아서 엄두도 못 내는 걸 해냈다.
뿔 쥐 요리사가 기름을 준비하고, 말의 꼬리로 만든 붓으로 기름을 찍었다. 다른 뿔 쥐 요리사는 큰 나무 도마에 숙성 고기를 꺼내고, 천으로 고기의 표면에 있는 수분을 닦았다.
철퍽!
붓으로 한쪽 부분에 기름칠하고 곧바로 달구어진 거대한 무쇠 판에 고기를 끝부분부터 닿게 하면서 쭈욱 밀어서 중앙에 넣었다.
치이이이익!
소리가 크게 났다. 기름을 묻히지 않았다면, 무쇠에 단단히 들러붙었을 터다.
‘크.’
절로 술 생각이 나는 소리였다. 자신의 팔보다 긴 집게로 사면을 뒤집으며 구워냈고, 마지막에는 끝에 살짝 걸치도록 놔뒀다. 5분 뒤에 나무 도마에 꺼냈고, 30분 뒤에 이를 썰었다.
워낙 굵직한 놈이라 오래 기다려야지 온기가 내부까지 깊이 스며든다.
이를 썰자 살짝 분홍색이 드러 났다.
드낙은 몇 가지의 소스를 곁들어서 한입 먹었다. 육질이 쏟아져 나왔다.
“으흠, 흠.”
꿀꺽 ! 꿀꺽!
두 번 삼킬 정도로 큼지막한 고기를 한입에 먹었다.
“허어어.”
입김을 토해내며 뜨거움을 입 밖으로 토해냈다. 바로 술이 땅기지는 않았다. 비계가 없어서 오히려 담백했고, 대단히 연해서 꿀떡 넘어갔다.
‘고기가 꿀이야, 뭐야?’
실로 압도적인 먹거리였다.
튀기는 맛으로 강력한 풍미로 후려쳤던 기존의 식단과는 달랐다. 부드러워서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세 점을 먹고 나서야 술이 당겼다.
“크으!”
한 잔을 딱 마신 드낙이 소리를 냈다. 동시에 캠프파이어에 기름이 뿌려지고, 불이 타올랐다. 밤하늘에 연기가 끝도 없이 올라갔다.
“가도 가도 또 가도 닿을 수 없는~”
장기자랑이 시작되고, 누구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어떤 이는 간단히 대련하기도 했고, 박투 싸움을 하기도 했다. 흥이 달아올랐다.
육즙 구이뿐만 아니라, 불 향이 듬뿍 들어가는 꼬치도 있었다. 채소와 함께 씹으면 일품이다.
“빌란드 도시에 배정받은 분 맞습니까?”
“예? 예. 그런데 무슨일로?”
“제가 그 옆에 장원을 얻었습니다.”
“아!”
땅을 대여받은 무관이 근처 도시에서 일하게 된 이를 찾아서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장원은 직함과 함께 따라온다. 그곳에서 농업골렘이나 축산 골렘을 이용해서 돈을 벌 생각이었다.
무관은 전쟁 도구나 다름없다. 계속해서 수 련하게 하려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유로워야 했다.
폐막식은 결코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뒤풀이 시간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뒤풀이는 새벽이 오고 나서야 끝났다. 해가 뜨고도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도 몇몇 있었다. 미리 잠든 자들도 있다.
드낙은 그 모든 걸 지켜보았다. 끼어들기도했다. 그러 다 혼자 남아 조용히 여운을 즐겼다.
‘끝났다.’
충만함이 피어올라 왔다.
모든 여정의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이내 신의 신격마저도 쟁취하겠지만, 하나의 종착지가드낙의 앞에 있었다.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앙금처럼 틈에 끼어 있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모든 것이 확실하게 비워지며, 아침 햇살이 드낙의 몸을 비추었다. 따스함이 느껴졌지만, 그 이후에 들어온 것은 끝없는 공허함이었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너무 강해졌으니까.’
하고자 하면 할 수 있지만, 특별히 크게 타오르지 않았다.
먹고살 만하고, 다른 이에게 많은 걸 맡겼다. 이제 넘쳐나는 시간이 드낙을 잡아먹을 것이다. 이를 인식했기에 드낙은 공허함을 느꼈다.
성공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그다음이 존재했다. 그다음은? 그다음의 다음은? 끝없는 삶 속에서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고 난 다음에 밀려오는 건 성취감이 아니다. 그 성취감은 일주일을 채 가지 못한다.
그 이후에는 1년이 더 남았을 수도 있고, 10년이 남았을 수도 있다. 사람의 생명은 언제 끝이 날지 알 수 없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90년을 살다가 가는 사람만큼 흉측한 것도 없다.
무의미한 시간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았다며 남들에게 허세 한 번 부릴 뿐이다.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공허함을 딛고, 다른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나만의 의미부여.’
그건 자식일 수도 있다. 혹은 악기를 배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유흥을 일삼는 것도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었다. 남들이 욕해도 의미를 뒀기에 그걸 하는 것이다.
‘부인도 많은데, 유흥은 좀.’
드낙의 고민은 끝도 없이 계속해서 쏟아져나올 것이다. 영겁의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얼마나 더 멀리 가는지가 중요했다.
‘나와의 싸움이겠지.’
긴 삶 속에서 내가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드낙이 몸을 일으켰다. 공허함을 억지로 밀어내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일단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파동이 되었다. 오늘 오지 않은 인간이 하나 있었다.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인 인연이었지만, 적어도 모든 것이 해결되었을 때 큰일을 하나 맡기고 싶었던 인물이었다.
‘눈앞에 있는 벽을 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기에 그저 지나간 것들이 많지.’
드낙은 의미를 부여했다. 오로지 자신이 해야 하고, 그걸로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것들에게 다시금 다가갔다. 그건 가던 길을 되돌아가는 일이었지만, 전혀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 * *
말단 관리가 사제를 눈앞에 두고 눈을 부라렸다. 그 양옆에 경찰이 두 명 있었다. 그런데도 사제는 당당했다.
“왜 자꾸 이런 일을 벌이는 거요? 내가 분명히 경고했지 않습니까. 미관상 좋지 않고, 벌레도 들끓으니까. 하지 말라니까?”
이에 사제가 답했다.
“아직도 굶는 이들이 있는데 어찌 그런 말을 하시오? 거기에 도시 밖 도로 양옆에 한 것뿐이지 않소.”
“시민들의 불만이 자꾸 접수되니까, 내가 이러는 거지. 알겠습니까? 알았냐고.”
잔뜩 불만이 있었고, 제법 장기적으로 문제를 투덕거렸는지 감정이 밖으로 튀어나오는게 느껴졌다. 경찰 중 한 명은 바닥에 침까지 뱉을 정도로 사제를 경멸하는 모습이었다.
“제발 대답하세요. 벌써 3개월째 이 도시에서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경찰이 한 걸음 내딛자 사제가 한 걸음 물러섰다.
“에휴.”
말단 관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뭔 거지 같은 놈이 사제라고……. 이런 사제한테 왜 신성력이 있는지…….’
신성력을 사람 치료하는 데 쓰면 이렇게까지 쓴소리는 하지 않겠다. 근데 이 사제는 신성력을 엉뚱한 곳에 쓰면서 도시의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었다.
그건 결코 좌시할 수 없다. 게제라스 총리의 행정 총력전에 화답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반드시 해소하는 데 노력하고, 이를 보고서로 남겨야 했다. 몇 번의 경고에도 들어먹지를 않으니 점점 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